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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48화 (49/224)

#48화

환수급에 다다른 페르소나는 단순히 출력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환수급의 진짜 무서운 점은, 페르소나의 원전으로부터 나온 [전승]을 불러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전승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그만한 역사가 있어야하지.’

전승을 다룰 수 있는 페르소나를 환수급이라 부르는 것은, 그 대부분이 수 천년동안 살아오면서 이야기를 쌓아온 괴물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않은가.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야.’

이안이 다뤄왔던 총화기들의 역사는 길어야 백 년.

쌓아올린 역사의 힘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다.

그렇다면.

‘역사를 뛰어넘을 만큼의 위력, 그리고 영향력.’

이안은 생각을 넓혀나갔다.

아무리 역사가 짧다 하더라도.

수많은 병사들의 손에 들려, 셀 수 없는 전투를 거쳐 온 병기의 이야기라면.

수천 년 묵은 괴수들이 쌓아온 이야기를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호오.]

뒤에서 이안을 지켜보던 미미르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안의 손에 따라,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구현의 방을 관리하는 정령을 바라봤다.

[아….]

프레이야의 눈은 못이라도 박힌 것 마냥 이안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관리자와 만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었지만, 그가 방문할 때마다 새롭게 만들어내는 무언가는 그녀에게 지적 흥분을 가져다주었으니까.

“후.”

우두둑

곧, 설계를 마친 이안이 굳은 몸을 풀어냈다.

몇 시간이나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긴 시간동안 집중했으니, 몸이 굳어버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총 34시간이다.]

“뭐?”

그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이안도 평생 딱 한 번 만져본 녀석이었으니, 그만큼 재현해내는 것이 어렵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34시간이라니.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니.”

배에서 들리는 꼬르륵 소리에 이안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관리자님, 이거라도 드시겠어요?]

프레이야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따뜻한 차와 샌드위치가 담긴 접시가 나타났다.

“뭐야, 이건?”

프레이야가 내민 접시를 받아든 이안이 물었다.

[아,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가요? 그러면 다른 것도….]

“아니, 원래 이런 서비스는 없었잖아?”

따지고 보면, 그가 구현의 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도 처음이 아니지 않은가.

오늘은 조금 더 긴 시간을 보냈긴 했지만, 지난번과는 너무나 다른 대우였다.

[아, 그건 관리자님의 등급 때문이에요.]

“등급?”

프레이야의 말에 이안은 샌드위치를 한 입 물며 고개를 갸웃했다.

프레이야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관리자님께서 환수급 페르소나를 얻음과 동시에, 관리자님의 권한등급이 2급으로 조정되었거든요.]

“2급이라.”

제어정령의 설명을 들은 이안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페르소나의 격을 올리는 것만으로 시스템의 권한을 올릴 수 있다면.

‘그럼, 영웅급의 페르소나를 만들면 1급 권한을 얻을 수 있는 건가?’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러면, 2급 권한은 뭔데?”

이안은 당장의 궁금증부터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음, 이런저런 권한들이 있죠. 예를 들자면, 지금 관리자님께서 들고 계신 샌드위치라던가.]

이안의 물음을 들은 프레이야가 빛나는 손가락으로 이안의 샌드위치를 가리켰다.

이안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런 것 말고. 가장 중요한 것.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것으로.”

샌드위치를 페르소나에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안의 물음을 듣고, 프레이야는 손가락을 몇 개 꼽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음, 가장 중요한 거라면, 통신기능이 있겠네요.]

“통신?”

전생에서 많이 듣던 단어에 이안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니까, 관리자님께서는 이제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시스템의 기능을 사용하실 수 있어요.]

“호오.”

설명을 들은 이안이 놀라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이제 페르소나를 교정하기 위해 이 험한 바다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섬까지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으니까.

“그 기본이라는 게, 정확히 어디까진데?”

[병기의 교정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요. 제게 연락만 주신다면요.]

“그럼 거의 전부네.”

확답을 들은 이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시동어를 외쳤다.

“정보.”

이제, 페르소나를 확인할 차례였다.

[이안 아슈타르]

[페르소나명: 미미르]

[등급: 환수]

[마력: 2100]

[개방 필요마력: 2,000]

[증폭률: 2000%]

[특성]

[장비교체][장전][과부하][보조인격][파편화][그림자][통신]

‘간당간당하겠는데?’

정보창을 확인한 이안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증폭률이 제법 늘어나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필요마력이 늘어나있었으니까.

‘오래 싸우진 못하겠어.’

전승을 사용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마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마력량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적들과 싸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단 알자스로 돌아간다.’

용건을 해결했으니 여기에 더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언제든지요, 관리자님.]

고개 숙인 관리정령을 뒤로한 채, 이안은 구현의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으음…음….”

이안은 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 있는 파이톤과 마주했다.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

그가 구현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 지 벌써 서른네 시간.

그 긴 시간동안 홀로 지내야 했으니, 잠에 빠져들 법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깨어날 시간이다.

“이봐, 이봐.”

툭 툭

이안은 파이톤의 뺨을 툭툭 쳤다.

“으음…어떤 새….”

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잠에서 덜 깬 파이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이안과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는.

“아, 왔어? 스읍.”

[대단하군. 저 꼬라지를 탈마공이 직접 봐야 하는 건데.]

미미르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입에서 흐르는 침을 닦아내는 소년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가자.”

“그, 그래.”

짤막한 이안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파이톤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아앗

곧 두 사람의 발밑에 만들어진 마법진이 바닥에서 푸른빛을 뿜어냄과 동시에 이안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바뀌었다.

하지만.

“무슨….”

도시의 외곽에 떨어진 이안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발 늦은 모양이군.]

그 모습을 본 미미르가 혀를 끌끌 찼다.

자세를 낮춘 이안이 눈앞의 광경을 자세히 관찰했다.

도시 한 가운데 위치한 알자스 성.

말 그대로 트로이카의 아성(牙城)이었던 곳이.

반쯤 무너진 채 불타고 있었다.

***

“설마, 이만한 힘일 줄이야.”

신드라 메이런트.

아니, 신드라 메이런트였던 괴물이 불타오르는 성 안에서 씨익 미소 지었다.

“최고야….”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취해버린 그녀의 녹색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두 개의 페르소나를 합치겠다는 발상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환수급의 페르소나 둘을 결합해 만든 새로운 육체가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신기 따위는 필요도 없겠어. 후, 후후.”

그녀가 힘에 취해 웃고 있을 때.

“이, 이 괴물!”

옆에서 비명처럼 내지른 누군가의 목소리.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수많은 시체들 사이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난 사내가, 그녀를 향해 시퍼런 오러를 피워내고 있었다.

“호오, 아직도 살아있는 놈이 있었어?”

그녀는 두툼해진 입술을 비틀었다. 설마하니 살아남은 자가 있을 줄 몰랐던 그녀는 정말로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네년, 네년만은 내가 데려간다….”

트로이카의 옷을 입고는 있었지만,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비틀대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기세는 제법 위험해 보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내의 상태와는 별개로, 검에서 피어오르는 오러는 그녀의 피륙을 찢을 만큼 충분히 날카로웠으니까.

그녀는 놀라는 대신 조용히 오른 손에 쥔 나무 지팡이를 들어보였다.

지팡이라기보다는 통나무에 가까운 굵기.

그녀가 거대한 지팡이를 사내에게 들이댄 순간.

화르르륵

사내를 향해 거대한 불길이 쏘아져나갔다.

3급 마법, 인페르노.

붉게 타오르는 불길이 사내의 몸뚱이를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곧.

땡그랑

반쯤 녹아버린 사내의 검만이 바닥에 떨어졌다.

“후, 후후후. 후후후후.”

강하다.

너무나 강했다.

고작 마력을 조금 끌어올린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힘이라니.

제 나이만큼 힘을 얻어가는 용종 중에서도 만 년 이상 묵은 노괴물이나 이런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했다.

그녀의 하늘하늘한 팔다리는 아름드리나무처럼 굵어졌고, 그 몸뚱이는 어지간한 오우거 만큼 거대해졌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몸 자체가 오우거로 변했다는 말이 맞으리라.

그리고.

[누우우니이임….]

그녀의 초록색 머리 옆, 마치 혹처럼 붙은 머리 하나.

한때는 동료이자 의남매였지만, 이제는 그녀의 일부가 된 다이거가 초점 잃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지는 이미 제압한 상태인데, 아직 잔류사념이 남아있나?”

그녀는 불쾌했지만, 제거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불러낸 것은 마수 오우거 일족의 대마법사, 트윈헤드 불칸.

한때 마수들을 이끌고 대륙을 거의 정복할 뻔했던 세기의 마법사였으니까.

거기에 그녀가 가진 페르소나의 소유권 절반을 쥐기도 하였으니, 강제로 녀석의 머리를 제거한다면 전승을 사용할 수 없을 게 뻔했다.

“그래도 상관은 없어.”

이런 힘을 손에 쥘 수 있다면, 기분 나쁜 시선 따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이만한 힘이라면, 어쩌면.

“그래, 놈들의 힘 따위는 필요 없어.”

홀로 연합공국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미 과도한 마력에 취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녀 자신은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없었다.

“마수들을 조금 모은 다음, 아슈타르로 진출한다.”

한때 마수들의 왕이었던 불칸의 모습을 빌린다면, 대륙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거대 마수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들과 함께 진격한다면 아슈타르를 무너뜨리는 것도 꿈이 아니리라.

그 전에.

“우선은 이 버러지들부터 치우고 말이야.”

감히 자신의 일을 방해한 버러지들을 먼저 치우지 않고선, 다음 일을 진행할 수 없을 테니까.

콰아아아

생각을 마친 그녀가 몸에서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단숨에 숨이 멎을 만큼 진한 밀도의 마력이 부서진 첨탑 안을 가득 메웠다.

거대한 마력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마법의 형태를 갖추어나가던 그 때.

콰드득

무언가가 그녀의 어깨에 달린 머리통을 짓이겼다.

***

[초탄 명중.]

“오, 제법 하는데?”

미미르가 짜증을 냈지만, 감탄을 터뜨린 이안은 쌍안경으로 적을 확인하며 그림자 팔이 쥔 홍차를 홀짝였다.

적의 두 머리 중 하나는 제거했으니, 전투력은 제법 감소했으리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그럼, 차탄 장전.”

상대에게 쉴 틈을 줄 생각이 없었던 이안은 곧장 미미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빌어먹을,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거지?]

이안의 명령에 미미르가 투정을 부렸지만.

“그럼, 안 할 거야? 이제 와서? 녀석은 이미 우리 위치를 파악 했을걸?”

[그건, 그건 아니다만…]

철컥 철커덕

이안의 말에 미미르는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이윽고 포탄이 허공에 저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너무 편한데.’

이라크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포탄을 날랐던 그때와 비교하면 거의 놀고먹는 수준이 아닌가.

[장전 완료, 빌어먹을.]

곧, 일을 마친 미미르가 이를 갈며 말했다.

“발사.”

쌍안경으로 적의 동태를 확인하던 이안은 짧게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콰앙

자타공인 지구 최강의 전차.

M1A2 에이브람스가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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