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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는 원샷원킬-22화 (23/224)

#22화

이안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기억 속에, 신검이 혼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능이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후보?’

거기다, 조금 전 들려온 메시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왔다.

“이봐, 이게 다 뭔데? 여긴 어디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안이 소리쳤다.

하지만 신검은 이안의 의문을 풀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대답 대신,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후보 적합성 평가 중.]

[판단력, S. 감각, A. 근력, B, 민첩성, C+. 전투숙련도, A. 마력, E. 특수능력, F….]

검이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온 백광이 이안의 몸 이곳저곳에 깃들었다 사라졌다.

이안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날 시험하고 있어.’

판단력, 감각, 근력….

녀석은 신검을 활용할 자격이 있는지를 이안에게 묻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안의 몸에 깃든 수많은 가능성을 검토한 신검은 최종 결과를 내놓았다.

[종합, C+. 전투지속력 및 마력 매우 부족. 부적합.]

“C+?”

좋지 않았다.

C+라니, 부적합이라니.

고작 검 따위에게 저런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이안의 기분이 더러워졌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건데?”

허공에 떠 있는 검을 향해 물었지만 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안의 표정이 굳었다.

힘을 얻지 못한다면, 그는 더 이상 놈들의 공격을 막아낼 재간이 없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이 공간에서 나갈 수는 있는 건지조차 불확실했다.

‘시간이라도 끌어봐야…’

이안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레온하르트에서 다시금 뿜어져 나온 빛이 이안의 몸을 훑기 시작했다.

곧, 녀석이 입을 열었다.

[보정. 해석 불가능한 영적패턴 감지. 조건부 적합.]

‘조건부?’

왠지 모르게 찝찝한 뉘앙스에 이안이 입맛을 다셨다.

녀석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해결책, 체내의 비활성마력 강제 활성 및 보조용 마법자아 삽입. 성공확률, 76%.]

말을 마친 신검의 검 끝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곧, 녀석의 검 끝은.

‘나?’

신검이 자신을 찌르려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안은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럼에도.

[실행.]

번개처럼 쏘아져나간 신검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푸욱

이내, 거대한 검신이 이안을 앞뒤로 관통했다.

‘이런.’

정확히 심장에 틀어박힌 검에서 뿜어져 나온 백광이 이안의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안은 죽지 않았다.

‘아프지 않아?’

거대한 검이 심장에 박혔음에도, 이안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느껴진 것은 다른 것이었다.

두근 두근

움직인다.

그간 쌓아온 마력이, 심장의 고동소리에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웅

이안을 얽매고 있던 살덩이들.

그 안에 광맥처럼 박혀있던 마력들이 신검의 빛에 공명하기 시작했다.

‘미친, 제어가….’

남의 손발이라도 된 것 마냥 몸속의 마력이 제 멋대로 움직여댔다. 당황한 이안이 애써 마력을 통제하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활성화.]

레온하르트의 인도 하에, 이안의 몸을 휘돌던 마력이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한 바퀴, 두 바퀴.

마치 눈덩이가 산비탈을 내려가듯 마력의 흐름이 점점 굵어졌다.

회전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함께 공명하던 비활성 마력이 지방에서 떨어져 나와 마력의 흐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게 무슨….’

변화를 지켜보던 이안은 당황했다.

뱃살 속의 마력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마력을 붙잡고 있던 지방이 타오르기 시작했으니까.

그 과정은 길지 않았다.

이안이 마력의 통제권을 빼앗긴 지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활성화 완료. 임시자격과 보조인격을 부여한다.]

왠지 모르게 기뻐하는 듯한 레온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가슴에 박힌 검이 뽑혀 나왔다.

***

검이 뽑히자마자, 이안의 정신이 다시금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후우, 후욱.”

정신을 차린 이안은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그의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려왔다. 온 몸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은 옷과 코트로도 모자라 흙바닥에까지 축축이 젖어들었다.

“시발, 후욱. 이게 뭐지 도대체?”

레온하르트가 준 반동인 것일까, 시야는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흐릿했고 몸은 지금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무거웠다.

‘마력도 모자라.’

조금 전까지 온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마력도, 지금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최악인데.’

이안은 힘겹게 방금 전 일어난 일을 다시 복기했다.

갑자기 이상한 공간에 빨려 들어간 이안의 앞에 나타난 레온하르트.

녀석은 이안을 평가하고는 가슴에 틀어박힌 채, 제 멋대로 마력을 폭주시켰다.

그러고는, 검이 뽑히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원래 있던 골목으로 되돌아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다시 돌아온 이안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의문과 피로뿐이었다.

‘그냥, 뻗고 싶다.’

도대체 레온하르트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이안의 몸과 정신은 너무나 지쳐있었다.

하지만 적들은 지친 이안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화르륵

쐐액

검, 창, 화살, 그물.

온갖 형태의 마법이 이안의 목숨을 취하고자 달려들었다.

인간을 상하게 하는데 최적화된 마법들이 당장이라도 이안을 베고 태우고 얼려버릴 기세로 쇄도했다.

‘젠장.’

하지만 레온하르트의 시험을 통과하고, 육체를 변화시키느라 모든 마력을 소진한 이안은 그에 대항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

‘피해야….’

이안이 억지로 마력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있지도 않은 마력이 움직일 리 만무.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이안은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자격자에 대한 위협 감지.]

크허헝-!

신검이 울부짖었다.

사자검 레온하르트가 가진 고유능력은, 자신에게 적대하는 마력의 봉인.

사자가 포효하자, 그 모든 마법들은 인간이 조작하기 전 본래의 상태, 순수한 마력으로 되돌아갔다.

“무, 무슨!”

“마력이….”

그제야, 습격자들의 침묵이 깨졌다.

“마력이, 움직이지 않아…?”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다룰 수 있었던 마력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으니까.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습격자들을 이끌던 혈사자 마탑의 탑주, 키르케 모하임의 충격은 더욱 컸다.

온갖 종류의 영창과 수인을 반복했고, 40년간 만들어낸 수많은 마법이론들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렸다.

하지만.

“마력이…마력이….”

무슨 방법을 쓰건, 마력은 그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후, 후퇴를…”

마법을 쓰지 못하는 이상, 마법사의 전투능력은 일반인이나 다름없다.

키르케는 이 골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혼란에 빠진 부하 마법사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야.”

하지만.

“니들, 어디 가냐?”

이안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 이안 공자!”

“후욱, 후욱. 계획은 좋았어, 그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이안이, 허리춤에서 푸른빛을 내뿜는 미미르를 천천히 뽑아들었다.

이미 권총은 홀스터에 충전된 마력에 의해 완전히 장전된 상태. 미미르의 총구가 조금씩 들어 올려졌다.

“근데 말야…”

철컥

슬라이드가 당겨진다.

곧, 발사준비를 끝낸 미미르의 총구가 마법사들의 몸뚱이를 향했다.

“계획을 짜려면, 후욱, 변수를 없앴어야지.”

거친 숨을 내쉬며 비틀거리면서도, 이안의 눈은 아직 불타오르고 있었다.

“후, 후퇴해라! 흩어져!”

키르케가 반쯤 정신을 놓은 마법사들에게 소리쳤다.

‘맞으면 죽는다.’

악마, 알테어가 어떻게 당했는지 알고 있는 키르케의 표정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하물며, 마력도 없는 자신들이 저 살인병기에 어떻게 대항한다는 말인가.

“도, 도망쳐라!”

“사, 살려줘!”

곧, 놈들은 이안의 반대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훅, 그러니까.”

이안은 공포에 빠진 사냥감들을 눈으로 훑었다.

목표는 두려움에 빠진 채 도망치는 마법사들의 뒤통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다잡은 이안은.

“그게, 너희의.”

한계야.

타타타타탕

방아쇠를 당겼다.

***

“공자님을 습격한 인원들은 전부 체포해 지하 감옥에 쳐넣었습니다. 무슨 수를 쓰셨는지는 몰라도, 모든 마법사들의 마력이 동결되었더군요. 처음 현장에 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보고를 하던 부관은 혀를 내둘렀다.

이안 공자가 연구소에서 악마를 처리했다는 것은 머릿속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한들, 수년간 만들어진 선입견과 평판은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공자님은?”

“골목에 쓰러져 계신 것을 병사들이 발견하여 급히 성으로 모셨습니다. 신관들의 말로는 단순한 탈진이라 하니, 곧 깨어나실 겁니다.”

“그래.”

부관의 보고를 받은 파비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악마출현사건의 범인이나, 마경의 파견대 실종과 같은 것은 파비안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크허헝-!

‘신검이 포효했다.’

그것은, 파비안이 아직 작위를 받기도 전.

‘이십 년 전에 들었던 것과 똑같아.’

현 신검공, 에드너 아슈타르가 즉위식에서 신검 레온하르트를 쥐었을 때 울려 퍼진 포효와 놀랍도록 닮아있었다.

‘이안 공자, 도대체 당신은….’

아슈타르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성.

아슈타르 성을 올려다보며, 파비안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

연구소 악마출현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된 지 어언 사흘 째.

아슈타르의 영지민들 사이에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안 공자님께서 병사들을 이끌고 다닌다며?”

“기사와 마법사들을 마구 잡아들인다던데?”

광장에서 이안을 직접 본 사람들부터.

“성에서 일하는 레이나가 그러는데, 이안 공자님이 예전하고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더라고.”

“에이, 그래도 사람 본성이 어디 가겠어? 암만 잘해봐야 개망나니….”

”쉿, 여기 병사들 많은 거 모르나?”

어딘가에서 흘러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재끼는 사람들.

“이번에 사자 울음소리 있잖나, 사실은 이안 공자님께서 차기 공작으로 인정받은 거라던데?”

“헛소리! 그 성품에 아슈타르의 공작이라고? 차라리 이안 공자가 악마사냥꾼이란 소릴 믿고 말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자들까지.

공작령의 중심, 슈바이크의 화제는 온통 이안에게 쏠려있었다.

“원하는 바이긴 했는데 말야.”

사흘 만에 침대에서 깨어난 이안은 우드득 소리를 내며 굳은 몸을 풀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쉬었잖아?”

아무리 지쳤다지만, 설마 사흘이나 걸려서 깨어날 줄은 몰랐던 이안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몸이 가벼워.’

마치 족쇄마냥 몸뚱이에 지방이 덕지덕지 달라붙어있던 어제와는 달랐다.

무엇을 만나든 부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활기가 이안의 몸을 휘돌고 있었다.

이안의 몸이 저절로 거울 앞을 향했다.

그가 거울을 마주한 순간.

“뭐, 뭐야?”

이안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이게, 나라고?”

전생의 몸뚱이가 이런 느낌이었던가.

복부에 가득 찬 뱃살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있었고, 전신에 가득했던 군살은 온통 잔근육으로 변해있었다.

“이 자식, 얼굴도 제법…괜찮았었잖아?”

날카로워진 턱선을 쓰다듬으며 이안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분명, 그가 전생에 몸담았던 첩보업계에서는 타인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매력적인 얼굴과 몸매 또한 장점 중 하나였으니까.

이용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더 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제,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정보.”

이안이 입을 열자, 눈앞에 홀로그램 하나가 떠올랐다.

[이안 아슈타르]

[페르소나명: 미미르]

[등급: 병기]

[마력: 1100]

[개방 필요마력: 1,000]

[증폭률: 500%]

[특성]

[장비교체][장전][과부하]

[보조인격(비활성화)]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레온하르트가 실시한 것은 이안의 육체를 변화시키는 것이지, 페르소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개중 이안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몇 있었다.

‘마력이 늘었어?’

지방 사이에 끼어있던 마력이 빠져나온 것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제하더라도 이안의 몸속에 축적된 마력은 쓰러지기 전의 두 배를 상회했다.

마력의 양을 경지로 따지자면 오러유저의 최상급.

이 정도라면….

‘페르소나를 개방할 수도 있겠어.’

이안의 입가가 실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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