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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30화 (131/224)

#130화

[이안 폰 아슈타르]

[페르소나명: 미미르]

[등급: 영웅]

[마력: 290,000]

[개방 필요마력: 20,000]

[증폭률: 5000%]

[특성]

[장비교체][장전][과부하][보조인격][파편화][그림자의 화신][통신]

[신검의기운][흡마][폭주][위성제어]

‘…진짜라고?’

페르소나의 정보창을 훑어본 이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공위성은 지구에서도 최첨단기술의 결정체로 여겨지는 존재다.

거대한 행성의 중력을 거슬러 우주로 날아갈 수 있는 로켓기술.

그리고 중력을 벗어나지도, 끌려가지도 않을 최적의 궤도를 찾아내는 수학과 물리학.

그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게 만드는 국가예산 단위의 자금력.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모여도 쏘아 올리기 힘든 것이 인공위성이다.

그런데.

[아스가르드의 권한 이양이 완료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관리자님께서는 아스가르드의 모든 권한을 획득하셨습니다.]

용이니, 마족이니 하는 동네에서 뜬금없이 인공위성이라니.

‘이걸 믿어야 돼, 말아야 돼?’

권한 이양이 완료되었다는 프레이야의 말이 귀에 들려왔지만, 이안의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위성? 그게 뭐지?]

애당초 인공위성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미미르는 프레이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프레이야는 설명을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하늘 너머에서 대륙을 지켜보는 눈이죠.]

[하, 하늘 너머라고? 하늘 너머엔 천계가 있는 것 아니었나?]

그 말을 들은 고양이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피식 웃은 프레이야가 말을 이었다.

[천계랑은 좀 다른 곳이죠. 이 세계의 바깥이라고 해야 할까요.]

[세계의 바깥? 세계의 바깥은 무의 공간이 아니었나?]

미미르는 자신의 세계관을 뒤흔드는 프레이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안에겐 둘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새롭게 생겨난 감각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건가?’

마치 새로운 팔이 하나 돋아난 것 같은 신기한 감각이었다.

‘아스가르드와 연결한다.’

이안이 연결된 위성을 움직인다고 생각한 순간.

그의 시야가 바뀌었다.

‘지구?’

아니, 지구가 아니다.

사진으로 보던 푸른 별의 모습이긴 했지만, 그가 알고 있는 지구의 대륙과 대양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이안은 구현의 방에 처음 들어갔던 날을 떠올렸다.

거대한 대양이 세 개의 대륙을 감싸고 있는 모습.

분명,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때 봤던 모습과 같았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확대가 안 되잖아?’

영성의 홀이 훤히 보이던 그때와 달리, 이안이 볼 수 있는 광경은 행성의 전경이란 것뿐.

[아스가르드를 사용해 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관리자님?]

이안이 아스가르드와의 연결을 끊자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이안은 씨익 웃고는.

“이거, 쓰라고 만든 거 맞아?”

그녀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네?]

“세계 전체를 볼 수 있는 건 좋은데, 이걸 내가 쓸 일이 뭐가 있냐고.”

간신히 대륙의 형태나 보일까 말까 한 수준의 해상도다.

이 정도라면 화산이 폭발해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게 뻔하지 않은가.

기후변화연구에 쓴다면 모를까, 정찰용으로는 하등 쓸모없는 수준.

[아, 아직 기능이 모두 개방되지 않아서 그래요, 관리자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모든 권한을 이양했다며.”

[관리자님께서 돌아오실 동안, 모든 기능을 정지하고 휴면상태에 들어갔거든요.]

이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제어정령은 급히 말을 덧붙였다.

[조금씩 기능이 깨어나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너무 오랫동안 휴면상태에 있었던지라….]

“그럼 그냥 고철덩어리란거네.”

변명을 들은 이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위성이 만들어진 지 수백 년은 지났을 테니 작동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 않겠나.

‘시스템의 제작자가 넘겨준 유산이란 게, 고작 고철덩이라니.’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이안은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하나 있어요.]

“뭔데?”

프레이야의 말을 들은 이안은 별 기대 없이 물었지만.

[마력충전 및 전송기능이에요.]

“음?”

그녀의 답은 이안의 예상과 달랐다.

[관리자님께서 생성해내는 잉여마력을 미리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죠.]

“그러니까, 내 홀스터에 달린 마력흡입진이랑 똑같은 거잖아?”

이안은 허리춤에 찬 홀스터를 만지작거렸다.

이제는 효율이 떨어져서 사용하지는 않지만, 페르소나를 개방하지도 못하던 때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던 방법.

그것과 유사한 방법을 마도위성에서 사용하고 있다니.

[정확히는, 마도위성을 휴면상태에서 깨워내는 방법이지만요. 마력을 충분히 충전할수록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많아질 거랍니다.]

프레이야는 자신 있게 말했다.

마도위성 아스가르드는 자신의 창조주인 제작자의 역작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리고?”

이안의 물음은 끝나지 않았다.

[그, 그리고요?]

“끝이야? 무슨 기능이 존재한다, 마력을 얼마나 채워야 한다. 이런 건 없어?”

[그, 그게, 저도 알 수 없도록 보안처리가 된 지라….]

“뭐야, 무슨 기능이 있는지도 모른단 말이야? 사실상 고물이네, 그럼.”

[고물이 아닙니다!]

이안의 한 마디에, 프레이야의 자부심에 한 줄기 금이 갔다. 그녀가 급히 뒷말을 덧붙였다.

[마력방출기능은 관리자님께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관리자님께서 지니고 계신 페르소나에도 적용되는 기능이에요.]

“그래?”

그녀의 말에, 이안은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프레이야가 말을 이어나갔다.

[잘만 이용한다면, 페르소나의 유지시간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어요.]

“흠….”

이제는 큰 의미가 없긴 했지만, 이안의 전투력 대부분을 담당하는 페르소나의 지속시간이 늘어난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쩌면, 가능할지도.’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낸 이안의 눈이 빛났다.

“그럼, 위성에 마력을 충전하는 방법은?”

[관리자님께서 마력을 직접 연결된 제어라인을 통해 전송하시면 됩니다.]

“다른 방법은 없고?”

[아직까지는요.]

“그럼, 생길 수도 있단 거네.”

프레이야의 답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곤 위성에 마력을 주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마력을 주입할 수 없었다.

-해냈구나?

그의 머릿속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그 순간.

털썩

[이안!]

[관리자님!]

정신을 잃은 이안은 차가운 바닥에 쓰러졌다.

***

“여기도 슬슬 질리는데. 가끔은 다른 곳에서도 좀 만나자고.”

벌써 세 번째다.

국가정보원의 로비에서 깨어난 강민혁은 대리석으로 마감된 벽을 쓰다듬으며 말을 건넸다.

“네 영혼에 가장 강하게 각인된 곳이 이곳뿐이라서 그래. 어쩔 수 없잖아?”

짝짝짝

그 말에, 원래의 이안은 어깨를 으쓱하곤 박수를 쳤다.

“축하해. 진짜 1급 관리자의 권한을 얻어낼 줄은 나도 몰랐는데.”

“이미 알고 있었던 거 아냐? 예지인가, 뭔가로.”

진짜 이안의 축하에 민혁은 감사 대신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예지가 모든 걸 보여주진 않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길을 알려줄 뿐이지. 정말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곤 나도 생각 못했다니까?”

하지만 진짜 이안은 그 말을 듣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좋아, 이제 1급 관리자의 권한을 얻었으니, 제작자가 남긴 유산도 얻었겠지?”

“물론. 고철덩어리긴 하지만.”

“얻긴 얻었단 거네. 좋아.”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안은 씨익 웃으며 복도 한쪽에 붙은 문을 열어젖혔다.

순간.

‘짠내?’

코를 파고드는 비릿하고 찝찔한 냄새에 민혁은 눈을 찡그리곤 이안이 개방한 문 너머를 바라봤다.

“바다잖아.”

햇볕 아래에서 출렁이는 대양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 비릿한 냄새는 분명 저 바다에서 나는 게 틀림없었다.

민혁의 중얼거림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로 가. 그곳에 네가 원하는 게 있을 거야.”

“바다? 연방이나 마경이 아니라?”

일곱 용이 암약하고 있는 연방도, 인계의 숙적인 마족들의 본거지인 마경도 아닌.

그 너머의 바다라니.

“아마, 곧 가야할 걸.”

“그게 무슨 소리야?”

이안의 말에 민혁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안은 씨익 웃고는.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야, 이봐!”

눈앞이 캄캄해져 가는 민혁을 정신세계 밖으로 내보냈다.

“이제 다음이 마지막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

다시 정신을 차린 이안의 눈 앞에, 국정원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안, 괜찮나?]

그 대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알자스의 집무실과 뺨을 툭툭 치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뿐.

“저리 안 비켜?”

애오오옹!

쓰러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탄 고양이를 옆으로 옮긴 이안은 터질 것 같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문질러댔다.

“프레이야는?”

[네가 쓰러지자마자 마력공급이 중단되었다며 사라졌다. 정말 괜찮은 게 맞는 게냐?]

“괜찮긴 괜찮지. 머리가 깨질 것 같긴 하지만.”

벌써 세 번째였으니 익숙해질 법도 하련만, 이 두통만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채 두통에 익숙해지기도 전.

삐이-

집무실에 자리한 통신마법기가 울어대기 시작했다.

“젠장, 또 뭐야?”

머리를 부여잡은 채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이안은 손을 뻗어 수정구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공작 전하.

“파비안? 무슨 일이야?”

구슬 위로 떠오른 사내는, 흑사자 사냥단의 장 파비안.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이안의 얼굴 근육이 덩달아 굳어졌다.

-해안에서 정체불명의 적이 나타났습니다.

“…뭐?”

‘아마, 곧 가야할 걸.’

파비안의 다급한 보고를 들은 순간, 그는 진짜 이안이 한 말을 떠올렸다.

-몸 전체에 온통 철갑을 두른 괴물들입니다.

“허.”

철갑으로 둘러싸인 괴물이라니.

그런 괴물들이, 어떻게 소금기 가득한 바다에서 나타났단 말인가.

“생김새나, 놈에 대한 정보는?”

-현재 수집 중입니다. 우선 전투 영상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안의 물음에 답한 파비안의 환영이 사라졌다.

똑똑

통신이 끊어지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야?”

이안의 물음에 답한 것은 성의 집사였다.

“공작 전하, 연방으로부터 사절이 찾아왔습니다. 들여보낼까요?”

집사의 말을 들은 이안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놈들 봐라?”

너무나 뻔히 보이는 속내에, 이안은 코웃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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