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8화 (48/501)

# 48

중국 진출 (4)

(48)

비행기는 상하이 홍차오(虹橋) 공항에 내렸다.

구건호는 공항 밖으로 나오자 주변의 건물과 간판들을 정신없이 쳐다보았다.

“중국은 처음이십니까?”

“예? 아 예, 그렇습니다.”

“여기는 우리나라 김포 공항처럼 옛날 공항입니다. 상하이는 포동에 새 공항이 생겼지요. 우리나라 인천 공항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인천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포동에서 내리고 김포서 출발하면 홍차오 공항에 내립니다.”

“아, 그렇군요.”

“여기가 옛날부터 있던 공항이라 이 주변에 한국 식당도 있고 영사관도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등 우리나라 상해지점 은행들도 여기에 있습니다.”

변사장 은 구건호를 데리고 우리나라 영사관이 있는 건물과 우리나라 은행지점 등을 구경시켜 주었다.

“자주 이용하게 되실지 몰라 이곳으로 왔습니다. 원래 우리 식당이 있는 항주도 옆에 소산(蕭山) 비행장이 있어 빠른데 오늘은 이곳으로 왔습니다.”

구건호는 변사장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길가의 사람구경 건물구경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항주는 이곳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이동합니다. 약 2시간 정도 걸립니다.”

변사장은 터미널로 구건호를 안내하였다. 터미널은 우리나라 지방 터미널 같았다.

“항주는 성도(省都)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청소재지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의 대구시나 광주시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버스는 우리나라 고속버스와 비슷했다. 드넓은 유채꽃 평야를 달려 저녁때쯤 항주시에 도착했다. 상해 못지않게 큰 도시였다. 구건호는 변사장과 함께 택시를 탔다.

변사장은 중국말을 잘했다. 택시기사에게 뭐라고 쏼라거리자 기사는 알았다고 고개를 까닥거렸다.

“해방로에 있는 만도호텔 가자고 했습니다. 거기 8층에 우리 식당이 있습니다.”

“8층요?”

구건호는 8층이란 소릴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1층도 아니고 8층에서 무슨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눈치 챈 듯 변사장이 보충 설명을 하였다.

“8층이지만 밖의 풍경이 좋고 또 항주시에 몇 개 안되는 한국식당이므로 올 사람은 다 옵니다. 가끔은 단체 관광객도 옵니다.”

구건호는 단체 관광객을 잡으면 그래도 승산은 있을 성 실었다. 그러나 중국말을 모르니 답답하기도 하고 처음서부터 끝까지 변사장에게 의지해야만 했다.

만도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은 크지 않았지만 아담했다. 오다가 택시 안에서 본 거리의 호텔들은 엄청 규모가 큰 곳도 있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한국식당이라고 한자로 쓴 입간판이 서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종업원들이 사장님 오셨냐고 인사를 했다. 우리나라처럼 고개를 숙이는 인사가 아니고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인사를 하였다. 뭐라고 쏼라 거리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식당을 둘러보고 구건호는 놀랐다.

“호텔 내의 식당이라 깨끗하고 넓네. 카페트까지 깔았네.”

구건호는 이렇게 넓고 깨끗한 식당이 5천만 원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깔세라면 보증금이 없으니 나갈 때 돌려받는 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안에 빼먹어야 한단 말이군. 그러면 5천만 원이 싼건 아니겠네.”

테이블이 20개쯤 있었지만 손님은 두 팀 밖에 없었다. 변사장은 뒤쪽 빈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선 종업원들과 대화를 했다. 아마 자기가 없던 동안의 일을 보고 받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변사장은 20대 중반 여성 한명을 데리고 왔다.

“여기서 일하면서 통역일도 하는 사람입니다. 인사들 하지요.”

“김매향이야요.”

여자가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조선족인 것 같았다.

“구건호입니다.”

구건호도 손을 내밀고 악수를 하였다. 변사장이 김매향을 다시 소개했다.

“여긴 종업원이 모두 8명인데 김매향씨는 서빙과 통역 일을 합니다. 난 통역을 자주 쓰진 않았지만 구사장은 만일 이 가게를 인수한다면 통역을 자주 써야 할 겁니다. 김매향씨는 통역 일을 아주 잘합니다.”

구건호는 다시 김매향을 쳐다보았다.

“혹시 조선족이십니까?”

“예, 맞아요.”

동글동글한 김매향이 방실거리며 말했다. 촌스럽기는 하지만 귀염성도 있어보였다.

“카운터는 누가 봅니까? 사장님이 직접 보셨습니까?”

“아니요. 여기 항주 아가씨가 있어요. 저기 손님 식대 계산하고 있는 여자요.”

“아, 예.”

“숙소는 멀리 가실 필요 없이 이 호텔로 정했습니다. 아래층 706호실로 가시면 됩니다. 열쇄 여기 있습니다. 호텔비는 내가 지배인한테 싸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옷 갈아입으시고 한 시간 후에 1층 로비에서 만나지요. 저녁 식사는 건너편 중국식당에서 하지요.“

“좋습니다.”

작은 호텔도 호텔은 호텔이라 갖출 건 다 갖추어져 있었다.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새로 신축한 모텔급은 되어보였다. 구건호는 대충 샤워를 하고 목욕실을 나왔다.

“여기 TV이구나.”

구건호는 호텔 방안에서 TV를 켜봤다.

아나운서가 나와서 뭐라고 말을 하는데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TV 옆에 있는 팜프렛을 보았다. 호텔 안내 팜프렛과 관광안내 지도 같은 것이 있었다.

“글자는 모두 한문인데 내가 배운 한문과 많이 다르네.”

구건호는 공무원과 취업시험 준비를 할 때 국사와 한자 자격시험 3급을 따 놓은 적이 있었다. 한문에 완전 문외한은 아니지만 눈에 들어오는 한자가 몇 개 안되었다.

“이건 비상구 탈출 요령 같은데 안전(安全)이라고 쓴 글자만 알아보겠네.”

구건호는 호텔 침대에 누워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보았다.

“식당은 깨끗하고 좋은데 과연 돈을 벌수 있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헬로우?”

구건호가 할 줄도 모르는 영어로 전화를 받았다.

“변희열입니다. 시간 다 되어가니 슬슬 아래층으로 내려오시지요.”

변사장은 구건호를 호텔 건너편 식당으로 안내를 하였다. 책상만한 커다란 등 2개가 문 앞에 달려있고 서호찬청(西湖餐廳)이란 간판이 붙은 식당이었다.

“어이쿠, 여기 식당도 엄청 크네요.”

식당 종업원들이 방 입구에 보초처럼 서 있다가 서빙을 하였다. 종업원들이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구건호는 메뉴판을 하나도 알 수 없지만 변사장은 손가락을 집어가며 유창한 중국어로 음식을 척척 주문했다.

“변사장님처럼 중국어를 하려면 얼마나 중국에서 있어야 합니까?”

“난 중국어를 잘 하는 게 아닙니다. 중국에 나온 지는 7년 되었지만 구사장님은 젊은 분이라 금방 배울 겁니다.”

“7년이면 적은 세월이 아닌데 너무 겸손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요. 구사장 같은 젊은 분이면 2년이면 다 합니다. 중국 식당에 왔으니 술은 바이지우(白酒)로 하지요. 배갈 말입니다. 식사하시면서 제 식당의 현황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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