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노량진 학원가 음식점 창업 (2)
(41)
구건호는 노량진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에 들렸다.
전에 홍대 앞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자신감을 가지고 들렸다.
“저 안쪽으로 한 20평짜리 매물 있어요?”
구건호는 노련한 경험자처럼 질문했다.
“15평짜리 있는데 해보실 생각 있습니까? 위치도 괜찮은데.”
“한번 볼까요?”
구건호는 주인을 따라 15평짜리 가게를 보았다.
“가게 동선(動線)이 좀....”
“간판 새로 하고 불 좀 밝히면 좋을 겁니다.”
“얼마에 나왔다고 했지요?”
“1억 2천!”
“평수에 비해 가격이 쎄요.”
구건호는 경험자처럼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연락처 줘요. 좋은 매물 나오면 연락드리지요.”
구건호는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부동산 사무실을 나왔다. 그 사이에 홍대 앞에 있는 부동산에선 포차 왜 계약 안하냐고 성화였다. 1억 4천까지 작업해 놓았으니 빨리 오라고 독촉이 심하였다.
“구건호 호락호락 보지마라. 나도 빠꾸미다!”
구건호는 알았다고 대답만 하고 홍대는 다시 가지 않았다.
구건호는 노량진에 있는 다른 부동산에 또 들렸다.
“식당 할 만한 자리 나온 것 있어요?”
“일단 앉으세요.”
“나온 것 있어요?”
“3억짜리 하나 있네요. 40평짜리! 지금 닭발 볶음집인데 위치 죽여줘요.”
“아휴, 그건 너무 비싸요. 1억 내외짜리 없어요?”
“안쪽에 하나 있긴 한데, 주인이 자꾸 말을 바꾸어서. 꼭 생각 있다면 내가 거래 한번 붙여보죠.”
“말을 바꾸다니 무슨 말씀인지?”
“어제는 1억에 내놓았다가 오늘은 1억2천, 또 내일은 1억1천, 이런 식이에요.”
“몇 평짜리인데요?”
“18평인데 그 사장이 그 자리에서 가게 오래한 사람이에요.”
“구경할 수 있어요?‘
“계약금 가져왔어요? 그냥 찔러보기 하면 안돼요.”
“아니요. 위치 마음에 들면 당장 계약할 수 있어요.”
“좋소. 그럼 갑시다!”
찾아간 곳은 튀김 통닭집이었다. 골목 안으로 한참 들어갔지만 가게 뒤 언덕 쪽으로 고시원들이 많이 있어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게는 오래되어서 그런지 지저분했다.
“저 가게 인테리어 새로 하면 금방 분위기 달라집니다.”
“나온 가격이 1억이라고 했나요?”
“저 가게 주인 놈 내가 맘에 안 들어서 9,500으로 한번 후려쳐 볼게요.”
부동산 주인은 구건호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튀김집 사장이 벽에 붙은 TV를 보다가 깜작 놀라 일어섰다.
“가게 찾는 손님이 있어 한번 모시고 왔어요. 사장님, 가게 1억이면 안나갑니다. 9,500도 쎄다고 해서 이분 억지로 모시고 왔어요.”
“옆에 가게도 1억 2천 주고 들어왔다던데...”
“아, 옆가게 하고 여긴 틀리지요. 사장님 그러시면 가게 안나갑니다. 사장님 잠깐 저 좀 보지요.”
부동산주인은 구건호를 가게 안에 놓아 둔 채 튀김 사장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둘이 한참동안 뭔가를 쑥덕거렸다. 둘이 다시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생각 좀 해보시겠답니다. 다른 가게 나온 것 있으니 또 한 번 들러보죠.”
부동산 주인은 구건호를 데리고 나가면서 구건호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다른 곳에 20평짜리 나온 것이 9,500에 나왔다고 하니까 약발이 좀 먹히는 것 같네요. 튀김집 사장이 처음부터 고분고분했으면 내 이러지 않는데. 잘하면 9500에 끊어질 것 같으니 내일 내가 연락하면 바로 계약금 가지고 오세요. 임대보증금 2,500에 권리금 7,000입니다. 월세는 160이고요.”
“계약금은 10%죠?”
“가게 처음하십니까? 나는 몇 년 해보신 분으로 알았는데.”
“아니, 지방에서 장사해서.”
“내일 계약이 된다면 건물주인하고는 2,500에 계약합니다. 나머지 권리금은 튀김집 사장한테 주면 됩니다.”
“예, 그건 알고 있습니다.”
구건호는 부동산 주인한테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혼자서 다시 튀김집을 가보았다. 자세히 더 보고 싶었다.
“흠... 괜찮을 것 같은데. 인테리어를 좀 하면 확 달라질 것 같은데.”
구건호는 가게를 보고 또 보았다. 보고 있는데 튀김집 사장이 밖으로 나왔다.
“이크, 들킬라!”
구건호는 튀김집 사장한테 들키면 쑥스러울 것 같아 얼른 옆 골목으로 숨었다.
구건호는 다음날 부동산 주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계약금을 들고 튀김집으로 갔다. 오전이라 가게 손님은 없었다.
“9,500이면 가게 잘 팔은 겁니다.”
부동산 주인의 말에 튀김집 사장은 입을 헤 하고 벌렸다. 잠시 후에 가게 안으로 70대 노인이 들어왔다.
“건물 주인이세요. 인사하세요.”
구건호는 노인한테 인사를 했다. 부동산 주인은 건물 주인하고 잘 아는 모양이었다.
“사장님은 점점 젊어지는 것 같네요. 혈색이 더 좋으신 것 같은데요.”
“좋긴, 뭘.”
건물 주인은 부동산주인의 말에 싫지는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건물 사장님은 교회 장로님이십니다. 건물 주인은 좋은 분 잘 만나셨습니다. 건물주인 잘 만나는 것도 복입니다.”
구건호는 다시 한 번 건물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홍대앞 포차 건물주인도 교회 장로라고 했는데 건물주인들은 교회 장로가 많은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건물주인이 구건호를 돌아보고 말했다.
“무슨 장사를 한다고 했지요?”
“베트남 쌀국수요.”
건물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튀김집 사장은 좀 걱정스러운 듯이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구건호는 건물주인에게는 계약금 없이 2,500만원을 모두 주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튀김집 사장은 1,000만원만주고 나머지 6,000만원은 열흘 후 이사 가는 날 주기로 했다.
구건호는 계약서를 들고 다시 부동산 주인과 함께 부동산 사무실로 왔다.
‘사장님 식당 처음하신다고 했지요?“
“예? 아, 지방에서 잠간 한 적은 있습니다만.”
“새로 하시면 튀김집 사장이 나가기 전에 그동안 교육도 받고 사업자등록도 내시고 해야 됩니다. 보건증도 만들어야 하고요.”
“예? 보건증요?”
“허허, 글쎄, 이렇다니까. 아, 그리고 복비 지금 주세요. 1억짜리 9,500에 깎느라고 약 팔았으니까 복비 외에 100만원 한 장 더 얹어주셔야 합니다.”
“예? 100만원이요?”
“그것도 싸게 부른 거예요.”
구건호는 할 수없이 지갑에서 100만 원짜리 수표 하나를 더 꺼냈다. 혹시 돈 쓸데가 더 있을지 몰라서 수표로 몇 백만 원을 더 찾아 논 것이 있었다.
부동산 주인은 복비와 100만 원짜리 수표 하나를 더 받아 안주머니에 넣으면서 눈웃음을 쳤다.
“혹시라도 가게 파시고 나갈 땐 우리가 또 성의껏 돌보아 드립니다. 다 상부상조하는 것 아닙니까?”
부동산 주인은 냉장고에서 박카스 한 병을 꺼내 구건호에게 주면서 말했다.
“식당을 하시려면 요식업 중앙회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하루 받으셔야 됩니다. 그리고 사업자 등록은 오늘 작성하신 계약서 가지고 동작 세무서에 가시면 됩니다. 가실 때 주민등록증 가지고 가는 것 잊으시면 안 됩니다.”
부동산 주인은 처음부터 구건호가 식당을 새로 시작하는지 감을 잡았었다.
“보건증은 어디서 만듭니까?”
“장승배기 아시죠? 노량진 초등학교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상도동 장승배기 사거리가 나오는데 거기 동작보건소가 있어요. 거기 가서 검사받고 만들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