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26화 (27/224)

#26화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콰앙 콰앙

분노한 거인이 연달아 이안을 향해 주먹과 발을 날려댔다.

녀석의 거대한 신체가 가진 질량은 그저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건물을 가루처럼 뭉개버릴 수 있었다.

우르르

조금 전 이안이 밟고 서있었던 이층집이 수수깡처럼 무너져 내렸다.

파앗

‘조금 더 유인한다.’

하지만 이미 이안은 다음 집을 향해 도약하고 있었다.

‘높은 곳.’

이안의 시선이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거대한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높은 위치를 잡는 것이 유리했으니까.

투타타타

그 와중에도 이안이 쥔 소총은 거인을 향해 불을 뿜어댔다.

[이, 이 쥐새끼 같은 게…]

탄환에 담긴 반마력은 그 자체로 마족에게 고통을 가한다.

개미에 물린 것 같은 따끔한 통증에 거인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이어졌다.

부우웅

놈의 주먹이 다시금 이안을 향해 내리꽂혔지만.

“어딜!”

이안은 날다람쥐처럼 녀석의 팔뚝 을 밟고 도약했다.

콰앙

발 아래 건물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 이안은 적절한 장소를 발견했다.

‘저기다.’

입꼬리를 비튼 이안이 마력을 움직였다.

파앗

성을 제외하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

이안의 신형이 시계탑 꼭대기로 향했다.

“장비교체.”

공중에 떠오른 상태로, 이안은 시동어를 외웠다.

파앗

손에 들고 있던 소총은, 곧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원통으로 변모했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로켓발사기, RPG-7.

철커덕

채 발이 바닥에 닫기도 전, 이안은 번개 같은 속도로 로켓을 발사기에 꽂아 넣었다.

가오오-

시계탑 가장 높은 곳에 오르자, 이안의 눈이 저 멀리서 달려드는 거인과 마주쳤다.

가오오오-

[죽인다, 이 빌어먹을 인간-]

거인이 달려든다.

거인의 그림자가 태양을 가리자 삽시간에 시야가 어두워진다.

그 와중에도 이안은 눈앞의 표적에 집중했다.

[거리, 520M. 접촉까지 5.2초.]

이안의 눈앞에 적의 이동경로와 같은 세부적인 정보가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그 중, 놈의 가슴팍 한 가운데가 피처럼 새빨갛게 표시되어 있었다.

놈의 약점, 마석이 있는 곳.

구식 가늠좌가 붉은 원과 일치된 순간.

딸깍

이안은 방아쇠를 당겼다.

쐐애애액

점화된 로켓이 불을 뿜으며 거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거인의 몸뚱이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크기.

[이깟 장난감 따위!]

이안이 발사한 로켓을 보곤 달려들던 거인이 코웃음치곤 로켓을 향해 손을 뻗었다.

녀석의 표정은 약이 오른 듯 험악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이 공격만 막아내고 나면, 저 벌레 같은 인간을 탑과 함께 짓이겨버리리라.

쥐새끼의 최후를 상상한 거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로켓이 그대로 마족의 손을 꿰뚫기 전까지는.

[어?]

순간, 거인은 자신의 구멍 뚫린 손바닥을 보곤 당황했다.

바늘만한 구멍을 뚫고 지나간 로켓은 어느새 그의 명치를 향해 날아갔으니까.

곧, 로켓의 탄두가 녀석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게 전부냐, 쥐새끼?]

결과를 확인한 마족은 이안을 향해 코웃음 쳤다.

손에 막혀 관통력을 잃은 로켓은 마족의 가슴을 꿰뚫지 못한 채 명치어림에 박혀있었다.

[안타깝구나.]

마치 쥐 앞의 고양이마냥, 거인은 이안을 향해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만 죽어라.]

이안이 공포에 질려 죽어가는 모습을 구경할 심산으로.

하지만.

“내가 마력만 좀 더 있었어도 이 꼴을 안 봤을 텐데.”

공포에 질리는 대신, 이안은 두 손가락을 폈다.

[그게 무슨…]

순간, 불길함을 느낀 거인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둘.”

하지만 이안은 대답 대신 손가락을 접기 시작했다.

[수작 부리지 마라!]

그 알 수 없는 행동에 공포를 느낀 거인이 당장에 이안을 때려죽이려했지만, 이안과의 거리는 아직 멀었다.

이안은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하나.”

두 개의 손가락이 접히고.

“펑.”

이안의 입이 열린 순간.

콰아아아아앙-

폭발과 함께 거인의 가슴팍이 터져나갔다.

가오오오-

지연신관으로 세팅된 탄두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거인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폭발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뜯겨져나간 듯 가슴팍에 난 큼지막한 구멍.

그 사이로 아이 머리통만한 붉은 보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인간 따위가!]

마족이 필사적으로 마기를 움직여 구멍을 메꾸려 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폭약 대신 로켓에 담겨있던 반마력은 마기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가아아오-

결국, 고통과 분노를 이기지 못한 마족의 실낱같은 이성이 끊어졌다.

[당장… 죽여… 주마…]

이미 거인의 몸은 페르소나가 가진 반마력에 의해 너덜너덜해진 상태.

자칫 힘을 낭비했다간 반마력에 의해 소멸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분노에 이성을 잃은 마족에게 남은 것은 살의와 파괴욕구뿐.

파지직

놈이 권능을 발동하려 하자 머리에 난 불길한 자줏빛의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가슴팍에 박힌 마석이 용광로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가오오-

거인은 포효와 함께 그가 얻은 권능을 쏘아내려 했다.

그러나.

권능은 발동되지 않았다.

슈우우

금방이라도 뿜어져나가려던 마석의 빛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권능이, 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마족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쩌적 쩌저적

그의 거대한 육체를 유지해주는 마석에, 수많은 실금이 그어지고 있었으니까.

이윽고.

파사삭

붉은 마석은 산산이 부서졌다.

[무슨?]

가오-

가루가 되어버린 마석과 함께 잿더미로 사라져가는 몸뚱이를, 거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려다봤다.

쾅-

그의 소멸을 애도하는 것은, 간발의 차로 터진 총소리뿐이었다.

***

[이런 병기로 마족을 사냥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군. 원전이 어디인가?]

“그건 알아서 뭐하게, 새끼야.”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대물저격총, M82 바렛의 노리쇠를 당기며 이안이 이죽거렸다.

[나는 레온하르트에 탑재된 자아의 지식을 이어받은 존재. 나에게 탑재된 지식은 레온하르트의 것과 같다.]

“아, 물론 그러시겠지.”

이안은 미미르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훈수 좋아하는 녀석의 성격을 보아하니, 계속 받아치다간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질 게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녀석이 도움 되는 점도 분명히 있기는 했다.

[6시 방향 572m, 최하급 마족 접근 중.]

바로 지금처럼.

미미르의 경고에 이안이 곧장 몸을 뒤로 돌렸다.

꾸르르-

녹은 타이어마냥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뿔 달린 푸딩 같은 게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기어오고 있었다.

녀석이 지나가는 길엔 끈적한, 하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달팽이의 진액처럼 길게 남았다.

진액이 닿는 곳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녹아내리는 것으로 볼 때, 놈의 주무기는 강산성의 액체.

“이번엔 너냐?”

하지만 이안은 덤덤했다.

푸딩과 그 사이엔 거리라는 장벽이 있었고.

“장비교체.”

이안은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 거리의 이점을 잘 살릴 수 있었으니까.

파앗

이안의 시동어와 함께 손에 쥔 바렛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빛 속에서 새롭게 나타난 것은 여섯 개의 원통이 달린 유탄발사기, M32.

이안은 마찬가지로 빛과 함께 나타난 유탄을 실린더에 한 발씩 장전했다. 곧, 유탄발사기의 총구가 초콜릿 푸딩을 향했다.

[비효율적이다. 범용성은 뛰어나나 어중간한 위력에 비해 제약이 많다. 페르소나의 형태를 변경할 것을 권고한다.]

“지랄하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만든 건데.”

어처구니없는 미미르의 말에 조준을 마친 이안이 콧방귀를 뀌었다.

이안의 페르소나, 미미르의 형태가 다른 자들의 것보다 제약이 많은 것은 맞다.

발동만 하면 다른 것을 신경 쓸 필요 없는 여타의 페르소나와는 달랐다.

상황에 맞는 무기와 탄종을 일일이 선택하고, 선택한 탄환을 일일이 장전까지 해야 했으니까.

심지어, 현재의 저열한 설계로는 일정 이상의 화력을 뿜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안이 쥔 유탄발사기 조차도, 등에 맨 레온하르트의 조력이 없었다면 감히 구현할 시도조차 못했을 테니까.

그럼에도, 감수할 가치는 있었다.

“야.”

이안은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먹만 한 유탄 여섯 발이 하늘을 갈랐다.

빠른 속도로 쏘아져나간 유탄은 이내 마족의 물컹한 피부에 접촉했다.

순간.

푸시시식

탄두에 화약대신 채워진 인화물질이 탄 밖으로 뿜어져나갔다.

곧.

콰과광-

슬라임과 맞닿은 탄두들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화약의 폭발력이 아닌, 순간적인 기압의 변화를 이용한 충격파와 화염, 그리고 반마력이 마족의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잠시 후, 화염이 걷히자.

“위력이, 뭐?”

반쯤 녹아내린 마족의 몸뚱이를 본 이안이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

일을 마친 이안은 지붕을 뛰어넘어 어딘가로 향했다.

아직 마족이 둘 남아있긴 했지만, 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제야 움직인다고?”

이안은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몇몇의 병기급 페르소나를 느꼈다.

“빌어먹을 근위대 놈들.”

아슈타르 전력의 핵심, 근위대.

최하급 마족 두 마리 정도는 채 오 분도 되지 않아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안은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닥에 내려선 그의 표정이 굳었다.

“으, 흐윽…”

“사제님, 정신 차리세요!”

이안의 앞에,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세리아가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서 고아원의 아이들이 부산을 떨어댔다.

[신성력을 과도하게 사용했군.]

‘큰 문제야?’

이안의 물음에 사자머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살아있는 걸 보아하니, 그렇진 않겠지. 며칠 정양하면 기력 정도는 회복할 것이다.]

머리색은 평생 바뀌지 않겠지만.

미미르가 귀찮은 투로 대답했지만,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함께 싸워온 전우가 고통스러워하거나 죽는 것은 눈 뜨고 보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이안은 천천히 사제에게 다가갔다.

“공자… 님?”

곧, 인기척을 느낀 세리아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어, 모르는 아저씨다!”

“아저씨, 우리 사제님 좀 구해주세요, 네?”

사제를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이 이안을 향해 달려왔다.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아이들이 울상을 지었다.

이안은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이안은 포션의 병마개를 뽑고는 세리아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쉬어도 돼. 애들은 내가 봐주지.”

하지만 이안의 말을 들은 세리아는, 포션을 받는 대신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전, 좀, 피곤해…”

한계 이상 끌어 쓴 신성력의 반동을 견디지 못한 세리아는 그대로 기절한 채 쓰러졌다.

“…쓰러질 거면 따기 전에 쓰러질 것이지.”

가득 찬 포션병을 쥔 채, 이안은 무심한 표정으로 쓰러진 세리아를 바라봤다.

***

전투는 끝났다.

모든 마족과 마수는 영웅과 신화의 힘 앞에 검은 재로 화했다.

그리고.

전후복구를 위해 모인 흑사자 사냥단과 은사자 기사단의 장, 파비안과 칼리번은 이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생전 처음 보는 병기야. 도대체 어디서 저런 전설을 얻으신 거지?’

‘이것으로 확실해졌군. 이안공자에겐 자질이 있어.’

둘의 생각은 조금 달랐지만, 결론의 원인은 같았다.

“뭐해? 피해상황부터 보고하지 않고.”

앞에서 짜증을 부리는 상대의 페르소나는 일생동안 본 적 없는 형태였으니까.

고글로 눈을 가린 괴상한 모양의 투구와 무수히 많은 정사각형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상하의, 그 위에 걸친 흉갑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조끼.

거기에, 수많은 형태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공격을 쏟아내는 원거리 병기까지.

일생동안 공작령을 수호하고 마경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페르소나를 두 눈으로 보아왔지만, 알려진 병기급의 페르소나 중 이토록 강력한 존재는 없었다.

자연히, 호기심이 생겨났다.

“공자님, 외람되지만 페르소나의 원전이 무엇인지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파비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옆에 선 기사단장, 칼리번 역시 흥미로운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거?”

그 말을 들은 이안은, 무슨 그런 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둘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안의 답을 기다리는 둘의 신경은 온통 공자의 입을 향해 쏠려있었다.

‘분명, 잊혀진 전설을 어딘가에서 새롭게 찾아내신 거겠지.’

‘무슨 방법인진 모르겠지만.’

이안의 전투를 지켜본 그들은 중대발표를 기다리듯 이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잊혀진 전설을 새롭게 발굴하는 것은 분명 공작령, 나아가 공국과 물질계를 수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나야.”

“네?”

이어진 공자의 답에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내 머릿속이라고.”

이안은 벙찐 표정의 두 단장을 한심하단 눈으로 바라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