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4화 (44/501)

# 44

노량진 학원가 음식점 창업 (5)

(44)

오픈 날이 되자 구건호는 말끔히 면도도 하고 새로 세탁한 옷을 입었다.

아줌마들이 오전 10시쯤 출근하여 국수를 삶고 양념을 만들었다. 11시쯤 모든 준비가 되었다. 구건호는 홀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11시 30분쯤 되자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12시경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기다리기도 했다.

구건호는 정신이 없었다. 돈 계산하랴, 손님들이 먹고 난 자리 치우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물마시고 담배 피울 시간도 없었다. 아줌마들도 신이 나는지 연신 국수를 삶고 채에 건져 식히고 양념 국물을 만들었다.

오후 2시쯤 되자 손님들이 줄어들었다. 구건호가 계산을 해보니 얼추 100명은 다녀간 것 같았다.

“진작 이걸 했어야 했어. 옆집은 고기집이라 저녁에 손님이 많은 것 같아도 회전이 안 되잖아. 쌀국수는 후루룩하고 먹고 나서 금방 나가니 회전율도 좋아. 아이템 선정을 누가 했는지 참 잘했어.”

3시쯤 되어 손님이 줄어들자 그때서야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갔다. 담배 피우는 장소에 나가니 옆집 빡빡머리 사장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쌀국수 집만 돈 버는 것 같네요.”

“점심 손님만 100명 넘는 것 같습니다.”

“대박이네요. 5시 지나면 또 저녁 손님 몰려 올 겁니다.”

“저녁도 점심시간만큼 올 가요?”

“그럼요. 저녁시간은 길어서 많이 옵니다.”

"양파나 고기를 더 주문해야 될 것 같네요.“

“축하드립니다. 개업빨이 일주일은 갑니다. 그 이후가 중요하지요.”

“개업빨요?”

“일주일 지나서 매출이 조금씩 더 늘거나 현상유지면 성공한 거지요. 하지만 일주일후 매상이 줄면 고전한다고 봐야지요. 쌀국수 집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 성공하겠지요. 뭐.”

빡빡머리 사장이 이야기한대로 오후 5시가 넘자 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저녁에는 후배 박종석과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석호가 휴지를 사들고 같이 왔다.

“야, 손님 많다.”

“형, 축하해. 가게도 예쁘고 손님도 많네. 우리도 한번 먹어보지. 한 그릇씩 줘. 돈은 낼게.”

“너한테는 안 받는다.”

“무슨 소리. 영업은 영업이고 친한 건 친한 거니까 돈은 받아야 돼.”

“허허. 그래?”

“어? 형! 그런데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그러게. 전에 볼 때보다 엄청나게 빠졌는데?”

이석호도 놀란 듯이 말했다.

“개업 준비하느라고 바빠서 그런지 살이 홀쭉해졌네. 하긴 나도 경리단길에서 장사 시작할 때 그랬으니까.”

이석호와 박종석이 베트남 쌀국수를 후루룩 대며 먹었다.

“모처럼만에 와서 술이라도 한잔 사야 되는데 국수 대접해서 미안하다.”

“별소리! 우리가 축하해주러 왔지 술 마시러 왔나?”

“맛있냐?”

“글쎄... 베트남 국수라 우리입맛엔 맞는지 모르겠네.”

구건호는 옆 자리에 있던 공시생에게 다가갔다.

“학생! 맛이 괜찮지요?”

“예, 괜찮아요.”

그러면서 공시생은 국수를 반이나 남기고 갔다.

이석호와 박종석이 먹고 나서 일어섰다.

“좀 더 있다가지 벌써 일어 나냐?”

“무슨 소리! 영업하는데 우리가 일어서야지.”

“멀리서 왔는데 미안하다.”

“쉬는 날 소주 한잔 하지. 그날은 이 가게에 와서 마셔도 되겠네.”

“그래, 꼭 와라. 내가 한번 쏠게.”

이석호가 가다말고 뒤돌아서서 말했다.

“지금은 개업빨이야. 일주일 후가 중요해. 단무지는 좀 풍족히 주고 고수도 더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아끼지 말고 줘.”

“그래, 고맙다.”

밤 9시가 넘자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옆 가게들은 술을 팔기 때문에 지금이 손님이 많을 때였다.

10시가 되어가자 아줌마들이 자기들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고생들 하셨어요.”

“사장님도 고생하셨어요. 내일 뵈요.”

아줌마들이 나가고 10시가 넘자 손님도 끊어져 구건호는 홀의 불을 반쯤 소등하고 오늘 번 돈을 계산해 보았다. 현금 들어온 것 하고 카드 계산한 것을 합치니까 84만원이 들어왔다.

“흠... 240그릇이 나갔다는 이야기네.”

구건호는 현금을 세고 또 세었다.

“오늘같이 매상이 유지된다면 한 달에 2,520만원! 재료비와 인건비 빼면 7, 800은 남겠는데? 그래도 대기업 임원 연봉 수준은 되네.”

구건호는 가게를 정리하고 모든 불을 소등 했다. 오늘 번 돈의 절반은 현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현금을 손가방에 넣고 나왔다. 바깥바람이 시원했다.

“오늘 첫날이라 이제 피곤하네. 돈좀 벌었으니 맥주와 안주 좀 사갖고 집에 가자.”

구건호는 맥주와 오징어포, 땅콩을 사들고 손가방을 크게 흔들며 집으로 갔다.

이튼 날도 바빴다. 그러나 첫날보다는 손님이 약간 줄어 200명 남짓했다. 셋째 날은 어떤 놈이 인터넷에 새로 개업한 쌀국수 집은 맛탱이가 별로라고 올려서 그런지 손님이 확 줄었다. 150명 남짓 했다.

“이거 정말 개업빨인가?”

구건호는 슬슬 걱정이 되었다. 걱정이 되는 건 아줌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줄어서 그런지 아줌마들도 한가해져 서로 농담도 하고 그랬다. 금요일, 토요일은 공시생들이 술집으로 몰려가는지 손님이 통 없었다. 옆집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사장네 술집은 잘되었다. 밤이면 손님이 바글바글하였다.

“사장님네는 잘되네요.”

구건호가 화장실을 갔다 오다가 밖에 서있는 기생오라비 사장을 만나서 한마디를 했다. 기생오라비는 미소만 짓고 얼른 자기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일주일 지나니까 손님은 70명 내외에서 맴돌았다. 이후부터는 일기가 나쁜 날이나 주말을 제외하곤 손님이 항상 70명 수준에서 늘거나 줄지도 않았다.

“70명 수준이면 한 달 매출이 700만원 조금 넘는데 이거 걱정되네. 700만원에서 재료값 400빼고 아줌마 인건비 빼고 월세 주면 하나도 안 남네. 맛은 건너편 베트남 집 하고 별 차이 없는데 이게 뭔 일이야?””

구건호는 고민 끝에 아줌마 한분을 내보냈다.

“휴 -.”

구건호는 창피했다. 옆집가게 사장들한테 창피했고 건물 주인한테도 창피했고 경리단길의 이석호나 양주에서 일하는 후배 박종석에게도 창피했다.

주방 아줌마가 한분 나갔어도 일의 공정은 똑 같아서 구건호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구건호는 아침마다 아줌마가 나오기 전에 청소를 해야 했고 식자재를 조달하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 저녁에 아줌마 퇴근하고 홀 정리하는 일 등 모두 혼자 다 처리했다.

“내가 몸 고달픈 건 좋은데 돈도 못 벌고 헛고생만 하니 그게 문제네.”

3개월이 지나자 구건호는 손을 들고 말았다. 가게를 내놓았다. 밖에 나가 담배 피우는 일만 늘어났다.

빡빡머리 옆집사장이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구건호를 만났다.

“사장님네 가게 내놓았다면서요?”

“힘들어서 내놓았어요. 손님도 늘지 않아 힘드네요.”

“가게는 보러 오는 사람 있습니까?”

“참, 보러오는 사람이 없네요. 가격이 쌔서 그런가?”

“얼마에 내놓았지요?”

“들어올 때 9,500에 들어왔고 인테리어비용 1,200 들어갔으니 1억1천에 내놓았어요.”

“1억 1천이요? 에이, 그러면 가게 안 나갑니다. 저 건너편 맥주집도 가게 내 놓았는데 1억에 내놓았어요. 여기보다 평수도 크잖아요.”

구건호는 슬슬 공포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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