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5화 (45/501)

# 45

중국 진출 (1)

(45)

구건호의 가게는 내놓은 지 한 달이 되어도 보러오는 사람이 없었다.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갔다.

“왜 보러 오는 사람도 없지요? 노량진 상권은 원래 유명한데 왜 그러지요?“

“추석이 가까워서 그럴 겁니다. 좀 기다려 보세요.”

부동산 사장은 이말 뿐이었다. 구건호는 몸이 달았다. 시간이 갈수록 손해만 나고 있었다.

“이거 날마다 나와서 주방일 도와주고 변소 청소까지 하는데 남는 게 없으니 내가 헛 지랄만 하고 있네. 전에 공돌이 생활 할 땐 힘들어도 한 달 일하면 월급이 나왔는데 지금은 이게 뭐야. 하면 할수록 손실이니. 에잇! 젓 같아!.”

구건호는 다른 부동산에도 가게를 내놓았다. 인터넷에도 내 놓을까 하고 생각도 했다. 이제는 주방 아줌마까지 속을 썩였다. 가게가 언제 팔릴지 모르니 아줌마의 태도가 불성실해졌다. 오히려 구건호에게 일을 시키는 것 같았다.

“이 쓰레기 좀 버려 주세요.”

“저기 전기 불 좀 꺼주세요.”

이제는 아주 명령조가 되어 기분이 나빴다.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데 옆집 빡빡머리 사장이 왔다.

“가게 나갔어요?”

“보러오는 사람도 없네요.”

“그러지 말고 부동산한테 술값 좀 준다고 해보세요. 신경 좀 써줄 겁니다.”

구건호는 이 말을 듣고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러고 보니 부동산 사장이 참 교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자식! 내가 들어올 땐 아주 싸게 들어왔다고 하면서 나갈 땐 거들떠보지도 않네.”

구건호는 음료수 한통을 사들고 부동산을 찾아갔다. 복비 외에 대포 값 후하게 생각해 주겠다고 하니 그때서야 부동산 사장은 가게 찾는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부동산 주인은 가게를 9,500에 내놓자고 하였다. 들어올 때 그 가격 그대로였다. 이렇게 되면 인테리어 비용 1,200만원만 날라 간 셈이 된다.

“사장님 9,500이라도 넘기셔야지 그대로 가지고 계시면 손해입니다.”

구건호는 임자 만날 때까지 좀 더 버텨보려 했지만 이제 지겨워서 빨리 팔고 싶었다. 청소나 주방 일을 해도 남는 게 없으니 일을 정말 하기 싫었다. 지겨워서 9,500만원에 넘기고 말았다.

가게는 일주일 후에 비우기로 했다.

“에효, 손해가 막심하지만 마음 비우자.”

구건호는 손해는 났지만 가게 양도 계약을 하고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담배 피우러 가는 장소에 나갔다가 옆집 빡빡머리 사장을 만났다.

“사장님과 저는 생체 리듬이 같은 모양이네요. 같은 시각에 똑같이 담배를 피우니 말입니다.”

“하하, 그러게요. 가게는 나갔습니까?”

“나갔습니다. 일주일 후에 비워주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팔고나니 이제 시원합니다.”

“가게 파셨으니 이제 뭘 하실 작정입니까?”

‘당분간 좀 쉬었다 생각하려고요.“

“혹시 아직 다른 계획이 없으시다면 중국식당 한번 인수해 보실 생각 없습니까?”

“짜장면 집이요?”

“아니, 그게 아니고 중국 현지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 말입니다.”

“중국에서요? 나는 중국말도 모르는데요?”

“중국말 몰라도 됩니다. 통역 있으니까요. 우리 막내삼촌이 중국에서 운영하던 식당인데요. 장사는 좀 되는 모양인데 이번에 팔고 한국 들어오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중국 어디인데요?”

“상해 옆에 항주시라고 합니다.”

“무슨 식당인데요?”

‘한식당이라고 합니다. 우리 막내 삼촌은 대기업 부장으로 있다가 퇴직 후 그 식당을 차렸습니다. 생각 있어요?“

“글쎄요. 식당은 지긋지긋해 아직은 당분간 쉬고 싶습니다.”

구건호는 식당 홀에 앉아서 냉장고와 온수기를 처분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빡빡머리 옆집 사장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중국에 계신 우리 삼촌이 내일 모래 한국 나오는데 한번 만나보시겠어요? 가게 팔고 쉬실 때 바람 쏘이러 중국이나 한번 다녀오시지요. 중국에 있는 한국식당은 꼭 인수 안하셔도 됩니다. 단지 중국은 여기와 달라서 이 쌀국수 집 정도의 돈만 들여도 큰 식당을 인수할 수 있어 추천 드리는 겁니다.”

“허허. 글쎄요. 아무튼 알았습니다. 삼촌 오시면 만나 보는 거야 뭐 어렵지 않지요.”

“삼촌이 한국 나오시면 우리 가게도 들릴 테니 그때 한번 만나도록 해드리지요. 부담은 갖지 마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저도 꼭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구건호는 가게가 나갔기 때문에 가게 문도 닫을까 생각했다.

“임대료 때문에 이사 가는 날까진 문 열어 놔야지.”

구건호는 손님 없는 홀에서 밖에만 쳐다보았다. 주방 아줌마는 어디론가 길게 전화만 하고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창피했다.

“옆집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자식은 나만 보면 웃는 게 꼭 비웃는 것 같아. 기분 나빠!”

경리단길 이석호나 양주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 박종석 볼 낯도 없었다.

“그 놈들 한테 쪽팔려서 이거 어쩌지. 인천에 계신 엄마, 아빠에게는 가게 오픈한다고 안 알렸기 다행이다.”

구건호는 카운터 위에 있는 소형 전자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인테리어값, 복비, 주방기구 산 것, 홀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 이게 다 얼마야? 씨팔, 2,000만원은 깨끗이 깨졌네.”

구건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갖고 있는 돈 5억원 다 털어서 식당 했더라면 1억은 털릴 뻔 했네. 만약 50대 퇴직자들이 나와서 이렇다면 더 박살났을 거야. 난 혼자 몸이지만 그 사람들은 자식들 대학도 다니고 살림비용 많이 들어가는데 어쩠겠어.”

이런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쳤다.

구건호는 손님이 없으니 의자에서 꾸벅 꾸벅 졸았다. 비몽사몽간에 앉아 있는데 옆집 빡빡머리 사장이 누굴 데리고 왔다.

“사장님, 일전에 말씀드린 우리 삼촌입니다.”

삼촌이라는 사람이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50대 후반쯤 되는 키가 큰 사람이었다. 직장생활 오래해서 그런지 장사 스타일은 아니었다.

“구건호입니다. 이리 앉으시지요.”

“가게를 파셨다고요? 혹시 중국의 한식당에 관심 있으면 중국 한번 놀러오세요. 중국은 여기보다 투자금액이 많지 않습니다. 이 가게 하는 수준이면 꽤 규모 있는 식당을 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 식당은 몇 평이나 됩니까?”

“100평 정도 됩니다. 호텔 안에 있는 식당입니다. 5,000만원 정도만 투자하셔도 인수 가능합니다.”

“그렇게나 싸요?”

“중국은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 깔세로 주로 임대를 합니다.”

“깔세요?”

“보증금 없이 1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내는 조건이지요.”

‘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 삼아 오셔서 구경하시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가게라는 것이 인연이 닿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허허.”

“사장님은 중국에 언제 들어가십니까?”

“3, 4일 있다가 갈 겁니다. 혹 생각 있으시면 제 조카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 가게는 내일 비워주기로 했으니 제가 모래쯤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지요. 그리고 혹시 여권이 없으시면 지금 만들어 놓으세요. 여권 발급받고 가게 폐업하기 전에 명함가지고 여행사 가시면 1년 짜리 상용비자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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