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89화 (190/224)

#191화

F119.

지구 최강의 전투기, F-22를 날게 하는 엔진의 이름이다.

최대 35,000파운드라는, 벽돌도 하늘을 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추력을 가진 엔진은, 지금껏 상상해 본 적 없는 기동능력을 F-22에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쐐애애액-!

지금 이 순간, 그 엔진이 자리한 곳은 전투기가 아니었다.

‘저게 뭐지?’

이안의 두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달린 두 개의 금속 뭉치를 발견한 브라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꽁무니에서 시뻘건 화염을 내뿜는 그 금속 뭉치가 전투기를 날 수 있게 만드는 엔진이라는 사실을 그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게 놀란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쐐애액!

자신을 향해 거리를 좁히던 이안의 신형이,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졌다.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거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자신조차도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

하지만 노련한 투사였던 브라움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게인워드가 어찌하여 폭권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게 해 주마.’

우우웅!

브라움이 하늘로 오른 주먹을 뻗자, 오른 주먹을 감싸고 있던 푸른색의 오러덩어리들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곧, 공기를 진동시키던 기운들은 주먹에서 분리된 다음, 자기들끼리 엉겨 붙기 시작했다.

곧, 만들어진 것은 순백색을 띠고 있는 오러의 뭉치 여럿.

게인워드 가문의 비전 절기 중 하나인 오러 밤(Aura Bomb)이었다.

모든 권을 다루는 자들의 위에 폭권공가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

‘와라, 언제든 받아주마.’

키이이잉-!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백색의 구슬들을 손에 쥔 폭권공의 눈이 빛났다.

오러의 힘을 극도의 절삭력으로 바꾸어낸 오러블레이드와는 다른, 극도의 폭발력으로 적을 찢어내는 무기.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한들, 다가오는 타이밍에 맞춰 오러 밤을 터뜨린다면 인간의 몸으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브라움은 이안이 다시 돌아올 때만을 기다리며 하늘을 노려봤다.

하지만.

“크, 크윽….”

브라움에게 돌아온 것은, 이안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뭐, 뭐지?’

당황한 폭권공의 시선이,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은 격통의 진원지를 향했다.

그리고.

“허, 허허….”

오러 밤을 들고 있던 자신의 오른쪽 팔이 송두리째 날아간 것을 확인한 브라움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콰아아앙-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

‘생각대로 움직이긴 하는데….’

하늘 위에서 이안은 어깻죽지가 날아간 채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폭권공을 내려다 봤다.

그리곤, 자신의 팔이 있어야 할 부분에 달린 거대한 전차포로 시선을 옮겼다.

‘어깨가 뻐근하네.’

수십 톤의 전차쯤은 되어야 받아낼 수 있는 반동을 인간의 육신으로 받아내려 했으니,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다.

거기에, 포탄의 가속도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다리에 구현한 엔진의 출력까지 최대로 높이지 않았던가.

이안이 자신의 육체를 신급 페르소나의 힘으로 강화하지 않았다면, 어깨가 뻐근한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으리라.

‘뭐, 결과만 좋으면 됐지.’

하지만 이안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적을 관통해버리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초음속으로 날면서 쏘아낸다는 발상의 결과가 제법 훌륭했으니까.

마스터급의 육체를 가진 강자도 전혀 대응하지 못할 만큼의 빠른 속도라면.

‘신에게도 통할지 모르지.’

물론, 이안이 신에게 쏠 것은 날탄 따위가 아니겠지만.

쐐애액-

폭권공이 무력화된 것을 확인한 이안의 신형이 다시 지상으로 향했다.

파앗-!

지상에 발을 디딘 이안은 다리에 달린 거대한 엔진을 마동력의 형태로 흩어버린 다음,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브라움을 향해 말했다.

“뭐, 더 싸워볼 생각이야?”

그 말에 폭권공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자네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겠지.”

상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사라진 것은 팔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였을 테니까.

잃어버린 팔 하나쯤, 본가에 돌아가 포션과 신성력을 들이붓는다면 얼마든지 재생시킬 수 있지만, 머리는 그렇지 않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내가 이겼으니 뭐라도 받아 가야겠는데.”

승자가 패자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이치.

폭권공의 항복선언을 들은 이안은, 폭권공과 게인워드 공작가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그 전에.”

“음?”

하지만 그의 생각은 곧바로 실현될 수 없었다.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그런 건 이겨놓고 해야 하는 말 아닌가? 패배해 놓고 이제 와서 물러 달라는 부탁이라면 곤란한데.”

브라움의 말에 이안은 장난스레 답했다. 하지만 브라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네.”

“그럼?”

상대의 표정이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안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브라움이 입을 열었다.

“성광공, 그자를 막아야 하네.”

“성광공?”

만신의 대리자이자,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단을 관리하는 통합주교.

그리고.

“뭔 소리야. 어차피 우린 적이잖아?”

이안이 싸워야 할 적 중 하나.

어차피 언젠가는 싸워야 할 적인데, 찾아와서 막아달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브라움은 그 말을 듣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최대한 빨리 그자를 막아야 하네.”

말을 마친 폭권공의 얼굴에 자리한 것은 평정도, 분노도 아니었다.

‘공포?’

장년 사내의 표정에서 두려움을 읽은 이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폭권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가 멸망해버리고 말 테니까.”

브라움의 말에, 이안의 표정 역시 심각해졌다.

***

만신전.

바드리안 공작가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고층빌딩의 옥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색의 옷을 입고는 있었지만, 그 모습은 대체로 비슷했다.

“마르콘이시여….”

“갈리우스님….”

그들은 다름아닌 각 교단의 대사제, 혹은 주교들.

자신의 교단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자들이, 이곳에 모여 각기 자신의 신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한 명의 노인이 있었다.

‘이제, 결정해야 한다.’

엘로임 폰 바드리안 공작.

만신의 대리자이자 모든 교단의 주인.

그의 표정은 몹시도 침울했다.

자신이 신들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만신의 사랑을 받는 핏줄을 가진 그에게, 신들에게 버림을 받는 일이란 것은 있을 수 없으므로.

‘그래서 지금 문제가 일어난 것이지만. 후….’

생각을 마친 성광공은 남쪽을 바라봤다.

그 끝에 자리한 것은, 세계의 균형을 어그러뜨리고 있는 존재.

‘신검공.’

아니, 이제 신검공이라 불러도 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가 빛의 신, 마르콘에게 들은 게 맞다면.

‘페르소나를 이용해 스스로 신의 힘을 거머쥐었다 하던가. 그것도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지상에 자신의 힘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신이 나타났다는 사실.

‘신의 힘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오직 바드리안의 이름으로만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바드리안 공작가와 신들 사이의 약속.

하지만, 이안의 등장으로 인해 이 약속은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대는 어찌 되었건 인간.’

신이나 다름없는 힘을 휘두른다 한들, 신검공은 신이 아닌 인간이다.

‘그렇기에 위험하지.’

자신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존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오늘 성광공이 모든 대사제와 주교들을 불러모은 이유였다.

‘나를 용서하게나, 신검공.’

한참 동안 남쪽을 바라보던 엘로임은 깊은 한숨을 내쉰 다음, 자신의 신을 부르고 있는 사제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오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의 시동어를 외기 시작했다.

“아르마.”

만신의 대리자인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페르소나를.

우우우웅!

시동어를 외침과 동시에, 그의 손에 쥐어진 금색의 지팡이가 빛으로 변해 성광공의 몸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파아앗!

빛이 사라지고, 성광공의 몸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을 환히 비추던 황금빛이 아니었다면, 페르소나를 발동하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

하지만.

“마르콘.”

성광공은 당황하지 않고 빛의 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 순간.

우웅-

그의 몸을, 한 겹의 빛무리가 감싸안았다.

그것은, 그가 불러낸 빛의 신이 가진 후광(後光).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갈리우스.”

우우웅-!

빛의 신이 가진 후광에 덧씌워진 것은, 마법의 신이 가진 마법의 장막.

“클레오페아, 아세린, 베이울.”

고오오오-!

성광공이 신들의 이름을 입에 담을 때마다, 그 신들이 지닌 후광이 그의 몸에 덧씌워졌다.

“만신의 대리자시여….”

“대륙에 영광과 가호를….”

열, 스물, 오십, 백….

평범한 사람들은 하나조차 버티지 못할 신들의 후광을 겹겹이 육체에 쌓아나가는 엘로임을, 사제들이 찬양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블레이어.”

그의 입에서, 일천 번째 신의 이름이 나왔다.

파아앗-!

동시에, 일천 번째의 후광이 그의 몸에 덧씌워졌다.

신의 후광은 신들의 진정한 힘에 비하면 아주 작은 힘.

하지만, 그 힘이 일천이나 모이게 된다면…….

[이건…정말 대단하군.]

자신의 적과 마찬가지로, 신의 힘을 손에 쥐게 된 성광공의 표정이 묘해졌다.

자신이 성광공의 자리에 오르게 된 이래, 이토록 많은 힘을 사용할 일은 없었으니까.

[놀라워. 정말 놀라워.]

서로 각기 다른 천 개의 힘이 그의 몸 안에서 꿈틀댔지만, 천 개의 힘은 서로 부딪치지 않고 조화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경이였다.

그 경이가 자신의 몸 안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성광공에게 어마어마한 쾌감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이제, 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았다.

페르소나로 엮어낸 이 힘은 곧 사라져버릴 것이고, 그는 이 힘을 이용해 할 일이 있었다.

성광공은 하늘을 바라봤다.

아니, 그가 바라보는 곳은 하늘 너머였다.

구름과 대기를 지나, 달을 넘어선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저게 좋겠군.]

그 중, 어지간한 섬과도 같은 크기의 암석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것을 발견한 성광공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구구궁-

거대한 암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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