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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56화 (157/224)

#158화

우웅

적들이 하늘과 바다를 뒤덮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이안은 눈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오러 마스터의 강력한 오러로 강화된 시야는 적들의 생김새 하나하나를 볼 수 있을만큼 또렷해졌고.

“엉?”

적들의 정체를 확인한 이안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거… 구식 전투기 아닌가?”

그것도, 2차대전 때나 날아다녔을 구식 중의 구식 전투기들이었다.

머리엔 프로펠러를, 날개엔 몇 개의 기관총과 로켓을 장착한 수많은 종류의 전투기들.

저 정도라면….

“발굴자?”

“예, 예?”

갑작스레 자신을 부른 이안의 목소리에 발굴자는 당황한 표정 그대로 고개를 갸웃했다.

“전에도, 이런 식으로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나?”

“네.”

이안의 물음에 발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럼, 그땐 어떻게 막아냈지?”

발굴자의 말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눈치챈 이안이 재차 물었다.

이것과 비슷한 공격을 전에도 받아왔다면, 분명 막아낸 방법이 있을 터.

그 물음에 발굴자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저희 조직이 관리자님의 마음에 차지 않으실 수는 있습니다만, 그렇다 해서 약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대답과 동시에.

쾅 콰광

함교 밖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이안의 고개가 함교 밖의 창문을 향했다.

콰앙-

소리가 들려온 곳을 확인한 이안은 곧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대공포?”

콰과광-

비록, 포탄 대신 마력으로 빚어진 무언가를 쏘아내고는 있었지만, 그 형태는 이안에게도 익숙한 지구의 대공포였다.

‘한둘이 아니라, 적어도 열 이상이야.’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르릉! 콰릉!

난데없이 마른 하늘에서 번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공포의 화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일곱 용의 마법인 것일까.

쐐애액-

번개에 직격당한 운 나쁜 전투기 몇 대가 불을 뿜으며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생각보다는 잘 버텨주고 있어.’

이안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곱 용에 대한 평가를 조금 수정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적이 너무 많아.’

대공포와 마법이 전투기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나가고 있었지만, 줄여나간 만큼의 전투기가 어디서 생겨나기라도 한 것마냥 빈 자리는 금세 메꿔졌다.

이대로 가다간, 일곱 용의 본거지는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되어버리리라.

물론.

“미미르.”

이안은 그렇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이미 출격 중이다.]

이안의 부름에 미미르는 앞발로 함교 옆의 갑판을 가리켰다.

고양이의 앞발이 가리키는 것은, 이륙갑판의 사출기에 얹어진 네 대의 슈퍼호넷.

“저, 저건 창공의 살육자 아닙니까!”

갑판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네 대의 슈퍼호넷을 목격한 발굴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생김새는 많이 다르긴 했지만, 관리자의 함선에서 이륙하려는 전투기들의 꽁무니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자신들의 목표 중 하나였던 창공의 학살자와 너무나 닮아있었으니까.

하지만 발굴자가 놀라거나 말거나, 이륙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부아아앙-

사출기가 고압의 증기를 뿜어내며 움직인 순간, 네 대의 거대한 말벌이 일제히 갑판을 벗어나 하늘로 날아올랐다.

“잘했어.”

슥슥

말벌들이 적들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것을 확인한 이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미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 마라.]

애오옹

이안의 쓰다듬이 귀찮았던 미미르는 몸을 비틀었지만, 이안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하늘은 해결했고.’

적들의 전투기와 슈퍼호넷 사이에는 못해도 30년의 격차가 존재한다.

적 전투기를 요격하기 위해 쏘아져 나간 전투기는 고작해야 여덟 대뿐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음속을 자유자재로 돌파할 수 있는 말벌들 앞에서, 적들은 손쉬운 사냥감일 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

‘바다.’

바다를 건너오는 함선들만 처리한다면, 적들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생각을 마친 이안은 여전히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발굴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봐.”

“네, 네?”

“정신 차려, 여긴 전장이야.”

말을 마친 이안은 함교에서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하, 하지만.”

등 뒤에서 발굴자의 말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관리자님께서 창공의 학살자를 다루실 수 있는 겁니까?”

“그건 또 무슨….”

발굴자의 외침을 들은 이안은 발걸음을 멈추곤 고개를 돌렸다.

“저건 창공의 뭐시기 따위가 아냐.”

“아니,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 형태는 분명….”

역대 발굴자들이 그토록 사냥하길 원했던 창공의 학살자와 동일한 추진방식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

“F/A-18F 슈퍼호넷.”

이안은 발굴자의 말을 단번에 끊었다.

“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에, 발굴자는 순간 말을 멈추곤 눈을 깜빡였다.

“그 창공의 뭐시기인지 저시기인지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만 좀 해, 알았어?”

짜증스런 표정으로 말을 마친 이안은 다시 몸을 돌려 함교 밖으로 걸어 나갔다.

“슈퍼…호넷?”

이안이 알려준 이름을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는 발굴자를 내버려 둔 채.

“여기 애들은 죄다 나사 하나, 아니 둘은 빠져 있는 모양인데.”

함교 밖으로 빠져나온 이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사들을 이끄는 꼬맹이, 광신도에 가까운 여인에, 리볼버 기사와 방금 전의 발굴자까지.

어떻게 이런 녀석들에게 자신의 뒤를 맡길 생각을 한 건지, 이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작자가 실수라고 한 건가?’

제작자의 책에서 보았던 일곱 용에 대한 정보를 떠올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감이다. 대륙에서 상대했던 녀석들에 비하면 확연히 질이 떨어져.]

이안의 말에 미미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깨 위에서 주인과 눈을 마주쳤다.

미미르가 물었다.

[그런데, 굳이 밖으로 나올 필요는 없지 않았느냐?]

“음?”

[굳이 네가 나서지 않더라도, 내 선에서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상대들이지 않나.]

사실이었다.

하늘의 적들은 미미르의 분신이 조종하고 있는 말벌떼를 당해낼 리 없었고, 하늘을 장악하고 나면 바다의 적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게 뻔했다.

굳이 이안이 나설 필요조차 없는, 너무나 쉬운 일.

“아니, 내가 가야 해.”

하지만 그 말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살아움직이는 기계라고 했지?”

살아 움직이는 기계 따위를 만들어 낼 생각을 할 만한 자는 이 세계에서 오직 제작자뿐.

그러니, 녀석들 역시 제작자의 유산과 관련되어있을 터.

그리고, 제작자와 관련이 있다면.

“살아움직이는 기계라면, 말도 알아 듣지 않겠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내가 누군지도 알 수 있겠지.

생각을 마친 이안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

이안이 적들과 조우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무렵.

쿠르르릉-

적들은 이미 섬에 상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막아! 막아야 돼!”

“빨리 뭐든지 갈겨봐!”

콰과광!

해안에 배치된 마력포들이 다가오는 수송선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폭약 대신 강력한 마법이 담긴 마법포탄들이 빠른 속도로 수송선들을 덮쳐들어갔다.

콰아앙!

수송선에 명중한 포탄들이 폭발과 함께 화염마법을 쏟아냈다.

생명체라면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릴만큼 뜨거운 화력이었지만.

“마, 말도 안 돼!”

안타깝게도, 그들이 명중시킨 배 안에 생명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쏴! 닥치는 대로 쏘라고!”

“갖고 있는 건 모두 쏟아부어!”

타앙! 콰과광!

조직원들이 들고 있는 화승총부터, 본래는 하늘의 적들을 막아냈어야 할 대공포까지.

섬의 해안에 배치된 모든 화력이 적의 강철 군함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부웅-

하지만 군함들의 피해는 경미했다.

고작해야 페인트가 조금 벗겨지고, 선체장갑이 조금 찌그러진 정도.

그리고.

쐐애애액-

놈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피, 피해라!”

“적의 포탄이다!”

해안에 배치된 벙커의 조직원들이 날아드는 포탄을 보곤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그 행위엔 아무 의미도 없었다.

콰과광!

수송선 사이에 섞여 있던 구축함과 순양함들은 착실하게 일곱 용의 벙커를 무너뜨리며 상륙할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대로라면, 상륙에 성공할 것이 분명한 상황.

“상륙을 허용해선 안 된다!”

“막아! 어떻게든 막아!”

적들, 살아있는 기계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일곱 용의 조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마키나 대륙에서 기계들을 사냥해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직원들과 발굴자가 죽어 나갔던가.

기계들의 상륙을 허용하는 순간, 전투는 일방적인 학살로 뒤바뀔 것이다.

그리고.

부아아앙-

무너진 벙커 사이로 난 도로를, 한 대의 바이크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2차대전 수준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더 강력한데?”

바이크를 타고 해변을 향해 질주하던 이안은 상대의 화력을 보곤 휘파람을 불었다.

배, 특히 군함은 하나하나가 지상의 성이라 할 만한 화력과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더 큰 배와 더 강력한 포를 원하던 거함거포주의가 바다를 지배하던 2차대전 당시의 함선이라면 더더욱.

[이안, 조심해라. 적들의 포탄에 직격당했다간 아무리 너라도 무사하기 힘들거다.]

여유로운 표정의 주인과는 달리, 한 방에 벙커가 주저앉은 것을 확인한 미미르는 딱딱하게 얼어있었다.

“내가 맞아줄 것 같아?”

하지만 이안은 코웃음을 치고는 바이크의 쓰로틀을 당겼다.

부아아앙-

국방색 바이크의 엔진이 굉음을 뿜어냄과 동시에, 이안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단번에 간다.’

충분한 속도가 확보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타앗

그는 타고 있던 바이크에서 힘껏 뛰어올랐다.

쐐애액

바닥을 한참 구르던 바이크는 다시 마력의 형태로 돌아왔지만, 바이크가 전해준 추진력은 여전히 이안의 몸에 적용되고 있었다. 그의 몸이 단번에 상륙을 준비하고 있던 수송선 위로 뛰어올랐다.

거대한 수송선 위로 올라탄 이안은 순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무인 아냐? 무인 주제에 함교는 왜 있는 거야?”

심지어 들어갈 수 있는 문과 창문까지 달려있는 것을 확인한 이안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함교의 문을 열었다.

함교 안은 텅 비어있었다.

비어있는 함교 안에서, 조타기를 비롯한 기기들이 저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흠….”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광경을 잠시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던 이안은, 스스로 움직이는 조타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가 두 손으로 조타기를 꽉 잡은 순간,

[경고,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삐이-삐이-

사이렌소리와 함께 함내방송으로 경보음이 울려왔다.

“야.”

하지만 이안은 경보음을 듣고 피식 웃고는.

“너, 이름이 뭐야?”

기계를 향해 관등성명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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