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64화 (165/224)

#166화

S-1.

제작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여섯의 기계 중 하나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다.

[C-218, 연락 두절됨.]

자신과 같은 여섯 기계 중 하나이자, 여섯 중 유일하게 대륙 바깥을 나갈 수 있는 존재인 C-218은, 그의 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은 그의 계획 안에 없었으므로, S-1은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곤란한 일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A-1, 예정에 없던 폐기장 원정 시도.]

또 다른 여섯 기계 중 하나.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생산시설을 가진 존재가 그와의 협의도 없이 제 멋대로 움직였다.

새로운 변수가 늘어나는 것은 절대로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계획 성공률 18.2% 감소. 현재 계획 성공률 61.2%.]

탑의 연산장치가 내린 결론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실행 불가.]

고작해야 절반을 간신히 넘길 정도의 성공률만 가지고 계획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그가 진행하려는 계획은, 실패할 때의 리스크가 너무나 거대했으니까.

어떻게든, 성공률을 올려야했다.

[변수제거 필요. 제거해야 할 변수 분석.]

우우우웅-

계획의 성공률을 높일 방법을 찾기 위해, 탑에 빼곡이 들어찬 연산장치들이 다시금 맹렬하게 가동을 시작했다.

치이이-

연산장치들이 내뿜는 열로 인해 탑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탑을 식히는 용도로 만들어진 거대한 냉각장치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화산처럼 쏟아져나왔다. 녹아버릴 것 같은 굉음과 열기가 탑 주변을 가득 메울 때 즈음.

[분석 완료.]

터질듯 움직이던 연산장치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주변을 한증막처럼 뜨겁게 달구던 열기가 빠른 속도로 잦아들었다.

[관리자의 제거, 혹은 무력화 필요.]

S-1이 내린 결론은 지난번과 별 다를 것 없었다.

지난 번과 달라진 것은, 분석결과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

[D-7과 E-16을 움직일 경우, 성공확률이 91.2%까지 상승함.]

[D-7과 E-16에게 필요한 정보를 송신.]

위이잉-

모든 계산을 끝마친 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A-311과 협상을 마친 이안이 마키나 대륙을 향해 움직인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의 일이었다.

[아아, C-218이 알립니다. 본 함은 현재 마키나 남서쪽 해상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목적지까지는 약 30분 가량 소요될 예정입니다. 커흠.]

[요란스럽기도 하군. 기계란 족속들은 다 이런 건가?]

애오옹

항공모함의 함교를 쩌렁쩌렁 울리는 방송소리에 미미르가 짜증스레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안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창 너머를 바라봤다.

“마키나라.”

기계들의 대륙.

과연, 그 곳은 어떻게 생긴 곳일까.

조금만 있으면 알게 되리라.

[곧 있으면 관리자님께서도 아시게 될 겁니다.]

“뭘 알게 된다는 거지, A?”

이안의 중얼거림을 들은 A-311, A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그야, 저희들이 일궈낸 제작자님의 이상이 얼마나 위대한가 말이죠!]

C-218, 줄여서 C의 들뜬 목소리가 함내 스피커를 울려댔다.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보자고.”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위성으로 대강 살펴본 이안의 머릿속엔 이미 마키나대륙에 대한 선입견이 박혀있었다.

‘반쯤 망해가는 지구같이 생겼었지, 아마?’

위성화면 속의 마키나는, 대륙 전체가 온통 강철로 뒤덮여있었다.

모 영화에 나오는 기계들의 세계를 연상케하는 황폐한 땅.

그리고.

‘어쩌면, 아스텔리아도 그 꼴이 날 수 있다는 소리잖아?’

이안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것만은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단번에 박살내버린다.’

지금의 자신이 가진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점차 가까워져오는 대륙을 바라보며 이안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하지만.

“저게 뭐지?”

대륙이 가까워질 수록, 이안의 표정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띈 것은, 대륙에서 바다를 향해 뻗은 금속의 터널.

깎아내릴듯한 절벽 아래로 파고든 거대한 터널은, 마치.

‘하수도?’

대륙단위의 하수도로 향하는 입구가 저런 느낌일까.

기괴하게 생긴 터널이 점점 가까워질 수록, 이안의 의구심은 더욱 커져갔다.

[C-218을 위한 전용통로입니다, 관리자님.]

그 답은 A에게서 흘러나왔다.

“전용 통로라고?”

[저 C-218만을 위해 만들어진 정비시설이죠, 하하.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안이 고개를 갸웃하자, C의 스피커로부터 호탕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안의 의문은 끝나지 않았다.

“그냥 해안에 만들어놓으면 되는 거 아냐? 무슨 정비시설을 저렇게 거창하게 만들어 놔?”

당연히, 바다에 높이 솟은 절벽을 깎는 것보단 이미 존재하는 적당한 해안에 정비시설을 만드는 것이 수고가 덜 들지 않겠는가.

[인간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해안에 배치해 두면 아무래도 눈에 띌 수 밖에 없으니까요.]

[맞습니다, 관리자님! 저 C-218은 그만큼 중요한 존재거든요!]

[별로 믿음직스럽지는 않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여섯 피조물 중에서도 대륙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니까요.]

[뭐, 믿음직이 어쩌고 어째?]

[내가 틀린 말 했나, C-218?]

어느 부분에서 시작된 건진 모르겠지만, 갑자기 두 기계정령이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애오옹

[정말이지, 개판이군.]

“동감이야.”

그 모습을 보던 이안과 미미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30분 뒤.

[이게, 기계들이 만든 공간이란 말인가?]

“휘유, 꽤나 대단한 걸 만들었는데.”

함교에 난 창을 통해 주변을 둘러본 이안의 입에서 절로 휘파람이 새어나왔다.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끈한 모습의 강철 돔 아래로 펼쳐진 것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들의 기계들.

위이이잉-

항공모함이 들어오기 무섭게, 자신들의 임무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기계들의 모습은, 이 시설을 몽땅 때려부술 힘을 지닌 이안조차도 섬찟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저 C-218을 위해 준비된 정비시설, 요람입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관리자님?]

“그래, 인정하지. 대단해.”

C의 물음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 많은 기계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이었다.

하지만 이안에겐 기계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얘기해보자고.”

S-1.

아스텔리아를 박살내려는 놈을 막아내는 것.

그 것이, 이안이 기계들의 대륙까지 넘어온 이유 중 하나였으니까.

[S-1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먼저 놈을 호위하는 피조물들을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호위라.”

A의 말에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A가 말을 이었다.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한 저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은 모두 강력한 병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 C-218도 포함해서 말이죠!]

A의 말에 C가 으스대는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A는 코웃음쳤다.

[물론, 저 덜떨어진 C-218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덜떨어지다니!]

A의 말에 C는 분개했지만, A는 무시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D-7과 E-16, B-91. 이들 셋을 무력화시켜야만 합니다.]

“이름이 뭐 다 이따위야? 헷갈리게.”

다른 건 몰라도, 제작자가 네이밍센스는 없었던 모양이다.

죄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적들의 이름을 들은 이안은 인상을 찡그리곤 물었다.

“그냥 무시하고 그, S-1인지 뭔지에게 바로 갈 수는 없나? 전투기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방법 같은데.”

이안이 구현할 수 있는 병기들 중에는,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날 수 있는 전투기들도 존재한다.

그가 구현해낸 전투기라면, 충분히 호위를 뚫어내고 S-1의 머리에 폭탄을 쏟아낼 수 있을 터.

하지만 A는 이안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우선, 이 화면을 한번 봐 주시겠습니까?]

영상 하나를 그의 눈 앞에 띄워올렸다.

“이건….”

영상을 확인한 이안은, A의 의도를 눈치채곤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이안에게 보여준 것은, 짧은 위성영상.

위성영상에 보이는 것은.

“도넛?”

거대한 도넛이었다.

가운데에 높게 솟은 탑을 둥글게 감싼 도넛의 표면은 마치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한 가시로 뒤덮여있었다.

“저게, 그 셋 중 하나인가?”

[B-91입니다. S-1의 반경 5KM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방공기지죠.]

이안의 물음에 A는 친절하게 답했다.

“방공기지라.”

[방공기지이기는 하지만, 지상군에 대한 방어능력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중앙에 자리한 S-1의 강력한 레이더와 함께한다면….]

“생각보단 뚫기 어렵겠는데.”

굳이 A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안은 알 수 있었다.

‘일반적인 대공망을 생각해선 안되겠어.’

보통의 대공망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촘촘하게 밀집된 대공무기와, 지상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각종 직사, 곡사화기들.

거기에, 중앙에 자리잡은 거대한 탑의 크기를 고려한다면.

‘스텔스기로도 쉽게 통과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레이더겠지.’

지구에선 예산과 효율의 문제 때문에 등장할 수 없었겠지만, 이들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안은 미소를 지었다.

“해볼만 하겠어.”

저 어마어마한 방공망을 뚫어낼 만한 방법이, 있었다.

[저, 정말입니까?]

[역시, 관리자님은 뭔가 다르군요!]

이안이 생각보다 쉽게 이야기하자, 두 기계정령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래, 내 생각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안은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가 채 입을 떼기도 전.

[고, 공격받고있습니다!]

“뭐?”

공격이라니.

C의 말에 이안은 주변을 경계하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적의 포격 관측! 충격에 대비하라!]

“빌어먹을.”

이어지는 항공모함의 말에, 이안은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구궁-

기지 전체가 진동했다.

삐이이- 삐이이-

“뭐야, 무슨 일이야?”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함교를 가득 메운 사이렌소리에 귀를 막은 이안이 묻자, C는 대답 대신 외부의 영상을 그의 눈 앞에 띄웠다.

그리고.

“미친.”

자신들을 공격한 적의 정체를 확인한 이안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저런 게, 굴러다닌다고? 진짜로?”

산이 움직이고 있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산의 아래에는 무한궤도가 발 대신 달려있었고, 산의 능선이라고 해야 할 부분에는 다섯 개의 거대한 포와 수 많은 부포들이 산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산을 지탱한 거대한 무한궤도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 뒤로 흙더미가 해일처럼 밀려나갔다.

하지만.

“…진짜 또라이 새끼들 아냐?”

D-7 육상전함을 마주한 이안의 첫 감상은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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