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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자들-194화 (194/266)

# 194

<공략자들 194화>

‘그건 대체…….’

인한과 레오는 모든 힘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는 공간에서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레오가 검을 휘두른 순간, 인한은 지금껏 보지 못한 현상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선을 탄 순간 레오의 검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레오가 선 위에 검을 얹은 순간, 오러와 검 모두 소멸됐다.

그 직후, 인한의 가슴이 베였다.

레오의 검이 공간을 뛰어넘었다.

‘아니, 아니야. 단순히 공간을 뛰어넘었다고 이렇게 될 수는 없다.’

머리가 차갑게 식으며 인한은 상황을 파악하려 애를 썼다.

오리하르콘 슈트가 방어를 하고, 트리아스 액셀을 전력으로 펼치기까지 했다.

레오의 마력은 인한의 마력량에 미치지 않는다.

거기다 오리하르콘 슈트의 사기적인 효과를 생각해 보았을 때, 이 정도 중상을 입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레오는 인한의 절대적인 방어를 뚫을 출력을 낼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결국 인한은 뚫렸지 않은가.

‘……그게 6단계.’

인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확실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번 공격이 공간을 뛰어넘어 인한에게 닿은 것은, 그저 부차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가 행한 것은 단순히 공간을 뛰어넘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런 걸 또 맞게 된다면…….’

죽는다.

지금 이 순간도 고통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가슴에 파고든 잔여 오러가 마력계를 공격했다.

인한이 이를 악물었다.

놀란 것은 인한뿐이 아니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지만, 설마 그걸 버텨 낼 줄은 몰랐군.”

레오의 표정이 굳었다.

완성된 기술이 아니기에 펼치기 위한 제약은 제법 많지만, 어찌 됐든 적중했다.

아무리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든, 아무리 깊은 곳에 숨어 있든 상관없이 상대를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검이었다.

그런데 그런 걸 맞고도 고작 가죽이 잘린 정도에 불과하다니.

“장기 두세 개 정도는 충분히 끊어 버릴 요량으로 검을 휘둘렀는데 말이지.”

“후우…….”

인한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마력계의 중요 부위 몇 군데에 충격이 이어졌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미리 투인을 펼치지 않았다면…… 아니, 트리아스 액셀이 없었다면…….’

트리아스 액셀이 마력로와 마력원만을 기반으로 펼치는 기술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가슴이 베인 순간 마력계에 파고든 레오의 오러에 의해 투인이 해제되면서 죽었으리라.

인한이 물었다.

“그건 대체 뭐지?”

“네가 말하지 않았나. 마나 스킬 6단계에 다다르면 할 수 있는 짓이지.”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어떻게 베어 낸 거지?”

“너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불완전하게나마 막은 걸 보면 6단계인 것 같은데? 어 잠깐, 설마…….”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중얼거리는 레오를 보며, 인한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어. 그런데도 막아 내다니…… 정말 너도 괴물은 괴물이야.”

낮게 웃음을 흘린 레오가 쩝 하고 입을 다셨다.

“너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지금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나?”

“그럴 수야 없지.”

인한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이대로 전투를 속행하면 한동안 가만히 요양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서 레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 싸게 먹힌 편이다.

“강한 척하는군. 애초에 마력계는 이제 맛이 갔을 텐데?”

맞는 말이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가슴 부위의 중요 마력계로 파고든 레오의 오러는 쉽게 흩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인한은 지금, 용언과 오러 모두 일으킬 수가 없다.

“그러니까 얘기를 좀 하지. 네 사람을 좀 건드려서 그러는 거 같은데, 널 부르려고 한 거라고? 원래 내가 여기 온 건…….”

후욱!

그 순간이었다.

인한의 몸의 말단 부위에서부터 불꽃이 타들기 시작했다.

점점 세력을 불려 가는 그 불꽃은 기어코 인한의 전신에 번져 나가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레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분신자살이라도 할 생각인가?’

마력이 막혔으니 정령술을 쓸 것은 예상했던 바다.

그러나 저건 단순히 불을 몸에 휘감은 정도가 아니다.

정말로 온몸이 타오르고 있었다.

하아아아아!

터져 나오는 열기에 인한의 주위에 있던 흙과 나무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졌다.

“큭!”

레오가 이를 악물었다.

인한에게서 제법 떨어져 있었건만, 레오는 전신의 살이 익으며 안구가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익은 게 아니었잖아?’

철퍽!

열기를 막고자 뻗었던 팔뚝에 불이 붙었다.

과감하게 불이 붙은 부위를 칼로 베어 낸 레오가 거리를 벌리며 인한을 살폈다.

“큭큭! 재밌네. 무슨 생각이지? 이 근방을 태워서 나와 동반 자살이라도 할 건가?”

그렇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레오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화염이다.

이 정도 출력을 계속 뽑아내면서 공격까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분명 그럴 터였다.

그러나.

콰아아아아!

이제는 사람의 형체마저 느껴지지 않는 화염에서부터 한순간,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큭!’

몸을 날려 회피한 레오의 절로 표정이 찡그려졌다.

공격 자체는 피했건만 뒤따라온 열풍이 몸을 후려쳤다.

원래 그리 땀이 많은 체질이 아닌 레오임에도, 그의 전신이 흠뻑 젖어 들었다.

“이게 대체…….”

그때 화염의 덩어리가 몸을 움직였다.

타오르는 불빛 속, 그보다 더 밝은 빛을 발하는 두 개의 눈과 입이 보였다.

[정령화]

아스트라를 획득했을 때 얻은 스킬 중 하나.

정령의 능력을 100퍼센트 상승시키며, 일체화까지 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3분…… 아니, 5분 정도인가.’

정령화의 지속 시간은 본래 3분 정도.

그러나, 장소가 좋았다.

탈 것이 많은 숲에 불이 붙으면, 그 불이 다시 인한에게 힘을 보탠다.

콰앙!

뻗어 낸 화염, 그 위에 레오의 오러가 휘둘러졌다.

터져 나가는 오러와 화염의 파편에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역시 빠르다.’

화르륵!

인한의 공격은 단 한 번도 레오에게 닿질 않았다.

오러와 용언을 사용할 때나 따라잡을 수 있었던 레오였는데, 정령술만 사용하는 지금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굳이 따라잡을 필요가 없다.

“크악!”

화르륵!

레오가 비명을 질렀다.

분명 회피했고, 막아 내기까지 했지만, 열기까지는 막아 낼 수 없다.

처음에는 레오의 장비가 타오르고, 그 불꽃이 레오의 몸에까지 옮겨붙었다.

쾅!

레오가 인한에게 오러를 터뜨리며 거리를 벌렸다.

검이 닿지 않는 곳까지, 쭉쭉 물러났다.

그리고.

“흡.”

레오가 숨을 들이마시며 검을 치켜 올렸다.

또다.

미드 코어가 인한에게 위험을 알리며 경종을 울려 댔다.

단순한 기본자세에 불과하건만, 믿을 수 없는 위압감이 레오의 전신에서 퍼져 나갔다.

그 위압감에 움직임이 둔해지고, 정신이 얽매인다.

‘쓰기 전에 막는다!’

그러나 두 번은 없다.

정령화를 한 덕에 사람으로서의 감각이 무뎌진 것도 한몫했다.

퉁!

인한이 땅을 박찼다.

주위 숲을 맹렬히 태우던 작은 불씨 하나까지 모두 모여들었다.

일격의 싸움.

누구의 공격이 먼저 들어가느냐의 차이.

“……!”

설마 인한이 이렇게까지 움직일 줄은 몰랐던 것일까.

레오의 눈이 크게 떨렸다.

후웅!

다소 다급하게, 레오의 검이 떨어지고.

인한의 화염이 빠르게 레오에게 쏘아졌다.

쾅! 콰아앙!

폭음이 대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해태 길드 2팀의 팀장 김영기가 이를 갈았다.

‘대체…….’

리셴의 말에 따르면 도망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저곳에 길드장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몇 백 미터나 떨어진 이곳까지 전해져 오는 마력의 기파만으로도 그 싸움의 치열함을 알 수 있다.

단지 치열함뿐일까.

소리만으로도 그게 얼마나 높은 수준의 싸움인지 알 수 있었다.

김영기가 입을 꽉 다물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렇지만, 그도 인한에게 받은 은혜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한 팀의 팀장이었다.

“갑시다.”

그때 김영기의 옆에 리셴이 눈을 빛내며 섰다.

흔들리던 김영기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한순간 굳센 결의를 보였다.

“다들 방향을 틉시다! 이동!”

전투가 이루어지는 곳.

순식간에 붉은 화마가 터져 나가고, 후끈한 열기가 멀리 떨어진 김영기가 있는 곳까지 불어닥쳤다.

“잠깐 스톱.”

김영기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고는 수신호를 보냈다.

‘기척을 죽여라!’

모두의 기척이 빠르게 사그라졌다.

갑작스러운 명령이었지만, 다들 빠르게 명령을 이행했다.

김영기의 수신호가 이어졌다.

리셴은 그 수신호를 읽으며 눈을 빛냈다.

‘적, 정면. 수는 50명. 근거리는 빠르게 접근, 원거리는 지원. 내가 선두.’

100명이나 되는 적이 있다?

리셴이 눈을 빛내며 숲속을 바라보았다.

인한과 레오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일단의 무리가 있다.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 무리의 정체를 알 수 있다.

‘킬러다!’

저쪽은 인한과 레오의 전투를 주시하고 있느라, 이쪽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큰일 날 뻔했다!’

인한과 레오의 전투가 어떤 방식으로 기울어지든 달려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만약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인한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준비, 공격!’

김영기의 수신호가 이어지고, 리셴이 땅을 박찼다.

분명 해태 길드의 2팀은 아직 인한과 레오의 전투에 끼어들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들의 싸움이 있는 법이었다.

* * *

후욱!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 속.

거친 기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쿨럭! 쿨럭!”

인한이었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무엇보다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슴의 상처에서 여전히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다.

“쓰읍! 허억! 흐윽!”

과호흡 환자처럼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숨을 몰아쉬던 인한이 힘겹게 몸을 감싸고 있던 오리하르콘 슈트를 벗어 던졌다.

[이지스의 방패 재사용 대기 시간 : 29일 23시간 59분]

지금껏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오리하르콘 슈트의 두 번째 스킬.

인한은 미리 30초간 모든 공격에 무적이 되는 그 스킬을 사용하고 달려들었다.

‘허억! 허억! 설마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니.’

간담이 서늘해지는 경험이었다.

레오가 날린 검격은 한 번이 아니었다.

스킬 <이지스의 방패>로 첫 일격을 막은 순간, 인한의 공격이 레오의 전신을 태워 버렸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라고 여긴 순간, 레오의 공격이 또 한 번 날아들었다.

애초에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격.

그 일격이 인한의 몸에 적중당했다.

하지만 온몸이 타들어 가고 있는 탓인지 위력은 약했고, 오리하르콘 슈트의 내구도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끝났다.

타닥! 탁!

인한이 시선을 돌려 한쪽을 바라보았다.

화염에 휩싸인 채 타들어 가는 시체 한 구.

레오였다.

‘아니, 아직 완전하게 죽은 건 아니지.’

인한이 마른침을 삼켰다.

불사신인 레오는 불에 타들어 가는 동시에 재생을 반복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불이 꺼진다.’

레오의 몸에 붙은 불의 화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금세 살아날 게 분명했다.

인한은 인벤토리를 뒤져 아이템을 꺼냈다.

[몽혼의 독]

몽마왕 큐베리아를 쓰러뜨리고 얻은 독이다.

이것을 사용하면 어떤 헌터든 족히 일주일은 잠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큭!’

인한은 흐려지는 정신을 애써 붙잡으며, 다시 인벤토리를 뒤졌다.

레오라면 몽혼의 독을 먹고도 금세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이걸로 될지는 모르겠다만……!’

두꺼운 쇠사슬이 인한의 손에 잡혔다.

43층에서 얻은 몬스터 드롭템이었다.

인한은 레오의 관절을 꺾은 후, 쇠사슬로 중요 관절을 묶어 속박했다.

“윽!”

곧이어 레오를 둘러멘 인한의 몸이 흔들렸다.

힘을 준 탓인지 욱신 하고, 벌어져 있는 가슴이 아닌 다른 곳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려 오른쪽 옆구리를 바라보자, 내장이 보일 정도로 깊게 파여 있는 상처가 보였다.

‘……다 막아 낸 게 아니었나.’

두 번째 일격의 여파였다.

베인 게 아니라 찔린 탓에 확인이 늦은 것 같았다.

눈앞이 흐려진 탓인지, 자꾸만 몸이 무너지려 했다.

털썩!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켰지만, 곧바로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인한은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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