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B2B 전자결제 (1)
(27)
다음날부터 구건호는 새로운 책상에 앉아 경리업무를 정식으로 보기 시작했다.
“사무직이라 노동 안 해서 좋다.”
노동을 하면 육체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다. 무겁지 않은 물건도 반복적으로 계속 들거나 하면 신체의 한부분이 아파온다.
허리가 아플 때도 있고 손목이 아프거니 목이 아플 때도 있다. 구건호는 양주 동일테크 공돌이로 있을 땐 이상하게 힘을 주면 목이 아팠었다. 이제 그 고통은 없다.
“더존 프로그램 아이디와 패스워드예요. 들어가 보세요.”
경리부장은 자기 책상 유리 밑에 깔린 계정과목별 번호표를 구건호에게 주었다.
“이걸 절 주시면 부장님은? 한부 복사하고 드릴까요?”
“아니, 되었어요. 그거 다 암기하고 있어요.”
“이걸요?”
구건호가 옆자리 경리부장 하는 일을 쳐다보았다. 입력하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특히 전자계산기를 이용하여 숫자를 계산할 때는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였다.
“햐, 빠르네요.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네요.”
“남 일하는 것 쳐다보지 말고 이거 입력하세요. 어제 주거래 은행 입출금 내역이에요.”
구건호가 내역서를 들고 회계 프로그램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흠, 흠. 임차료? 임차료는 차변에 지급 임차료라고 해야겠지. 대변에 임대자 이름을 적으면 되겠고.”
“그렇게 소리 내면서 일 하면 되요? 아휴, 그렇게 더듬거리면서 입력하면 언제 다 할 거예요. 입력한 것 대체전표, 출금전표 모두 출력해야 하는데.”
“아, 예. 예. 빨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경리부장은 자기 자리에서 구건호가 입력한 것을 점검해 본다. 회계 프로그램은 경리부장 자리와 구건호 자리의 컴퓨터가 연결 되어 볼 수가 있었다.
“방금 입력한 임차료에서 지급수수료는 왜 빠졌어요?”
“네? 지급 수수료요?”
“이체할 때 은행 수수료가 발생하잖아요. 비록 500원이지만 빠트리면 안 되잖아요. 경리에선 1원짜리 하나도 빠트리면 안 되지요.”
“예? 아, 다시 입력해 넣겠습니다.”
“휴, 앞날이 참 힘들겠네.”
경리부장은 앞날이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차변에 지급수수료 입력하고 은행명도 입력하세요.”
“죄, 죄송합니다. 즉시 하겠습니다.”
이때 지나가다가 사장이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곳으로 왔다.
“어때? 할 만한가?”
사장은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예. 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장은 다시 경리부장 얼굴을 쳐다보았다.
“김 부장, 어제 남도정밀에서 B2B 결제 2,000만원 들어왔나?”
“예, 들어왔습니다.”
구건호는 사장과 경리부장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B2B ?"
구건호는 B2B라는 용어를 들어는 보았지만 직접 이 업무를 다루어 보지는 않았다.
사장은 가려다 말고 다시 뒤 돌아서 경리부장에게 말했다.
“그거 아직 할인 안했지?”
“아직 안했습니다.”
“할인해서 내 개인 통장에 500만원 쏴줘요.“
“알겠습니다.”
“내일 나 일본 2박3일 출장 가니 5만 원 권으로 100장만 찾아다 놔요.”
사장은 자기 신용카드를 꺼내 경리부장에게 주고 갔다.
경리부장은 회계프로그램을 끄고 책상 서랍에서 밧데리를 사용하는 TIME OTP를 꺼냈다. 그리고 주 거래 은행인 기업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구건호는 날마다 밤 늦도록 일했다.
“공돌이 할 때는 퇴근시간 넘어 일하면 잔업 수당이라도 붙지. 사무직은 그런 게 없으니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군.”
이럴 땐 총무과장이 와서 찍는 소리를 한 번씩 했다.
“구건호씨, 혼자만 점수 따려고 야근하는 겁니까? 칼 퇴근 하는 사람들이 더 유능한 사원인줄 모르시오?”
“아, 예. 그게 아니라 시재표 입력이 덜 끝나서요.”
“그러지 맙시다. 나 먼저 가요.”
구건호는 회계프로그램에 들어가 과거의 기록을 복기해 보았다. 경리부장이 입력한 자료를 모두 복습했다. 입력 후에는 계정항목별로 다시 출력해 보았다.
“지난달 외상매출금 현황표야. 거래처가 약 40군데 되는군. (주)물파산업만 매출액이 월 5억이 넘고 나머지는 전부 1, 2천만 원 정도 잔챙이들 뿐이네.”
구건호는 어느 날 경리부장에게 물파산업에 대하여 물었다.
“우리 회사는 물파산업이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맞아요. 나머지 업체들은 다 합해야 월 3억 정도에요.”
“년 간 매출액이 총 100억 정도 되겠네요.”
“넘을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왔다 갔다 해요.”
“물파산업 거래가 끊기면 큰일 나겠지요?”
“하하, 구건호씨는 그런 걱정 안하셔도 돼요. 물파산업 대표이사의 처남이 바로 우리 회사 와이에스테크 사장님이세요.”
“아, 그런 관계였군요.”
“거래한지가 벌써 10년도 넘었어요. 물파산업은 종업원 300명 정도의 큰 회사에요.”
“코스닥 상장 업체인가요?”
“작년에 상장 신청했다가 누락되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군요. 그리고 참 나는 우리 회사 상호가 와이에스테크라 옛날 김영삼 대통령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줄 알았어요. 사장님 이름이 박영식이라 그런 줄도 모르고.”
“하하, 그렇지 않아도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한 달 정도가 지나자 구건호의 업무도 차차 익숙해져 갔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다. 아래층 현장에서 사장의 악쓰는 소리가 들렸다.
“김 부장님, 사장님이 현장 직원들 혼내고 있네요.”
“또 병이 도졌어. 한동안 뜸하더니.”
“사장님이 저렇게 화를 자주 내십니까? 점잖으신 분 같았는데.”
“우리한텐 안 그래도 현장 직원들한테는 잘못
하면 쪼인트도 까요.”
“그래요?”
“하지만 뒤 끝은 없어요. 그 때 뿐이에요. 뒤끝이라도 있으면 누가 회사에 붙어 있겠어요.”
“사장님이 그런 면이 있었구나...”
구건호가 화장실 가는척하고 현장을 내려가 보았다. 사장이 생산팀장과 계장, 반장들을 모아 놓고 악을 쓰고 있었다. 사장은 화가 나니까 사투리가 튀어 나왔다. 호남사람인 모양이었다. 배우처럼 잘생긴 얼굴에서 거친 말이 서슴없이 튀어 나왔다.
“느그들 요따위로 일 할꺼여? 이 산더미 같은 물건 클레임 걸렸으니 어쩔거여? 생산과장! 너 말해봐!”
“어이쿠! 어이쿠!”
생산과장은 사장한테 쪼인트를 맞았는지 발목을 잡고 비명을 지른다.
“야, 이 싸가지 없는 것들아! 나가 평상시 암말도 않고 있은 께 느그들이 그러는 거여. 정신들을 어디다 팔아 묵고 그러는 거여? 공급사에서 내준 도면은 제대로 보지 않고 용개나 치고 앉았응께 그런 거 아니여? 생산팀장! 당신 한번 말해봐!”
“죄, 죄송합니다.”
“오매, 환장 하것네. 이 많은 물건을!”
사장은 들고 있던 생산 제품을 땅바닥에 내 팽겨 치고 자기 차에 올라갔다.
“빌어먹을! 이거 공급사에 들어가서 뭐라고 변명을 하지.”
“죄, 죄송합니다.”
모여 있던 5명이 모두 허리를 굽혀 죄송하다고 합창을 하였다. 구건호가 보니 마당에 있는 물건이 납품을 못하고 되돌아 온 것 같았다. 사장이 방방 뛸 만도 하였다.
구건호가 2층으로 올라와 경리부장에게 물었다.
“저 많은 물건 클레임 맞으면 어떻게 하지요?”
“뭘 어떡해. 매출채권 처분손실로 해야지. 세금계산서도 발행했는데.”
경리부장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