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51화 (51/501)

# 51

호텔 한식당 인수 (2)

(51)

구건호가 재 출국 하는 날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일도 대충 마무리 되었으니 중국에서 내 꿈을 펼쳐보자.”

구건호는 김포공항에서 핸드폰을 로밍하기 전에 후배 박종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종석이냐? 당분간 너를 못 볼 것 같다.”

“걱정 마. 중국에서 자리 잡으면 내가 연차 쓰고 놀러갈게.”

“혹시 낚시 갔다가 이회장님 만나면 나 중국 갔다고 해라.”

“그 양반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돈 많은 사람이 우리한테 관심 갖겠어? 하여튼 알았어. 그렇게 전할게.”

구건호는 대합실 의자에 앉아 전화 걸 사람을 찾았다.

“씨팔, 전화 걸만한 사람도 없네. 내가 인간관계가 이것 뿐인가? 부모님과 종석이 빼면 전화걸 사람도 없으니 나는 인간관계 폭은 참 좁은 사람이야. 결혼식이라도 올리면 부모님과 종석이 밖에 올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구건호는 한심한 생각이 났다. 구건호는 탑승 시간이 남아 공항 청사 내부를 돌아다녔다.

“라운지? 여기가 아늑하겠군. 여기서 기다릴까?”

명찰을 가슴에 단 여자 종업원이 나와서 가로 막는다.

“여기는 VIP룸인데요?”

“VIP? VIP기준이 뭔데요?”

“1등석 표 끊으셨어요?”

“여기서도 없는 놈은 차별대우 하는군! 우 씨!”

시간이 되어 탑승구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상해가는 인간들도 더럽게 많네.”

제복을 입은 남자 직원이 줄 앞에서 소리친다.

“1등석, 2등석 표 가지고 계신 분은 이리로 오세요.”

몇 명이 긴 줄에서 이탈하여 직원 앞에 가 줄을 섰다.

“먼저 들어가세요.”

긴 줄 선 사람들을 제쳐놓고 1등표, 2등표 끊은 사람만 먼저 쏙 들어갔다. 긴 줄 선 사람들은 먼저 들어가는 1,2등 표 사람들을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앞좌석은 공간이 넓고 사람도 없어 구건호는 앞으로 나왔다.

“이쪽은 1등석 자리인데요.”

예쁜 여승무원이 가로 막는다. 뒤를 돌아보니 3등석은 사람들로 만원인데 1등석은 자리가 텅텅 비었다. 발 뻗는 공간도 넓고 서비스하는 승무원도 더 예쁜 사람을 배치한 것 같았다.

“사람은 역시 돈이 있어야 해.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해외 나갈 때는 1등석만 타고 다닐 테니!”

구건호가 비좁은 3등석으로 와 끼어 앉았다. 옆자리의 아줌마가 남편인 듯한 사람에게 말했다.

“1등석은 승무원이 위스키도 주고 그런다며?”

상해 공항에는 변사장이 마중을 나왔다.

“짐이 많네요.”

“아녜요. 중국어 회화 책 몇권 샀어요.”

구건호는 중국어 회화 책 이외 한자 급수시험 1급과 2급 책도 샀다. 중국에 있는 동안 한자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잘 하셨습니다. 통역이 없을 때 혼자 시장도 가고 약국도 가고 그래야 되니까요.”

구건호는 항주로 가서 잔금을 치렀다. 변사장은 한식당 홀 안에 있는 그림액자와 전동 청소기 등 몇 가지를 값을 쳐달라고 해서 중국 돈 2천원을 더 주었다.

“아직은 중국 사정을 잘 모르니 변사장님께서 몇 일만 더 나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한 3일간은 봐드리려고 했습니다. 우선 직원들과 인사하시지요. 직원들한테 한식당은 오늘부로 양도한다고 말해 놓았습니다.

먼저 카운터를 담당하는 딩밍(丁明)입니다. 식자재 구입도 이 사람이 다 합니다. 만도식품 유한공사가 합작이라고 했는데 10%지분은 딩밍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이 호텔 지배인의 동생입니다.”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딩밍이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키가 크고 날씬한 여성이었다.

“한국말도 잘 하시네요.”

이후 딩밍이 뭐라고 중국말로 하는데 하나도 몰라 그냥 미소만 지었다. 구건호는 변사장을 돌아보고 말했다.

“그럼 세무신고도 이 여자가 다 합니까?”

“그렇습니다. 신고서는 사장이 싸인을 해야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서류 번역을 통역 김매향에게 시키면 됩니다. 중문 서류도 두어 번 보시면 다 알게 됩니다.”

서빙하는 종업원은 시골서 갓 올라온 듯한 20대 초반 여성이 2명이 더 있어 인사를 했다. 주방에 들어가 주방 아줌마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주방 근무자는 4명이었다. 한명은 쉬는 날이라 안 나와 3명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분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실장님입니다.”

“김실장님?”

“통역 김매향 엄마입니다.”

“오, 그러십니까? 반갑습니다. 한국말 잘하시겠네요.”

“잘은 못해요. 호호”

김실장은 웃으며 말했는데 억양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다른 두 명의 주방 아줌마들과도 인사를 했다. 이들은 구건호를 보고 활짝 웃으며 쥐쫑, 쥐쫑하고 불렀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쥐쫑, 쥐쫑 그러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쥐쫑(具總)은 구사장님 이라는 소리입니다.”

“허허. 제가 졸지에 쥐쫑이 되었군요. 듣기가 좀 이상하네요. 쥐 종류라는 소리 같아서.”

“하하, 그런가요?”

변사장도 웃었다.

우선 여기 오셨으니 이 근처 공상은행에 가셔서 통장도 하나 만들고 방도 빨리 구하셔야 됩니다. 방은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도 좋고 아니면 마음에 드는 다른 곳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우선 방은 얻을때까지 지난번처럼 호텔에 묵지요.”

“내일 오전에 김매향과 함께 한바퀴 돌고 오세요. 그리고 오늘은 잔금도 치루고 직원들 인사도 했으니 호텔 관리사무소에 가서 계약자 변경을 하시지요.”

구건호는 변사장과 함께 관리사무소에 가서 계약자 변경을 하였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뭐라고 쏼라거렸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하는겁니까?”

“세무국 영업집조도 명의변경 되면 한 장 복사해 보내달라고 하네요. 그리고 구사장님 여권도 복사해 달랍니다.”

구건호는 아침에 식자재 들어오는 것을 점검했다. 카운터 보는 딩밍이 매입 영수증을 확인하라고 보여주었다. 영수증에 쓰인 글씨는 중국어라 알아볼수가 없었다. 단지 영수증에 쓰인 아라비아 숫자만 알아보았다.

“김매향씨, 이게 무슨 글자요?”

“화피아오(發票)는 영수증이란 소리야요. 부추 3박스하고 계란 10판 들어온 거야요.”

“흠...”

구건호는 짧지만 식당 경험이 있어 들어오는 식자재와 하루 나올 음식량을 대충 짐작했다. 딩링이 중국 포스기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구건호는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메모를 했다.

주방의 아줌마들이 음식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홀에 서빙하는 사람들과 카운터는 잠시 한가해졌다. 변사장이 늦게 식당에 나타났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어제 저녁 한잔하신 모양이네요?”

“식당 팔고 한국 들어간다고 해서 이곳에 있는 한국사람들과 한잔 했습니다.”

“여긴 한국사람 많이 있습니까?”

“많지는 않아요. 앞으로 많아지겠지요. 그래야 식당이 확확 번창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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