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52화 (5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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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아파트 (1)

(52)

변사장은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한잔 마시면서 의자에 앉았다.

“오전에 식자재 들어오는 건 보셨습니까?”

“예, 대충 보았습니다. 오늘은 김매향과 함께 방을 보러 가면 되겠습니까?”

“그래도 좋지만... 일단 세무국에 먼저 가세요. 영업집조도 명의 변경해야 되니까요. 세무국은 딩밍과 함께 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딩밍은 이곳 사람이라 꽌시(關系)가 좋습니다.”

“꽌시요?”

“흠... 뭐, 인맥 같은 겁니다.”

딩밍은 정말 인맥이 좋은 모양이었다. 세무국에 가자 여러 사람들과 악수하고 아는 채를 하였다.

세무국 일이 끝나자 딩밍은 호텔로 돌려보내고 김매향과 함께 은행엘 들렸다. 중국 공상은행에 가서 통장을 하나 만들었다. 통장은 외국인 등록증이 없어도 1년 짜리 상용 비자 스템프가 찍힌 여권만 가지고도 만들 수 있었다.

같이 따라온 김매향이 말했다.

“쥐쫑께서 영업집조도 나오고 통장도 개설했으니 이제 중국 거류민이 되었습니다. 돈 버는 일만 남았습니다.”

“김매향씨는 만도호텔 한식당에 근무해봐서 잘 알겠지만 어때요?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요?”

“글쎄요. 경영에 관한 건 우리는 잘 몰라요. 자세한 것은 딩밍한테 물어보세요.”

“방은 어디가 좋을 가요?”

“변사장님은 원알루(文二路)에 살아요. 거기 캉러신춘(康樂新村)에 살아요.”

“거기 한번 가봅시다.”

둘은 택시를 탔다. 만도호텔에서 가까운 거리였다.

“변사장님 방 얻을 때 제가 따라왔었습니다. 방 2개에 월세가 1,500위안이었고, 방 3개는 1,800위안이었습니다.”

“1,500위안짜리는 몇 평이든가요?”

“한국 평수는 잘 모르겠고 82평방미터야요.”

아파트는 높지 않고 동간의 거리도 넓어 시원했으나 건물이 너무 후졌다. 베란다에 긴 장대를 걸어놓고 빨래를 말렸고 징그럽게 털 벗긴 오리고기도 메달아 놓았다. 오리는 머리와 발까지 모두 달린 상태였다. 어떤 집은 한 마리도 아니고 10마리 정도를 메달아 놓은 집도 있었다.

“여기 말고 저쪽으로 가 봅시다. 저쪽은 멀리 깨끗한 아파트도 보이네요.”

“걸어서 가기 힘들어요. 버스를 타지요.”

“택시 탑시다.”

마침 택시가 왔다. 김매향과 택시 기사가 중국말로 뭐라고 쏼라 거렸다.

“뭐라는 소리입니까?”

“그쪽은 원싼루(文三路)인데 아파트가 비싸다고 합니다.”

“일단 구경이나 합시다.”

원싼루 아파트는 평수가 크고 빨래 장대나 털 벗긴 오리 같은 건 없었다. 정문 경비원도 완전히 군대 보초 모양 젊은 사람이 서서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여기 경비원들은 젊은 30대네요.”

“인민해방군 제대한 사람들이 경비 취업이 잘돼요.”

“흠, 그런가요? 제복 입은 경비원들이 운동깨나 하는 사람들처럼 보이네요.”

“한국은 아닌가요?”

“한국은 나이든 60대가 많이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도둑을 잡아요. 호호.”

“저기 붉은 글씨로 쓴 현수막도 있네요. 뭐라고 쓴 겁니까?”

“120평방미터 방3개 짜리 아파트가 월세 2,500위안(元)이라고 합니다.”

“흠, 월세 2,500위안이면 한국 돈 30만원이네. 노량진 고시원 값이면 여기선 그래도 방 3개짜리 아파트 사는구나.”

“저 아파트는 누가 살았던 아파트인지 아세요?”

“사람이 살았겠지요.”

“알리바바로 유명한 마윈(马云) 회장이 살던 살았던 아파트에요.”

“알리바바는 유명한 세계적 재벌 기업인데 회장이 왜 저기서 살아요?”

“마윈 회장이 저 아파트에 살면서 알리바바를 창업했데요. 처음에 돈이 없어 여러 사람들한테 투자를 받아 알리바바를 창업했다고 해요. 지금 중국 제일 갑부고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에 꼽힌다고 하잖아요.”

“맞아. 언젠가 한번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그 양반이 여기서 창업했다고요?”

“항주 사람들은 다 알아요. 지금 마윈 회장 재산이 2,500억 위안이 넘는다고 합니다.”

“2,500억 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힉! 30조원이 넘네!”

“아시아에서 제일 갑부래요. 쥐쫑도 여기 살면서 마윈 회장처럼 되 봐요. 호호.”

“아파트 입구에 쓴 글자가 뭡니까?”

“호반화원(湖畔花園)입니다.”

“마윈이 살았던 호반화원이라... 한번 구경이나 합시다!”

입구에서 경비원이 목에 힘을 주고 막았다. 김매향이 뭐라고 쏼라 거리자 경비원이 들어가라고 하였다.

“뭐라고 했는데 들어가라고 해요?”

“한국 사람이 집 구경 왔다고 하니까 얼른 들여보내주네요.”

아파트는 층수가 6층밖에 안되어 답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파트는 많이 낡아 보였다. 동간 사이가 넓고 단지 내 길은 넓어 시원했다. 특색이 있는 것은 단지 내에 수영장이 있었다.

“우와, 여기는 수영장이 다 있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중국 여름 날씨는 엄청 더워요. 40도까지 올라가요.”

“40도? 엄청 덥겠군. 마윈 회장은 여기서 안 살겠지요?”

“호호, 당연하겠지요. 대 집단그룹 회장님이 왜 여기서 살아요. 북경이나 상해에서 살겠지요.”

“여기 아파트는 월 임대료 얼마나 되는지 물어봅시다.”

“방지산(房地産)에 가서 물어보지요.”

“방지산?”

“부동산 사무실 말이에요.”

부동산 사무실에 문의 결과 120평방미터(한국 평수 36평) 짜리는 월 임대료가 2,500위안이라고 했다. 현수막 광고하고 똑 같았다. 단지 안에 있는 단독주택은 5,000위안짜리도 있다고 했다.

“단지가 넓은 모양이네. 단독주택도 있고.”

부동산에서는 구건호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힐긋 힐긋 쳐다보면서 단독주택을 자꾸 권했다.

“아예 사는 건 얼마냐고 물어보세요.”

김매향이 부동산 주인에게 뭐라고 쏼라 거렸다.

“뭐라고 합니까?”

“매매는 외국인 등록증 있어야 한데요. 마윈이 살았던 150평방미터짜리는 어떠냐고 하네요.”

“흠, 마윈이 정말 여기에 살긴 산 모양이군. 김매향씨! 마윈이 이 단지 내 어디서 살았냐고 물어보세요.”

김미화가 부동산에게 뭐라고 쏼라 거렸다.

“호반화원 내 풍하원(豊荷院) 16당(幢) 1단원 202호라고 합니다.”

“내일 연락 주겠다고 하십시오. 명함 하나 달라고 하십시오.”

부동산은 자기 명함을 주면서 구건호의 명함도 달라고 하였다. 구건호는 자기 명함이 아직 인쇄가 안 되었고 중국말도 모르므로 김매향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사무실을 나왔다.

김매향이 종종 걸음으로 쫓아오며 물었다.

“호반화원이 마음에 드세요? 거리가 먼데 괜찮겠어요?”

“여긴 자전거 많이 타는데 자전거로 왔다 갔다 해도 될까요?”

“요즘 거리에 자동차가 많아서 위험해요. 여기는 비 오는 날도 많고요.”

“버스는 어떨까요?”

“고급 2층 버스가 있기는 한데 사람이 많아요. 택시타면 돈이 너무 많이 들고요. 저기 앞에 보이는 버스가 2층 버스에요. 버스비는 2원정도 할거예요.”

“렌트카는 쓸 만한 것 월 얼마인지 혹시 아세요?”

“렌트카요?”

“빌리는 차 말입니다.”

“운전면허증 있어야 되요. 한국 국제운전면허증 여기선 인정 안 해요. 여기서 다시 따야 되요. 시험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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