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노량진 학원가 음식점 창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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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는 요식업 중앙회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받으러 갔다. 종로 5가에 있는 기독교 문화회관 옆에 있는 연강빌딩 강당에서 한다고 하였다.
“우와, 사람도 많네. 이게 다 식당하려고 온 사람들인가?”
구건호는 반은 졸면서 반은 흥미를 갖고 교육을 받았다. 강사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도 있었다.
“여러분! 여기 모이신분이 500명이라면 이중 300명은 3년 안에 문을 닫습니다. 이게 우리 현실입니다.”
그럼 5년 안에는 얼마나 문을 닫을까. 구건호는 열심히 메모를 했다.
“우리나라는 인구 비례하여 식당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인구 75명당 1개입니다. 그러니 서로 피 터지는 경쟁과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식당 1개당 인구 100명이 넘습니다.”
“이거 참, 정신 바짝 차려야겠군.”
구건호는 우리나라에 식당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새삼 긴장을 하였다.
구건호는 노량진 지역을 관할하는 동작 세무서도 들렸다. 사업자 등록을 내기 위해서였다.
“사업자 등록을 내려면 가게 계약서를 가져가야 한다고 했지?”
세무서도 사람이 많았다. 번호표를 뽑고 한참 기다린 끝에 차례가 왔다. 기다리는 동안 홀 안에 인적사항이나 주소 같은걸 미리 입력하는 기기가 있어서 편했다.
“일반과세자로 하실 겁니까? 간이과세자로 하실 겁니까?”
“예?”
구건호는 이 말을 잘 몰라 당황했다.
“베트남 쌀국수집을 할건데요.”
“일반과세자로 하겠습니다.”
담당직원은 몇 가지를 컴퓨터에 입력하더니 금방 사업자등록증 원본을 만들어 뽑아주었다.
“다 됐습니다.”
“헉! 이렇게 빨리.”
세무서장의 직인이 선명히 찍힌 사업자등록증이 나왔다. 졸업장처럼 빳빳한 종이로 되어 있었다. 식당들 대부분 카운터 위쪽에 사업자등록증을 액자로 하여 걸어놓고 장사를 하는 것을 구건호도 본적이 있었다.
“이제 내 이름으로 사업을 하게 되는 것인가?”
구건호는 사업자 등록증을 받고 흐뭇했다.
“참, 보건소에도 가야지!”
구건호는 보건소에 가서 신체검사도 받았다. 성병이 있는지 소변검사까지 받았다.
“참, 팔자에 없는 별짓을 다하네.”
교육도 받고, 사업자 등록증도 내고, 보건증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계약한 가게의 튀김집이 나갔다. 잔금도 다 주었다. 구건호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전에 튀김집 좌우 옆집의 사장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모두 음심점들인데 사장들이 구건호 또래의 젊은이들이었다. 좌측에 있는 식당 주인은 기생오라비처럼 깔끔하게 생겼고 우측에 있는 고기집 사장은 머리를 빡빡 깎고 콧수염까지 기른 사람이었다. 꼭 일본 야쿠자처럼 생겼다.
“사장님네 가게는 뭐를 하실 겁니까?”
“사장님?”
사장이라고 불러주니 구건호는 기분이 이상했다.
“베트남 쌀국수집을 할겁니다.”
“아, 쌀국수! 아이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업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이거 다 뜯어내야 합니다. 전등도 다시 갈고 바닥도 새로 해야 합니다.”
“얼마나 비용이 들어갈 것 같습니까?”
“견적을 내보지요.”
인테리어 업자가 견적을 내었다. 1200만원이 나왔다.
“힉! 1200만원! 좀 깎을 수 없습니까?”
“싸게 한 거예요. 사장님! 그럼 바닥공사나 벽지공사 한군데를 뺄 가요?”
“흠.... 에이, 그대로 해주세요.”
공사가 시작되었다. 인테리어 업자들은 승합차에 장비를 싣고 다녔다. 뚝딱 거리는 망치 소리와 그라인다로 가는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가게 앞에 인테리어 자재도 수북이 갖다 놓았다. 구건호는 날마다 나와서 감독을 했다.
“사장님, 벽지는 이 색깔이 어떠세요?”
“사장님, 선반은 이쪽에 하면 되지요?”
인테리어를 하는 인부들은 구건호에게 연신 사장이라고 불렀다. 공사 감독을 하고 서있는데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다.
“사장님이세요? 식자재 납품하는 사람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새로 개업하실 거예요? 사장님이 좋게 생기셨네. 쌀은 우리 집 것 써보세요.”
여기저기서 사장이라고 부르니 비로써 식당 주인이 된 실감이 났다.
식당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니까 식당 주인이나 주방장들은 옆 골목 화장실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구건호도 담배 생각이 나서 화장실 앞으로 갔다. 화장실 앞에는 이미 옆집 빡빡머리 사장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인테리어는 다 되어 갑니까?”
“내일 끝납니다. 그동안 시끄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제 주방기기 사느라고 또 바쁘겠네요.”
“주방기기는 어디서 사는 게 좋겠습니까? 남대문 시장이 좋겠습니까?”
“남대문요? 신당동으로 가 보세요. 주방기구 시장이 있잖습니까?”
“아, 신당동에도 있습니까? 황학동에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위치를 잘 몰라서요.”
“식당 처음 하세요? 황학동 주방시장이 신당동에 있는 겁니다. 주방기구 시장이 황학동과 신당동에 걸쳐서 있잖아요.”
“아, 그런가요?”
“사장님은 전에 직장에 다니셨는가요?”
“예, 그렇습니다. 충남 아산에서 직장생활을 좀 했습니다. 사장님은 식당 오래하셨습니까?”
“예, 나는 좀 됐습니다. 일본서 요리학원 다녔습니다.”
“아, 그러세요? 전문가이셨군요. 사장님은 헤어스타일이 참 독특하십니다.”
“아, 이거요?”
빡빡머리 콧수염 사장은 왼손으로 자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부러 깎은 거예요. 음식에 머리카락 날리면 안 되잖아요.”
이 말에 구건호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이 사람이 프로구나!”
구건호는 빡빡머리 사장에게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옆집에 호리호리하고 깔끔하게 생긴 사장님은 오전에만 보이고 잘 안보이네요.”
“아, 그 사람이요? 그 사람은 가게를 여기 말고 3군데나 더 가지고 있어서 바쁩니다.”
“3군데 나요? 나이는 우리 또래인 것 같은데.”
“그 사람 사업 수완이 좋아요. 중앙대 상대를 나오고 바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는데 벌써 가게가 3개나 됩니다. 외제차 타고 다니는 것 보세요.”
구건호는 기생 오라비처럼 생긴 옆집 사장도 보통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강호에는 고수들이 많아.”
구건호는 아직도 자기는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다.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신당동 주방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우와, 전부 주방에서 쓰는 물건들이네!”
구건호는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솥이란 솥은 다 있고 그릇이란 그릇은 다 있네.”
시장은 길었다. 끓이는 도구, 삶는 도구, 튀기는 도구, 별별 도구들이 다 있었다. 식당에서 쓰는 가구 파는 상점도 많았다.
“역시 강호는 넓어.”
구건호는 식탁부터 사야 될 것 같아서 검정색과 붉은색이 들어있는 색깔의 테이블과 의자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