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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117화 (118/224)

#117화

‘대 마족병기, 페르소나를 다루는 자격자들이 구현해내는 것은 고대의 전설과 신화다.’

후작은 페르소나의 특성에 대해 떠올렸다.

신마대전때 활약한 이지스나 난쟁이 왕의 만능 손가락과 같은 병기에서부터, 소멸룡 악시온이나 칼츠 폰 아슈타르와 같은 환수와 영웅들까지.

그들의 힘 일부를 현실에 구현해내는 것만으로도, 작은 공국이 적들의 위협을 막아내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힘은 마력이지.’

당연한 이야기다.

마력은 아스텔리아 대륙에서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힘.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가공해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근원이 마력이란 점은 동일했다.

하지만.

‘공작의 병기에선, 마력의 존재를 찾을 수 없어.’

이안이 사용하는 무기의 위력은 분명 강력했다.

정통으로 맞는다면 오러블레이드와도 견줄 만큼 파괴적인 힘.

하지만 페르소나에서 풍겨오는 힘 외에, 오러나 신성력과 같은 마력의 존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어째서 오러를 불어넣지 않는 것이지?’

당연하지만, 페르소나로 구현해낸 병기에도 오러를 불어넣을 수는 있다.

‘오러를 불어넣지 않고도 이토록 강한 병기라면.’

오러를 담아냈을 때의 결과는, 감히 상상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내 무기엔 오러를 불어넣을 수 없어.”

“왜지?”

한숨을 쉰 이안은 씁쓸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후작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이안은 천천히 답했다.

“애초에 오러를 불어넣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 낸 병기가 아니니까.”

총탄에 오러를 불어넣는다는 발상 자체는 간단했다.

당연히 이안이 시도해 보지 않았을 리 없지 않은가.

“나도 훈련하면서 몇 번 시험해 봤다고.”

드래고니아에 만들어진 수련장에서 벌인 훈련 중 하나가 바로 총탄에 마력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음속으로 날아오는 쇳조각에 실린 오러라니.

오러블레이드를 다룰 수 있는 마스터급의 강자라도 쉽게 막아내기 힘든 공격이지 않은가.

“결과가 좋았다면 내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겠군.”

후작은 이미 결과를 짐작하고 있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현해 낸 탄환에 오러를 불어넣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견디질 못하더란 말이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그 원인은 구현해낸 총탄의 구성품 중 하나인 뇌관일 거라고 이안은 생각했다.

강력한 힘이 담긴 오러와 공이가 때리는 충격에도 폭발하는 뇌관이 만났으니, 탄환이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암. 하마터면 주인을 잃을 뻔했으니까 말이야.]

애오옹

훈련 당시를 떠올린 미미르가 소름 끼치는 듯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 모습을 보며 이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 이후로는 그냥 포기했고.”

지금은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식은땀이 나는 일이었다.

혹시나 해서 파괴력이 약한 편에 속하는 9mm 탄으로 시험한 것이 다행이었다.

폭약으로 꽉 찬 고폭탄으로 시험했다면 이안 역시 멀쩡하게 살아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작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더 시험해 보지 않았나?”

“왜라니? 이미 충분한 시험 끝에 내린 결론이라니까? 난 이미 한 번 죽을 뻔했다고.”

후작의 물음에 이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답했다.

충분히 위험을 감수한 시험이었고, 시험의 결과 역시 부족하지 않을 만큼 얻었다.

오러 없이도 마족을 찢어발길 수 있는 이안이 굳이 오러에 의지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충분?”

후작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

“오러를 갈고 닦는 데 있어, 충분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자리는 없네.”

“무슨 말이야, 갑자기?”

후작의 기세가 슬쩍 변하자, 이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러는 의지의 힘이네.”

영문을 모르겠는 이안의 눈빛을 마주한 채, 후작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오러에 섞어 넣은 의지가 강해질수록, 오러 역시 강해진단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거야 질리도록 들었지.”

후작이 알려준 정보는 이안 역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러를 처음 몸에 받아들일 때, 아슈타르의 기사단장, 칼리번에게 배운 내용 중 하나였으니까.

“강철같은 의지를 가진 자라면 오러 역시 강철과 같고, 갈대 같은 의지를 가진 자의 오러는 쉽게 휘어지는 법이지.”

“내 의지가 약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그 내용의 결론은 별 게 아니었다.

강한 오러를 뿜어내기 위해선, 강한 의지력을 키워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당연한 말을 하는 후작을 보며 이안은 귀찮음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 그 강함이란 무엇인가?”

후작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뭐든지 벨 수 있는 신검이라도 손잡이가 없다면 자신의 살을 벨 뿐이네. 그럼, 그 검은 강한 검인가?”

“갑자기 뭔 개소리야, 철학 강의라도 하려고?”

갑자기 현자라도 되는 것처럼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대는 후작을, 이안은 미친놈 보듯 바라봤다.

후작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의지가 강한 게 아닐세. 남들보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일 뿐이야.”

“자꾸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는데….”

“오러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지.”

이안의 말을 끊은 후작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그 형태를 원하는 대로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원하는, 대로?”

순간.

이안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이걸 왜 생각하지 못했지?’

오러를 총탄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어떤 식으로 담아야 할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오러의 기반은 아슈타르의 것.’

하지만, 아슈타르는 총이 아니라 검을 다루는 가문이다.

금속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날붙이에 오러를 담아내는 방식을, 여러 물질이 혼합된 탄환에 그대로 적용했으니.

‘실패하는 게 당연하지.’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은 이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무리 단단하고 날카롭다 한들, 다룰 수 없다면 강한 게 아닐세.”

이안이 무언갈 깨달았다는 사실을 느꼈는지, 후작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강해지기 위해선, 오러를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켜야겠지. 그것이 마스터로 향하는 관문 중 하나를 부수는 방법이라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아버지께 물어볼 걸 그랬네. 뭐라도 말씀해 주셨을 텐데 말야.”

이제는 세상에 없는 에드너를 떠올린 이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멤피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마음 쓰지 말게나. 그래, 이제 방향은 잡았는가?”

“대강은.”

후작의 물음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약과 뇌관을 자극하지 않을 만큼 오러의 파괴적인 속성을 줄이고, 가능한 한 화약과 뇌관을 자극하지 않는다.’

파괴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일반적인 오러의 특성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하지만, 이안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럼, 이만 수련을 시작하게나. 방향을 잡았으니 곧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걸세.”

“좋아.”

후작을 보고 호기롭게 대답한 이안은, 곧장 시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삼일 뒤.

타앙!

“…안 되잖아?”

탄피만 남은 총탄을 손에 쥔 채, 이안은 표정을 구겼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

난쟁이들이 처음부터 부족 단위로 뿔뿔이 흩어져있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이들에게도 왕이 존재했었고, 지상의 존재들을 위협할 만큼 거대한 지하 왕국을 건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옛이야기지.’

병기에 마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기, 황금 모루.

그 주인인 난쟁이 왕이 황금 모루와 함께 사라진 이후로, 구심점을 잃은 난쟁이들은 힘을 합쳐야 할 이유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족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수많은 난쟁이들을 마주한 바몬트의 머릿속에, 과거의 지하 왕국이 떠올랐다.

“백 년 전이지. 제국의 전 전대 황제가 우리를 떼 몰살시키려던 그때. 설마, 이번 황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어느 부족의 족장인지 모를 난쟁이가 시비조로 물었다.

“그건 아니고.”

그 말에, 이번 회합의 주최자인 바몬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 많은 족장을 황금 모루터까지 불러모은 이유는 뭔데? 나는 당장 만들어야 할 검이 있단 말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번에 새로 연구하는 공격형 방패가 하나 있는데….”

“나도….”

자신들의 대장간에서 할 일을 남겨두고 온 족장들의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단 내 말부터 좀 들어보라고! 댁들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소식일 테니까.”

하지만 바몬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림이었다.

그것도, 꽤 잘 그린 그림.

“이게 뭐야?”

“전투장면을 그린 것 같은데….”

왜 자신들을 불러모은 난쟁이가 난데없이 그림을 꺼내 들었는지, 이 자리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몬트는 그림을 향해 손가락을 짚었다.

“혹시, 이 그림에 나오는 병기들을 아는 녀석, 있나?”

“바퀴가 달린 걸 보니, 수레로군. 말은 없는 것 같지만.”

“그 위에 얹은 건 뭐지? 창인가?”

당연히, 처음 보는 병기의 정체를 알 리 없었다.

바몬트가 입을 열었다.

“오러 마스터를 상대하는 데 사용한 무기다. 얼마 전이지.”

순간.

자신에게 모인 족장들의 시선을 느낀 바몬트는 씨익 웃었다.

***

회합은 성공적이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병기를 마주한 족장들은 흥분에 날뛰었다.

고작 그림일 뿐이었지만,

‘구심점을 만들 수 있다면, 다시 왕국을 재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전설로만 전해 들었던 거대한 지하 왕국을 떠올린 그는 씨익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쾅쾅쾅

감히, 족장의 대장간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려대는 놈 때문이었다.

“누구야? 어떤 새끼가….”

행복한 상상을 방해당한 바몬트의 얼굴이 구겨졌다.

묵직한 망치를 손에 쥔 족장은 거칠게 문을 열어젖힌 다음 망치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족장은 망치를 휘두를 수 없었다.

“뭐야, 그 망치는. 와도 된다며?”

“…인간?”

문을 두드린 장본인은, 자신과 계약을 맺은 인간이었으니까.

“커, 커흠. 이건 아무것도 아니네. 어서 들어오게.”

언제 들어 올렸냐는 듯 망치를 뒤로 숨긴 바몬트는 인간, 이안을 대장간 안으로 불러들였다.

“좁기는 장난 아니게 좁네.”

허리를 숙인 어정쩡한 자세로 걸어들어온 이안은 불편함을 느끼곤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를 바라보는 바몬트의 눈은 마치 보물을 보듯 반짝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 어쩐 일인가? 혹시, 새로운 병기를 보여주려고….”

“그건 아니고.”

“…에잉, 빨리 할 말만 하고 나가게.”

이안이 고개를 흔들자마자, 난쟁이는 인상을 찌푸리곤 손을 저었다.

“다른 건 아니고, 야금술을 좀 배워보려고 하는데. 대장술하고.”

이안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뭐? 야금? 대장?”

이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바몬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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