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88화 (189/224)

#190화

S-1에게 핵무기를 생산하라는 명령을 내린 다음, 이안은 아슈타르의 수도, 알자스 성으로 돌아왔다.

다가온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확인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를 시험해 봐야겠어.’

새롭게 얻은 신급 페르소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이안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분명 이전보다 강력해진 것은 확실하지만, 이안이 가진 페르소나의 효용은 단순히 강력한 힘만이 아니었으니까.

‘얼마나 효율적인지, 범용성은 얼마나 넓은지 확인해야 해.’

그렇기에, 이안은 알자스 성에 자리한 자신의 연무장을 찾아왔다.

우웅-!

연무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이안은 자신의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마동력을 끌어올렸다.

페르소나의 시동어를 외칠 필요는 없었다.

신급 페르소나의 단계에 오르면서, 미미르의 본체는 이안의 몸과 하나가 되어버렸으니까.

[인간의 힘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야. 이게 내 주인이라니….]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미미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디, 한번 시작해 볼까.”

페르소나를 깨워낸 이안은, 천천히 신급 페르소나의 힘을 시험해 보기 시작했다.

파아앗!

그가 세상에 구현해내려는 병기를 떠올릴 때마다, 허공에 나타난 병기가 하나씩 연무장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개인화기인 권총과 자동소총부터, 전차나 장갑차같은 거대한 차량까지.

지구의 강력한 병기들이 어지간한 운동장 몇 개가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를 가득 메우는 데에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면 부족한데….”

연무장을 가득 채우고도 이안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지 못했다.

[무슨 소리냐. 여기에 채워 넣은 무기의 위력만으로도 어지간한 국가 한두 개는 정복할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이안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던 미미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라 한 두개 쯤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신들도 그렇게 처리할 수 있을까?”

이안은 자신의 능력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내 힘이 약한 다수를 상대론 쓸 만 하지만, 강력한 개인을 상대론 좀 애매하니까.”

애당초, 지구의 병기들이란 게 다 그렇지 않은가.

강력한 초인 한 명이 아닌, 다수의 군중을 더욱 손쉽게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들.

9MM 파라블럼이건 120MM 전차포건, 평범한 사람에겐 똑같이 치명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안이 상대해야 할 것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초월적인 존재다.

‘초월적인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선, 그만한 힘이 필요하지.’

마동력에 의해 병기들의 위력이 강해졌다곤 하지만, 그 것만으론 부족했다.

‘단순히 병기를 구현해내는 것만으로는 어려워.’

단순히 있는 것을 구현해내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변형시킬 수 있어야 했다.

‘가능하다면, 저 신들에게 닿을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이안은 한 가지 가설을 시험해 보려 했다.

‘F-22.’

파아앗!

그가 구현할 대상을 떠올린 순간.

이안의 몸에서 마동력의 회색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안의 몸을 완전히 감싼 회색빛은, 곧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미미르의 앞에 나타난 것은, 평범한 전투기의 모습.

하지만.

[이안?]

F-22의 모습을 본 미미르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F-22의 실물을 처음 마주했기 때문은 당연히 아니었다.

[이안, 대체 어디로 간 게냐?]

원래라면 이안이 자리해야 할 콕핏 안의 조종석이, 텅 비어 있었다.

땅으로 꺼져버리기라도 한 듯 주인이 모습을 감춰버리자, 미미르의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차버렸다.

하지만, 이안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뭔 소리야, 여기 있는데.]

[이, 이안?]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미미르는 놀라 눈을 부릅떴다.

목소리에 기계음이 섞여 있긴 했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분명 주인인 이안이었으니까.

[어디로 간 게냐?]

하지만, 여전히 이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회색 고양이가 주인을 찾아 고개를 휘휘 돌리기 시작하던 그때.

위이이잉-!

가만히 서 있던 F-22의 쌍발엔진이, 느닷없이 굉음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애오오옹!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전투기가 움직일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한 미미르가 놀라 경기를 일으켰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똑바로 보라고.]

혀를 차는 이안의 목소리에, 미미르는 다시 정신을 차리곤 우렁찬 소리를 내뿜는 F-22를 자세히 바라봤다.

그리고.

[이, 이건…!]

미미르는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안, 어떻게 한 것이냐? 병기와 몸을 일체시키다니….]

그의 주인, 이안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눈앞에 서 있는 지구 최강의 전투기가 다름 아닌 이안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미미르는 경악했다.

하지만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어떻게 하긴. 원래 이게 페르소나의 사용방법 아니야? 당장 환수급만 돼도 신체와 불러내는 환수를 일체화시키잖아.]

이계의 병기를 불러오는 이안의 페르소나가 독특한 것일 뿐, 환수급 이상의 페르소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단지, 이안은 환수나 영웅이 아니라 병기를 몸과 일체화시킨 것이 다를 뿐.

[그, 그건 그렇다만, 이건 팔다리에 검을 붙이는 미친놈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한때 생명체였던 환수를 구현해 자신의 신체와 일체화시키는 것과, 애초부터 걸치거나 휘두르도록 만들어진 병기를 일체화시키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무생물인 병기를 육신에 구현해내다니, 네 몸이나 영혼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미미르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F-22를 바라봤다.

[아니.]

하지만 이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딱, 내가 생각한 느낌이야.]

어떻게 된 건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의 육신은 분명 거대한 전투기로 변화되어 있었다.

전투기에 달린 각종 센서들 부터, 센서들과 연결된 수만 개의 전선과 연료공급라인 하나하나가 그의 감각 안에 느껴졌다.

종의 한계를 초월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이안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아직 부족해.’

이안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병기로 구현해낸 것은, 그저 세워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였다.

하지만.

우우웅-

어딘가에서 진동음이 들려온 순간.

[미넨인가?]

파아앗!

이안은 F-22로 변신해있던 자신의 육체를 원래대로 되돌리고는, 품속에서 통신구슬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연락이 온 것은 자신의 형제인 미넨이 아니었다.

“…마르쿠스?”

마르쿠스 폰 가울드 공작.

환세공이 자신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지?”

하지만, 무슨 일인지는 연락을 받아보면 곧 알게 될 터.

이안은 부르르 몸을 떨어대는 통신기를 향해 마동력을 불어넣었다.

곧, 마동력에 의해 깨어난 통신구슬의 위에 대머리 노인이 나타났다.

[신검공, 문제가 생겼네.]

“무슨 일입니까?”

굉장히 다급해 보이는 환세공의 표정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폭권공이 자네에게 결투 신청을 보냈네.]

“결투… 말입니까?”

마르쿠스의 말을 들은 이안은 순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폭권공, 브라움 폰 게인워드.

게인워드 공작가의 가주이자, 오직 맨주먹만으로 오러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대륙의 강자.

“신검공,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군.”

이안 폰 아슈타르 공작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그의 아들 발렌으로부터였다.

‘괴물,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아슈타르에 괴물이…!’

목에 붕대를 감은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야기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훤히 떠올랐다.

‘그땐 그냥 웃어넘겼지.’

자신의 자식들 중에서도 가장 약했던 녀석이 발렌이다.

약해빠진 아들놈의 호들갑에 동조해 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

아슈타르의 망나니라 무시했던 녀석이 어느새 신검공의 자리를 차지하고, 마왕토벌자라는 이름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마저도 놀랄 일이거늘.

‘이제, 공국과 전쟁을 벌이려 하는군.’

그래서, 알고 싶었다.

이안이라는 사내의 정체에 대해서.

그리고.

쐐애애액-

브라움이 원했던 순간이, 이제야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쿠웅!

한 사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가 발을 내디딘 평원의 일부가 움푹 들어갈 만한 충격.

하지만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일으켰다.

“신검공.”

드디어 자신의 상대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폭권공은 입가에 미소를 드리웠다.

하지만 이안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어지간히 할 일도 없나 보지? 요즘 세상에 일기토라니, 참 신사적이기도 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릴라전을 숱하게 경험해 온 이안에게, 일기토는 구닥다리 행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명예를 모르는 자였다니, 실망이군.”

그 말을 들은 브라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명예를 아는 놈들이 육 대 일로 쳐들어온다고? 지금, 농담하는 거지?”

“이건 단순한 침략이 아니다. 세계의 균형을 깨려는 그대, 신검공에 대한 징벌이란 말이다.”

이안의 말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인지, 브라움의 얼굴이 붉어졌다.

물론, 이안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잔말 말고, 덤벼. 빨리 끝내자고.”

그가 굳이 이 웃기지도 않는 대결을 수락한 것은 단 하나.

‘페르소나를 시험해 보기 딱 적당한 상대지.’

이안이 게인워드 공작가의 가주이자 오러마스터인 자신을 수련용 허수아비쯤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의 평정심은 단번에 깨져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좋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브라움은 분노하는 대신 심장에 잠들어 있는 오러를 끌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오라, 제피로스.”

폭권공의 입에서, 페르소나를 깨우는 시동어가 튀어나왔다.

우우웅!

순식간에 그의 전신을 물들인 청색의 오러가 점차 짙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청색에서 남색으로 변해버린 오러의 갑옷을 뒤집어 쓴 브라움의 눈에선 푸른색의 귀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먼저 친다.’

그의 의지가 발한 순간.

파아앗!

몸이 움직였다.

단 한 번의 도약만으로 거리를 빠르게 좁혀나가던 브라움의 주먹이 이안의 명치를 향해 겨누어졌다.

‘자, 어떻게 할 거냐?’

전신의 오러를 폭발시킨 반동을 견디면서, 브라움이 미소 지었다.

피하기엔 너무 늦었고, 막아내기엔 너무 강했다.

상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공격을 맞아낸 다음 견뎌내는 것뿐.

하지만, 이안의 선택은 셋 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파아앗!

이안의 양 다리에서 회색빛이 번쩍, 빛난 순간.

콰아아아앙!

이안의 몸이, 폭권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