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6화 (2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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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행 (3)

(26)

사장은 경리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김 부장은 차 좀 가져오지.”

경리부장은 구건호가 가져온 입사서류를 사장 앞에 펼쳐 놓고 바로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경리부장이 나가고 사장실엔 사장과 구건호 뿐이었다.

“집은 어디요?”

“현재 숙소는 천안 두정동에 있습니다. 곧 둔포읍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부모님은?”

“인천에 계십니다.“

“흠...”

경리부장이 녹차 3잔을 타가지고 왔다. 사장이 녹차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사장은 구건호의 입사서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공장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사실 우리 회사 규모로 보면 경리직원이 두 명씩은 필요치 않습니다. 여기 있는 경리 김 부장이 현재 출산을 앞두고 있어 보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뽑았습니다. 대우도 뭐 높지 않지만 열심히 일하면 급여는 차차 올려 줍니다.”

“아, 예.”

구건호가 허리를 굽히며 말을 받았다.

“아, 참. 김 부장! 아래 충 품질팀 새로 들어온 직원 급여를 우리가 얼마 책정했지요?”

“180입니다.”

“초봉은 180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면접 볼 때 이력서를 대충 보았는데 경력이 많지 않은 것 같아 구... ‘

사장은 구건호의 이름을 모르는지 책상위에 있는 구건호의 이력서를 뽑아들었다. 이력서 상단에 있는 이름을 보고 다시 말했다.

“구건호씨는 원래 뽑지 않았습니다. 채용 확정된 사람은 사료회사에서 10년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원래 있든 회사로 다시 가게 되어 구건호씨를 뽑았습니다. 구건호씨는 공장 경력도 있고 남자이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하면 이 공장의 총무나 물류, 영업 등의 부서로 배치할 수도 있어 구건호씨를 오라고 한 것입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여기 공장은 분위기도 좋아 오래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 부장도 우리 회사에 입사한지가 한 15년 됐지요? 아마.”

사장은 경리부장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업무적인 것은 김 부장한테 잘 이야기 듣고 일하면 됩니다. 일만 잘하면 나중에 과장, 부장 승진할 수 있으니 열심히 일 하세요. 얼굴 보니 잘 하게 생겼는데?”

사장은 구건호를 쳐다보고 웃었다. 구건호는 황송하여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경리부장이 2층 사무실 직원들을 소개했다.

“총무과장 황선홍 씨입니다.”

총무과장은 구건호보다 나이가 서너 살 위로 보였다.

“경리부 새로 들어온 직원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부탁은 내가 해야지. 돈 만지는 부서가 최고 아닌가요?”

총무과장은 어째 비비 꼬는 듯한 인물인 것 같았다. 물류팀장과 영업부장도 소개 받았다. 물류팀장과 영업부장은 모두 50대들이었다. 이들은 전화 받느라고 정신이 없어 구건호에게 특별한 관심도 갖지 않았다.

“물류팀은 사원 2명이 더 있고, 영업과장도 있는데 모두 외근 나갔나 봐요. 나중에 인사하도록 하지요.”

경리부장이 다시 자기 책상 있는 곳으로 구건호를 데리고 왔다. 총무과장이 쪼르르 쫓아왔다.

“입사 구비서류는 날 주셔야지요.”

경리부장이 서류를 총무과장에게 주었다. 총무과장이 구건호를 보고 말했다.

“근로계약서 용지는 이따가 드릴 테니 일 보고 나한테 와요.”

“알겠습니다.”

경리부장은 자기 책상 옆자리에 있는 책상을 가리켰다.

“여기 책상이 비었으니 앞으로 여기 앉아서 근무하시면 됩니다. 컴퓨터가 새건 아니지만 성능은 괜찮아요. 내가 쓰고 있는 회계프로그램을 연결시켜 드릴 테니까 사용하시면 되요.”

“여기 회사의 회계프로그램은 무엇을 쓰나요? 더존 것 쓰나요?”

“예, 더존 것 맞습니다.”

더존(Douzone)은 더존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회계프로그램을 말한다. 구건호는 드디어 회계프로그램을 다루게 되었다.

“사장님 말씀대로 내가 석 달 후면 출산 휴가를 해야 하니 열심히 업무 파악해 두세요.”

“저는 잘 모르니 부장님께서 잘 가르쳐 주십시오. 앞으로 큰 누님처럼 생각하겠습니다.”

“다 똑같지 뭐. 아까 이력서를 보니 내가 구건호씨 보다 10살 많네요. 호호.”

구건호가 계산해보니 경리부장은 나이가 42살이었다. 42살에 임신했으니 아주 늦게 결혼한 모양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부장님은 경험도 많으시고 경리 업무에 빠삭하시겠지만 저는 걱정이 많습니다. 먼저 있던 회사에서 간편 장부만 사용했지 정식 회계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분개는 할 줄 아시잖아요? 그냥 분개하시면서 입력하시면 되요. 세무신고 같은 건 내가 나와서 할 테니 우선 입출금 입력하시고 전표 출력하시면 되요.”

구건호는 정말 걱정되었다. 복잡한 회계의 분개방식도 헤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경리부장도 구건호가 미덥지 못한지 잠시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쪽 일 다 끝났어요?”

총무과장이 와서 경리부장에게 말했다.

“아니요. 조금만 더 이야기하지요.”

“나, 노동청에 가야되는데 빨리 말씀 나누고 구건호씨 나한테 보내요. 근로계약서도 쓰고 현장에 내려가 반장, 조장들한테도 인사도 해야 하니까.”

“한 10분이면 되요.”

경리부장이 이렇게 말했지만 총무과장은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총무과장이 궁시렁 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경리부장이 낮은 소리로 구건호에게 말했다.

“총무과장 성격이 좀 까칠하니까 조심해요. 총무과장이 여기 천안에 있는 단국대학을 나왔는데 어디 고위층 빽을 써서 우리 회사에 들어온 사람이에요.”

“아, 예. 그렇습니까?”

경리부장은 몇 가지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구건호는 경리부장이 말하는 것을 다이어리에 열심히 적었지만 아직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다.

구건호가 총무과장 앞으로 왔다.

“근로계약서요. 우선 이것부터 쓰시오.”

근로계약서는 전에 공장 생산직 공돌이로 근무할 때도 써본 경험이 있어 일사천리로 썼다. 총무과장이 구건호의 입사 지원서류를 보며 다시 말했다.

“사이버 대학을 나왔는데 여긴 정식 학위 인정하는 곳 맞습니까?”

“아, 예. 그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대학 인문학과를 다니셨는데 여기 재적증명서도 시간 있을 때 가지고 오십시오. 그리고 전산회계 2급 자격증도 가지고 오시고요. 입사지원서류 뒤에 첨부해 놓아야 합니다.”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경리부는 힘 있는 부서니 앞으로 총무 쪽 일은 잘 봐주도록 해요.”

뼈있는 말을 하면서 총무과장이 손을 내밀었다. 구건호는 악수를 하며 웃었다.

“힘 있는 부서가 어디 있습니까? 다 똑같은 부서들이지요.”

“아니요. 4대 보험 일은 내가 한다고 해도 원천징수 신고 같은 일은 경리에서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예? 하하, 아직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현장에 갑시다. 가서 대충 인사나 하고 옵시다. 인사도 없으면 구내식당에서 밥 먹을 때 저 친구 누구냐고 수군거리니까.”

구건호는 총무과장을 따라 현장에 내려갔다. 품질팀, 생산팀, 공무팀을 차례로 들려 중간 간부들과 반장들에게 인사를 했다. 처음이라 그런지 모두 활짝 웃는 낮으로 구건호를 대했다. 생산팀 조장이라는 아줌마 한명이 총무과장을 불렀다.

“과장님, 지난달 급여명세서가 조금 이상해요. 원천징수도 지지난달 보다 더 많이 뗀 것 같고요.”

“아, 그거? 앞으로 경리부에 이렇게 유능하신 분이 들어 왔으니 잘 조정해 줄 거요.”

구건호는 총무과장이 말을 좀 묘하게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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