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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98화 (99/224)

#98화

마수들은 강인하다.

비록 마족들처럼 마기를 다룰 수는 없었지만.

마기에 영향을 받아 성장한 육체와 본능의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 마력까지.

콰오오오-

지옥이나 다름없는 마경에서 오랜 세월을 버텨온 마수들이었다. 그들은 평범한 필멸자들과는 비할 수 없이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중, 마수의 왕이라 불리는 존재들.

콰우우-

오우거와 사이클롭스.

마력을 다룰 지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거대한 육체가 가진 힘과 내구력은 하급 마족과 비할 수 있는 최상급의 마수.

정신과 육체, 두 방면에서 마수의 정점에 오른 존재들이었지만.

퍽 퍽

파육음이 들려올 때마다, 마수의 왕들은 허수아비처럼 쓰러져나갔다.

우우웅

콰우-

동족 몇이 쓰러지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 오우거와 사이클롭스들은 급히 오러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오러를 가득 머금은 마수들의 몸뚱이가 푸르게 빛났다.

우웅

평소였다면 공격을 막아내기에 충분했겠지만.

퍼퍽

이번엔 조금 달랐다.

콰우…?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오우거가 두른 오러를 종잇장처럼 꿰뚫어버린 다음, 그대로 심장을 꿰뚫고 사라져버렸다.

키이이?

최상급 마수들이 연이어 변사체가 되자 마수들은 혼란에 빠졌다.

키이이-

자신들의 뒤에 마왕이 있는 것도 잊은 채,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오크나 고블린들이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물론.

파사삭

“이래서, 마수들은 관리하기 귀찮다니깐? 긍지도 없지, 투지도 없지.”

그들의 시도는 시도로 끝날 뿐이었지만.

스으으

대열을 이탈하던 마수들을 마기로 으깨버린 바르바토스가 혀로 입술을 핥고는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그, 그으으으….

“귀찮네, 정말.”

그녀의 지배력에 감화된 마수들이 다시 대열에 합류하자마자, 바르바토스는 고개를 돌렸다.

“단탈리안.”

“무슨 일이지?”

“가고일 놈들, 좀 남았어?”

“인간놈들 손에 몽땅 소멸했지. 혹 있더라도 네년에게 빌려줄 생각은 없지만.”

“쩨쩨하긴.”

속내를 들킨 그녀는 단탈리안을 향해 혀를 비죽 내밀고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머리 위를 날고 있던 것은.

끼이이이-

마기에 의해 타락한 비룡, 블랙 와이번과.

딱딱딱-

그들의 등에 탄 최하급 마족, 스켈레톤 메이지.

-놈을 잡아라.

키이이이-

바르바토스가 지배력을 가득 실은 목소리로 속삭이자, 해골 마법사를 등에 진 와이번들이 구름 위를 향해 날아올랐다.

“실수한 거다, 바르바토스.”

그녀의 판단을 본 단탈리안은 혀를 끌끌 찼다.

“아무리 와이번이라도 가고일만큼 단단한 육신을 가지고 있진 않을 텐데? 아까운 마수들만 잃어버릴 게 뻔하군.”

마족조차도 견디지 못할 공격을 쏘아내는 적을 상대로, 마기도 다루지 못하는 마수 따위를 내보내다니.

와이번들이 불붙은 나방처럼 대지로 추락하는 미래가 그의 눈앞에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흥, 그 돌덩어리들하고 똑같이 보면 곤란하지.”

그 말을 들은 바르바토스는 코웃음 쳤다. 단탈리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무슨 말이지?”

“아무리 뛰고 달려봐야, 구름 위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말을 마친 그녀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와이번들이 급상승하고 있다. 좋지 않아.]

철컥

대물저격총의 탄환을 대신 장전해 준 미미르가 이안을 향해 충고했다.

이안은 대답 대신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앙-

오러를 두르지 않았다면 어깨가 부러졌을 끔찍한 반동.

그와 동시에, RT-20에서 뿜어져 나온 20밀리 철갑탄이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섰다.

어김없이, 또 하나의 오우거가 명을 달리했다.

스코프에서 눈을 뗀 이안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꽤 많군.’

두 손으로 세지 못할만한 숫자의 날개 달린 뱀들.

놈들은 보랏빛 구름 위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까다로운데.’

지상 병력에게 가장 까다로운 적은 하늘 위의 적이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지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로이 공격할 수 있었으니까.

“놈들의 최대상승고도는 알고 있어?”

물론, 이대로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만, 비행함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그럼, 못해도 3천 미터는 넘는단 말이군.”

미미르의 말을 들은 이안은 고민에 잠겼다.

지대공 미사일을 이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야 있겠지만.

‘효율이 너무 떨어져.’

병기에 스스로 적을 찾아가는 유도기능이 부여되는 순간, 구현에 소모되는 마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고작 헬파이어 미사일이나 에이테킴스 따위를 구현하기 위해서, 전차 한두 대는 뚝딱 구현할 수 있는 마력을 소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적들은 이안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쐐애애액-

구름 아래로, 비가 쏟아져 내렸다.

마경이라고 해서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안, 피해라! 마법이다!]

평범한 비가 아닌 것이 문제였다.

불, 얼음, 강철, 바위.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은, 최소 6급의 공격마법들.

“미친놈들.”

우웅

욕설을 내뱉은 이안은 황금색 마력을 내뿜었다.

부아아아아앙-

급히 바이크를 구현해 탑승한 이안은 쓰로틀을 힘껏 당겼다.

엔진의 최대출력을 몽땅 받아낸 바이크가 총탄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윽고.

콰아아앙-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이안이 자리했던 곳에, 마법 세례와 함께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이안, 놈들의 공격은 이번 한 번이 아닐 거다. 바로 후퇴하는 게 좋겠어.]

미미르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안 돼.”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내저었다.

“좀 더 놈들을 귀찮게 해야 놈들이 성질을 낼 거 아냐?”

오우거 몇 마리를 때려잡은 정도론 부족했다.

놈들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가해서, 자신을 잡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이끌고 간다.

그것이 이안이 세운 모든 계획의 전제조건이었으니까.

그리고.

“저 뱀들, 나름 중요한 전력일 거 같지 않아?”

이안은 지금, 유의미한 타격에 걸맞는 목표를 찾아냈다.

[그럴지도 모르지. 6급의 마법을 다루는 존재는 최하급 마족과 비견될 터이고, 와이번 역시 그만큼 귀한 마수니까.]

귀한 전력 둘을 합쳐놓았으니, 그 중요성이 얼마나 크겠는가.

다만.

[우리가 놈들을 노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단 게 문제지.]

콰과광-

이 와중에도, 하늘의 적들은 이안을 향해 마법을 쏟아내고 있었다.

바이크의 강력한 출력과 이안의 조종술로 어찌어찌 피해내고는 있었지만.

[날개라도 달리지 않는 이상에야, 놈들을 잡아낼 방법은 없을 거다. 마왕들이 다가오기전에 후퇴해야 돼.]

쾅-

말을 마친 미미르가 바닥에서 튀어오르는 바위 파편을 피해 숨어들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버티는 것조차 힘들어지리라.

“미미르.”

하지만, 그의 전우를 부르는 이안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

[내 이름이나 부르고 있을 때가 아냐.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잔 말이다!]

미미르는 결국 폭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날개를 다는 게 나을 거 같아.”

[뭐?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이냐?]

생각지도 못한 주인의 말에, 욱한 미미르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개소리가 아냐.”

파아앗

바이크를 다시 마력으로 되돌려버린 이안이 새로운 병기를 구현해 내는 순간.

[이, 이건?]

미미르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

키이이이-

보라색 구름 위로, 수십의 블랙 와이번떼가 대열을 이루어 날고 있었다.

타락한 비룡의 등에 탄 것은, 살점 하나 남지 않은 해골들.

딱딱, 딱딱딱

화르륵!

혓바닥조차 남지 않은 해골들이 이빨을 부딪칠 때마다, 그들의 손 뼈다귀 위에 화염과 냉기가 솟아났다.

그들의 임무는, 손에 쥔 6급의 마법을 땅으로 집어 던지는 것뿐.

딱딱딱

마법을 바닥에 내던진 해골들은 재차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래, 계속 공격해라. 모든 것은 마왕님의 뜻대로!

맨 뒤에서 스켈레톤 메이지들을 감독하던 마법사가 손에 쥔 지팡이를 흔들어댔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다른 해골 마법사들과는 달리, 깔끔한 로브를 걸치고 있던 녀석의 피부는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마왕님을 이토록 귀찮게 만들다니, 놈의 피는 얼마나 달콤할지 궁금한걸?

혈마족, 뱀파이어.

그 중에서도 고위마법을 다루는 뱀파이어 소서러가 군침을 삼켰다.

뱀파이어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피, 그 중에서도 강자의 피였다.

마경에서 가장 강한 군주를 분노하게 한 필멸자라면.

그의 피는 얼마나 강한 힘을 담고 있을 것인가.

-자, 쏟아부어라! 마왕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한다!

피 생각에 신이 난 뱀파이어가 지팡이를 마구 흔들어댔다.

쿵 쿵

해골들의 마법 폭격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수백 톤의 폭탄을 쏟아내는 지구의 폭격기에 비하면 장난 수준에 불과했지만, 바닥에 존재하는 필멸자 하나를 잡기엔 차고도 넘치는 수준.

부우우웅

이상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음에도, 방심한 뱀파이어의 신경은 온통 지상으로 향해있었다.

왜애애앵-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도저히 참지 못할 수준이 되어서야, 뱀파이어는 짜증을 내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의 고개가 좌우로 움직이며 소리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서 나는 거지?

아무리 돌아봐도,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이미 차갑게 식어 있던 그의 등골이 시큰했다.

왜애앵-

정체불명의 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상대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제야.

-서, 설마?

뱀파이어는 생각지도 않던 가능성을 떠올리곤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럴리가….

비룡이란 이명에 걸맞게, 와이번은 그 어떤 마수보다 높이 날 수 있다.

비교적 빈약한 전투력에도 불구하고 마왕들이 와이번을 애용하는 것은, 가장 높이 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점 때문.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왜애애애앵-

-와이번보다 높게 나는 마수가 있다니, 그럴 리가 없어!

날개를 포함한 전신이 금속으로 이루어지고, 머리에는 거대한 바람개비 같은 것을 단 비행형 마수.

왜애앵-

자신의 머리 위에서 내리 꽃을 듯 달려드는 마수를 발견한 뱀파이어는 경악했다.

-모두 위를 봐라! 적을 요격해!

다급해진 그가 마법을 준비하던 해골들을 독촉했다.

하지만 그가 채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

투타타타타-

정체 모를 마수의 날개에서, 두 줄기의 불꽃이 쏟아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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