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98화 (199/224)

#200화

콰과과광-!

“일단은 순조로운데.”

이안은 팔짱을 낀 채 지축을 울리는 토마호크 미사일의 폭음과 화염을 감상하고 있었다.

450킬로그램의 폭약으로 꽉 들어찬 미사일 수십 발은, 적의 발을 묶기에 충분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 이상은 어렵겠지만.’

이안은 화염과 폭발 속에서도 건재한 보라색의 돔을 바라보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분명 토마호크 미사일이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었지만, 상대는 대륙을 불태울만한 힘을 지닌 존재다.

발을 묶어둘 수는 있을지 몰라도, 방어에 전념하고 있는 상대를 처리할 방법은 이안에게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은 말이지.’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파아아앗!

생각과 동시에, 수십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다시금 이안의 주변에 나타났다.

‘발사.’

이안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여섯 번째 토마호크 미사일의 파도가 적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목표는, 당연히 방어를 단단히 굳히고 있는 보라색의 짐승.

콰과과광-!

여섯 번째 미사일 공격이 적과 그 주변을 다시 화염 속으로 삼켜버렸다.

‘마동력 소모는 거의 없어.’

지금까지 사용한 마동력의 양을 확인한 이안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원한다면 사흘, 72시간 내내 놈에게 미사일을 퍼붓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단지.

스으으-!

적이 가만히 두들겨 맞고만 있을 거라는 전제하였지만.

[음. 역시, 그냥 당해 주진 않겠다 이거로군.]

화염에 휩싸인 녀석의 주변에 등장한 수백의 마수와 마족들을 보며, 어깨 위에서 전황을 지켜보던 미미르가 신음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가만히 있어 주면 서로 편하고 좋을 텐데.’

저 늑대 형태의 짐승을 제자리에 멈춰놓기 위해선,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미사일의 파도를 쏟아부어야 했다.

꽤나 집중을 요하는 작업을 행하는 와중에, 약하지만 숫자가 많은 마족과 마수들까지 처리하는 건 이안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일.

하지만.

‘마침 도착했군.’

등 뒤에서 무언가가 다가온다는 것을 느낀 이안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쿠르르릉-!

강철의 군세가 마족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 정체는, 채광용으로 만들어져 난쟁이들의 광산으로 보내진 기계 무리들.

본디 광맥을 채굴하기 위해 드릴이나 삽날 따위를 매달고 있던 기계들의 몸뚱이에는, 조금 다른 것들이 달려있었다.

투타타타타-!

콰앙! 콰앙!

S-1이 기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장착해 놓은 기관총과 주포가 적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비록, 그 위력이 마족에 비해 강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퍼퍼퍼퍽!

적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생존본능조차 존재하지 않는 백치들에겐 충분한 화력이었다.

거기에, 평원을 검게 물들일 만큼 기계들의 숫자도 충분했으니.

콰아앙!

투투투투-!

어느새 이안이 떠 있는 위치 아래에 전선을 구축한 기계들은 쉴 새 없이 적들을 향해 포화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가진 탄약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상관은 없었다.

탄약이 바닥난 기계를 대체할 존재는 너무나 많았으니까.

그리고.

쐐애애액-!

[이안, 용들이 도착했다.]

고룡 메이라우스를 선봉으로 삼아 날아드는 거대한 파충류들을 확인한 미미르가 이안에게 보고했다.

‘좋아.’

이안은 미소를 지었다.

만약을 대비해 그가 준비해 놓은 계획들이, 차근차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대로, 사흘만 버티면….’

쐐애애액!

‘이긴다.’

다시금 짐승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토마호크 미사일의 무리를 바라보며, 이안은 눈을 빛냈다.

***

사흘이 지났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콰과과광!

‘빌어먹을.’

일 분 일 초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적의 맹공 앞에서, 마신은 보호막 바깥으로 고개조차 돌릴 수 없었으니까.

‘도대체, 어떤 신이 이런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거지? 빛의 신인 마르콘이라도 불가능한 일일진대….’

무너져가는 방호막에 마기를 다시 불어넣으며 마신은 이를 갈았다.

적의 정체 모를 공격은 그 강력함도 강력함이었지만, 조금씩 자신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방호막을 녹여내기까지 했다.

그런 공격을 사흘 내내 가만히 앉아서 맞고만 있었으니, 마신의 입장에선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마신은 이를 갈면서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흘 동안 그가 방어에만 전념하며 가만히 있었던 것은, 상대에 대한 두려움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힘을 회복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저, 아직 소화되지 않은 마왕들의 힘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뿐.

‘이제, 방어 따위는 필요 없다.’

스으으으-!

생각을 마친 마신은 곧장 자신의 몸을 알껍질처럼 지켜주던 마기의 방호벽을 무너뜨렸다.

마신은 안개의 형태로 돌아간 마기를 다시 몸으로 흡수하고는, 사흘간 준비해 두었던 술식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늑대 모습을 한 그의 몸뚱이가 보라색으로 빛나더니, 서서히 표면이 단단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온몸을 뒤덮은 늑대의 털은 피부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 아래로 크리스탈처럼 반짝거리는 질감의 피부가 나타났다.

생명체의 피부라기보다는 전차의 장갑에 가까운 재질.

과거, 그가 신들과 대립할 때 사용했던 방어술식 중 하나가 긴 세월이 지난 지금 대륙에 다시 펼쳐진 것이다.

쐐애애액-!

마침, 술식의 발동을 끝낸 마신을 향해 또다시 수십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쇄도했다.

이전의 그였다면, 즉시 방호막을 만들어 숨어야 했겠지만.

[더이상은 피하지 않는다.]

마신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미사일의 세례를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콰과과광-!

마신과 부딪힌 토마호크 미사일의 450킬로그램 탄두가 연달아 폭발했다.

순식간에 마신이 네 발로 서 있던 곳은 거대한 화염과 폭음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더이상, 이깟 것으로는 날 막지 못한다.]

폭연이 걷힌 뒤, 마신은 너무나 멀쩡했다.

놀랍게도, 어지간한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의 토마호크 미사일은 마신의 육체에 상처하나 남기지 못한 것이다.

상대의 공격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마신이 할 일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제, 놈들을 집어삼키기만 하면 되겠군.]

감히 자신에게 굴욕을 준 먹잇감을 최대한 죽지 않도록 살려놓으며 천천히 뜯어먹을 생각으로, 마신은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아니…?]

주변을 둘러본 마신은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놈들…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이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에게 공격을 날렸던 먹잇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그에게 용서받기엔 이미 늦었지만.

마신은 감히 자존심에 상처를 낸 먹잇감을 찢어발길 생각에 씨익 웃으며 긴 송곳니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웃음은 곧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하늘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마신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었다.

‘빛…?’

아니, 빛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들고 있는 녀석의 정체는, 원뿔의 형태를 한 금속의 물체.

‘대체 저건….’

수백, 수천 년을 살아온 그조차도 처음 보는 모습에 잠시 얼이 빠져있던 그사이에도, 정체불명의 물체는 빠른 속도로 지면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지면을 향해 박힌 순간.

파아아앗-!

마신의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

콰아아앙-!

‘시작됐군.’

등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이안은 자신의 최종계획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미르, 용들은 잘 도망갔겠지?’

[물론이다. 지금쯤이면 영지로 돌아갔겠지.]

‘가능하면 기계 녀석들도 살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군.’

아마도, 저 폭발에 휩쓸린 기계들은 다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열핵병기의 폭발과정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전자기펄스는, 기계들의 전기계통을 완전히 박살 내버릴 테니까.

‘이거로도 안 된다면, 내게도 딱히 방법은 없지.’

그가 S-1을 통해 마신에게 쏘아낸 것은, 지구 최강이자 최악의 병기.

‘핵탄두를 탑재한 ICBM.’

회피 불가능한 속도로 떨어지는 미사일에 담긴, 일정 반경 내의 모든 것을 증발시켜버리는 병기.

신의 힘이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 병기를 맞고 살아 있을 수 있다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수밖에.’

이안에게, 핵을 맞고도 살아 움직이는 괴물을 상대할 방법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됐어.’

열핵병기가 뿜어내는 강렬한 열기가 사그라들었다는 것을 느낀 이안은, 뒤를 돌아보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 어떻게 된 거냐?]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미미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기에 놈이 있었는데….]

사라져버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대지 위에 서 있던 거대한 늑대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미미르, 고개 숙여.’

[음?]

‘곧, 후폭풍이 몰아닥칠 거니까.’

다리에 구현한 제트엔진을 전속력으로 가동하며, 이안은 미미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콰과과과-!

이안의 말 대로, 강력한 폭풍이 이안과 미미르의 몸을 뒤흔들었다.

[이런, 이런 병기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신이라 해도 이런 힘을 가질 수는 없을 터인데….]

거대한 건물도 통째로 뿌리 뽑을 수 있을 것 같은 강력한 폭풍 앞에서, 미미르는 전율했다.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긴 한데….’

그것은 이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S-1과 대결을 치른 가상현실 속에서 사용해 본적은 있었지만, 거긴 현실이 아니지 않은가.

생전 처음 핵무기의 위력을 두 눈과 몸으로 체험한 이안은 그 위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일단, 신에게 핵이 먹힌다는 건 확인했다.’

엄밀히 말하면 신은 아니었지만, 상대는 신과 비견될 만한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니던가.

지금 이 순간, 이안의 손엔 신의 심장을 찌를 비수가 들려있었다.

‘곧, 그 비수는 수백 개가 될 거고.’

날아드는 소행성만 막아낼 수 있다면, 더 이상 신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리라.

전속력으로 후폭풍에서 빠져나온 이안이 입가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그 순간.

‘이봐.’

이안의 머릿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넌….’

머릿속 목소리를 들은 이안은 표정을 굳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드디어, 성공했구나?’

자신이 빙의한 육체의 진짜 주인이었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