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9화 (49/501)

# 49

중국 진출 (5)

(49)

변희열 사장이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식은 말 그대로 산해진미였다. 돼지고기 볶은 것, 생선 튀긴 것, 무친 것, 찐 것 등 잔뜩 나왔다.

“이게 전부 다 해도 우리 돈 3만 원 정도입니다. 우리 한식당에서 파는 삼겹살 2인분하고 비슷합니다. 여기 음식은 중국인들이 늘 먹는 거지만 우리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여기선 별식 아닙니까?”

변사장이 시킨 50도나 되는 배갈을 서너 잔 마셨더니 금방 취기가 돌았다. 취기가 돌자 변사장이 의자를 구건호 앞으로 더 끌어당기고 말을 했다.

“어떻습니까? 우리 한식당 맘에 드십니까?”

“식당은 맘에 드는데 적자는 안 나는 가 모르겠습니다.”

“적자는 안 납니다. 하루 매상이 중국 돈 3천원은 넘습니다. 많은 날은 5천원이 넘을 때도 있습니다. 내일 매출 장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루 3천원이면 월 9만원이네요. 그럼 사장님한테 얼마나 떨어집니까?

“식자재는 3만원이면 되고요. 인건비가 1만 5천원, 임대료는 깔세니까 없고, 관리비가 5천원 정도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4만원 떨어지나요?”

“그렇습니다. 다음번 깔세를 위하여 월 2만 5천원 적립하면 사장한테는 1만 5천원이 떨어집니다.”

“올 때 매입환율이 120대1이면 우리 돈 180만 원 정도 떨어지네요.”

“최소로 잡을 때 그렇고 일일 매상이 5천원 넘을 때도 많으니까 월 한국 돈 300만원 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흠...”

구건호는 한식당이 월 200이상은 가져가기 힘들 것으로 보았다. 지금 앞에 있는 변사장은 살림을 하는 사람이라 월 200은 적자일 것으로 판단되었다.

“실례지만 가족은 몇이나 되십니까.”

“아이들 둘입니다. 한 놈이 미국에 유학 가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겠네요.”

“휴-, 사실은 그래서 내가 한식당을 팔라고 하는 겁니다. 내가 회사에 부장으로 있을 땐 월 700정도 받았습니다. 생활비 400쓰고도 저축이 가능했는데 여기서 200 벌어가지곤 택도 없어요. 그래서 한국 들어가서 다른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한국 들어가서 뭘 하시려고요? 투자비용이 더 들어갈 텐데.”

“서울 사당동에 아파트가 한 채 있습니다. 평생 직장생활해서 마련한 것이지요. 시가 6억 정도 합니다. 그래서 이걸 담보로 융자를 받아 노량진 조카와 함께 일식집을 좀 크게 해 볼까 합니다.”

구건호는 변 사장의 사당동 아파트가 시가 6억이면 자기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 4억 8천으론 집하나 구하기도 힘들겠다 싶었다.

변희열 사장이 갑자기 구건호의 손을 잡았다.

“구사장님! 구사장님 같은 젊은 분이 우리 한식당 잡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어떻게요?”

“여행사만 한 바퀴 돌아도 매상 팍 올라갈 겁니다. 여행사 직원들 나이가 구사장님 또래가 많아 금방 친해질 겁니다. 나는 나이가 많다보니 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글쎄요.”

“중국은 기회의 땅입니다. 우리 식당 같은 것 새로 창업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우리 식당은 이미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 괜찮습니다. 여길 기반으로 장사하시다가 좀 더 중국 생활에 익숙해지시면 다른 사업에 눈 돌리셔도 됩니다.”

“저 아니더라도 현지 중국인한테 넘기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임대료가 30만원이면 우리나라 돈 4천만 원 가까이 됩니다. 중국인들도 부자가 많지만 일반인들은 돈 없습니다. 우리 식당 정도 인수할 사람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흠...”

“한번 해보십시오. 노량진에 있는 손바닥만한 가게보다는 훨씬 좋을 겁니다.”

“일단 잘 알겠습니다.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구건호는 다음날 오전에 변 사장의 한식당에 들려 장부를 확인했다. 경리 출신인 구건호는 단숨에 장부를 확인했다. 더구나 식당 장부는 복식부기도 아니고 단식부기였다.

“입출금만 기록하셨군요. 장부는 꼼꼼히 잘해놓으셨네요.”

변 사장은 구건호의 말에 쑥스러워 했다.

“식자재 산 영수증은 잘 챙기셔야 합니다. 증치세(增値稅)가 중국은 쎕니다.”

“증치세요?”

“우리로 치면 부가세 말입니다.”

“여긴 10% 아닙니까?”

“중국은 17%입니다.”

“헉! 그렇게나 됩니까?”

“그러니 매입 영수증 잘 챙기셔야 합니다.”

구건호는 노량진 쌀 국수집 부가세 신고를 아직 안한 것이 생각났다. 귀국하면 부가세 신고부터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무튼 장부 잘 보았고요. 직원들 급여대장도 잘 보았습니다.”

“시원하게 인수 결정 하십시오! 하하.”

“여긴 원룸 같은 것이 있나요?”

“원룸보다는 소형 아파트가 괜찮습니다. 저는 현재 월 임대료 1,500원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방2개에 거실 있고 살만 합니다. 혹시 한국에서 손님들이 올 경우도 있으니 원룸보다는 방2개가 좋습니다. 아파트 임대료도 증치세 낼 때 반영됩니다.”

“혹시, 외국인도 부동산을 살 수 있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고 아마 외국인거류증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변사장님은 전에 대기업 상해지사에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상해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서 여기에 부동산을 구입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글쎄요. 조사해 보면 산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거의 대부분 월세 삽니다. 회사에서도 사택을 월세로 구입합니다. 사는 경우는 없습니다. 사는 건 큰돈이 잠기니까요.”

“그렇군요.”

구건호는 이날 저녁은 호텔 한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었다.

“된장찌개 맛은 좀 별로네. 주방 아줌마들이 중국인들이라 그런가?”

구건호는 슬슬 호수가로 나갔다. 만도호텔이 있는 해방로에서 항주의 유명한 서호는 걸어서 갈만한 거리였다.

“여기가 그 유명한 서호란 말이지.”

구건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저녁놀에 비추어진 서호를 바라보았다. 멀리 소동파가 쌓았다는 제방이 보였다.

“아름다운 풍광이네. 복잡한 노량진보다는 여기서 있는 게 진짜 웰빙 삶이 될 것 같은데?”

구건호는 이런 생각을 하며 호숫가를 걸었다. 호수 주변은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가게가 즐비했고 사람들도 많았다. 호객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서호가 있는 항주시는 옛날 남송시대의 수도였다. 무협지에 보면 임안(臨安)이라는 고장이 바로 여기다.

“여기 경치도 좋고 사람도 많으니 여기서 한국식 치맥을 팔아볼까?”

길거리 가게 앞에 붙은 가격표를 보니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쌌다. 월 생활비는 한국돈 100만원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