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40화 (40/501)

# 40

노량진 학원가 음식점 창업 (1)

(40)

구건호는 노량진에 싸고 맛있는 베트남 쌀국수집을 열기로 했다.

노량진에는 쌀국수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량진역 건너편에 있는 마을버스 다니는 2차선 도로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공단기 학원이 있고 신한은행이 있다. 이 뒷골목에 베트남 쌀국수집이 있다. 엄청 장사가 잘되어 KBS에 방송도 탄 식당이었다. 식당 주인아저씨의 젊은 부인이 베트남 여성이었다.

“베트남 쌀국수집 사장은 원래 공단기 학원 앞 도로의 포장마차에서 컵밥을 팔았었다고 했지. 나라고 못할 리가 있나.”

구건호는 다른 장사보다는 쌀국수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엄마가 국수를 삶아 채에 건졌다가 멸치와 파와 간장을 섞어 만든 국물을 부어 만든 국수를 자주 먹던 기억이 있었다.

“한국 밀가루 국수나 베트남 쌀국수도 만드는 과정이야 비슷하지 않겠나.”

구건호는 오늘도 베트남 쌀국수집을 들러 음식을 몰래 사진 찍고 내부시설과 간판도 사진 찍었다.

“장소는 공단기 학원이 제일 유동인구가 많지만 건너편 시장 골목도 좋다.”

공단기 학원은 공무원 단기과정을 줄인 이름이다. 대한민국에서 공시생들의 메카인 노량진에는 공단기, 경단기 하는 이름의 학원 간판들이 많았다.

“길 건너 주유소 안쪽에 있는 다이소 골목 안으로 들어가 가게를 열자. 그쪽에는 이런 쌀국수집이 없지 않은가? 이쪽 쌀국수집은 베트남 여성이 직접 하는데 내가 하면 짝퉁이라고 하지 않을까? 아니야 쌀국수에 베트남 냄새를 좀 줄이고 한국식 맛을 약간 내주면 먹으로 온 사람들이 오히려 더 좋아할지도 모르지.”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계속 자료 조사를 했다. 쌀국수 만드는 법은 인터넷에 나와 있어 모두 프린트해 두었다.

“칠리소스나 호이신스, 스리라차 같은 건 인터넷 구매해도 되지만 직접 안산 도매상엘 가보자. 내가 이런 베트남 소스들은 사진으로만 보았지 직접 보지는 못했지 않은가.”

구건호는 지하철을 타고 안산을 가보도록 했다.

구건호는 1호선 지하철을 타고 금정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탔다.

“이쪽에 오니까 지하철 안에 외국인들이 많이 탄 것 같네.”

구건호가 다녔던 화성의 플라스틱 공장이나 포천 공장, 양주 공장 등에도 외국인들은 있었다. 그러나 이쪽은 외국인들이 더 많이 사는 것 같았다.

구건호는 안산 역에서 내렸다. 지하도를 건너가는데 역시 외국인들이 많았다. 길을 건너가니 길가에 앉아있는 노동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선족이나 베트남, 필리핀은 물론 얼굴이 까무잡잡한 인도 계통의 사람들도 보였다. 턱수염을 기른 사람들도 있었고 터번 같은 것을 쓴 사람도 있었다.

“야, 여기는 완전히 딴 나라 같네. 대한민국에 이런 곳도 있었다니.”

간판들도 베트남어인지 태국어인지 이상한 글씨들도 보였고 중국인을 상대로 한 한문 간판도 보였다.

“대한민국은 이제 다문화 사회야.”

구건호는 베트남 식재료를 사러 온 것도 잊고 시장 구경을 했다. 다리가 아파올 무렵 ‘월드마켓’이라고 쓴 도매상을 발견했다.

좁은 공간에 외국 상품을 많이 싸놓았고 사람들도 많았다. 구건호가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 카운터에 있는 남자에게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주었다.

“베트남 소스인데 이것 있습니까?”

“저기 선반 위에 있잖아요.”

구건호가 보니 사진에서 본 그 빨간 병이었다. 구건호는 그 병을 보자 이상하게 소름이 돋았다.

“그래, 이거다!”

쌀국수도 있었다. 바짝 말려놓은걸 비닐봉투에 포장해 놓았다.

“사장님, 이 쌀국수는 얼마씩 합니까?”

“장사 하실 거예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싸게 드리지요. 태국 식당 하실 거예요?”

“아니요. 베트남 쌀국수인데요.”

“손님이 든 건 태국에서 만든 타이누들이에요. 두께 5미리짜리요.”

“예? 이것이 태국건가? 알파벳 위에 점찍은 글씨들이 똑같은 것 같아서.”

“옆에 있는 것이 베트남 것이에요. 한글표시도 있잖아요. 반포코라고.”

“아, 예. 그렇군요. 이걸 가져가겠습니다.”

“그건 한 봉지에 500그람짜리에요. 몇 박스 가져가실 거예요?”

“아니, 오늘은... 다른 소스재료 더 보고 말씀드리지요.”

“그렇게 하세요.”

도매상 주인은 다른 손님도 많아 정신이 없어 구건호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구건호는 각종 소스와 쌀국수 몇 봉지를 바구니에 담았다. 소스는 두병을 산 것도 있지만 가져가기가 무거울 것 같아 들었다 놓았다 하였다.

“집에 가서 연습용으로 쓸 것은 이것으로 충분하겠지.”

구건호는 몇 일 집에서 쌀국수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사장도 직접 만들 줄 알아야지. 그래야 주방 아줌마들한테 휘둘리지 않겠지.”

구건호는 샘플 몇 개씩 든 바구니를 가지고 카운터에 갔다.

“장사하신다면서 이것만 가져가실 거예요?”

“네, 아직 오픈을 안 해서 우선 연습용만 가져갈까합니다.”

“가게를 어디다 내실 건데요?”

“노량진요.”

“노량진도 한군데 있는데.”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오픈할겁니다.”

도매상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량진은 수험생들이 많아 장사가 잘 될 겁니다. 나중에 물건 필요하시면 택배도 가능하니 우리 집 명함 하나 가져가세요.”

“고맙습니다. 자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도매상에서 산 물건을 들고 지하철역으로 나왔다. 산 물건이 처음엔 가벼웠는데 계속 들고 걸으니 팔이 아팠다.

“다, 이게 성공의 첫 걸음이야. 나중에 내가 음식 재벌이 되어 성공사례 발표하는 날이 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그때 안산 도매상에서 직접 물건을 들고 팔이 떨어지는 아픔을 무릎쓰고 노량진까지 들고 왔다. 라고 말이야.”

구건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구건호는 쌀국수를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시장에 가서 소고기와 숙주나물 마늘, 파, 양파, 생강 등을 사가지고 왔다. 청양고추와 고수도 마트에서 사가지고 왔다. 고수가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빈대 냄새가 나는 미나리처럼 생긴 야채였다. 이게 들어가야 베트남 쌀국수 맛이 났다.

“소고기는 찬물에 핏물을 빼라고 했지.”

구건호는 쌀국수 만든다고 방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처음엔 만들기 힘들지만 자주 하다보면 숙달 되겠지. 앗, 뜨거워! 국물 조심해야겠다.”

구건호는 가게에서 파는 쌀국수를 비슷하게 만들어 내었다.

“식재료는 한번 씻어서 다듬어 놓으면 되고 국물 맛은 소스가 다 있으니 어려울 것 없을 것 같고,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나? 어디 맛 좀 보자 내가 만든 쌀국수를”

구건호는 자기가 만든 쌀국수 맛을 보았다.

“괜찮은데? 베트남 여자가 만드는 것 하고 별반 다를 바 없는데?”

원래 자기가 만든 음식은 다 맛있는 법이다. 구건호는 자기가 만든 국수를 달게 먹었다. 후배 박종석이나 엄마 아빠가 옆에 있다면 한번 맛보라고 주고 싶었다.

“됐어. 한 그릇에 3,500원씩 하루 300그릇만 팔자. 그러면 한 달에 매출이 3,150만원. 식재료야 몇 푼이나 하겠나. 집세와 인건비 등 모두 합해서 경비가 2,000정도 나간다면 1,000만 원은 벌겠지. 아니야. 하루 300그릇이 아니고 400그릇 나간다면 한 달 매출이 4,200만원. 1,500은 떨어질 거야. 그러면 가게를 하나 더 인수해?”

구건호는 꿈에 부풀어 A4용지에 볼펜으로 계산까지 해가며 상상의 날개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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