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56화 (56/501)

# 56

중국 공상은행 지점장 (2)

(56)

지점장이 식탁 위에 있는 용정차를 한잔 따라 마시면서 이야기 했다.

“식당은 잘 되시지요? 만도호텔 한식당은 우리 고객인데 늦게 찾아뵈어 미안합니다.”

“매출도 작고 적금들 형편도 못되는데 찾아주니 오히려 더 당황스럽습니다.”

지점장이 좌측의 여행원에게 음식을 시키라고 하였다. 여행원이 식당 종업원을 불러 꼼꼼히 식사를 주문했다.

이름 모를 고급 음식이 차례로 나왔다. 지점장은 웃어가며 일반적인 대화만 했다.

“중국생활이 어떻습니까?”

“중국 음식이 입에 잘 맞습니까?”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서호의 풍광이 어떻습니까?”

지점장은 맥주까지 시켜가며 허접스런 질문들만 했다.

“이 사람이 목적은 딴 데 있을 듯한데....”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며 지점장이 따라주는 맥주를 맛있다고 하며 먹었다.

“중국 맥주가 띵호아 입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슬슬 취기가 들 무렵 지점장이 본론을 꺼냈다.

“우리 지점에 거액을 예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냥 놀리실 겁니까? 하루라도 이자가 붙는 좋은 상품에 투자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구건호는 갖고 있던 4억 8천만 원을 만도식품 유한공사 인수 목적으로 외화 송금한 사실이 있었다. 이중 5천만 원을 한식당 인수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은행 잔고에 중국 돈 위안 화로 환전하여 보관 중에 있었다. 중국 돈으로 350만 위안 정도 되었다.

“옳거니. 이 사람이 보관중인 돈을 활용하잔 이야기구나.”

지점장은 용정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번에 공상은행에서 출시된 금융채권이 있습니다. 이자율도 높습니다. 만기는 90일짜리와 120일짜리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지점장 옆에 있던 여행원이 가방에서 팜프렛을 꺼내 구건호에게 주었다.

“실은 지금 공상은행에 보관된 돈이 있는데 이 돈은 제 돈이 아닙니다. 누구의 부탁으로 잠시 제 명의로 보관중입니다.”

“아, 어디 투자하실 겁니까? 투자는 급하게 안하실 것 같으면 단기 상품도 있습니다.”

“아니요. 돈을 맡긴 분이 부동산에 투자할 겁니다. 젊은 제 나이에 그만한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통역을 하던 김매향도 거액이 들어왔단 소리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맡긴 돈이라고 하자 그제야 그럼 그렇지 하는 눈치였다.

지점장이 빙그레 웃었다.

“아파트를 살려고 하는군요. 돈 좀 있는 분이 직접투자는 어려우니까 외국인거류증이 있는 쥐쫑 명의로 살려고 하는군요. 경제성장률로 보아서 중국의 아파트는 많이 오를 겁니다. 누군지 상당히 사업적 안목이 있으신 분이군요. 중국이 아마 한국보다는 부동산 규제가 덜할 것입니다.”

“흠... 역시.”

구건호는 지점장의 추측에 감탄했다. 청담동 이회장의 안목에 버금가는 고수인 것 같았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금융상품에 투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모처럼 시간을 내 주셨는데 미안하군요. 오늘 식대는 제가 내도록 하겠습니다.”

“별 말씀. 초청한 것은 우리인데 식대는 우리가 내지요. 자, 한잔 부딪칩시다. 이것도 인연인데 친구합시다. 나이는 내가 많지만 말입니다. 하하.”

지점장은 맥주를 단숨에 마시고 빈 잔을 구건호에게 보여주었다. 구건호도 잔을 비우고 빈 잔을 지점장에게 보여주었다.

“그래, 부동산은 구하셨습니까?”

“아직 입니다. 후빈로에 있는 아파트를 생각중입니다.”

“후빈로 보다는 시시루(西溪路) 쪽이 나을 겁니다. 후빈로 아파트는 고급이지만 지은 지 좀 오래되었습니다. 다시 팔아먹을 때를 생각하셔야 됩니다.”

“거기는 얼마 합니까?”

“글쎄요. 거기 아파트 분양회사가 우리 고객입니다. 지금 분양 중인데 위치 좋은 곳을 선점하십시오. 250만 위안 정도 되는데 두 채만 잡으십시오. 크게 웃을 날이 있을 겁니다.”

“두 채는 500만 위안 아닙니까? 그런 돈은 저에게 돈을 맡긴 분도 아마 없을 겁니다.”

“망설이지 마십시오. 서호 주변에 아파트 지을 땅도 이젠 없습니다. 기회를 잡으십시오.”

“중국도 아파트 살 때 융자가 됩니까?”

융자 소리에 김매향이 통역을 못했다.

“융자가 뭐야요?”

“응? 그거?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 말이요.”

“아, 따이관(貸款)! 한국말로 대관이라고 해요.”

김매향이 다시 통역을 했다.

“물론 대관도 가능합니다.”

“소유권이전도 가능한 거지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 소유권 개념이 아니고 사용권 개념입니다. 99년 사용권입니다.”

구건호가 놀랐다.

“그럼 그 이후에는요?”

“이미 사용권이 있는 분이 당연히 승계권도 있습니다. 소유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오, 그렇군요.”

구건호는 이해가 간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쥐쫑, 혹시 생각 있으시다면 내 말대로 두 채 잡으십시오. 모자라는 것은 우리 은행에서 빌려드리겠습니다. 이자도 높지 않고 중국은 완공 후 분양이니까 바로 세를 놓을 수 있습니다. 위치가 거기라면 월세 5천 위안 이상 받습니다.”

“흠...”

“내일이라도 가보시겠다면 제가 화강화원 사장한테 전화를 해 놓겠습니다. 제 이야기하면 그쪽에서 좋은 위치 배정해 줄 겁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술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건배한번 하시지요.”

“건배!”

“건배!”

자리에 앉았던 5명이 모두 일어나 건배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쳤다.

구건호는 김매향을 데리고 시시루에 있는 화강화원을 찾아갔다. 중국의 아파트 단지는 우리나라처럼 요상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레미안, 이편한세상, 힐스테이트 같은 이름이 아니고 호반화원, 화강화원, 평해신촌 등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

“와, 입구가 웅장하네. 내가 왜 이곳을 몰랐을까?”

화강화원 아파트 입구에서 젊은 경비원이 우리나라 사단본부 앞에 있는 보초 모냥 버티고 서서 출입자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디가십니까?”

경비원이 위압적으로 말했다.

“집 보러 왔어요.”

김매향이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말했다.

경비원이 구건호의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젊은 사람이 고급아파트를 보러 왔다는 것에 의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공상은행 추천으로 보러 왔어요. 이분 한국인이에요.”

구건호가 미소를 지으며 여권을 꺼내자 경비원은 여권을 보지도 않은 채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외국인이라 대접 받는군.”

호반화원 사장을 만났다. 조폭 두목처럼 생긴 사람이었다.

“오, 공상은행 지점장한테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인이 한분 오신다고 했었습니다. 앉으시지요.”

화강화원 사장실엔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파트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사장은 정문에서 가까운 돌사자 조형물 앞을 추천했다. 구건호도 마음에 들었다. 260만 위안짜리 두 채를 520만 위안(한국 돈 6억2천 4백만 원)에 계약했다. 모자라는 돈은 중국 공상은행에서 융자를 받기로 했다. 크기는 198평방미터짜리였다.

“흠... 계약서를 여기는 합동서(合同書)라고 하네.”

서류를 가지고 온 호반화원 중국인 직원이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그 도시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두 채씩이나 척척 계약하는 구건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한국인들은 발달국가에서 와서 그런지 돈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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