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B2B 전자결제 (3)
(29)
개인은 온라인으로 은행 계좌 이체 시 OTP(One Time Password) 카드를 사용한다. 즉, 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다.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은 카드가 아닌 밧테리가 든 TIME OTP를 주로 사용한다.
(주)와이에스테크 경리부장은 출산일이 다가오자 휴가원과 함께 TIME OTP들고 사장실에 들어갔다.
“뭔가?”
“출산 휴가원입니다.”
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휴가원을 받았다.
“출산 휴가일은 45일 썼습니다.”
“출산휴가 45일은 근로기준법 법정기일인가요? 좀 넉넉하게 쓰지.”
“아닙니다. 옛날 할머님들은 출산 후 바로 밭에 나가 일하셨다고 하는데요. 뭘.”
“그건 옛날이야기지. 하여튼 45일이라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더 써요.”
“그리고 이건....”
“OTP아니요?”
“앞으로 자금 집행은 사장님께서 직접 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흠...”
“전도금 같은 소액은 구건호씨가 관리해도 됩니다. 하지만 삐투삐 할인이나 원자재 대금 결제와 인건비 지불 등 큰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사장님께서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법인 계좌 OTP를 나보고 갖고 있으란 말이오?”
“갖고 계시다가 자금 집행할 때만 구건호씨에게 내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구건호씨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아직 입사일이 얼마 안 되서....”
“음... 그거 귀찮게 됐구먼.”
사장은 구건호에게 모든걸 맡기기가 불안했고 또 자기가 하기에는 번거롭고 귀찮았다.
“구건호가 매출처별 돈 들어오는 날짜나 삐투삐 할인하는 건 다 알지요?”
“그건 알려주면 금방 할 수 있습니다.”
“흠....”
사장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잠시 생각을 했다.
“삐투삐는 기업은행 말고 다른 은행 어디 어디가 들어오지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이렇게 3군데가 더 들어오고 있습니다.”
“주 거래처인 (주)물파산업이 들어오는 기업은행 OTP만 나한테 맡기고 다른 은행들 OTP는 구건호한테 맡기시오. 출산 휴가기간만 맡기는 것으로 분명히 이야기 해줘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25일 직원들 급여 나갈 때는 물파산업 삐투삐 할인해야 합니다.”
“알겠소.”
사장은 경리 부장한테 기업은행 OTP만 받아서 자기 책상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몸 조리 잘하시오.”
“감사합니다.”
경리부장은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경리부장은 자기 책상으로 와서 구건호를 불렀다.
“구건호씨, 나, 내일부터 휴가 들어가요. 방금 사장님께 출산 휴가원 제출했어요.”
“내일이요? 아이고, 이거 내가 혼자 어떻게 하나.”
“휴가기간은 45일 썼어요. 근로기준법 최저기일 이에요.”
“45일을 내가 잘 버텨야 할 텐데... 업무를 아직 몰라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이거 매출처별 돈 들어오는 날짜 리스트에요.”
“날짜가 다 제각각이네요. 들어오는 은행도 제 각각이구요.”
“이거 은행별 TIME OTP에요. 누르면 비밀번호가 생성 되요.”
“3개네요.”
“주거래 은행인 기업은행 것은 사장님이 갖고 계시고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거예요. OTP에 은행이름이 쓰여 있어요.”
“알겠습니다.”
“삐투삐 할인하는 거 안 해보셨지요? 오늘 성일산업에서 1500만원 돈 들어온 것 있어요. 공인인증서가 내 컴퓨터에 깔려있으니 자금 집행할 때만 내 책상에 앉아 하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이리 와 내 의자에 일단 앉아 보세요.”
구건호가 경리부장 의자에 앉았다. 여성이 쓰던 의자라 그런지 방석에 꽃무늬가 화려했다.
“신한은행 들어가 보세요. 즐겨찾기에 있어요.”
구건호는 경리부장이 알려준 공인인증서 번호를 입력하고 신한은행에 들어갔다.
"왼쪽 상단화면 B2B전자결제 항목 클릭하세요.“
“했습니다.”
“다음 판매기업 클릭하세요.”
“했습니다.”
“다음 외상매출채권 클릭하시고 채권조회로 들어가세요.”
“했습니다.”
“조회기간 설정하면 성일산업 돈 들어온 것 뜨지요?”
“아, 예. 떴습니다.”
“만기일 3개월 남았지요? 다시 되돌아가서 현재 통장 잔액 확인해 보세요.”
“네, 지금... 통장 잔고 1,200만원이네요.”
“아까처럼 삐투삐 들어가 채권조회 해 보세요. 성일산업 들어온 돈 할인해 보세요.”
“이렇게 하면 되지요? 아, 할인 했어요.”
“잔고 조회해 보세요.”
“1,200만원이었는데... 아, 2,685만원이 되었네요!”
“성일산업에서 1,500만원 들어왔지만 3개월 후에 들어올 걸 할인했으니 은행 수수료 15만원 나간 거예요. 그래서 1,485만원만 입금 된 거예요.”
“아... 그렇군요.”
“자, 이건 주요 외상매입처 지불 날자 리스트에요. 오늘 나갈 때가 티어화학이에요. 1800만원 집행해야 되요. 돈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더듬거리며 돈을 티어화학으로 보냈다.“
“그건 신한은행 OTP가 아니고 우리은행 거잖아요.”
“아, 참 그렇지!”
“잘 보고 하세요.”
“보냈습니다.”
“이제 은행 로그아웃하세요. 컴퓨터 끄고 구건호씨 자리로 가서 지금 돈 들어오고 나간 것 회계프로그램에 입력해 보세요.”
구건호가 자기 자리로 가서 더존 회계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전에 부장님이 하신 것 노트에 적어두었어요. 차변에 매출채권 처분손실 15만원, 보통예금 입금 1,485만원, 대변에 받을어음 성일산업 1,500만원... 이렇게 분개하면 되지요?”
“그렇게 하시면 되요. 티어화학 외상매입금 돈 나간 것도 분개해 입력하세요. 송금 수수료 나간 것 빠트리지 말고요.”
“알겠습니다.”
“입력 후 대체전표 출력하고 은행 입출금표 뽑아서 뒤에 풀로 붙이세요, 그리고 내일 아침 사장님 결재 맡으세요.”
“알겠습니다.”
“25일 급여 나가는 날은 자금 집행액이 많아요. 그 날은 사장님이 가지고 계신 기업은행 OTP 달라고 하셔서 집행하세요. 그리고 기업은행 OTP는 사장님께 도로 드리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구건호씨도 입사한지 3개월 되니까 라면 정도는 끓일 줄 알게 되었네요. 호호.”
경리부장이 활짝 웃었다.
“다, 부장님 덕택입니다. 서당 개 3개월에 라면을 끓이니 말입니다. 하하.”
“그럼 경리 일 잘 부탁해요.”
“모르는 것 있으면 문자 보내겠습니다. 몸조리 잘 하십시오.”
구건호는 경리 일을 혼자 보게 되었다. 둘이 할 때는 몰랐는데 혼자 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노가다보다도 더 많은 잡일도 많았다. 전표 정리하는 일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날마다 야근을 했다. 어떤 업체의 전화도 받은 적이 있었다.
“상원무역입니다. 입금 날짜가 지났는데 왜 돈 안주는 거요?”
“예? 상원무역이요? 아, 알겠습니다. 바로 해드리지요.”
“경리부 사람이 바뀌니까 그런 겁니까? 전에 김 부장 있을 땐 이런 일 없었는데 왜 그래요?”
“아, 예, 죄 죄송합니다.”
사장은 사장대로 자주 불렀다.
“에이테크 돈 들어왔나.”
“에, 에이테크요? 화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봐, 구건호! 며칠 지난 전표를 지금 결재 올리면 어떡하나?”
“죄, 죄송합니다.”
구건호는 날마다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실력도 차츰 차츰 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