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화 (3/501)

# 3

낚시터의 인연 (2)

닭다리와 닭 날개를 먹고 나서 구건호가 박종석에게 물었다.

“너, 취업 운동은 하고 있냐?”

“취업 사이트 보니까 오라는 덴 많은데 좋은 직장 찾기가 힘들어.”

“왜? 또 망하는 회사 들어 갈까봐?”

“망하는 회사도 그렇지만 돼먹지도 않은 간부들이 갑질 하는 건 못 참겠어.”

“그래도 참아야지 별수 있겠냐. 우리 같은 공돌이가.”

“형도 전에 가구회사에 들어갔다가 과장이 갈군다고 싸우고 나왔잖아.”

“음... 그랬었지. 하지만 그래봐야 내 손해지 뭐. 내가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지. 인문계 지잡대 다니다 만 놈이.”

“형, 나 고용센터에 가서 내일 배움카드 만들었다. 기술이나 배우려고.”

“그건 나도 진작 만들었었어. 또 직장 잡으면 시간이 없어 기술 배우기도 힘들어. 그렇다고 놀면서 기술학원 다니면 바로 생활이 안 되니 그것도 문제야.”

“캐드학원 원장이 그러는데 배우려는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했어. 시간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하더군.”

“망할 자식! 지가 내 처지가 되어 보라지!”

“그러기에 9급 공무원 시험에 됐어야 하는 건데.”

“그러고 보니 너를 만난 게 노량진 학원에서였구나. 벌써 5년도 넘은 것 같다.”

“나도 노량진에서 형을 보고 깜짝 놀랐어. 같은 동네에서 살던 선배가 거기서 공부하는 줄은 몰랐었지.”

“나도 놀랬다. 옆에서 컵밥 먹고 있던 녀석이 너일 줄이야.”

“형은 공부 좀 하는 축에 들어갔지 않았어?”

“대한민국 사회에선 대기업이나 공무원 아니면 행세를 못해. 결혼하기도 힘들고. 난 그때 3년 계속 떨어져 돈도 바닥이 났을 때야.”

“3년은 기본 아니야?”

“나는 가정 형편상 계속 공부할 처지가 못 됐어.”

“형도 알다시피 나는 공부할 재목은 아니야. 그런데 아버지가 9급 공무원 시험 보라고 어찌나 성화인지 등 떠밀려 노량진으로 오게 되었지. 영어학원도 다니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머리가 나빠 안 돼.”

“너희 아버지가 운영하는 인천 식당은 잘 되냐?”

“응, 요즘은 잘 안 되나봐. 옆에 체인점 식당이 들어와 영향이 크다는 소리를 들었어.”

“그랬구나.... 나는 한 1년만 누가 밀어준다면 시험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당장 돈이 바닥나 잠자리와 끼니가 걱정이 되어 포기했다. 집안 형편도 말이 아니고...”

“어른들은 왜 그렇게 9급 공무원 타령을 하는지 몰라.”

“9급 공무원 좋긴 좋지. 양복 입고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지. 지금의 우리처럼 월급 떼일 염려 없지. 연금 있지. 그러니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보기에도 좋긴 좋지 뭐. 안돼서 그렇지.”

“형은 벌어 놓은 것 좀 있지?”

“없어. 노량진에서 나와 경기도 화성에 있는 플라스틱 재생공장에서 한 2년 이 악물고 근무했지. 그러니 한 1,000만원 정도 모아지더라. 햇살론 대출 안내 찌라시가 근무하던 공장으로 날라와 문의했더니 직장인이면 해 준다고 해서 얼른 받았지. 재직증명서 하고 소득세 낸 확인서 갖다 주니까 바로 나오더라.”

“그럼 합해서 2,000만원 있겠네. 그런데 왜 고시원에 살면서 궁상 떨어?”

“고시원이 아니고 고시텔이다.”

“고시원이나 고시텔이나 다 그게 그거지.”

“자동차는 원래 중고차 할부로 샀는데 소리도 너무 나고 오래되어 돈이 생긴 김에 바꾸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눈에 뭐가 씌었는지 주식을 하게 됐어.”

“주식? 그거 해서 망하지 않은 사람 없더라.”

“내 이야기 들어봐. 주식은 위험하지만 정보가 있으면 벌수 있다고 해서 덤벼들었지.”

“하하, 형 같은 공돌이가 무슨 고급 정보가 있겠어.”

“우리가 납품하는 회사가 코스닥 기업이 있었는데 거기서 특허출원하여 주식이 올라갈 거라고 해서 모두 샀지.”

“그래서 날렸구먼.”

“아니야. 처음엔 막 올라가더라. 내가 증권사에 넣은 돈 평가액이 2,400만원이나 되어 밥을 먹지 않아도 즐거웠지. 한 달 사이에 2,000 넣어놓고 2,400되었으니 400만원 번 것 아니야? 야, 세상이 달리 보이더라. 내가 왜 월급도 조금 받는 9급 공무원 시험에 청춘을 날렸는가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데 주식이 잘 올라가니 며칠만 묵혔다 팔려고 했지. 닷새 후에 증권계좌를 열어보니 이게 웬걸, 평가액이 1,800이 되었다. 다시 올라가겠거니 했는데 일주일 후에는 더 떨어져 평가액이 1,200 되었지.”

“800 손해 봤네.”

“그러면 좋게.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윈윈 펀드 투자클럽이라는 데서 문자가 왔어. 족집게 투자하면 단숨에 원금 회복하고 몇 배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이야.”

“그걸 어떻게 믿어?”

“자기들이 계좌 깐 것을 보내왔는데 정말 2,000만원 투자해서 두 달 후 6,000만원 만든 계좌를 보여주더군. 수수료 200만원 보내면 바로 대박 종목을 알려준다고 하더라.”

“술잔 비었다. 마시고 이야기 해.”

“200 보내고 1,000만원 남은 것으로 그놈들이 가르쳐준 종목에 들어갔지. 정말 막 올랐다 막 내려가고 롤러 스케트를 타는 종목이었어.”

“또 당했나 보내.”

“말 마. 1000만원 투자 한 것이 일주일 사이에 단돈 400만원 남더라.”

“그 투자 자문회사에 항의 하지.”

“했지. 항의 하니까 손절하라고 하더라.”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

“내가 따지니까 주식 판에서 손절 하는 게 어디 한두 종목이냐고 오히려 큰 소리 치더라. 그러면서 당신은 주식할 사람이 아니라고 비웃더군.”

“나쁜 자식들!”

“400만원 남은 것 갖고 있다가 직장 옮기는 바람에 월급을 못타 슬금슬금 쓰다 보니 다 없어졌다. 햇살론 융자 받은 것만 빚으로 남게 되었지.”

“킥킥, 좋은 경험 했군.”

“경험이면 좋게? 지금 융자 받은 것 이자 내느라고 바쁘다. 화성시에서 공돌이 생활 2년 한 것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빚만 남았지.”

“휴. 듣기만 하는 나도 가슴이 다 막히는군. 피 같은 돈인데.”

“너 우리 동네에서 살 때 약국집 아들 원철이 알지?”

“알지. 그 형은 인서울 대학엘 갔잖아?”

“들리는 소문에 원철이가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는데 주식으로 2,000 투자해서 1억 벌었다고 하더라. 쓰벌.”

“허, 원철이 형이 동네에서 제일 잘 살았는데 운도 역시 그편이군. 하늘은 역시 있는 자 편이야. 우리들 편은 절대 아니야. 쓰발, 술이나 마시자!”

“쪽.”

“쪽.”

두 사람은 달빛을 받으며 소주를 마셨다. 술잔까지 마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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