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이안 폰 아슈타르]
[페르소나명: 미미르]
[등급: 신]
[마동력: ??????]
[개방 필요 마동력: ??]
[증폭률: ?????%]
[권능-전이]
“전이…?”
정보창을 읽던 이안은 권능란에 적힌 새로운 문구를 보곤 눈을 빛냈다.
신급 페르소나를 얻은 이후로 줄곧 비워져있던 칸이, 신기를 흡수함과 동시에 채워졌다는 건.
‘권능은, 신의 힘을 말하는 건가.’
물론, 그 사실을 깨달았다 해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정보창에는 권능의 이름만이 나와있을 뿐, 권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적혀있지 않았으니까.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힘이 생겼단 게 중요한 거지.’
이안은 만족스런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자신에게 선물을 쥐어준 자를 바라봤다.
“선물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제작자에게 받았던 걸 돌려줬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보답이라기도 민망한 수준이지.]
이안의 말에 메이라우스는 고개를 저으며 상처가 거의 아문 자신의 복부를 가리켰다.
[마지막에 조금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덕분에 힘은 거의 회복했으니 조금만 더 있으면 이 봉인구를 벗어날 수 있겠어.]
“저, 정말입니까, 메이라우스님?”
고룡의 말을 들은 알론소가 반색하며 물었다.
마르센 제국의 기반을 닦은 고룡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면, 제국의 부흥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아아, 메이라우스님께서 돌아오실 줄이야….”
그것은, 용족의 제1장로인 벨라크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스터급의 강자와 맞먹는 힘을 지닌 에인션트 드래곤이 용족에 합류할 수 있다면, 용족은 더 이상 멸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고룡의 부활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에 한 사람과 한 용은 기쁨에 젖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라우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눈치챈 이안이 물었다. 메이라우스는 조금 주저하다가 답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강력한 마기가 느껴져.]
“마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마기라니.
고룡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메이라우스의 표정은 진지했다.
[마경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야. 이렇게 강한 마기는 여태껏 느껴본 적이 없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알 수 없는 메이라우스의 말에 이안은 찡그린 표정으로 되물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
‘음.’
이안은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어디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저 멀리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마기를.
‘아스가르드.’
이안은 마기의 진원지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마도위성과 연결했다.
곧, 마도위성의 카메라 화면이 이안의 눈앞에 떠올랐다.
‘마경을 집중적으로 수색한다.’
이안이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아스가르드의 눈이 마경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저건….”
이안은 보라색 털로 뒤덮인 거대한 늑대를 발견하곤 경악했다.
그것은 분명.
“진짜였나….”
언젠가, 원래 이안의 환영이 보여준 환상 속의 존재.
불타는 대륙 위에 선 짐승의 모습과 똑같았으니까.
***
마경의 주민인 마족들을 지배하는 것은 마경의 군주들, 마왕이다.
마왕토벌자 이안에 의해 숫자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하나가 마스터급의 힘을 가진 마경의 군주들을 가볍게 볼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몇 없으리라.
하지만.
“크… 윽….”
강력한 힘을 가진 마왕들 중 하나, 제파르의 상태는 처참했다.
거대한 몸뚱이의 왼쪽 절반이 거대한 무언가에게 뜯어먹히기라도 한 것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빌어… 먹을…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마족들의 왕 중 하나인, 이 제파르가?
바닥에 볼품없이 쓰러진 상태로, 제파르는 이를 악문 채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상대를 바라봤다.
“크르르르….”
그것은, 늑대였다.
마왕이란 이름에 걸맞는 덩치를 가진 자신보다 수 배는 더 커다란 몸뚱이를 지닌 데다, 전신의 털은 마기의 보랏빛으로 물들어있긴 했지만 그뿐.
마왕인 제파르가 보기에, 눈앞의 늑대는 그가 영지에서 재미 삼아 사냥하는 마수들과 별반 다를 것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뭔가 달라.’
아무리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단 일격에 마왕인 자신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제파르는 생각했다.
‘어서… 알려야….’
다른 마왕에게, 저 규격 외의 생물체에 대해서 경고해주어야 한다.
‘최소한, 복수는 해주겠지.’
비록, 자신은 살아남지 못할지라도.
결심을 굳힌 제파르는 정신을 집중했다.
스으으-!
마왕의 마석만이 품을 수 있는 고농도의 마기가 그의 이마에 박힌 보라색 보석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마기를 소모해서라도, 저 위험한 짐승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으적!
제파르의 각오와 희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마치 간식을 먹듯 단숨에 제파르의 남은 상반신과 마석을 씹어 삼킨 늑대의 입가에서 보라색 피가 흘러내렸다.
으적으적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마왕의 하반신까지 게걸스레 집어삼킨 늑대는 입맛을 다시며 혀로 입 주변을 청소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스으으-!
서서히, 늑대의 외형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늑대의 전신을 덮은 보라색 털은 더욱 길고 뻣뻣해졌고, 마치 흑요석처럼 번들거리는 이빨과 발톱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와 함께, 늑대의 눈에 가득 들어찬 보라색의 귀기는 더욱 깊어져 갔다.
이윽고.
[여긴… 이게 전부인가….]
방금 집어삼킨 마왕의 흡수를 마친 늑대, 아니 마신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처음 메피스토를 상대할 때엔 좀 버거웠지만, 녀석을 먹어치우고 자신의 발톱을 다시 얻은 다음부터는 일이 쉽게 풀려나갔다.
추수하는 농부처럼, 그저 마왕이 거주하는 성으로 찾아간 다음 놈들을 먹어치우고, 흡수하면 되는 일일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둘 남았군….]
마경에 존재하는 모든 마왕을 집어삼킨 늑대는, 고개를 돌려 남은 먹잇감이 존재하는 곳을 바라봤다.
동쪽 저편에 존재하는 마경 너머의 땅.
연합공국이 있는 방향이었다.
느껴지는 먹잇감의 숫자는 둘.
하나는 가깝지만 약해 보였고, 하나는 멀었지만 강력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을 먼저 잡아먹어야 할까.
마신은 두 먹잇감을 두고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저기로 가볼까.]
곧, 생각을 마친 늑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급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의 먹잇감들이 무슨 수를 쓰건, 그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앞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쿵 쿵
거대한 늑대의 발걸음이, 마경을 진동시켰다.
***
“놈, 이쪽으로 오고 있군.”
거대한 늑대가 연합공국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안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인간, 뭘 보고 있는 거지?]
이안의 표정을 읽은 메이라우스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이안은 짧게 답했다.
“멸망.”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모두는 아연실색했다.
[그게, 무슨….]
[멸망?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오는 거냐?]
“멸망이라니요….”
“이안, 그게 무슨 말이냐? 멸망이라니.”
두 용과 한 사람, 한 고양이가 놀라 이안을 향해 물었지만, 이안은 거기에 대답해줄 정신이 없었다.
‘여기에서까지 느껴질 만큼의 마기라면, 평범한 놈은 아냐.’
상대는 그만큼 강했으니까.
어쩌면, 지금 이 행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소행성 따위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때 봤던 그 환영이 사실이라면….’
이안은 환영속에서 봤던 불타는 대륙을 떠올렸다.
놈은, 대륙을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막아야 했다.
“이봐.”
이안은 고개를 들어 수정구 안의 고룡과 눈을 마주쳤다.
[왜 부르는 거지? 도움이라도 필요한 거야?]
메이라우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언제쯤 봉인에서 불려날 거 같아?”
[늦어도 한 달이면 충분할 거야. 덕분에 힘은 거의 회복했으니, 회복한 힘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만 거치면 되거든.]
“너무 늦는데.”
고룡의 답을 들은 이안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메이라우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정확히 뭐가 필요한 건데?]
“시간.”
메이라우스의 말에 이안은 짧게 답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미 적을 날려버릴 방법을 생각해 두었지만, 계획을 완성 시키기 위해선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까지 나와 함께 시간을 끌어줄 전력이 필요해. 최소한 삼일은.”
그렇지 않는다면, 저 늑대는 단숨에 연합공국에 도달한 다음 온 대륙을 불태워버리리라.
그가 환영에서 봐왔던 대로.
‘아직 준비가 덜 되긴 했지만… 신검대를 써야 하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은 이안이 플랜B를 생각하고 있던 그때.
[삼일… 좋아.]
잠시 생각하던 메이라우스는 이안을 향해 승낙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이 고개를 갸웃했다.
“좋다고?”
[네가 조금 도와준다면, 봉인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을 조금 앞당길 수 있을 것 같거든? 어때?]
이안의 물음에 고룡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드디어 마음에 드는 대답이 나왔네.”
이안이 거부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뭐부터 도와줘야 하지?”
[아까 전에 했던 것처럼, 그 힘을 안으로 불어 넣어줘. 나머지는 내가 해결할테니까.]
“좋아.”
거대한 수정의 벽을 사이에 둔 채, 에인션트 드래곤과 신검공은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
S-1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관리자의 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자신에게 새롭게 주입 시켜준 개념의 병기를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
아스텔리아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신에 대항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S-1의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넘쳐흘렀다.
[설계공정 완료. 조립 및 제작설비 구축 완료. 프로토타입 조립까지 앞으로 3일.]
자신에게 주어진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S-1의 몸체 곳곳에 달린 모니터에는 웃는 모양의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삐이이-
S-1으로부터, 무언가가 전송되기 시작했다.
[외부로부터의 통신 감지. 보안코드 분석. 관리자로 확인. 통신 연결함.]
눈 깜빡할 새에, 자신에게 통신을 건 자가 관리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S-1은 곧장 통신채널을 열었다.
그리고.
-날 도와줘야겠는데.
관리자의 명령이, 통신을 통해 S-1에게로 전달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