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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으로 쓰는 재벌신화-151화 (151/272)

151화. 뜻밖의 맞짱!(1)

지태와 지은이 후안을 위해 선택한 저녁 메뉴는 갈비였다.

삼성동에 있는 유명 갈빗집으로 예전에 에릭이 방문했을 때에도 데려와 맛을 보여줬던 바로 그곳이다.

갈비가 이제는 세계적인 한국의 대표 음식이어서 후안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돼지와 소고기를 각각 2인분씩 도합 4인분을 주문했는데, 벌써 접시가 바닥을 보여 지태는 추가로 3인분을 더 시켰다.

그가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지태는 보람을 느꼈다.

조금 있으면 이돈두도 이곳으로 올 거다.

이제는 텔레파시까지 통하는 사이가 되었는지 고기 몇 점을 숯불에 얹자마자 이돈두는 용케 알고 전화를 해왔다.

왠지 자신의 느낌상 지금쯤 귀국을 했을 것 같아 전화를 해본 거라는데 지태는 속으로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후안을 한국으로 불러들인 데는 이돈두와 친위대들을 소개시켜 주려는 의도도 저변에 깔려 있었으니까.

나중에 미얀마로 넘어간 뒤 데면데면한 가운데서 합을 맞추느니 미리 안면을 터놓으면 서로가 하나로 어울리는데 한결 부드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태가 잘 익은 고기만을 골라 후안의 앞 접시에 덜어주는데 다시금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지태가 쓰게 웃었다.

지은이 곁눈질로 쳐다보고선 물었다.

“누군데?”

“우리 회사에서 유일한 내 시어머니.”

그쯤만 말해 줘도 지은은 금방 알아들었다.

지태가 틈만 나면 조현민을 그런 식으로 불러댄 까닭이다.

“예, 형님!”

- 너 지금 어디야?

조현민이 대뜸 소리쳤다.

꽤나 심통이 난 목소리였다.

“서울에 들어왔어요. 사정이 있어서 전화도 못 드렸네. 미안해요, 형님.

- 혹시 지은 씨랑 같이 있어?

“아시면서 뭘 물어요.”

지태가 대충 눙치고 넘어가려는 듯 일부러 큰소리로 웃었다.

-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전화 한 통 해주면 어디가 덧나지? 아마도 손가락이 부러질 거다. 그렇지?

“알았어요, 미안합니다. 죽을죄를 지었다니깐 그러신다.”

- 너스레 떨긴! 그래서 지금 어딘데?

“왜요? 우리들 데이트 방해하시게?”

- 어휴, 이걸 그냥!

“하하핫. 전화 잘하셨어요. 이리 오시죠, 형님. 식사나 같이 하시게.”

- 어딘데?

이쪽으로 건너오라는 소리에 죽어도 싫다는 소리는 안 한다.

지태가 갈빗집의 이름을 말해 주자 조현민이 떫게 입맛 다시는 소리를 냈다.

- 거기 되게 비싼 데 아냐?

“일단 오세요. 소개시켜 줄 친구도 있고 하니까.”

- 누구… 혹시 여자야?

조현민은 장난스럽게 되묻고는 머쓱한 듯 털털한 웃음을 쏟아 냈다.

“요즘 형수님이 우리 형님을 너무 풀어놓으셨네. 군기가 너무 빠졌어.”

- 시끄럽고! 누군데?

“와보시면 압니다. 지금 곧장 넘어오세요. 고기 좀 더 시켜 놓을 테니까.”

지태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후안이 식도락 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문득 쳐다보았다.

“맛 괜찮아?”

“최곱니다. 아니, 예술입니다!”

후안이 고기를 가득 문 입술로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는 듯 웃었다.

똑똑똑.

그때 별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태가 ‘예’라는 대꾸를 주자 곧 문이 열리고 이돈두가 들어섰다.

그 뒤를 언제 보아도 믿음직한 윤학수가 따랐다.

이돈두의 첫 시선에 지태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야, 우리 이쁜 제수씨! 오랜만입니다.”

이돈두는 들어서자마자 호들갑스럽게 지은에게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와락 껴안을 것처럼 다가오자 지은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이돈두가 오히려 머쓱해졌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탈출을 꾀하려니까 그제야 지태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잘 다녀왔냐?”

“무슨 인사를 벌써 해? 묵혀뒀다가 내일쯤 하지.”

지태가 본 체 만 체하며 딴청을 피우자 이돈두가 몸을 낮추며 어깨를 비벼 왔다.

“친구야! 내 소중한 친구야아~”

“비켜, 인마. 누가 보면 우리가 사귀는 줄 안다. 지은아, 우리 그런 사이 아니다, 진짜로!”

지태가 장난스럽게 이돈두의 손을 떼어 내고는 지은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혹시 모르지. 진짜 사귀는지도.”

지은이 지태의 농담에 장단을 맞춰 주자 이돈두가 킥킥 웃다가 깜빡했다는 듯 정색했다.

후안은 어느새 식사를 중단하고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돈두, 인사해라. 여긴 필리핀에서 넘어온 후안이란 친구야, 후안 안토니오.”

먼저 한국말로 후안을 이돈두에게 소개했고, 바로 이어서 후안에게는 영어로 이돈두를 소개했다.

“이 친구는 이돈두라고, 강한 남자야!”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후안이 빙긋 웃었다.

이돈두의 몸에 흐르는 분위기만 보아도 그의 신분을 유추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악수를 교환했다.

“후안입니다. 미스터 한을 보스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돈두는 후안이라는 말은 알아들었지만, 뒤에 나오는 말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것은 나중에 지태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은 짧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자신을 소개했다.

“아엠 이돈두고, 에, 또 말하자면 여기 있는 디스 맨의 프렌드!”

지태와 지은이 입을 막고 킥킥 웃었다.

“웃지 마, 인마! 그럼 내 가방 끈이 짧은 걸 어뜩하냐. 근데 후안이 아까 한 말 중에 뒷말은 뭐냐? 얼핏 보스니 뭐니 그런 말이 나온 거 같은데, 혹시 내가 조폭이라는 거 눈치챈 거냐?”

지태는 다시 한 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젠장! 똑똑한 놈의 친구를 하려면 우선 내 짧은 가방 끈부터 늘려야겠네.”

이돈두가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자리 배치에 따라 후안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괜히 윤학수를 돌아보았다.

“야, 학수!”

“예, 회장님!”

“가서 미쿡 말 잘하는 놈으로 하나 불러와라.”

물론 농담이라는 것을 잘 안다.

윤학수가 정중히 묵례만 하는 것으로 장단을 맞춰 줬다.

“밖에 데려온 애들 있지?”

지태가 물었다.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 이돈두가 바라보았다.

“그 애들한테도 고기 좀 먹이라고.”

“우리 애들 식성이 보통 아닌데?”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이돈두가 흐뭇하게 웃는 사이 윤학수가 눈치껏 밖으로 나갔다가 잠시 후 다시 들어왔다.

그가 두 손을 앞에 모으고 이돈두의 뒤편에 서있자 지태가 손을 까불어댔다.

“그러지 말고 학수도 이리 와서 앉아.”

“아닙니다, 형님. 편히 드십시오.”

“아, 어서 이리 오라니까.”

지태가 거듭 권하자 이돈두가 윤학수를 장난스레 돌아보았다.

“학수 형! 제발 이러지 좀 마. 그러면 나만 이상한 놈 되잖아. 어서 이리 와 앉으라니까.”

이돈두가 농담을 섞어 권유하자 그제야 윤학수는 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형님.”

지태가 윤학수에게 술을 한 잔 따라 주는데, 이돈두가 후안 쪽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 친구가 그 친구야?”

“……?”

“필리핀 특수 부대 출신이라는 그 친구냐고.”

지태가 눈빛으로 그렇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그럼 이것 좀 쓰겠는데?”

이돈두는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좀 쓰는 정도가 아니라 한마디로 예술이랄까?”

“그럼 내 주먹 정도는 돼?”

“내가 아직 너 주먹 쓰는 걸 못 봤잖아.”

지태가 피식 웃자 이돈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가?’라고 했다.

하기는 지태 앞에서 주먹 쓸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나파이낸스에서 처음 마주쳤던 날 딱 한번 맞붙을 뻔했지만 결국 불발이 되고 말았으니까.

“그럼 우리 학수 정도는 돼?”

그의 질문은 참으로 유치하면서도 집요하다.

지태가 대답 대신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지은을 보기가 너무도 민망했다.

그녀는 아까부터 이 자리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린 눈빛이었다.

지태만 아니었다면 벌써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 같은 분위기.

아니나 다를까.

“자기야, 나 먼저 일어설게.”

“왜……?”

되묻던 지태가 머쓱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분위기를 알아챈 지태는 곧 그러자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돈두와 후안 등의 인사를 받고 밖으로 나온 지은이 지태를 밉지 않은 얼굴로 흘겼다.

“치이, 이게 뭐야?”

“어쩔 수 없잖아. 이해해줘, 지은아.”

“그래 봐줬다. 대신 보상해주기!”

지은은 자신의 입술을 검지로 콕콕 찍었다.

본능적으로 주변부터 훑어가던 지태가 바싹 다가서더니 그녀의 양 볼을 감싸 쥐었다.

쪽.

“으응, 그거 말고~”

지은이 작은 앙탈을 부렸다.

가볍게 입술만 터치하는 뽀뽀는 싫다는 거다.

지태가 이번엔 길고 진하게 입을 맞췄다.

대략 10여 초 뒤 만족스럽게 입술을 뗀 지은이 돌연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자기야!”

“응.”

“아무래도 조만간 아빠가 자길 부를 거 같아.”

그렇게 말하는 지은의 목소리는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없었다.

“왜, 요즘도 뭐라고 하셔?”

지은이 입모양으로만 쓰게 웃었다.

어디 요즘뿐이던가.

지태에게 일부러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틈만 나면 늘 압박이었다.

매번 적당한 협박성 발언도 뒤따랐지만 지태에게 그걸 다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지태가 묵직하게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어차피 한번은 부딪쳐야 할 일, 어쩔 수 없지. 걱정 마, 회장님 앞에서 절대 쫄진 않을 테니까.”

“그래야 내 남자지.”

지은이 지태의 가슴께를 콕콕 치며 미소를 머금었다.

지태가 운전석 문을 열어 주자 지은이 올라탔고 그녀가 탄 승용차는 곧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밖에서 제수씨하고 다툰 건 아니지?”

별실로 돌아오자 이돈두가 은근히 걱정되는 낯빛을 하고선 물었다.

“애냐, 우리가.”

지태가 짓궂은 표정으로 흘기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때 금방 온다던 조현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무지 달뜬 목소리였다.

이무래도 자신이 아빠가 될 것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으로 막 출발하려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는 거다.

한 달에 한 번 꼭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진단시트로 테스트를 해 봤더니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결혼 후 아직 아기가 생기지 않아 노심초사했던 조현민이었다.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지태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장미 한 다발을 꼭 사들고 가라는 말과 함께 축하 인사를 건넸다.

* * *

얻어먹었으면 갚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라면서 이돈두는 자신이 2차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기분 좋은 날인데 누가 계산을 하든 무슨 대수겠는가.

지태가 흔쾌히 승낙을 하자 이돈두는 자신의 사무실 근처에 있는 호프집을 통째로 빌리다시피 했다.

기존에 마시고 있던 한 팀이 있었지만, 테이블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친위대원들의 분위기를 보고서야 어찌 술맛이 나겠는가.

그들은 누가 쫓아내지 않았어도 스스로 알아서 가게를 나갔다.

이돈두가 술집을 나가려는 그들에게 서둘러 미안하다는 양해의 말과 함께 술값은 자신이 계산하겠다고 했다.

제법 매너를 아는 녀석이었다.

“평소에도 그러냐, 아니면 내 앞이라고 일부러 가오 잡는 거냐?”

지태가 픽 웃자 이돈두가 헛기침을 해댔다.

“이거 왜 이래. 나도 경우를 알고 도리를 깨우친 사람이다. 그리고 선량한 민간인한테는 절대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게 내 주의야!”

“그 건전한 마인드를 앞으로도 쭉 가지고 가라.”

“눼에, 네! 지랄 옆차기를 하세요!”

이돈두가 꽉 찬 500cc 생맥주잔을 들어 반쯤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더니 아까 갈빗집에서 지은 때문에 끊어진 화제를 재차 꺼내 들었다.

후안의 주먹이 얼마나 강하냐는 원초적이고도 초딩스러운 내용의 그 화제 말이다.

지태가 찡그렸다.

“강해, 그것도 엄청! 됐냐?”

“눈으로 봤어?”

“그럼 보지도 않은 걸 나 혼자 소설 쓰고 있겠냐?”

“너보다 세?”

“……!”

그거야 알 수 없다.

이돈두의 경우처럼 후안과도 지금껏 겨룰 일이 없었으니까.

“너보다 세냐니까?”

참으로 집요한 녀석이다.

이럴 때 보면 꼭 정신연령이 미처 성인화되지 못한 어른이(?)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무시한다는 소리를 안 들으려면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맞장구는 쳐줘야 했다.

“너하고 내가 겨뤄 보지 않은 것처럼 후안하고도 아직 안 겨뤄 봤어.”

“햐, 이거 되게 궁금하네! 난 궁금한 게 있으면 그게 뭐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밥을 못 먹는 성격인데!”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유아틱한 것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는 게 슬슬 짜증이 나는 지태가 조금은 투박하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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