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3화 (43/501)

# 43

노량진 학원가 음식점 창업 (4)

(43)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다. 식탁 10개와 의자 44개를 홀에 깔아 놓으니 그럴 듯 했다. 아직 간판은 오지 않은 상태였다. 간판은 맨 마지막에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주방기구도 대충 들여 놓았다. 주방기구는 큰 것부터 작은 것 까지 준비할 것이 많았다.

“행주도 빠지고 주방용 라이터도 사와야겠다. 퐁퐁도 사야 되고 쓰레기봉투도 사다 놓아야 할 것 같다. 또 빠진 것 없나? 주방 아줌마 앞치마도 다이소에 가서 사와야겠다. 그런데 옆 가게 조선족 주방 아줌마한테 아는 사람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통 연락이 없네.”

구건호는 인터넷을 뒤져 동작구에 있는 직업소개소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소개소죠? 주방아줌마 구하는데요.”

“일당 쓰실 거예요?”

“아니요. 계속 일하실분 찾습니다.”

“지금 없어요. 연락처 알려 주시면 연락드리지요.”

구건호는 급한 나머지 조선족들이 많이 산다는 대림동을 찾아 갔다.

“하이고, 여기도 완전히 딴 나라 같네. 간판이 전부 중국 글씨야!”

직업소개소가 여러 곳 있어 문을 두드렸으나 일요일이라 전부 문을 닫았다. 간판에 쓰여 있는 상호와 전호번호만 메모한 후 다시 노량진 가게로 왔다.

월요일이 되었다.

“아줌마 못 구하면 큰일인데. 오늘 간판 달러 오는 날인데!”

구건호는 9시가 넘자마자 어제 알아둔 대림동 직업소개소에 전화를 했다.

“직업소개소죠? 주방에서 일하실 아줌마 구하는데요?”

“일당으로 쓰실 거예요? 월급제로 하실 거예요?”

“월급제요!”

“거기 위치가 어떻게 되지요?”

“노량진요.”

“노량진 어디쯤 되지요?”

“여기 찾기가 힘드니 노량진역까지 오시면 모시러 가겠습니다.”

“한분만 필요하신가요?”

“아니요. 두 분 입니다.”

“지금 적당한 사람이 없는데 바로 연락드리지요.”

구건호는 다른 직업소에 또 전화를 해보려고 폰에 입력해 두었던 전화번호를 찾았다. 전화번호를 찾는 도중 방금 전화한 직업소개소에서 전화가 왔다.

“마침 두 분이 왔네요. 10시30분까지 노량진역으로 가라고 하면 되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빨리 오세요.”

“사장님네 가게 상호와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오늘 가시는 아줌마 성함은 최옥란, 방월화입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아줌마 이름을 메모하면서 이름이 참 촌스럽다고 생각되어 웃음이 났다.

시간이 되어 노량진역으로 나갔다. 2층 대합실에 나이든 아줌마 두 사람이 서있는데 조선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방월화씨입니까?”

“아, 베트남 쌀국수집 사장님이세요?”

둘 다 60대 초반으로 보였다. 조금 젊은 분이 왔으면 좋았겠는데 60대라 걱정은 되었다. 인상들은 괜찮은 것 같고 시간도 없어 쓰기로 하였다.

“여기서 가게가 멀어요?”

“10분이면 됩니다. 저기 보이는 길 건너 주유소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아줌마들이 따라오다가 미로 같은 골목이 많으니 투덜거렸다.

“내일 아침에 올 때 찾기 힘들겠는데.”

“저 약국 옆으로 꺾어지면 됩니다.”

아줌마들과 함께 가게로 오자 커다란 트럭이 가게 앞에 서 있었다.

“간판을 달러 온 사람들이구나!”

트럭은 막 도착했는지 짐을 내리고 있었다.

구건호는 아줌마들을 주방 안으로 안내했다.

“내일 개업이니 오늘은 시험 삼아 한번 만듭니다. 쌀국수 만들 줄 아세요?”

“그럼요. 중국에서 만들어 봤지요. 그런데 여기 모자 없어요?”

”모자요? 무슨 모자?“

“주방에서 머리카락 날리지 말라고 쓰는 주방모자 있잖아요.”

“아, 그거. 바로 준비해 드리지요. 오늘은 그냥하시고요.”

구건호는 주방모자 준비하는 것을 몰랐었다. 역시 식당 개업에는 사소한 준비물들이 많았다.

“여기 월급은 얼마에요? 그리고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지요?”

구건호는 그동안 옆집 가게 사장들에게 정보를 얻은바 있었다. 옆집 가게 수준대로 말했다.

“아침 10시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합니다. 식당들은 근무시간이 길어 10시로 했습니다. 지하철 퇴근하는 데는 지장 없을 것입니다.”

“예, 그 시간이면 좋아요. 한 달에 두 번 쉬지요?”

“예,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월급은 190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먼저 있던 식당에서는 200받았는데.”

“그럼 200만원 맞춰드리지요.”

아줌마들은 경험이 많았다. 일하는 폼이 달랐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국수를 척척 삶고 양파와 대파를 귀신같이 다듬고 고기를 썰었다. 구건호가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이 집에 없는 게 너무 많아요. 한번 적어 보실래요?”

아줌마들이 없는 물건을 불러주는데 구건호가 미처 생각지 못한 물건들이 많았다. 다행히 신당동 주방시장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철물점이나 다이소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간판 달은 것 한번 와서 보세요!”

간판업자들이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구건호가 뛰어 나갔다. 간판을 달으니 가게가 비로써 살아난 듯한 느낌이었다. 지나가던 공시생들이 간판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

“어? 베트남쌀국수? 여기도 생겼네. 이따 우리 이것 먹으러 오자!”

공시생들의 말을 듣고 구건호는 흐뭇했다.

“됐다. 공시생들이 관심을 갖는구나. 이제 나는 돈을 쓸어 모을 일만 남았다.”

옆집 가게 사장들도 간판을 보러 나왔다.

“근사하네요. 내일 오픈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한번 먹으러 오지요.”

“고맙습니다.”

오후에는 입간판도 도착해 문 입구에 세워놓았다. 벌써 오픈한줄 알고 손님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내일 개업합니다.”

구건호는 하루 300그릇은 자신 있게 팔릴 것 같았다.

국수 한 그릇에 3,500원으로 정했으니 300그릇이면 하루 매상이 105만원! 한 달이면 총 매상이 3,150만원! 이중 재료비 1,000만원에다가 인건비 400, 가게 월세 160, 기타 경비 100 잡으면 한 달에 1,400만 원 이상 떨어지겠는데!“

구건호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아니, 가만. 하루 400그릇 팔리면 얼마나 될까?”

구건호는 스마트폰에 달린 계산기로 계산을 해보았다.

“월 매출 4,200만원! 2,000은 떨어지겠다! 야, 대기업 임원 부럽지 않다!”

구건호는 기분이 붕 떴다.

베트남 쌀국수집 개업식 날이 되었다.

인테리어 업자와 식자재 가져오는 집에서 축하 화환을 보내주어 가게 입구에 세워 놓았다. 잠시 후에 난초 화분이 들어왔다. 양주시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 박종석이 보내온 것이었다.

“화환2개와 난초를 문 입구에 세워놓으니 그럴듯한데!”

구건호는 자꾸 얼굴에 미소가 번져 표정관리를 해야 될 것 같았다. 후배 박종석한테 전화가 왔다.

“형! 축하해! 퇴근하고 한번 들릴게.”

“아휴, 그렇게 먼데서? 무리하진 말아. 화분은 잘 받았다. 고맙다.”

구건호는 졸지에 사장소리 듣고 돈도 긁어모으게 생겼으니 기운이 막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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