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200화 (201/224)

#202화

[데이터 수집 완료.]

S-1.

마키나 대륙을 통제하는 여섯 기계 중 하나인 그는, 지금 몹시 기분이 좋았다.

관리자, 이안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 낸 신병기의 실전데이터를 드디어 얻어냈기 때문이다.

[프로토 타입의 실전데이터 분석중….]

위이이잉-!

데이터 분석을 시작함과 동시에, S-1의 본체인 거대한 탑이 연산장치가 가동되는 열로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냉각장치의 우렁찬 소음과 함께, S-1의 강력한 연산장치가 자신이 쏘아올린 병기의 실전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석 완료.]

그리고.

[…말도 안 돼.]

데이터의 분석을 끝낸 S-1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데이터에 오류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올 리 없는데….]

S-1의 앞에 나타난 실전데이터의 분석 결과는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으니까.

[수백 미터를 단번에 증발시켜버리는 위력이라니….]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마법 중에서 가장 강력한 1급의 마법을 상회하는 위력이다.

농담이 아니라, 직접 명중시킬 수만 있다면 신들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으리라.

[관리자님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분이로군.]

자연스럽게, S-1은 이안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신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줄이야.]

실제로, 이 무기의 목표였던 마신은 흔적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버리지 않았던가.

비록 완벽하게 힘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륙을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존재를 단숨에 소멸시켰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말해 주는 것은 단 하나뿐.

[이제, 제작자님의 유지를 받들 때가 다가오는군….]

데이터의 분석을 끝낸 S-1은 기쁨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프로토타입의 데이터를 모두 수집했으니, 그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점을 보완해 병기를 양산하기 시작하게 될 터.

신들의 심장을 꿰뚫어버릴 수 있는 핵미사일 수백, 수천 발이 일시에 날아오른다면.

[제아무리 신들이라도 당해내지 못하겠지.]

신들을 이 세계에서 쫓아내 버릴 그 날을 상상하며, S-1은 본체에 달린 수많은 모니터에 환하게 웃는 이모티콘을 띄웠다.

마키나 대륙 전체를 통제하는 그가 행복한 꿈에 젖어 있을 그때.

삐이이-!

S-1의 본체에서, 익숙한 신호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그 신호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S-1은 잘 알고 있었다.

관리자, 이안이 자신을 호출하는 소리.

[통신을 연결함.]

그는 기쁜 마음으로 이안의 통신요청을 받아들였다.

파앗!

통신을 연결함과 동시에, 이안의 모습이 S-1의 본체 내부에 생성된 홀로그램 위로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관리자님. 굉장한 업적을 세우셨군요. 정말이지…]

관리자의 모습이 나타나자마자, S-1은 이안을 향해 칭찬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리자님? 오른쪽 팔이….]

그는 곧 이안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른팔의 일부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길게 설명할 시간은 없을 것 같고, 부탁 하나만 하자고.]

걱정스러운 투로 말을 건넨 S-1을 향해 이안은 씁쓸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는.

[프로토타입의 설계도, 완성되었겠지?]

이안이 말하는 프로토타입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S-1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신의 무기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문제점에 대한 보완까지 끝내놓은 상태입니다.]

[좋아.]

S-1의 대답에 이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금 바로, 전체 설계도를 내게 전송해.]

곧장 연락한 목적을 꺼내 들었다.

[지금 당장, 말입니까?]

[그래. 급하니까 최대한 빨리 전송해 주면 좋겠는데. 가능하면 3분 내로.]

생각지도 못한 부탁에 당황한 S-1을 향해,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겐, S-1에게 설계도를 받아내는 일 말고도 할 일이 많았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S-1에게 ICBM의 설계도를 모두 넘겨받은 이안은 통신을 끊고는 또 다른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신검공?]

이안이 손에 쥔 통신구슬 위에 떠오른 것은, 탈마공 디아블로의 험상궂은 얼굴.

[갑자기 무슨 일인… 그 팔, 설마?]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디아블로는 이안의 오른팔을 보자마자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마기에 침식되었군. 자네의 페르소나를 뚫어낼 정도라면, 정말이지 지독한 마기일 텐데…. 그 짐승의 짓인가?]

“그래.”

디아블로의 말에 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탈마공은 이안을 향해 손짓했다.

[그렇다면 당장 이쪽으로 오게. 내 도움을….]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그러나 이안은 디아블로의 제안에 고개를 젓고는.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부탁?]

탈마공이 되묻자, 이안은 천천히 자신의 요구사항을 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으음….]

이안의 제안을 모두 전해 받은 탈마공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평생 사용해 온 마법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그만큼, 이안의 제안은 독특했다.

“가능하겠어?”

대답을 기다리던 이안이 재촉하자, 디아블로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가능은 하겠군.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는 것인가?]

“가능한 한 빨리.”

[알겠네. 곧 연락을 주도록 하지.]

팟!

말을 마치자마자 탈마공은 이안과의 통신을 끊어버렸다.

미미르와 단둘이 남게 된 이안은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다.

“그러면….”

이제 준비는 끝났다.

나머지는, 직접 움직이는 것뿐.

[이안, 이제 어떻게 할 셈이냐?]

이안의 계획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했던 미미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안은 짤막하게 답했다.

“저 위로 올라가서, 끝장을 봐야지.”

[저 위라니? 어디를 말하는 것이냐?]

“우주.”

[우주? 우주라면, 천계가 있는 곳을 말하는 것이 아니더냐?]

“그래.”

그 말에 대답을 마친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서서히 오른팔을 침식해 들어가고 있는 마기를 막아내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빨리 계획을 실행시켜야 했으니까.

우우웅-!

이안의 의지에 따라, 그의 몸속에 가득 들어찬 마동력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다리를 감싼 두 개의 제트엔진이 회색빛을 내뿜으며 꿈틀댔다.

슈우우-!

이안의 몸을 여태껏 하늘 위로 띄워준 제트엔진이 꺼져버리자, 그의 몸은 속절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몸이 지면을 향해 자유낙하 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파아앗!

회색빛을 내뿜으며 형태를 제멋대로 바꾸어나가던 두 개의 엔진은 점차 그 크기를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본디 미사일을 대륙 너머로 날리기 위해 만들어진 엔진이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원리는 우주로켓의 원리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던가.

프로토타입의 설계도에 따라 구현된 두 개의 엔진이 현실에 완벽하게 구현된 순간.

‘됐어.’

이안은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곧.

콰과과과-!

공기를 진동시키는 굉음과 함께, 낙하하던 그의 두 다리에서 조금 전까지 달려있던 제트엔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흡.”

구현한 당사자인 이안조차도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힘에 놀랄 만큼 어마어마한 추진력.

하지만 이안은 곧 정신을 차리고 팔다리를 움직여 자세를 바로잡았다.

곧, 이안의 다리가 지면을 향했고.

콰과과과-!

두 개의 로켓엔진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붉은 화염이 이안의 작은 육체를 가볍게 위로 밀어 올렸다.

[이, 이안! 이건 너무 빠르잖…!]

이안의 속도가 음속을 한참 넘겨버린 순간, 미미르는 자신에게 느껴지는 강력한 저항에 고통스러워했다.

“크윽….”

그것은 이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인간의 몸뚱이만으로 대기권을 돌파한다는 생각 자체가 정상은 아니었으니까.

지구의 과학자들에게 이안이 지금 하려는 시도에 관해 이야기해 준다면, 십중팔구는 미친놈이라 손가락질할 게 뻔했다.

하지만.

‘내 육체와 페르소나의 힘이라면, 충분해.’

자신을 지면으로 끌어당기는 거대한 중력과 대기의 저항에 짓눌리면서도, 이안은 엔진의 출력을 줄이지 않았다.

콰과과과-!

구름을 뚫고 상승한 이안의 몸뚱이는 그대로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이안의 눈앞에 서서히 검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 여긴 어디냐, 이안! 이렇게 시커먼 하늘이라니….]

숨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희박해진 대기 너머로 조금씩 보이는 우주의 모습에, 미미르는 이안의 어깨를 꼭 붙잡은 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산소가 없으니 답답하긴 한데….’

아무리 마스터의 육체가 평범한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생물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한두 시간쯤은 버틸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숨을 쉬지 못하면 위험한 것은 이안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우우웅-!

이안에겐 이 문제를 해결할만한 방법이 있었다.

파아앗!

이안의 몸에서 빠져나온 마동력이 그의 몸 전체를 감싸 안았다. 그를 집어삼킨 회색빛의 기운은 이안의 의지에 따라 형태를 구현해내기 시작했다.

백색의 두꺼운 섬유 소재가 팔다리와 몸통을 뒤덮고, 그 위로 동그란 형태의 헬멧이 이안의 머리를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했다.

등에 달린 산소백에서 흘러나오는 신선한 산소가 답답했던 이안의 숨통을 틔워주기 시작했다.

“후, 이제 좀 살겠네.”

다리에 거대한 로켓엔진 두 개를 장착한 우주복.

본체에 비해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이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목표까지 가기만 하면 되겠어.’

신들이 쏘아 올린 소행성이 행성에 도달하기까지 앞으로 약 20일.

이론상 무한한 연료를 가진 이안의 엔진이 끊임없이 가속한다면, 소행성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짧아질 것이다.

‘최대한 빨리 달려가서, 단숨에 처리한다.’

마신의 마기가 그의 온몸을 집어삼키기 전에.

우웅-!

결심을 굳힌 이안은 마동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안의 의지가 하부에 달린 두 개의 엔진에 전달된 순간.

위이잉-!

거대한 엔진이, 자그마한 인간을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행성을 멸망시키기 위해 다가오는 소행성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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