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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202화 (203/224)

#204화

아스텔리아 대륙의 사람들이 하늘에 떠오른 환영을 마주했을 때 처음 느낀 것은, 놀라움이었다.

“저건, 달의 여신님 아냐?”

“그럼, 그 뒤에 있는 섬은 뭐지? 달은 아닌 것 같고….”

“알테라시여….”

달의 여신 알테라의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교단의 사제들이나 신도들은 하늘에 나타난 존재가 신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하늘에 달의 여신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저건… 누구지?”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신인가?”

강력한 신 중 하나인 달의 여신에 비하면 아이처럼 보일 만큼 작은 크기였지만, 신 앞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하얀 색의 존재.

하지만, 아슈타르의 영지민들은 그 존재가 누구인지 곧 알 수 있었다.

[지랄하네.]

하얀색의 정체 모를 옷으로 몸을 감싼 자가 내뱉은 목소리는, 그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였으니까.

“고, 공작 전하의 목소리잖아?”

“공작 전하께서, 신이 되셨다고?”

“말도, 말도 안 돼….”

그리고,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영지민들은 경악했다.

자신들이 섬기던 주군이 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달의 여신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된 셈이니, 그 진위에 대해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대륙인들이 진실로 경악할만한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신들이 물질계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했으니까 잠자코 멸망하란 거 아냐? 그걸 잘도 받아들이겠다. 달의 여신이라더니 정신이 달나라로 갔나.]

이안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오는 것은, 그야말로 신성모독의 연속.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대륙의 사람들은 신성모독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물질계가, 멸망한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신들이 물질계를 멸망시킨다고?”

물질계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사실상 전부나 다름없는 곳.

물질계를 지켜내기 위해, 수백 년 전에는 신마대전이라는 끔찍한 전쟁마저 견뎌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마어마한 피를 뿌려가며 지켜낸 물질계와 대륙이 신들의 의지에 의해 멸망한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대륙의 필멸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알테라의 대답이었다.

[멸망을 받아들이라면 받아들일 것이지, 감히 내게 대항하려 하다니…!]

필멸자들이 무한한 신앙을 보내는 신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대답.

그러나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 대답을 뱉은 것은 분명, 그들이 잘 알고 있는 달의 여신이었다.

“저건… 신이 아니야.”

대륙 어딘가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중년 사내의 입에서, 신을 부정하는 말이 나온 것은 그때였다.

“중간계를 멸망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신이라니, 그런 걸 지금까지 신이라고 믿어왔다고?”

그 말을 시작으로, 대륙 여기저기에서 신을 부정하는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왔다.

“알테라뿐만이 아냐. 신계의 신들 역시 동의했다는 거잖아?”

“신들이 중간계를 멸망시키려 한다고? 어째서?”

“어째서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저놈들이 중간계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전 대륙을 향해 내뱉어진 한 마디의 파장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신과 신계를 부정하는 자들의 목소리 또한 그에 맞추어 커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슈타르의 영지민들은,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다.

“공작 전하께서, 우리를 지켜주실 거야.”

“아슈타르시여, 부디 저희를 지켜주소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몸소 천계까지 올라선 것도 모자라, 신과 맞서는 이안을 자신들의 신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부디 중간계를 지켜주소서….”

“중간계를 수호하는 신이시여….”

신앙은 신성이되고, 신성은 그대로 이안의 힘이 되었다.

그리고, 알테라와 이안의 힘이 역전된 순간.

콰과과광-!

굉음과 함께, 어두컴컴했던 하늘은 환한 빛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

‘끝났다.’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 앞에서, 이안은 생각했다.

‘좀 과했나?’

어지간한 섬 정도의 크기였던 소행성은 반 토막이 난 채 흉한 모습이 되었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달의 여신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하나가 TNT 수 메가톤의 파괴력을 지닌, 폭발반경 이내의 모든 것을 증발시켜버리는 핵미사일 수 백발의 위력은 그만큼 강력했다.

우웅-!

‘그래도, 흔적은 남았군.’

자신의 육체로 조금씩 딸려 들어오는, 달의 여신이었던 것이 가지고 있던 신성을 기분 좋게 흡수했다.

이안은 궤도를 완전히 벗어나 버린 반쪽 소행성이 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천천히 구경했다.

[이안, 이제 끝난 거냐? 저 녀석은 어쩌고?]

“최소한, 저 소행성이 중간계로 돌아올 일은 없을 거야.”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이 어디로 가는지는 이안이 알 바가 아니었다.

운이 좋다면 다시 태양계를 공전할 테고, 운이 없다면 태양에 빨려 들어가 타버리겠지.

‘뭐, 나보다 운이 좋지는 않겠지만.’

물론 그의 판단이 옳았기는 했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잘 풀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설마, 여신이란 놈이 자신들의 정체를 순순히 털어놔 줄 줄이야.’

물론, 녀석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든 대륙의 사람들에게 보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리라.

덕분에, 이안은 생각보다 손쉽게 승리를 얻어냈지만.

“그러니 이젠….”

이안은 새롭게 얻은 권능을 천천히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정보.’

이안이 명령어를 머릿속으로 떠올리자, 눈앞에 자그마한 창 하나가 떠올랐다.

[이안 폰 아슈타르]

[페르소나명: 미미르]

[등급: 신]

[마동력: ??????]

[개방 필요 마동력: ??]

[증폭률: ?????%]

[권능-전이, 방출]

‘새로운 권능이라….’

아마도, 조금 전 달의 여신이 가진 신성을 흡수한 덕에 생겨난 모양이다.

전이와 방출.

자신이 가지게 된 두 권능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한번 실험해 볼까.”

물질계가 멸망할 위기는 이미 넘겼으니, 자신이 새롭게 얻은 힘이 무엇인지 실험해 볼 기회는 충분했으니까.

이안은 우선 물질계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는, 다리에 부착한 로켓엔진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는 출발할 수 없었다.

[기다려라, 새로운 신이여.]

소리가 들릴 리 없는 우주공간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안은 고개를 갸웃하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안은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마르콘?”

빛의 신, 마르콘이었다.

신계의 수많은 신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힘과 세력을 지닌 신이, 이안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름처럼 빛의 속도로 날아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로켓엔진의 힘에 의존해 비행하는 이안에 비하면 충분히 빠른 속도.

하지만, 마르콘을 유심히 지켜보던 이안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했다.

‘힘이 약해졌는데.’

과거에 이안이 마주했던 빛의 신이 태양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 이안을 향해 다가오는 존재는 잘 쳐줘야 등대 정도.

예전과 비교하면 애처로울 만큼 약해진 마르콘의 모습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언제든지 핵미사일을 구현해 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콘은 이안의 앞에 나타났다. 그의 표정은 너무나 다급해 보였다. 빛의 신이 입을 열었다.

[그대가 신계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있는가?]

“모르겠는데.”

대충 짐작 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기는 했지만, 이안은 일부러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마르콘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알테라와의 대화 장면을 아스텔리아 대륙 전체에 송출했더군.]

말을 마친 마르콘이 이안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빛의 신이 뿜어내는 눈빛에 의해 순식간에 타버려 재가 되었을 터.

“그런데, 뭐?”

하지만 이안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신이었고, 약해진 마르콘의 눈빛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마르콘은 잠시 분노한 얼굴로 이안을 노려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가 벌인 일 때문에, 신계에 거주하는 모든 신들의 신성이 깎여나갔단 말이다! 정녕, 신계와 전쟁을 원하는 것인가?]

‘역시, 그랬어.’

마르콘의 말을 모두 들은 이안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대륙 전체로 퍼져나간 알테라의 이야기들 중에는, 신계가 중간계의 멸망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

그 이야기를 직접 꺼낸 알테라만큼은 아니겠지만, 신을 숭배하던 대륙의 필멸자들이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신앙심을 가지고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저 녀석이 약해진 게 그 증거겠지.’

당장, 눈앞에 선 빛의 신마저도 그렇지 않던가.

[이대로 우리와 계속 대립할 작정이라면, 남은 것은 전쟁뿐이다. 정말로 신계 전체와 대립하는 것을 원하는 것인가?]

분노한 채 자신을 향해 마구 쏘아붙이는 마르콘을, 이안은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이안의 입이 열렸다.

“그러면, 안 되나?”

[…뭐?]

이안의 입에서 나온 말에 분노한 마르콘은 순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눈앞의 존재가 강력한 신 중 하나인 달의 여신을 소멸시켰다지만, 그녀는 신계의 수많은 신들 중 하나일 뿐이다.

아무리 힘이 약해졌다지만, 신계의 모든 신들이 나선다면 갓 태어난 신 하나쯤 제거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터.

[정말로, 신계와 전쟁이라도 벌일 모양이로군.]

마르콘은 이안을 향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안은 그 물음에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필요하다면.”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길 바라지.]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대답.

이안의 답을 들은 마르콘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신계로 돌아가려 했다.

물론.

“이봐, 어딜 가려고?”

이안은 마르콘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파아앗-!

우주공간을 가득 메운 회색빛과 함께, 이안의 주변에 수많은 미사일들이 나타났다.

하나하나가 신의 육체에 크나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살신기(殺神器).

“미안하지만, 보내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차단.

이안의 주변을 가득 메운 미사일의 숲을 보고 놀란 마르콘을 향해.

“잘 가.”

수백의 미사일이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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