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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57화 (158/224)

#159화

적의 함선에 올라탄 이안이 난데없이 말을 건넨 순간.

[이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미르는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혹시, 정신이 나가버리기라도 한 것이냐? 함선한테 말을 걸다니….]

아무리 스스로 움직이는 배라고는 하지만, 지성을 가진 생명체도 아닌 강철 배 따위에게 말을 걸다니.

미미르는 주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말을 하는 미미르 자신도 대마족병기 페로스나의 보조인격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한 점이긴 했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제작 당시에 삽입된 프로토콜에 따라, 적대적인 상대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없음.]

함내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딱딱한 목소리.

[아니, 어떻게….]

함선이 이안의 질문에 대답하자, 미미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난 1급 관리자다. 이래도 안 돼?”

이 함선 역시 제작자의 유산이 만들어 낸 피조물 중 하나일 터.

그렇다면, 1급 관리자가 자신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졌는지 알고 있으리라.

이안은 작은 기대와 함께 함교 중앙의 조타기를 바라봤다. 함선이 입을 열었다.

[1급 관리자의 자격을 가진 것이 사실이라면, 증명하라.]

“어떻게 하면 되지?”

[이 안에 손을 넣고 마력을 불어넣으면 된다.]

끼이익

함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조타기 아래에 사람 손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구멍 하나가 생겨났다.

“좋아.”

이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멍에 손을 넣었다.

우우웅

이안이 구멍을 통해 마력을 불어넣자, 조타기 전체가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마력및 영적패턴 확인중….]

이안의 마력을 충분히 받아들인 함선은 자신이 가진 관리자의 마력패턴에 대한 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일치. 관리자의 자격 확인.]

“자, 이젠 좀 믿겠어?”

그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안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입력된 프로토콜에 따라, 관리자의 신병을 구속함.]

이안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뭐?”

함선의 말을 들은 이안이 채 당황하기도 전.

[구속절차를 실시합니다.]

우웅

이안이 손을 집어넣은 구멍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안의 손은 조타기 안에 봉인되었고,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로 변했다.

[작전목표 달성. 귀환하겠음.]

이안이 확실하게 붙잡힌 것을 확인한 함선이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기이이잉-

엔진 움직이는 소리가 함교 안을 가득 메웠다. 곧, 조타기의 방향타가 제멋대로 움직이며 배의 진로를 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이안은 꼼짝없이 잡혀 놈들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이러면 나가린데.”

이안이 오러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면.

우우웅

그리고, 그의 봉인된 손에 새롭게 구현된 수류탄이 쥐어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콰앙!

강철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각종 전자장치로 가득 찬 조타기의 철판은 그리 두껍지 않았다.

수류탄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철판은 그대로 찢겨나갔고, 그와 동시에 이안의 손도 자유를 되찾았다.

[경고! 경고! 목표의 구속이 해제되었음! 지원 바람!]

옷이 조금 찢어지긴 했지만, 이안이 상처하나 없이 탈출에 성공하자 함선 전체에서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물론, 함 내에 이안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진 마.”

너희가 자초한 일이니까.

딱!

말을 마친 이안이 손가락을 튕긴 순간.

콰아앙!

굉음과 함께 바다 아래에서 물보라가 용솟음쳤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바다 밑에 친구들을 대기시켜뒀거든.”

너흰 아무데도 갈 수 없어.

삐이이-삐이이-

붉은 사이렌 빛이 함교를 가득 메웠고 이안의 미소가 환히 빛났다.

***

여기저기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르는 섬의 해안.

“저들을 이렇게 쉽게 막아낼 줄은 몰랐습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연기에 손을 내저은 발굴자는 놀란 표정으로 바다 너머를 바라봤다.

그가 바라보는 바다 위엔, 여기저기 연기가 피어오르는 배 몇 척이 가만히 떠 있었다.

“피해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닐 텐데?”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젓고는, 무너진 벙커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교전시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적들의 화력은 그만큼 막강했다.

이안이 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일곱 용의 조직원과 시설 상당수는 저 벙커나 다름없는 꼴이었으리라.

“적의 규모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거기다….”

말을 멈춘 발굴자는 함선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번에 입은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까요.”

“저 고철들이?”

그 말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안의 눈에, 저 함선들은 잘해 봐야 지구의 2차대전 당시에나 썼을 법한 골동품일 뿐이었으니까.

‘심지어, 달려있던 무장과 추진장치도 박살났지.’

그가 미리 배치해둔 미미르의 분신들이 활약해 준 덕분에, 함선들의 상태는 말 그대로 거대한 고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발굴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뇨, 관리자님께선 저희에게 희망을 주셨습니다.”

“희망?”

“저희, 일곱 용이 다시 대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말입니다.”

말을 마친 발굴자는 이안을 존경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발굴자의 말에 이안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일곱 용의 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이 섬은 거대한 대륙의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제작자가 살아 있던 시절에도 그랬을까?

“너희, 쫓겨난 거군? 제작자의 유산에게.”

“네.”

이안의 말에 발굴자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용의 숫자가 일곱인 이유는, 마키나 대륙의 일곱 구역을 통제하던 선조들의 숫자가 일곱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작자님께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랬죠.”

신마대전이 끝나고 제작자가 사라진 이후.

지성체들은 제작자가 만든 유산의 통제권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도망치듯 버려진 폐기장이 존재하는 섬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크기의 수송선과 포함이라면, 저희의 전력 대부분을 싣고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비행전열함이 없는 저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말을 마친 발굴자의 눈이 바다 위의 고물을 향해 반짝였다.

관리자인 이안이 바로 옆에 있지만 않았다면, 함선이 떠 있는 곳까지 헤엄이라도 칠 기세.

“그렇단 말이지….”

발굴자의 표정을 본 이안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이안은 결정을 내렸다.

“간부들을 모두 본부로 불러와.”

말을 마친 이안의 눈이 빛났다.

***

이안이 새로운 판을 짜고 있을 무렵.

[선발대 전멸 확인, 작전 실패함.]

마키나 대륙의 정중앙.

그곳의 거대한 탑을 자신의 육체로 삼고 있는 제작자의 유산은, 작전의 결과를 확인한 이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상대의 전력, 최소 아군의 90%, 최대 130%.]

분명, 그가 선발대로 보낸 기계들은 자신의 기준에선 2선, 아니 3선급의 구식 병기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박살 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것도 아니다.

거기에, 얼마 전 격추된 탑의 주력전투기까지.

[상대에 대한 분석 및 약점 공략 필요.]

탑에겐, 관리자를 제압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우우웅

탑의 연산장치가 빠르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파앗

첨탑의 꼭대기에 달린 안테나가 빛을 뿜어냈다.

강렬한 푸른빛 아래에서, 탑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를 고민해나갔다.

이윽고.

[관리자의 행적으로 미루어볼 때, 아스텔리아 대륙에서 이동해온 것으로 추측됨.]

탑은 이안의 행적에서 한 가지 특징을 알아냈고.

[계획 수립중….]

우우웅-

이안을 막아내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짜내기 위해, 그의 연산장치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이안의 말을 듣고 본부로 모인 일곱 용의 간부는 모두 세 명.

“수호자는?”

이안이 손가락으로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묻자, 집행자가 입을 열었다.

“죽은 대원들을 추모하는 중이다. 그녀도 아마 곧 돌아올 거야.”

“그렇다면야.”

그 말에 이안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내가 발굴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말이야, 대륙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음….”

“대륙….”

이안이 말을 꺼내자마자, 모인 간부들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것이야말로, 일곱 용이 바라고 바라던 숙원 중 하나였으니까.

그 반응을 본 이안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혹시, 그것 때문에 시스템을 노린 건가?”

“정확하시군요, 관리자님.”

이안의 말에 답한 것은 전수자, 미네르바였다.

“물론, 그땐 관리자님께서 자격을 얻으셨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지만요. 진작 알았다면 관리자님을 빨리 찾아뵈었을 것을….”

“글쎄, 뭐 그렇다 치고.”

말을 마친 다음 한숨을 내쉬는 미네르바를, 이안은 가볍게 넘기고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나도 어쨌든, 저 대륙으로 가서 유산을 얻어와야 하는 입장이거든?”

1급 관리자의 직책 위에 또다른 직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신족들이 자신과 영지에 위협이 될 거란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안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우린 대륙으로 간다.”

이안의 선언이 조용해진 집무실 안에서 메아리쳤다. 세 명의 간부는 잠시 이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관리자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만….”

이안을 향해 발굴자가 입을 열었다.

“뭔데?”

“저희가 대륙에 대규모 상륙을 하기엔, 아직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번에 노획한 함선들이 있잖아?”

발굴자가 바다 위에 멈춰버린 함선들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것을, 이안은 기억하고 있었다.

스윽

그 말에 발굴자는 품에서 한 장의 그림을 꺼냈다.

“이 녀석을 상대하기엔 무리입니다.”

그리고, 그에게서 그럼을 받아든 이안은 흥미를 감추지 못했다.

“항공모함?”

그것도, 2차대전 당시의 구식 함선들이 아니었다.

갑판 위에 제트기들이 가득 실려있는, 이안의 것과 동일한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그림 안에 담겨있었다.

“생각 이상이야, 놀라워.”

“열 명 이상의 규모로 대륙에 다가가면, 놈과 놈의 위에 실린 기계들이 움직입니다. 지금까지 발굴자들만이 대륙을 오갔던 이유죠.”

말을 마친 발굴자는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선대 발굴자들의 희생이 그토록 많았던 이유 중에는, 부족한 보급과 병력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흠, 해 볼 만한데.”

이안의 생각은 달랐다.

‘이 녀석을 나포할 수 있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이안의 눈앞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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