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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55화 (156/224)

#157화

일곱 용의 조직원들이 마키나라 부르는 대륙은, 대륙치고는 작은 편에 속한다.

지구로 치자면 오스트레일리아와 비슷한, 큰 섬과 대륙의 중간 정도 크기.

그리고.

[폐기장으로부터 신호 확인. 분석중.]

그 땅의 지배자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우우웅

온갖 금속을 덕지덕지 덧대어 만들어진, 거대한 탑 모양의 구조물.

대륙의 중앙에 자리한 그 탑이, 강한 마력을 내뿜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석 완료.]

하지만 그 탑은 일반적인 탑과는 달랐다.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탑은, 구조물보다는 지성체에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분석 결과, 폐기장이 휴면 상태에서 깨어난 것으로 보임.]

[폐기장이 휴면상태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관리자와의 접촉 필요.]

[관리자가 탄생함.]

폐기장으로부터 보내진 신호를 분석한 탑은 관리자가 등장했다는 정보를 유추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탑은 관리자의 등장으로 벌어질 상황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관리자와 접촉시, 모든 권한을 이양해야 할 가능성 99.9999%.]

스스로 사고할 줄 아는 탑 역시 제작자가 만들어낸 피조물.

제작자의 권한을 그대로 이어받은 관리자가 찾아온다면, 탑은 자신이 가진 모든 권한을 관리자에게 그대로 넘겨주어야 한다.

그것이, 제작자가 자신의 피조물들의 프로그램 코드 안에 새겨넣은 절대명령 중 하나.

하지만 제작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다.

[관리자에게 권한 이행 시, 폐기처분 될 확률 2.8%.]

자신이 만들어낸 기계들이,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상상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싫다, 싫다, 싫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가 창조주의 절대명령마저도 무시할 만큼의 힘을 지니게 될 거란 사실을.

[관리자와의 접촉을 막을 방법 분석 필요.]

폐기.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린 탑은, 관리자가 대륙을 찾아오는 수십,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연산장치가 마력을 미친듯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탑이 과열로 붉게 달아오르면서 냉각장치가 수증기를 내뿜었다.

수백, 수천, 수만 개의 세계가 단 한 시간 동안 만들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분석 완료.]

탑은, 마키나 대륙을 지배하는 지성체들의 왕은 결론을 내렸다.

[관리자가 상륙하기 전, 접근을 거부할 경우 접촉 가능성이 0.21%로 낮아짐.]

[접근거부를 위해, 관리자에 대한 정보 획득 및 무력화시킬 새로운 무기체의 개발 및 양산 필요.]

[정보 획득을 위한 선발대 출격 필요.]

자신들의 새로운 주인이 될 관리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공격하기로.

위이이잉-

결정을 내린 탑의 꼭대기에 달린 안테나로, 막대한 에너지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파앗-

일점에 압축된 에너지가, 대륙 전체를 향해 퍼져나갔다.

[폐기장을 공격하라.]

그 안에 실린 한 줄의 명령코드와 함께.

***

이안이 가진 페르소나, 미미르.

지구의 병기들을 이계에 구현해내는 능력 자체는 간단했지만, 그 위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구의 병기가 가진, 보급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마력의 공급으로 커버해버린 순간, 이안이 부리는 병기들은 대마법사나 오러마스터쯤 되어야 부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화력을 쉴 새 없이 쏟아부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능력에도 한계는 있었다.

‘내가 직접 탑승하거나, 조종해본 존재.’

이안이 불러내는 모든 병기들은, 결국 이안 자신이 전생에 몰아봤거나, 만져보거나, 그도 아니라면 머릿속에 설계도 전체를 가지고 있는 녀석들.

지금 그가 탑승한 항공모함이나, 항공모함에 탑재된 함재기들을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경험을 통해 상상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어때, 복구할 수 있겠어?”

이안은 일곱 용의 간부 중 하나, 발굴자를 항공모함 안으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건!”

이안이 손가락으로 항공모함의 격납고 한켠에 놓여있는 잔해를 가리키자, 발굴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어떻게 여기에….”

이안이 가리킨 잔해는, 역대 발굴자들이 항상 사냥에 성공하길 꿈꿔왔던 기계 중 하나였으니까.

“이거, 창공의 학살자 아닙니까?”

“창공, 뭐?”

“창공의 학살자 말입니다.”

창공의 학살자.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바다를 배회하던 마키나의 괴물 같은 기계 중 하나.

분명, 그 형태로 볼 때 이안이 가리킨 것은 놈이 분명했다.

“학살잔지 뭔지 그런 유치한 이름은 왜 붙인 거야?”

하지만 이 잔해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안은 그저 어처구니없을 뿐이었다.

‘F-22.’

최강.

그 외의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존재가 바로 이 녀석이 아니던가.

그가 발굴자를 이곳에 불러온 것도, 최강의 전투기를 복원해내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사냥하신 겁니까?”

하지만 발굴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역대 발굴자들 역시 이 괴물의 사냥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보통은 그 사냥이 마지막 사냥이었으니까.

아무리 마왕토벌자라고는 하지만, 소리보다 빠르게 나는 강철의 새를 잡아낼 수 있다니.

‘그것도 다섯이나.’

이안이 가진 사냥의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발굴자의 눈이 탐욕으로 번뜩였다.

“어떻게긴.”

하지만 이안의 답은 간단했다.

“먼저 보고, 먼저 쏘고, 먼저 맞추면 돼.”

“예?”

이안의 답을 들은 발굴자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야.

“이 괴물을 어떻게 먼저 보고, 먼저 쏠 수 있단 말입니까? 소리보다 빨리 날고, 눈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녀석을요.”

그들이 가진 기술로는, 저 괴물의 꽁무니를 쫓는 것조차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음속의 벽도 돌파하지 못한 그들의 기술로 어찌 마하 2에 가깝게 날아다니는 괴물을 따라잡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난 되던데?”

항공모함의 모든 함재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이안에겐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조기경보기 E-3를 활용해 적의 위치를 먼저 확인한 다음, 전자전기인 EA-18G그라울러의 강력한 전자장비들로 적기의 레이더를 무력화시켜버리면 천하의 F-22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으니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란 사실은 관리자님께서도….”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발굴자는 이안을 향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항의했지만.

“그건 됐고. 그래서, 복원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이안은 발굴자의 말을 끊어버리곤 되물었다.

“될 겁니다, 아마도.”

발굴자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말씀드렸다시피, 창공의 학살자를 저희 손으로 잡은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아니, 나타났다 하면 보통은 도망도 가지 못하고 죽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래도, 잔해가 다섯 대나 있으니 한 대 정도만 분해해본다면 어느 정도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을 텐데.”

그 말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부품 하나하나를 뜯어서 기술을 습득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만으론 습득에 한계가 있었으니까.

F-22는 지구에서도 최첨단을 달리는 기술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합체와도 같은 존재다.

전투기에 들어간 기술을 이해한 제반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뜯어봐야, 남는 것은 고철뿐이다.

중세시대 사람이 스마트폰을 분해해본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처럼.

“걱정마십시오, 관리자님.”

하지만 발굴자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발굴자에겐, 제작자님께서 주신 능력이 있으니까요.”

“능력?”

이안의 물음에 발굴자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쳤다.

“기계를 보면 본능적으로 그 기계에 들어간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죠.”

그제야, 이안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일곱 용의 기술력이 불균형했던 거군.’

중세시대의 사람에게 스마트폰을 준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만들어낼 순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을 함께 전해준다면 시간은 걸릴지라도 스마트폰을 수리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는가.

“발굴자의 지위를 물려받음과 동시에 전수 받는 능력입니다.”

이안의 놀란 표정을 보곤 발굴자는 씨익 웃었다. 이안이 물었다.

“필요한 시간은?”

“길어도 2주 정도면 될 겁니다. 다섯 대 전체를 복구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요.”

“그 정도면 충분해.”

복구가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안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라고.”

“그러지 않아도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이안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발굴자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로 잔해를 향해 달려갔다.

[이안, 놈들을 정말로 믿을 수 있겠나?]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미미르가 걱정스런 투로 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죽고 죽이던 사이였지 않느냐. 아무리 네가 관리자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곤 하지만, 그 앙금이 쉽게 풀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뭐, 그럴지도 모르지.”

미미르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못해도 일곱 용의 전력 절반은 이안의 손에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자신을 따르는 이들 중에는, 당연히 그들과 친분이 있는 자들도 있을 터.

고작 자신이 관리자란 이유만으로 앙금이 사라질 리는 없다.

하지만.

“그래봐야, 놈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이안 역시 믿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홀로 일곱 용을 무릎 꿇릴 수 있는 자신의 힘.

그리고….

[관리자님.]

갑작스레 나타난, 폐기장을 통제하는 정령 T-316.

“무슨 일이야, 갑자기?”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타난 T를 이상하게 여긴 이안이 물었다. T는 곧장 입을 열었다.

[대륙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비행체와 선박이 접근 중입니다.]

“뭐?”

[지금까지 유사 사례가 없어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비행체와 선박의 배치 형태로 볼 때 적대적일 가능성이 82.6%입니다.]

T의 말을 들은 이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안은 곧장 함교에 뚫린 창으로 섬 너머를 내다보았다.

그리고, 이안의 눈에 놈들의 모습이 보였다.

쐐애애액-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비행기들.

그리고 바다 위 지평선을 가득 메운 정체불명의 선박들.

틀림없었다.

“이런 미친….”

놈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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