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53화 (53/501)

# 53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아파트 (2)

(53)

김매향은 중국의 운전면허 시험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여기 운전면허 시험은 내가 어떻게 보지요? 중국말도 모르는데.”

“외국인은 통역하고 같이 가서 시험 보아도 돼요. 전에 다니던 회사의 한국사람 면허 딸 때 내가 통역해 준적이 있어요.”

“그래요?”

“그런데 렌트카 비용은 비싸요.”

“얼마나 하는데요?”

“차 종류에 따라 틀리지만 대략 월 3,000위안 넘어요.”

“흠... 집값하고 렌트카 비용 합치면 돈이 너무 나가겠는데.”

“우선 버스로 출퇴근하시고요. 차를 빌리는 건 식당 경영 정황 보아가면서 하시지요. 변사장님도 차 없이 자전거 타고 다녔어요. 그런데 호반화원은 너무 비싸고 먼데 정말 숙소를 호반화원으로 하실 거예요?”

“글쎄요. 알리바바 회장 마윈이 살았던 곳이라 마윈의 기(氣)를 받고 싶은데.”

“호호, 그럼 알아서 하세요.”

밤 9시가 넘어 호텔 식당은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

주방아줌마들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고 서빙을 보는 2명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김매향은 휴지통을 정리했다.

딩링이 오늘 수입보고를 하였다. 카드매출을 합하여 3,100원이었다. 김매향은 오늘 번 것은 내일 식자재 구매해야하니까 내일 번 것부터 사장님께 드리겠다고 하였다.

“전에 변사장님 때도 그렇게 했습니다.”

구건호는 딩링의 말도 일리는 있는 것 같아 그렇게 하라고 하고 아래층에 있는 숙소로 내려갔다.

숙소에서 TV를 켰다. 말을 모르니 소음으로만 들렸다.

“한식당이라 중국에 와서도 밥 먹는 건 한식을 먹으니 괜찮은데 말을 모르니 답답해.”

구건호는 한국에서 가져온 중국어 회화 책을 폈다.

“니하오(안녕하세요).”

“츠판로마?(밥 먹었냐).”

“츠판로마는 꼭 한국말로 ‘씨팔 놈아’ 하는 것 같아.“

중국어 공부가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벌었다는 3,100원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3,100원이면 한 달 30일 영업하면 93,000원. 식자재 30% 잡으면 거의 3만원 나가고 인건비 8명 15,000원 관리비 5,000원. 빼면 43,000원 남네.

다음번 깔세를 위하여 25,000원 적립하면 나한테 떨어지는 것이 18,000원? 그러면 한국 돈으로 얼마야? 216만원이네.”

구건호는 전자계산기를 꺼내놓고 몇 번이고 계산해 보았다.

“가만, 한 달이면 30일 영업이 아니라 쉬는 날도 있으니 25일 일하면 매출이 팍 줄어들 텐데. 직원들 퇴직금도 있고 세금도 있으니 한 달 수입이 돈 1만 위안 밖에 안 되겠어. 그러면 한국 돈 120만원이잖아?”

구건호는 한국돈 120만원 벌면 살림하는 사람들은 집으로 송금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혼자 쓰기도 바쁘겠군. 에효, 내가 혼자 몸뚱이라 그렇지 결혼했다면 벌써 박살나고 이혼 당했겠네. 역시 자영업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힘들어. 호텔 안에 있는 식당이라 폼만 그럴듯하지 별 볼일 없네.”

구건호는 침대에 뒹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했다.

“식당가지곤 승산이 없겠어. 이래서 중국에 진출한 사람들 망해서 오는 거야. 다음번 깔세 적립한 돈 손대면 다음번 계약은 물 건너간 거지. 보따리 쌀 수밖에.”

구건호는 입을 앙 물었다.

“부동산으로 쇼부를 보자. 나한테는 식당 투자하고도 4억 원이 넘는 돈이 있지 않은가!”

구건호는 내일 부동산을 찾아가 마윈이 살았던 집을 다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여기는 한국과 달라서 땅이 평지라 자전거 타기가 좋다. 운전 면허증 나올 때까지 자전거 타자.”

구건호는 다시 계산을 해 보았다.

한 달 수입 1만 위안이면 호반화원 방값으로 2,500위안 지불하고 7,500위안 남으면 저금은 못해도 생활비는 되겠지. 먹는 거야 식당에서 해결하면 되니까. 운전면허 나오고 렌트카 빌리면? 생활비가 없게 되네. 흐이구, 머리 아프다. 렌트카는 나중에 생각하자.“

구건호는 중국어 공부를 좀 더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출근한 구건호는 식당 종업원들을 향해 “니하오(안녕하십니까)” 정도는 할 줄 알았다. 주방까지 머리를 내밀고 니하오를 외쳤다. 모두 웃으며 “쥐쫑, 니하오”를 답했다.

변사장이 귀국한다고 가방을 들고 홀에 나타났다.

“이제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구사장님도 슬슬 적응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혹시 나한테 물어볼 것이 있으면 한국으로 전화하세요. 장사 번창하시길 기원해 드립니다.”

“외국인 거류증은 어떻게 만들지요?”

“공안국에 가서 신청해야 합니다. 먼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전염병 같은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을 검사하겠지요.”

“그럼 신분증 같은 것이 나옵니까?”

“내가 처음 신청했을 땐 신분증 같은 것이 나왔는데 요즈음은 여권에다 스티커를 붙여준다고 하네요.”

“무슨 스티커요?”

“중화인민공화국 외국인 거류 허가증이라는 스티커겠지요.”

구건호는 그럼 외국인 거류증이 붙은 여권을 가지면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물으려다 그만 두었다.

“중국에서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한국에서 하시는 사업 잘되시기 바랍니다. 한국 나가면 사장님 가게 한번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노량진 조카에게도 안부 전해 주십시오.”

변사장은 착잡한 듯 식당을 한번 휘둘러보고 돌아섰다. 가방을 들고 나가는 변사장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저 사람은 아마 한국에 생활비를 보내지 못했을 거야.”

구건호도 역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구건호는 김매향과 함께 호반화원 부동산을 다시 찾았다.

“여기 120평방미터 말고 작은 건 없습니까? 집이 너무 큰 것 같아서요.”

“없습니다. 여긴 제일 작은 것이 120평방미터입니다. 마윈 회장이 살던 집은 150평방미터였습니다. 물론 거주 목적 외에 사무실을 겸용해서 쓰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마윈 회장은 이 아파트에서 투자자 설명회를 했었다. 전자상거래업체 설립을 위해 50만 위안(당시 환율로 한국 돈 6,000만 원 정도)을 모집하기 위해 투자자들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이 장면의 사진이 지금도 전설처럼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마윈 회장은 기업가 정신이 강한 독특하고 위대한 인물이었다. 그는 중국에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지 않았다. 중국도 공무원 시험은 인구가 많은 나라라서 한국 못지않게 빡셌다.

“120평방미터 월세 계약하지요.”

이 말에 옆에 있던 김매향이 놀랐다.

“어머나! 120평방미터면 운동장이야요. 결혼 안하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숨겨둔 가족이라도 있는 것 아니야요?”

“아니, 한국에서 가끔 손님이 올 것 같아서요. 허허.”

“305호실이 하나 나왔는데 보시겠습니까?”

부동산 주인이 말했다. 김매향이 통역하는 소리를 듣고 구건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부동산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가 집에 계시답니다. 구경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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