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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73화 (174/224)

#175화

“마동력은 말 그대로 동력이야.”

양팔에 거대한 힘을 두른 아이가 말했다.

“정확히는, 지성체가 사고하는 것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연료.”

“그래?”

아이의 설명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그는 아이가 설명하고 있는 힘을 다루고 있었으니까.

“그거, 그냥 페르소나 아냐?”

페르소나.

지성체들이 만들어 낸 신화와 전설의 힘을 현실에 구현해내는 대 마족병기.

상상을 현실로 옮긴다는 점에서, 아이가 설명하고 있는 마동력과 페르소나의 기능은 별 차이가 없었으니까.

“맞아.”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하지만 틀려.”

그와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뭔 개소리야?”

“너희들이 다루고 있는 페르소나는 불완전하다는 이야기지.”

“불완전하다고?”

아이의 말을 들은 이안은 당황스러웠다.

그가 미미르로 해왔던 일을 생각한다면, 영웅급 페르소나처럼 강력한 병기가 불완전하다는 생각은 감히 떠올릴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는 당연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불완전하지. 페르소나 제작 시스템을 만들어낼 때, 제작자의 첫 구상은 그게 아니었거든.”

“좀 알아듣게 좀 설명해 줄 수는 없나?”

중요한 이야기만 쏙 빼놓는 아이의 화법에 이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가 입을 열었다.

“제작자가 구상했던 페르소나의 형태는, 마력과 신성력의 조합이 아니야. 마법의 신과의 협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했을 뿐이지.”

“그럼, 마동력은 뭐가 다른데?”

“하나가 더 추가되었지.”

스으으-

이안의 물음에 답한 아이의 손에서, 새로운 기운 하나가 피어올랐다.

고오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은 불쾌함으로 가득 찬, 자줏빛을 띈 에너지.

이안은 그 에너지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아이가 피워올린 기운은, 그가 지금껏 싸워온 적들이 숨 쉬듯 내뱉었던 기운.

“…마기?”

마경의 존재들이 내뿜는 마기였으니까.

당연히, 이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대 마족병기를 만든 제작자가 사실은 마족이라도 되었다, 뭐 이런 말이야?”

당연하지만, 마기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족뿐.

같은 마경의 권속이라 할지라도, 마수나 악마와 같은 하등한 존재들은 감히 다룰 수조차 없는 힘이 아니던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이안으로써는, 제작자가 마족이란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제작자는 어느 면으로 보나 완벽한 인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마기를 다룰 수 있는 건데?”

“배웠으니까.”

“…배웠다고?”

아니, 그게 배운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었나?

그 말이 이안에겐 재미없는 농담처럼 들렸지만, 아이의 표정은 진지했다.

“처음부터 제작자가 마족들과 적대해왔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건 또 무슨….”

대 마족병기를 만들어내고, 신마대전에서 신족의 승리를 이끌어낸 장본인이, 원래는 마족과 친구라도 된단 말인가.

상대의 말을 들은 이안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해졌지만,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대가 다룰 줄 알아야 할 힘이기도 하지.”

“마기를?”

“그래.”

“허, 허허.”

마기를 다루는 신검의 주인이라니.

이제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이안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물론, 궁금증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음?”

그의 말에 아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안의 물음이 이어졌다.

“난 마기가 없는데, 마기를 어디서 끌어와야 하지?”

제작자가 어떻게 마기를 끌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안의 몸에 없는 마기를 끌어올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안의 질문에 대한 아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미 그대는 마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게 뭔 개소리야?”

이안이 그 말을 이해한 것은, 조금의 설명이 이어진 뒤였다.

***

마경.

마왕 마르바스가 자신의 마석을 보관했던 던전의 입구에 도착한 메피스토와 도노반, 에반은.

“그게 정말이오, 마왕?”

“그런….”

메피스토의 설명을 듣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메피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뒤에 보이는 절벽에 거대한 배 한 척을 만들어낸 다음, 타고 가더군. 넵튠과 만나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마친 메피스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넵튠이라면….”

“바다의 신이지 않습니까, 경.”

“그렇지. 후우….”

도노반은 낭패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아슈타르에 위기를 가져온 주범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신들이었으니까.

아슈타르의 주인인 신검공과 신들 중 하나가 직접 만난다면, 분명 좋게 끝나진 않았으리라.

그리고, 당하는 쪽은 십중팔구 자신들의 주군일 터.

‘인간이 신을 상대로 이기긴 힘든 일이니… 이를 어쩐단 말이냐.’

도노반의 입에서 끝없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무리 그들의 주군이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세워나갔다곤 하지만, 신과 정면대결을 펼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으니까.

전대 신검공, 아니 역대 신검공 중 그 누구도 신에게 대적한 자는 없지 않았던가.

‘부디, 살아만 계시기를 빌 수밖에.’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기회는 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어디로 가신다고 하더이까?”

노기사는 어두운 낯빛으로 메피스토에게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군. 배에 올라탄 다음 곧장 사라져버렸으니.”

“그렇다면, 찾으러 갈 수밖에 없겠군요.”

그 말을 들은 에반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공작 전하를 찾지 못한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 맞는 말이네.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들의 앞에 펼쳐진 망망대해는, 감히 넓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그들이 타고 온 비행초계함은 저 바다에 비하면 티끌과도 같은 존재일 터.

저 바다 어디에 두 기사의 주군이 있을지는 둘째 치고라도, 바다의 신이 그들을 막아선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서는 것조차 어려울지 모른다.

“허어….”

그들의 앞에 놓인 거대한 벽 앞에서, 도노반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경.”

에반이 도노반을 부른 것은 그때였다.

“무슨 일인가?”

젊은 기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도노반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바, 바다를 보십시오.”

에반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절벽 너머를 가리켰다.

“바다?”

후배기사의 난데없는 말을 들은 도노반은 다시 시선을 바다로 돌렸다.

그리고.

“저건?”

노기사는 볼 수 있었다.

바다와 하늘 사이의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무언가를.

‘뭐지?’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노기사는 눈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오러로 강화된 안력은 지평선 너머의 물체를 더욱 또렷하게 비춰주었다.

그리고, 물체를 확인한 도노반은 크게 놀라 입을 놀렸다.

‘배?’

보통의 배가 아니었다.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윗부분이 평평하게 생긴 형태의 철선.

‘마치, 공작 전하께서 배를 설계한다면 저런 느낌일 것 같군.’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배를 마주한 도노반은 자연히 이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특이한 모양을 한 배를 만들어낼 사람은, 그가 아는 사람 중 이안이 유일했으니까.

그리고.

“서, 설마!”

눈에 오러를 조금 더 불어넣은 도노반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배의 갑판 위에, 사람 하나가 아주 조그맣게 보였다.

수평선 너머에서 다가오는 함선의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도노반이 놀란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갑판 위에 올라서 있는 한 명의 사람.

“고, 공작전하!”

이안의 입가에 서린 미소를 읽어낸 도노반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

“오랜만이네.”

이안은 바다 너머로 보이는 육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아스텔리아 대륙을 떠나 일곱 용의 본거지인 폐기장과 마키나 대륙에 머문 지도 근 두 달.

마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에, 그의 마음은 괜히 싱숭생숭해졌다.

[곧 공작가의 사람들도 볼 수 있겠군.]

그의 옆에서 미미르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대륙을 바라봤다.

대대로 공작령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었던 그에게, 마키나대륙에서의 여정은 사실상 유배나 다름없었으니까.

미미르의 말을 들은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별일이 없다면 좋겠는데.”

그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대륙에서의 일이 바빠 따로 연락할 짬을 내기 어려웠으니, 공작령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선 감감무소식인 상황.

부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때.

[이안.]

미미르가 의아하다는 투로 이안을 불렀다. 이안의 시선이 검은 고양이를 향해 돌아갔다.

“왜 그래?”

[저기, 절벽 쪽을 봐라.]

앞발로 앞의 육지를 가리키는 미미르의 말에, 이안은 눈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마치 망원경처럼 절벽의 모습이 수십 배 확대되어 그의 눈 안에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절벽 위를 확인한 그는 미미르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도노반? 에반?”

그가 공작이 되기 전부터 데리고 다녔던 두 기사가, 그곳에서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긴, 분명 마경일텐데….”

당연하지만, 마경은 인간의 구역이 아니라 마족의 구역이다.

마경에 가득찬 마기 때문에, 페르소나를 가지지 않은 인간은 발을 들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장소.

두 기사가 페르소나를 가지고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 해서 마경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실력을 가지진 못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마왕 토벌자인 자신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어떻게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일까.

우우웅-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이안이 마력을 끌어 올리자, 미미르가 깜짝 놀라 쳐다봤다.

[이안?]

“천천히 오고 있어, 먼저 가 있을 테니까.”

파아앗!

대답 삼아 손을 한 번 내저은 이안은 곧장 마력을 페르소나에 불어넣고는, F/A-18을 구현해냈다.

쐐애액-

순식간에 최대속력까지 가속한 전투기가 수평선 너머의 절벽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그야말로 순간.

타타탓!

순식간에 절벽 위에 도착한 이안은 전투기의 구현을 해제하고는 지면에 정확히 착지했다.

그리고는,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야, 둘 다.”

“공작 전하를 뵙습니다!”

이안이 손을 흔들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보라색 대지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안은 무릎 꿇은 둘 뒤에 서 있는 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메피스토?”

마왕중의 마왕, 마경의 정점.

그가 어째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

이안은 곧 짐작할 수 있었다.

“네가 우리 애들을 여기까지 데려온 모양이지?”

그것 말고는, 아직 마스터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한 두 사람이 여기까지 도착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이안의 말에 메피스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왜지?”

“널 찾고 싶다고 하더군.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하, 그거 우연이네. 나도 마침 그쪽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무슨 일이지?”

메피스토의 말에 이안은 신기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도와다오.”

“뭐?”

“마왕토벌자, 네 힘이 필요하다.”

생각지도 못한 메피스토의 말에, 이안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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