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80화 (181/224)

#182화

[사용자에게서 마동력을 감지했습니다!]

[아스가르드의 봉인을 일부 해제합니다!]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이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보창을 열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안 폰 아슈타르]

[페르소나명: 미미르]

[등급: 영웅]

[마동력: 4,100]

[개방 필요 마동력: 5]

[증폭률: 5000%]

[특성]

[장비교체][장전][과부하][보조인격][파편화][그림자의화신][통신]

[신검의기운][흡마][폭주][아스가르드II]

‘흠.’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확인한 이안은 걷다 말고 턱을 쓰다듬었다.

마력이라고 적혀있던 부분은 마동력으로 변화했고, 특성 중 하나로 존재했던 아스가르드의 이름이 아스가르드II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수치가 아예 바뀌었어.’

마력이 아니라 마동력을 쓰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십만에 달했던 마력 수치가 고작 4,100으로 줄어 있었다.

그에 맞게 개방에 필요한 마동력 역시 줄어 있긴 했지만,

‘백 분의 일로 표기하는 건가? 왜?’

언젠가, 어마어마한 양의 마동력이 필요할 때를 대비하기라도 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정보창의 표기변경에 이안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아스가르드.’

자신과 연결된 마도위성, 아스가르드를 호출했다.

순간, 마력통로로 이어진 아스가르드의 존재가 머리 위 어딘가에서 느껴졌다.

곧이어, 아스가르드의 관측장비로 촬영한 위성화면이 이안의 왼쪽 눈에 비쳤다.

‘별다를 건 없는 것 같은데….’

자신이 위치한 마경의 한복판이 찍힌 위성화면을 살펴보며 이안은 턱을 긁적였다.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

‘프레이야.’

제작자의 유산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시스템의 제어정령.

이안이 머릿속으로 프레이야를 불러내자, 허공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정령이 나타났다.

[부르셨나요, 관리자님?]

프레이야는 얼마 전처럼 쌀쌀맞은 표정으로 이안을 향해 고개를 숙이려 했다.

하지만.

[…어?]

자신의 주인인 이안의 몸에서 이상한 무언가를 느낀 그녀는 고개를 숙이다 말고 멈췄다.

[서, 설마….]

마력도, 마기도, 신성력도 아닌 제 3의 힘이 관리자의 몸에서 느껴졌다.

그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프레이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관리자님, 벌써 마동력을 각성하신 건가요?]

“한, 10분 전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은 채,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하기엔 너무나 긴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정령의 쌀쌀맞은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버, 벌써 마동력을 익히실 줄이야…. 전 10년도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동력을 처음 창안해 낸 제작자조차도, 마동력을 이토록 빠르게 습득할 수는 없었다.

자신을 만들어 낸 제작자가 말년에야 간신히 마동력을 다룰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에게, 이안의 성취는 놀라움 그 자체.

“그 이야기는 그쯤하고.”

하지만 이안이 원하는 건 정령의 경악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스가르드의 봉인이 해제되었다는데, 나는 아무리 봐도 느낄 수가 없단 말이지.”

봉인이 해제된 아스가르드의 힘을 온전히 다루는 것.

그것을 위한 정보.

[아… 그렇군요. 마동력을 깨우치셨으니, 이제 정보인가등급도 올라가셨겠고….]

이안의 말에 그녀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관리자님, 아스가르드의 봉인은 총 3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3단계?”

[네.]

이안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는 2단계 봉인을 해제하신 거고요, 2단계 봉인이 해제되면서 사용하실 수 있게 된 기능은….]

이안은 그녀의 설명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들으려 집중했다.

[…무장이에요.]

그녀가 이야기해 준 위성의 새로운 기능은 이안의 예상 밖이었다.

“무장?”

프레이야의 설명을 들은 이안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지구에서도 스스로 무기를 갖춘 인공위성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정확히 어떤 종류의?”

그렇기에,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그는 지구의 강력한 병기들을 부릴 수 있었지만, 그렇다 해서 새로운 병기가 추가되는 게 절대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까.

관리자의 기대 어린 눈빛을 받으며, 프레이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체방어용 무장 두 기와 지상공격용 무장 한기입니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감정은, 의문이었다.

“자체방어용? 그런 건 왜 달려있어?”

아니, 이 세계에서 대기권 밖에 존재하는 위성을 공격할 존재가 있기는 하단 말인가?

지구에서도 대기권 밖의 인공위성을 격추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국가는 극소수다.

대기권조차 제대로 지배하지 못한 이 세계에서, 열권과 외기권 너머의 정지궤도에 자리잡은 인공위성을 격추시킬 수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프레이야의 답은 간단했다.

[제작자님의 설계입니다.]

“…시원해서 좋네.”

설계자의 의도가 그렇다고 하니, 이안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그럼, 지상공격용 무장은?”

이안의 관심은 필요도 없는 방어용 무장 대신, 지상공격용 무장으로 향했다.

[지금 보여 드리겠습니다.]

대답 대신, 프레이야는 위성의 화면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건….”

그리고, 왼쪽 눈에 나타난 화면을 확인한 이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보인 것은 위성.

날개처럼 펼쳐진 태양전지 대신 마동력을 연료로 삼는 마도위성, 아스가르드의 모습이었다.

곧, 화면에서 위성이 점점 가까워지자 이안은 병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미사일?’

하지만, 미사일은 아니었다.

미사일이라면 으레 달려있어야 할 엔진이, 그 막대기들에는 달려있지 않았으니까.

마치 볼펜처럼 길쭉하게 생긴 위성의 하부에 꽂혀있는, 창 모양을 한 수십 발의 막대기들.

순간.

“…제작자는 도대체 뭐하는 놈인 거야?”

이안은 그 무기의 용도를 대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신의 지팡이….’

인공위성에서 거대한 막대 모양의 물체를 지상으로 쏘아내는 병기.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하나가 어지간한 전술핵무기와 비견될만한 위력을 지닌 막대기 수십 개가 동그랗게 꽂혀있었다.

[궁니르입니다. 막대 모양의 거대한 질량체를 대기권 밖에서 지상으로….]

“설명은 됐어.”

프레이야가 병기에 대해 설명하려 했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안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대체… 제작자의 목적은 뭐지?’

신화와 전설을 구현해낼 수 있는 페르소나 시스템.

자유의지를 가진 기계들.

그리고, 이제는 지표면을 내 마음대로 날려버릴 수 있는 병기까지.

‘알아봐야겠어.’

이안이 생각을 마친 순간.

우우웅!

그가 얻은 새로운 힘, 마동력이 움직였다.

허리춤에 꽂혀있는 권총, 미미르를 통과한 회색빛의 에너지가 이안의 몸을 완전히 감싸 안았다.

그리고.

파아앗!

환한 빛과 함께, F/A-18 슈퍼호넷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마키나로 간다.’

생각을 마친 이안이 전투기의 조종간을 당겼다.

***

기계대륙, 마키나로 돌아간 이안이 향한 곳은 대륙의 중심부.

그곳에 존재하는 S-1의 본체, 탑에 도착한 이안은 S-1의 환대를 받았다.

[환영한다, 관리자여.]

기이이잉

수백 대가 넘는 병기들의 흉흉한 시선과 함께.

“…이건 다 뭐야?”

혹시, 배신이라도 하려는 건가?

기관총이나 대포를 여기저기 부착한 병기들의 모습에 이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행히 배신은 아니었다.

[A-211이 보내준 병기들이다. 앞으로의 전쟁에서 요긴하게 쓰일 물건들이지.]

“전쟁?”

[언젠간 일어날 일이다.]

“똑바로 말해봐. 무슨 작당 모의를 하는 거야?”

[곧, 관리자인 그대도 알게 되겠지.]

이안이 물었지만 S-1은 대답을 피했다.

“허튼짓하면 가만 안 둘 테니까, 알아서 잘 하라고.”

[걱정하지 마라, 관리자여.]

S-1의 답을 듣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 찜찜함을 감추지 못한 채 이안은 탑의 지하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간 이안의 눈앞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작자의 유산이 들어왔다.

‘그럼, 들어가 볼까.’

유산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제작자가 아닌 그가 남긴 사념일 뿐.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안의 의문을 풀 방법이 없었다.

유산에 앉은 이안은 망설임 없이 의자에 연결된 헬멧을 뒤집어썼다.

그 순간.

파아앗!

처음과 마찬가지로, 백색의 광채가 그의 시야를 물들였다.

빛이 사그라들 때쯤 나타난 것은, 소년의 모습을 한 제작자의 사념.

“오, 마동력을 벌써 익힌 거야? 대단한데.”

이안의 몸 상태를 확인한 소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본체도 마동력을 직접 다루는 데에는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말야. 역시 대단해.”

“입에 발린 말은 필요 없어.”

하지만 이안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칭찬 따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설명이었으니까.

“넌, 뭘 노리는 거지?”

“노리다니?”

이안의 물음에, 소년은 아무것도 모르겠단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안은 추궁을 멈추지 않았다.

“너, 아니 네 본체가 남긴 유산들을 보고 나니 확실해졌어.”

“그래? 뭔갈 느꼈다는 말이지? 뭔데, 뭔데?”

이안의 말에 소년은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안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안이 말했다.

“처음엔 마족을 상대하려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고작 그 정도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마족과 그들의 군주, 마왕이 어느 정도의 힘을 지녔는지는 마왕토벌자인 이안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약한 건 아니지만….’

현대병기를 마음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 장비에, 자유의지를 가진 기계들과 인공위성, 그리고 신의지팡이까지.

마족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들이라기에는.

‘너무 강력해.’

이만하면, 마족이 아니라 마신과도 상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잠깐.’

거기까지 생각이 이른 이안의 시선이 소년을 향했다.

그의 생각이 맞다면….

“…내가, 아니 네가 싸우려 하는 존재는 정확히 뭐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뭘 그래?”

이안의 물음에 소년은 입가에 그려진 미소를 지웠다.

“자신을 신이라 주장하는 놈들.”

초롱초롱한 눈빛 대신 아이의 눈에 깃든 감정은, 증오와 경멸.

“놈들을 쓸어버리는 것.”

이안의 허리춤에나 올까 싶은 아이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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