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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으로 쓰는 재벌신화-140화 (140/272)

140화. 미얀마 사전답사(1)

거친 저항도 보람 없이 어느새 바지와 팬티마저 벗겨져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졌다.

절망적이었다.

“아아악!”

유나는 급기야 비명을 질러 댔다.

하지만 이곳은 특별한 손님들의 은밀한 접대를 위한 공간.

그만큼 방음이라든가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 곳이다.

절대 밖으로 소리가 새나갈 염려가 없었다.

송민철은 술기운과 한껏 달아오른 흥분으로 벌겋게 달궈진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송민철은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유나를 한쪽 팔꿈치로 상체를 찍어 누르면서 그 자신도 서둘러 바지를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이제는 다 잡아 놓은 고기이니 제 입맛대로 회만 뜨면 되는 것이다.

송민철이 다시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한껏 단단해진 자신의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 * *

“형님, 준비 다 됐습니다.”

윤학수가 승용차 뒷좌석으로 다가와 말했다.

창문을 내리고 보고를 받던 이돈두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벌써 끝난 건 아니지?”

“덮칠 무렵에 들이닥치라고 해뒀습니다, 형님. 놈은 지금 우리 애들한테 붙들려서 무릎을 꿇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잘했다.”

이돈두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차 밖으로 걸어 나왔다.

* * *

송민철은 종아리까지 바짓가랑이가 내려져 있는 상태에서 거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제는 풀이 한껏 죽어 버린 놈의 물건은 보기에도 역겨운 흉물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들이닥치는 과정에서 작은 반항이 있었는지 벌써 얼굴 이곳저곳이 심하게 깨져 있었다.

그때 활짝 열어 둔 문을 통해 이돈두와 윤학수가 들어섰다.

이돈두는 잠깐 송민철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소파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유나에게로 곧장 고개를 돌렸다.

송민철에 의해 벗겨졌던 그녀의 트레이닝복은 선발대로 들어온 친위대원들이 원래대로 입혀 놓은 상태였다.

이돈두가 혀를 쯧쯧 찼다.

“학수!”

“예, 형님!”

“저 아이를 내 차에 태우지. 깨어나서 이 현장을 보고 다시 충격받기 전에.”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형님.”

대답을 마친 윤학수가 가장 가까이 있던 친위대원들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들은 즉각 말귀를 알아먹고는 유나를 업고 거실을 나갔다.

이돈두가 고개를 돌려 송민철을 쳐다보았다.

이를 악문 채 잠시 쳐다보던 그가 천천히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마치 심판관처럼 소파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송민철을 내려다보았다.

녀석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들이 보통 건달이 아니라는 것쯤은 분위기만 보아도 알 수가 있었다.

어설프게 빠져나가려 했다간 자신의 안전은 결코 보장받지 못할 것 같았다.

“면상 좀 보게 고개 쳐들어봐.”

이돈두의 지시에 친위대 한 명이 잽싸게 다가와 송민철의 턱을 거칠게 쳐들었다.

엉겁결에 이돈두와 눈이 마주치게 된 송민철이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

“어이, 송민철이!”

“예, 옛!”

“너 이 개새끼! 세상을 왜 그 따위로 사냐?”

“……!”

“그렇게 짐승처럼 좆같이 살면 이 나라에서 뭐 훈장이라도 하나 떡 하니 안겨준대?”

“…….”

“이런 허접한 사무실 하나 차려놓고 어린애들의 왕으로 군림하니까 세상이 다 네놈 걸로 보여?”

“……!”

“아님, 이현욱 패거리들이나 타워파 애들이 뒤에 있다고 겁대가리를 상실한 거냐?”

“아, 아닙니다.”

“쯧!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새끼야.”

이돈두가 차갑게 내뱉자 송민철의 바로 옆에 있던 친위대원이 놈의 턱을 냅다 걷어차 버렸다.

뻐억.

“억!”

송민철은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짧은 비명과 함께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그는 턱이 부서졌는지 얼굴을 감싼 채 한참을 데굴데굴 구르며 죽는 시늉을 해댔다.

“우리 회장님의 말씀을 끊지 마, 이 시발 놈아! 어쭈, 개기지? 안 일어나. 계속 엄살떨래?”

친위대원이 금방이라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

송민철은 겁이 났다.

이놈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정말로 이 자리에서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민철은 고통을 참으며 겨우 일어나 다시 자세를 잡고 꿇어앉았다.

“…하지만 내가 법을 집행하는 사람도 아니고, 이 자리에서 네놈을 단죄할 위치도 아냐. 그래서 오늘은 그냥 내 볼일만 보고 갈 거다. 그 일환으로 첫째…….”

이돈두는 송민철을 찾아 이곳에 온 목적들을 하나하나 열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첫째가 최초로 동영상을 찍었던 민희의 동료 유빈이의 계약서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둘째는 방금 거실에서 업혀 나간 유나에 대한 권리를 즉각 포기하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럭키문에 소속된 연습생들을 모두 자유롭게 놔주라는 거였다.

“내일 당장 이것들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그 후의 결과는 네놈 상상에 맡긴다. 아울러 다시 한번만 더 양재동에 애들을 공급한다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도…….”

이돈두가 잠시 말을 끊고는 윤학수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치면 울리듯 곧바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랬다간 공구리를 쳐서 인천 앞바다에 내다 버리겠습니다, 회장님!”

이돈두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송민철의 얼굴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나를 시험하지 마라. 알겠어?”

“예, 예!”

송민철이 고개를 조아리며 스프링 달린 목각인형 모가지처럼 바쁘게 까닥였다.

“학수! 이 새끼 데리고 가서 애들 계약서랑 쓸데없는 서류들 몽땅 다 쓸어 와.”

“예, 회장님.”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맘 품지 않도록 인감도장도 받아놓고.”

인감도장을 받아놓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송민철은 잠시 후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아픈 만큼 성숙해지려나?

윤학수가 고개를 정중하게 숙이며 뜻을 받들어 모시겠다는 인사를 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회장님!”

대답을 마친 윤학수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친위대원들이 먼저 알아듣고 송민철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 * *

미얀마로의 출국을 이틀 앞둔 이른 아침이다.

어젯밤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지태는 퇴근하자마자 곧장 귀가해 모처럼 편안한 휴식을 취했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은 소홀했던 어머니를 모시고 외식도 했고, 밀렸던 대화도 오붓하게 나눴다.

밤늦게 지은과 잠시 통화를 하고는 이내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문자가 찍혀 있었다.

시간을 보니 이돈두가 새벽 2시 즈음 보내온 것으로 되어 있다.

자고 있을 지태를 배려해 전화 대신 문자를 보내온 것이 틀림없다.

메시지에는 간단한 글귀와 함께 동영상 파일이 하나 첨부돼 있었다.

[이제 방금 송민철 그 새끼의 손을 좀 봐주고 왔다. 별 탈 없이 잘 처리했으니까 걱정 마. 참, 이건 놈을 꼼짝하지 못하게 할 증거 영상!]

지태는 첨부된 동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송민철이 유나를 겁탈하기 직전의 상황과 그간 자신이 양재동 아지트 패거리들에게 연습생들을 공급했다는 증언 등이 담겨져 있었다.

이 정도라면 임경남과 그의 패거리들이 꼼짝하지 못할 증거가 된다.

지태가 쓰게 웃었다.

임경남의 목을 움켜쥘 증거들이 하나둘씩 차곡차곡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출근한 지태는 혹시나 해서 한스무역 사무실부터 들렀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조현민은 벌써 출근해 있었다.

“혹시나 해서 왔는데, 역시나!”

“뭐가 역시나야? 조금만 꼼지락댔다간 차가 막히니까 그냥 조금 더 서둘러 나온 것뿐인데.”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 그런다고 월급을 더 올려 드리지 못하니까.”

“아, 이거! 말하는 꼬락서니하곤. 싸가지라곤 쌈 싸먹으려도 없는 놈이야, 넌.”

조현민이 짐짓 심술궂은 표정으로 밉지 않게 흘기고는 소파로 다가와 앉았다.

“내가 출근했는지 감시하러 온 건 아닐 테고, 뭐야?”

“그냥 와 봤어요. 낼모레 미얀마로 출장을 앞두기도 했고…….”

지태가 말꼬리를 흐리자 조현민이 괜히 한 번 더 장난스럽게 흘겼다.

“중고 SUV 구매 건에 대한 진행사항이 어찌 돼 가나 궁금한 것은 아니고?”

지태는 굳이 부인할 생각이 없었다.

긍정을 뜻하는 웃음을 씩 날렸다.

“뭐, 겸사겸사!”

“걱정할 거 없어. 아주 잘 돼가고 있으니까. 강요한 부장도 벌써 200대 정도는 수배해 놨다고 하더라.”

“벌써요?”

“나름 역전의 용사들 아니냐.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엇보다 일에 대한 열의가 다들 대단해.”

“인정합니다.”

지태가 두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조현민이 문득 굳어졌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뱉었다.

“괜찮겠어?”

“뭐가요? 아!”

엉겁결에 되묻고는 곧 의미를 알아차린 지태가 소리 없이 입술로만 웃었다.

“걱정 말아요, 형님. 이번엔 어차피 답사 개념인데요, 뭘.”

그저 한번 웃어 주는 것으로 쉽게 넘어가려는 지태였다.

* * *

홀딩스 대표실로 돌아온 지태는 업무를 보다가 문득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이 정도 시간이라면 아무리 새벽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일어났을 시간이었다.

지태가 휴대폰을 들어 통화 버튼을 옆으로 밀었다.

통화가 연결되고 이돈두가 게으르게 기지개를 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어, 엉!

“아직 안 일어났어?”

- 어제 작업 마치고 들어와서 간단히 한 잔만 하고 잔다는 게 좀 무리를 했어. 왜,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아직 졸음을 덜어내지 못한 와중에도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지태가 픽 웃었다.

“그래, 애 많이 썼다고 칭찬 좀 하려던 참이다. 고생했다.”

- 이렇게 말 한마디에 부탁을 잘 들어주는 친구가 세상천지에 어디 또 있겠냐?

“헛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니까 아직 잠이 덜 깼는가 보네. 좀 더 자라.”

지태가 금방이라도 전화를 끊을 듯하자 이돈두가 목이 잠겨 갈라진 목소리로 껄껄 웃었다.

- 알았다, 알았어! 참, 근데 낼모레지?

미얀마의 출장을 말하는 거다.

지태는 대답 전에 살짝 긴장했다.

이번 미얀마 행에 혹시라도 따라나선다고 우겨댈까 싶어 미리 걱정이 됐다.

“어! 근데, 왜?”

- 아니, 그냥! 내가 요즘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그 행간에 숨은 뜻을 모를까.

지태가 얼른 되받아쳤다.

“다음에 따라 와라, 정식으로 떠날 때! 이번에는 답사 차원에서 가는 거라 위험할 일도 없고, 그쪽 관계자가 보기에도 좀 그래.”

- 누가 뭐래? 안 따라가, 더러워서. 나, 원!

“대신 오늘 저녁에 내가 저녁 살게. 학수랑 어제 수고했던 애들도 다 데리고 나와라. 식당 하나 예약해 놓을 테니까.”

- 우리 애들 맘먹고 먹으면 견적이 꽤 나올 텐데?

“그런 건 걱정하지 마시고!”

지태는 픽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 * *

이윽고 미얀마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정각 오후 3시가 되자 1초도 어김없이 지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금 막 회사 앞에 도착했다는 거였다.

“이게 뭐 대단한 출장이라고 부산을 떨어 대는지 모르겠네.”

지태는 조현민의 앞이라고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흘렸다.

“자식, 속으론 좋으면서.”

조현민이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암튼 조심히 잘 다녀와. 연락 자주 하고.”

“예, 형님!”

지태는 집에서 챙겨 나온 간단한 손가방을 한손에 달랑 들고 집무실을 나섰다.

조현민이 로비까지 따라오겠다는 것을 지태가 말렸다.

“그만 들어가서 일 보세요.”

지태가 씩 웃으며 서둘러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았다.

로비를 빠져 나오는 지태를 보며 차 안에 있던 지은이 경적을 울렸다.

“오늘 한가해? 그냥 택시 타고 가도 되는데.”

지태가 속으로는 좋으면서 겉으론 맘에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낭군님 먼 길 가시는데 회사 업무가 눈에 들어오겠어. 그래도 사실은 좋지, 응?”

좋다마다.

지태가 부인하지 않고 씩 웃은 다음 지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럼 출발한다!”

지은이 기어를 전진에 위치시킨 후 차를 출발시켰다.

오후 6시 30분 비행기였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좀 있었다.

“선물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대신, 어디 몸만 상해 왔다간 봐. 아주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왠지 인천 공항까지 가는 길이 지겨워질 것만 같다.

지은의 잔소리가 슬슬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태는 어젯밤 잠을 못 이뤄 몹시 피곤하다는 듯 지은의 오른손을 꼭 쥐고는 두 눈을 감았다.

“잠깐 눈 좀 붙일게. 어젯밤 우리 애기한테 두 번씩이나 사랑을 나눠줘서 그런가? 오늘 따라 굉장히 피곤하네.”

“어휴, 어휴! 못 말려, 정말!”

지은이 지태의 손을 홱 뿌리치고는 그의 가슴께를 짓궂게 확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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