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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자들-224화 (22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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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자들 224화>

인한이 눈을 뜬 것은 왕의 금고 내부였다.

공간을 가득 채우던 범상치 않아 보였던 아이템들은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데 아이템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창고를 가득 채우던 해태 길드의 길드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인한은 인벤토리에서 맹렬히 신호를 보내오는 드루이드의 인형의 반응을 느꼈다.

-야, 이!

연결되자마자 이정환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뭐야? 다들 어디로 간 거야?”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너야말로 갑자기 왜 사라진 거야! 시간은 다 되어 가지, 너는 사라졌지. 그래서 그냥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넌 어디야, 대체?

“뭐?”

인한이 흠칫 놀라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허공에 떠 있던 제한 시간이 다 되어 있는 게 보였다.

‘설마…… 시간이 어그러져 있던 게 아니야?’

그렉 아이언.

그 능글맞은 사내는 일부러 인한에게 그런 말을 안 해 준 모양이었다.

체감상 1시간은 훌쩍 지났으니, 길드원들이 황금의 궁전에서 튕겨 나간 건 당연했다.

‘그런데 나는 왜…… 아! 설마 왕의 권세가!’

인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인한에게는 왕의 권세가 있었다.

모든 제한으로부터 벗어나는 힘.

그 덕에 제한 시간에 걸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야! 최인한! 어엇, 아나 씨, 잠깐…….

-인한! 또 뭐예요! 대답 좀 해 봐요!

“아나 씨?”

이정환의 드루이드의 인형을 빼앗은 건지, 돌연 아나스타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 괜찮습니다.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깜짝 놀랐다구요!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나스타샤가 평소답지 않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언제나 차분한 말투였던 그녀가 이렇게 놀랄 만큼 모두 걱정했던 것이리라.

인한은 내심 미안한 마음에 낮게 침음성을 냈다.

“아, 그, 아나 씨. 잠깐 정환이 좀…….”

드루이드의 인형 너머로 실랑이가 들려오고, 곧 다시 이정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뭔데!

“아, 걱정하지 마. 아무래도 히든 피스를 하나 더 발견한 것 같거든.”

-뭐? 히든 피스?

“어, 그래서 난 아직 금고 안인데, 일단 난 얻을 거 얻고 나갈 테니까 먼저 가 있어라.”

-뭐라고? 잠깐……!

“일단 끊자!”

뚝!

드루이드의 인형의 연결이 끊겼다.

인한은 드루이드의 인형을 인벤토리에 던져 놓고, 금고의 끝자락, 트리아스 액셀의 기운을 흡수하던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벽을 향해 걸어갔다.

‘역시 사라졌군.’

마법진 자체는 그대로였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어떤 마법진과도 다른 마법진이 벽면에 음각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발동을 위한 어떤 조건이 있는 건지는 몰랐지만, 지금은 쓸모없는 단순한 벽화에 불과했다.

‘응?’

그런데 마법진을 만지던 인한은 손에 뭔가가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부분을 쑥 누르자.

덜컥!

모종의 장치가 되어 있었던 건지, 마력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벽 뒤에서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내 금고가 진동하며 벽면이 빙글 회전했다.

나타난 것은 꼭짓점이 유난히 커다란 정삼각형의 문양.

제각각 용과 요정과 인간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기운을 불어넣으란 건가?’

그렇게 이해한 인한은 바로 용언과 정령술과 오러를 불어넣었고…….

툭!

“……이게 뭐야?”

고급스러운 양장본의 두꺼운 책 하나가 인한의 발치에 툭 떨어졌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둔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서적이었다.

인한이 조심스레 책을 들어 올렸다.

[슈페르 아스트라]

[등급 : EX]

[종류 : 스킬북]

[효과 : 인류의 영웅 그렉 아이언의 최후의 심득이 정리 되어 있는 서책입니다. 오랜 옛날에 만들어졌으나, 강력한 마법에 의해 깨끗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최후의 심득!

인한이 눈을 번뜩이며 곧바로 스킬북을 사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익힐 수 없는 스킬북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천문이 떠올랐다.

인한이 눈가를 찌푸리고 스킬북을 펼쳤다.

-연자여.

안 나오면 섭섭한 단골 멘트가 첫 문장에 적혀 있었다.

인한은 모조리 넘겨 버리고, 대충 중간 페이지쯤을 펼쳤다.

-달빛의 바람이 불어올 때 돌풍이 되어라.

-물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삭풍이 불어올 때 돌이 되어라.

정체불명의 문장.

이해가 안 되는 걸 넘어서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문장들도 수두룩했다.

그 밑에는 사람의 움직임을 본뜬 간략한 동작, 혹은 알 수 없는 기호나 문양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

‘…….’

인한의 표정이 있는 대로 구겨졌다.

뭔가 대단한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있는 거라곤 낙서와 비문투성이의 문장들뿐이었다.

혹시 숨겨진 거라도 있나 싶어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으나.

터엉-

스킬북에 걸려 있는 강력한 마법에 의해 모조리 무산되고 말았다.

‘확 찢어 버릴까.’

인한이 책을 노려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 인벤토리에 던져 넣었다.

아무리 거만하기 짝이 없는 그렉이더라도 이런 걸로 장난쳤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이제 한 번…….”

인한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왕의 권세에 의해 황금의 궁전에서 튕겨져 나가지 않았다는 말은 즉.

‘여기 있는 거 더 털 수 있다는 거 아니야……?’

왕의 금고에서 황금의 궁전으로 이동하는 황금 원반 위에 올라선 인한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 * *

인한의 연락을 받은 이정환은 해태 길드를 이끌기 시작했다.

안전지대로 이동하려던 이정환에게 임태호가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몬스터들이 강해지기 전에 몰이사냥이나 하는 게 어떻겠냐?”

다들 획득한 아이템에 대한 것들에 대해 생각이 꽉 막혀 있었다.

사실 돈 몇 푼보다 검을 휘두르는 걸 더 좋아하는 임태호의 뇌리에는, 흑암이 걷힌 것으로 약해진 몬스터들에 대한 게 계속 박혀 있었던 것이었다.

해태 길드는 일단 부상자들과 공략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을 안전지대에 남겨 두고, 던전 공략을 시작했다.

“크하핫! 이것이야말로 꿀 빠는 것 아니겠냐!”

주는 경험치, 스테이터스, 아이템은 명백히 58층에 적합한 것인데, 몬스터들의 질은 40층 후반이나 중반 정도에 불과하다.

흑암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는 것도 없어졌고, 몬스터들에 대한 버프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보스 몬스터도 공략해 버려?”

임태호가 제안했을 때쯤.

[다시 한번 흑암이 도시에 드리워집니다.]

지면에서 스멀스멀 안개와 같은 새까만 어둠이 피어올랐다.

임태호가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렸고, 이정환이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철수! 여기까지다!”

이정환이 안전지대에 도착했을 때쯤.

“나 왔어.”

인한이 도착했다.

빙글빙글 웃는 인한의 표정을 본 간부들과 길드원들이 순간 울컥했지만, 전원 길게 한숨을 쉬며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야? 다들 왜 그러는데?”

“인한 씨, 이젠…… 그냥 굳이 말하기도 귀찮아요.”

언제나 상냥하던 이소영조차 고개를 내젓자, 인한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보다 뭔데? 왜 늦게 온 거야?”

“설명하자면 긴데…… 간단하게 말하면, 난 제한 시간보다 더 오래 있을 수 있어서 아이템 털어 왔다.”

인한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무한의 항아리로 강화한 덕분에 부족한 줄 몰랐던 인벤토리가 꽉꽉 차 있었다.

수호자들을 피하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인한에게는 별것도 아니었다.

‘쩝, 그래도 조금 아쉽게 됐어.’

인한은 아쉬운 마음에 입을 다셨다.

아무리 얻어 온 장비가 네 자릿수에 가깝다지만, 아무래도 중복되는 아이템이 아니다 보니 한 칸에 한 아이템밖에 넣을 수가 없었다.

금괴나 금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것도 마찬가지로 상태나 모양이 전부 제각각이어서 인벤토리의 칸만 차지하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다.

“그것보다, 잘 건졌어?”

인한의 물음에 이정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얻은 것들 전부 모은 다음에 분배하기로 했는데…… 흐흐, 굳이 보지 않아도 대박인 건 확실하지.”

이정환이 보기 드물게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인한은 흠칫 놀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몰랐다.

“어? 어으어어윽?”

그때 바보 같은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인한이 눈가를 찌푸리며 바라보자, 곱린이와 마주 보고 있는 이창훈이 보였다.

“혀, 혀, 형님! 형니이이임!”

이창훈이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인한에게 달려왔다.

“뭔데?”

“제, 제가 안에서 몬스터들 풀어서 아이템 가져오라고 했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 거 뭐냐. 이거, 이거 얻었어요! 이거 말입니다, 형님!”

“쯧…….”

인한이 혀를 낮게 차자, 이창훈이 흠칫 놀라며 진정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허둥지둥 곱린이에게 손짓했다.

“야, 짜샤! 얼른 오라고!”

쿵쿵쿵!

곱린이가 달려오더니 두 손으로 꽉 쥐고 있던 걸 인한에게 내밀었다.

곱린이의 두 손에 담긴 것을 본 인한이 입을 쩍 벌렸다.

곱린이가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무한의 열쇠]

인피니티 시리즈를 얻는 키였다.

인피니티 시리즈를 얻을 수 있는 무한의 금고로 들어갈 유일한 방법.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얻는지, 누구도 모르는 환상의 아이템이 바로 무한의 열쇠였다.

한 사람당 무한의 열쇠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는 한 번.

주위에 있는 동반자를 한 명까지 데려갈 수 있으나 들어간 후에는 바로 나뉘게 된다.

“무한의 열쇠라니…….”

-킥! 킥킥킥!

당황해하는 인한에게 곱린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어댔다.

‘이놈 이거 사실 몬스터 아닌 거 아니야?’

인한이 무한의 열쇠를 움켜쥔 채 곱린이를 바라보았다.

이창훈은 조심스럽게 인한을 불러다.

“저…… 형님? 그거는 주셔야…… 헤헤.”

“이건 내가 가져가마.”

“아, 안 돼!”

“어차피 무한의 금고에 들어갈 수 있는 건 한 사람당 한 번이다. 넌 쓸모도 없잖아?”

“아! 진짜요?! 쳇! 좋다 말았네!”

이창훈은 이전에 얻었던 자신의 S급 성장형 아이템 현자의 지팡이를 쓰다듬었다.

“흐흐, 난 어디까지나 우리 현지 편이야. 절대 바람 핀 거 아니야, 흐흐!”

“…….”

인한은 애써 시선을 돌려 무한의 열쇠를 바라보았다.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는 아이템이 나오긴 했지만, 정작 손에 쥐고 있으니 고민이 된다.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건 딱 두 명뿐이다.

그렇다면 이걸 누가 사용해야 한단 말인가.

‘이정환, 태호 형님, 겐지, 아나스타샤, 리셴, 소영 씨…….’

전원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다.

애초에 자신이 선택받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워할 사람들이 아닌 걸 알기에 더 고민됐다.

거기다…… 무조건 무한의 금고로 들어간다고 해서 인피니티 시리즈를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한의 금고까지 향하는 시련은 상당히 힘드니까.

“흠, 그게 뭔데 그러냐?”

그때 임태호가 다가왔다.

인한은 힐끗 임태호를 바라보고, 떠올렸던 사람들을 한 번씩 살펴본 뒤 결심했다.

‘그래, 이 둘에게 들어가라고 하자.’

그 사람들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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