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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99화 (100/224)

#99화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날개가 달려 있지 않은 인간이 하늘을 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마력과 오러는 그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힘이었지만, 마력의 존재조차 모르는 지구의 인간들에게 하늘은 불가침의 영역.

그리고.

왜애앵-

과학을 다루는 지구의 인간들은, 기여코 강철의 날개를 만들어냈다.

투타타타타타-

KA-1.

프로펠러 경공격기의 양 날개에 달린 건포드에서 기관총탄이 쏟아져 나갔다.

전투기의 속도가 더해진 탄환들이 먹잇감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쇄도했다.

그 결과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으리라.

퍼퍼퍽

키이이이-

12.7밀리 총탄에 날개와 몸통이 벌집이 된 비룡들과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하나 둘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딱딱딱딱

남은 해골 마법사들이 이빨을 부딪치며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금속 마수.

하지만 그들이 채 영창을 마치기도 전.

부우우웅-

하늘을 찢을듯한 굉음과 함께, 전투기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와이번떼를 지나쳤다.

[끄, 끄으으으….]

전투기가 하늘을 향해 급상승하자, 조종석 한쪽 구석에 앉은 미미르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아니, 신검까지 흡수해놓곤 겨우 이것도 못버티는 거야?”

[마, 말시키지 마라….]

“나, 참.”

애오옹-

고통스럽게 울어대는 미미르를 향해 고개를 저은 이안은 고도계를 확인했다.

‘좋아.’

최대 고도에 올라온 것을 확인한 그는 곧장 조종간을 움직였다.

부아아앙-

구름을 뚫고 상승하던 괴조가 몸을 돌려 하강을 시작했다.

950마력 엔진의 추진력에 위치에너지를 더한 공격기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여, 열한 시 방향 7200미터. 남은 적은 열셋이다.]

미미르의 말에 따라 기수를 움직인 이안은 곧, 마법을 영창중인 해골 마법사와 와이번을 맞닥뜨렸다.

“방어마법?”

쉽게 당해 주진 않겠단 것일까.

이안은 적들 앞에서 희끄무레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못해도 4급의 마법으로 만들어낸 장벽이다. 네 기관총만으로는 처리하기 힘들 것 같은데.]

4급의 마법은 기사로 따지면 익스퍼트 최상급의 오러.

아무리 페르소나에 의해 만들어진 탄환이라지만, 마스터에 근접한 위력의 방어마법을 쉽게 뚫을 수는 없다.

혹시나 결계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이안 자신이 될 터.

“괜찮아.”

하지만 중력가속도를 이겨내는 이안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가 몰고 있는 강철 새의 두 날개엔.

딸깍

기관총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병기가 탑재되어 있었으니까.

쐐애액 쐐애액

괴조의 두 날개에서 수십의 불꽃이 뿜어져 나갔다.

하늘을 수놓은 하얀 줄기들 끝에 존재하는 것은.

쐐애애액-

장갑차 따위는 쉽게 박살 낼 수 있는 70밀리 로켓들.

하물며, 스무 발을 넘는 로켓들의 공격이 한 점에 집중된다면.

콰과광-

해골 따위의 힘으로 막을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따따따딱

결계는 유리처럼 쉽게 깨져버렸다. 해골마법사들이 기계처럼 영창을 시작했다.

그 중엔.

-이 멍청한 놈들아! 빨리 막지 못해?

용케 살아남은 마법사들의 지휘관, 뱀파이어 소서러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도대체, 필멸자 주제에 어디서 저런 괴물을…!’

무시무시한 공격을 쏜살같이 퍼붓고는, 영창이 끝나기 전에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괴물.

뱀파이어는 저 괴물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래, 차라리 지상으로 놈을 유인한다면….’

그래서, 지상에 계신 마왕께서 부리는 마기가 닿을 거리에 도달한다면.

저 빌어먹을 괴조를 찢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이 머저리들아, 빨리 아래로….

판단을 마친 뱀파이어는 해골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키이이-

해골들이 비룡의 고삐를 풀자, 비룡들은 구름 아래로 몸을 움직였다.

‘좋아, 이대로….’

뱀파이어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단지.

투타타타타타-

수많은 총탄이 그의 몸뚱이를 갈아버리는 속도가 더 빨랐을 뿐.

슈우우

벌집으로 변한 뱀파이어와 비룡의 몸뚱이가 구름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

“어머, 쟤네들 왜 내려오는 거야?”

구름 아래로 나타난 비룡의 숫자를 확인한 바르바토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슈타르놈이 황금빛과 함께 사라진 것도 짜증이 나는데, 이제는 명령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부하들까지.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하겠어. 한 번 죽어 보면 딴생각할 정신이 없겠지.”

감히 명령을 거역하다니.

분노한 그녀의 눈에서 싸늘한 빛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왜애애앵

그녀는 곧 불복종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봐, 저게 뭐지?”

“모, 몰라.”

하늘을 찢어버릴 듯한 굉음.

당황한 단탈리안의 물음에 바르바토스는 고개를 젓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왜애앵-

하강하는 와이번의 뒤를 맹렬하게 쫓는, 정체불명의 강철 새.

“이, 이익….”

하지만, 그녀는 그 새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투타타타타-

강철새의 날개에서 폭음과 함께 쏟아지는 정체불명의 불꽃.

대륙 전체를 뒤져봐도, 저런 형태의 병기를 다루는 자는 단 하나뿐일 터.

“아슈타르….”

감히,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필멸자를 마주한 그녀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스으으

바르바토스의 몸에서 본능적으로 뿜어져 나간 마기가 주변을 잠식했다.

크오오-

마왕만이 다룰 수 있는 고순도의 마기를 견디지 못한 마수들이 하나둘 쓰러져나갔지만, 비릿한 웃음을 지은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 언제까지 귀찮게 굴 수 있나 볼까?”

파츠츠츠

그녀의 손에 만들어진 것은, 한 자루의 창.

마기로 만들어낸 창이 불길한 보라색으로 깜빡댔다.

“흐읍.”

투창 자세를 취한 바르바토스는 숨을 한껏 들이켰다.

멀리 던지면 던질수록 마기의 위력은 약해지겠지만, 그녀가 창 형태로 뭉쳐놓은 마기의 위력은 그것을 감수할만한 수준.

휘이익-

바르바토스는 있는 힘껏 손에 쥔 창을 집어던졌다.

명중 여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던져버린 것처럼 보였지만.

“가렴, 저주받을 아슈타르에게.”

그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보라색 창은 미사일처럼 방향을 바꾸었다.

목표는, 와이번을 뒤쫓는 괴조.

슈우-

마창(魔槍)에서 떨어져 나간 마기가 쪽빛 궤적을 남겼다.

마창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었지만 속도는 전혀 줄지 않은 채 괴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뭐, 뭐야!”

마창은 목표에 닿을 수 없었다.

부우우웅-

임멜만 턴(Immelmann Turn).

기수를 들어올려 뒤로 넘긴 괴조가 그대로 기체의 방향을 반전시켰다.

순식간에 진행 방향을 180도 전환한 공격기는 마창을 피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애오오오….

[우, 우우욱….]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을 견디지 못한 미미르가 헛구역질을 했다.

마력과 신성으로 구성된 몸이 아니었다면 벌써 먹은 것을 다 토해냈으리라.

“조금만 참아봐, 이제 돌아갈 거니까.”

발버둥 치는 고양이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안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슈우우-

캐노피 너머로, 공격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저 멀리 작아져 가는 마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 쪽은 끝났고.”

마력, 오러, 신성력을 막론하고, 아스텔리아를 움직이는 힘들은 그 투사거리가 제한되어 있다.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마창은 마왕의 전력을 다한 공격일 터.

이안의 기체와 엇비슷한 고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 와이번이 모두 도망친 이상, 저들에게 이안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남아 있지 않으리라.

‘좀 쉬어야겠어.’

눈 앞이 흐릿했다.

바닥을 구르는 것보다 하늘을 나는 것이 더욱 고급 기술이기 때문일까.

제트기도 아닌 구식 프로펠러 비행기를 구현해냈음에도, 그의 심장에 쌓여있던 마력은 어느새 바닥을 보였다.

하지만.

[이안, 놈들이 진군속도를 높였다. 이만하면 거의 뛰어가는 속도로군.]

“그래?”

미미르의 보고를 듣자마자, 이안은 새하얘진 얼굴로 웃었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부아아앙-

이안을 태운 공격기가, 곧장 아슈타르 성을 향해 질주했다.

***

이안의 계획은 성 밖에서 시작된다.

“마족놈들은 언제 오는 거야?”

“공작 전하께서 놈들을 유인해오신다잖나.”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는 게 더 힘들다니깐. 차라리 빨리 싸웠으면 좋겠는데.”

사냥대원들은 성 밖에서 흩어져 거미줄같은 참호를 구축했다. 그들은 언제 시작할 지 모르는 마족과의 전투를 기다리며 손에 쥔 석궁과 공성무기들을 정비했다.

“뭐, 뭔가가 날아온다!”

하늘을 살피던 초소의 병사가 무언가를 발견한 것은 그때였다.

부우웅-

거대한 새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굉음과 함께 참호 위로 날아오고 있었다.

“단장님께 보고해!”

“뭘 넋 놓고 있어? 경보장치, 빨리!”

삐이이이-

참호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참호에 배치된 사냥단의 단원들은, 훈련받은 대로 석궁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끼리리릭

손바닥만한 석궁에 장전된 것은, 신성력이 깃들어 마족에게도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마법볼트.

긴장한 표정을 지은 단원들은 단장의 발사 명령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중지, 사격 중지!”

하늘을 확인한 파비안은 급히 명령을 내렸다.

오러로 강화된 그의 눈에는.

“공작 전하다! 모두 사격 중지!”

유리로 덮인 괴조의 머리부분에 탑승한 주군의 창백한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이윽고.

파아앗

지면에 가까이 도달한 이안은 페르소나를 해제하곤 바닥을 가볍게 굴렀다. 그가 도착한 위치는 정확히 파비안의 앞.

“전하, 괜찮으십니까?”

“그, 진짜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마력탈진 위험이 있으시군요. 종군신관을 불러오겠습니다. 이보게!”

흙투성이가 된 이안의 창백한 얼굴을 확인한 파비안은, 부관을 보낸 다음 품의 포션을 꺼내 이안의 입에 부었다.

“쿨럭, 역시 포션만한 게 없네.”

포션 한 병을 단숨에 들이켠 이안의 혈색이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다.

“성과는 있으셨습니까?”

파비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놈처럼 쫓아오던데.”

“성공하셨군요. 역시 공작 전하십니다.”

“그건 됐고, 지원군은?”

파비안이 이안을 칭찬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안의 물음을 들은 파비안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입을 열었다.

“송구하오나….”

“아냐, 됐어. 들어볼 필요도 없겠네.”

단장이 무슨 말을 꺼낼지 짐작한 이안은 손을 휘휘 저었다.

결국, 지원은 없었다.

“뭐, 아슈타르는 언제나 혼자였으니까. 애당초 기대도 안 했어.”

이럴 때를 대비해 비상계획을 준비해 놓지 않았던가.

‘피해가 좀 더 커지긴 하겠지만….’

마왕을 잡아내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안은 파비안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단장, 그럼 전에 말했던 대로….”

아니, 내리려고 했다.

우우웅

지휘관 천막 옆.

한 번도 작동하지 않은 순간이동 마법진에 불이 들어오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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