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자들-192화 (192/266)

# 192

<공략자들 192화>

인한은 1층에 들어섰다.

‘위그라노아, 반응은?’

-없다.

‘그럼 다음 층으로 간다.’

인족, 용족, 요정족의 마력의 성질은 제각각이다.

그중 요정족의 기운은 특히 자연과 쉽게 동화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위그라노아는 그것을 바탕으로 탐색망을 만들었다.

세계수의 원정을 섭취, 혹은 보유했다면 필연적으로 그에 해당하는 마력을 흘리기 마련이었다.

말이야 쉽지 사실 극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오랜 시간 넬레바나를 연구해 온 또 다른 세계의 세계수, 위그라노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만약 탑에 없다면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거기다 운 나쁘게 상대가 땅의 돌을 통해 층을 이동하면 못 찾는다.

“그래 알고 있어.”

층간의 이동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다음 층에 도착했을 때, 주위를 살펴본 위그라노아가 혀를 차며 말했다.

-허탕이군.

인한의 표정이 일그러뜨렸다.

* * *

검은 탑 27층.

리셴은 언제나 빼먹지 않는 기본 검술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보고, 배우면서, 자신만의 기술도 익히고 여러 스킬들도 익힌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기본 검술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익힌 기술이 늘어난 만큼 수련량을 늘렸다.

부웅!

그리고 그는 수련을 할 때는 족히 수십 킬로그램은 나갈 것 같은 쇠몽둥이를 쥐고 휘둘렀다.

특별 제작한 그 쇠몽둥이는 손잡이 부분만 얇고, 나머지 부분은 건물의 기둥을 연상시킬 정도로 두꺼웠다.

“대체 길드장님은 저런 분을 어디서 데려오는 거지? 수련광이네, 수련광.”

“그러게 말이야.”

“원래 3팀이었다며?”

“와, 진짜? 몇 개월 만에 우리 팀에 붙은 거야?”

“엥? 지금 3팀 애들은 그 무슨 채취 업무한다며.”

“그래서 중간에는 다른 팀에 잠깐 있었다더라. 길드장님이 허락하셨대.”

필드 탐색이 끝나고 동굴형 안전지대에 자리를 잡은 해태 길드 공략조 2팀은 리셴의 수련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태 길드 공략조 2팀.

최전선 공략조인 1팀은 간부들로 이루어진 팀이라면, 2팀은 그 뒤를 따라 올라가고 있는 팀이었다.

3팀의 경우는 공략보다는 약초 채집, 부산물 획득 등을 위해 탑을 오르는 팀이고, 4팀은 최근에 합류한 달의 검 팀이었다.

“뭐, 하긴 우리도 길드장님이 데려온 거였지?”

“갑자기 해태 길드의 길드장이래서 깜짝 놀랐었잖아.”

“그 간부 중 하나인 겐지도 길드장님이 데려온 거라며.”

“아 그랬어?”

해태 길드 팀들 중에서도 이 2팀은 인한이 직접 스카우트해 온 것으로 유명했다.

벌써 해태 길드에 들어온 지 몇 년이나 지난 사람부터, 최근에 합류한 리셴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합류해 있었다.

“후우!”

그때쯤 리셴이 수련을 끝내고 천천히 다가왔다.

수련하던 쇳덩어리를 내려놓는 순간, 쿵 하고 지면이 크게 울렸다.

“어이! 리셴! 어여 와서 밥 먹어. 배고프지!”

팀의 최고참이자 벌써 50대 후반에 다다른 헌터, 이방배가 손을 휘휘 저었다.

원래는 플러로 활동하던 사내였는데, 이 사내도 인한이 스카우트한 경우였다.

나이가 많아서 탑을 오르는 데 힘을 못 쓸 것 같지만, 사실 2팀을 움직이는 주축 중의 주축이었다.

히든 클래스 ‘파이어 위저드’를 가지고 있는 그는 원거리의 스페셜리스트였다.

그가 전투에서 보여 주는 화력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예! 형님,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얼른 먹고 쉬라고. 내일도 공략해야 하니까 말이야.”

그나마 연배가 맞는 이방배와 리셴은 마주 앉아 잡담을 주고받았다.

그때쯤 2팀의 팀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 경계 첫 타 누구야!”

“저요!”

“접니다!”

“슬슬 출발하자.”

“예, 팀장님.”

이방배와 리셴이 어수선한 안전지대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이방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킬러가 올 수도 있다고 그러셨던가?”

“아, 스승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혹시 모르니 안전지대 내부여도 불침번을 세우라고 하셨잖아. 얘들도 피곤할 텐데…… 쯧쯧!”

전투에 서면 그야말로 야차나 다름없는 이방배지만, 평상시에는 이렇듯 사람 좋은 아저씨에 가까웠다.

“그래도 확실한 게 좋으니까요.”

그때 다시 팀장이 외쳤다.

“주술은 준비 끝났지!”

“예!”

“길드장님이 비싼 가루 넘겨주셨으니까 팍팍 쓰자! 발동해!”

해태 길드에 들어오면 필수적으로 배우는 기술인 ‘주술’.

침입자를 알려 주는 주술을 안전지대에 펼치고서야 2팀의 팀원들이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리셴도 식사를 끝내고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잘 준비를 하는 다른 팀원들과는 달리, 리셴은 눈을 감고 마나 스킬을 운용했다.

다음 경계 업무가 바로 리셴이기 때문이었다.

“후우…….”

리셴은 길게 숨을 내쉬며 자신의 마력계에 집중했다.

최근 리셴이 하고 있는 게 있었다.

상대의 마력 운용은 있는 대로 베낀 리셴이지만, 사실 그의 마나 스킬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고작 시작의 신전 3단계 보상인 <공검술>로 마력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나 스킬도 어떻게 베낄 수 있을 것 같은데…….’

리셴이 마력을 운용하며 그런 생각에 잠겼다.

마나 스킬도 마력 운용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무언가 계기만 있다면 공검술의 부족한 점도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스승님의 마나 스킬은 참 탄탄했지.’

기교파인 리셴은 파워를 중심으로 하는 극체술과 성질이 그다지 맞지 않다.

그러나 극체술 자체의 안정성 자체는 배울 것이 많았다.

‘이렇게인가?’

마력로를 통해 마력을 인도하며, 리셴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툭툭!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의 몸을 건드리는 느낌에 리셴이 천천히 눈을 떴다.

“리셴 씨, 다음 차례입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이야…… 제가 나갈 때쯤에 마나 스킬 운용하시더니, 아직까지 하신 거예요? 벌써 2시간인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그럼 일어나겠습니다.”

“예, 수고하십시오.”

리셴과 팀원 여럿이 따라붙었다.

4명씩 4팀으로 이루어진 경계조는 안전지대 인근을 돌아다녔다.

2팀은 경계조 중 한 명은 반드시 탐색에 특화된 마나 스킬을 가진 사람이 있도록 조를 짰다.

만약을 대비해서였다.

그때였다.

우웅!

드루이드의 인형에 반응이 있었다.

리셴이 인형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탐색조 전원 복귀! 침입자가 있다! 무지막지하게 빠른 속도야!

“예?”

투웅!

그때, 돌풍 한 줄기가 먼 곳에서 수풀을 밀어내는 것이 보였다.

‘안 돼!’

리셴이 검을 뽑은 것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까앙!

그리고 그 본능적인 움직임이 팀원을 살렸다.

“오, 이걸 막아?”

수풀의 어둠 속에서 짧은 탄성 소리가 들려왔다.

수풀 속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자.

리셴은 그를 본 순간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이런 기세가……!’

충격 그 자체였다.

그저 걸어오고 있을 뿐이건만, 목전에 칼이 드리워진 듯한 섬뜩한 기분이 든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전신이 쑤셔오는 기분이었다.

까득!

검을 움켜쥐는 리셴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어쩌면,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예감이 들었다.

“누구냐!”

나머지 팀원들도 정체 모를 이를 경계하며 검을 치켜들었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을까?’

리셴은 상대와 팀원들을 살피며 거리를 가늠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살 수 없다.

30분…… 아니, 기껏해야 도망만 치며 버틴다고 해도 20분이면 죽는다.

긴장한 리셴이 느껴졌는지, 사내의 시선이 리셴을 향했다.

“제법 감이 좋은 놈이로군.”

사내가 히죽 웃으며 물었다.

“이름이 뭐지?”

“리셴, 리셴이다.”

“내 이름은 레오 뒤보아다. 딱히 약한 버러지들의 이름을 알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야. 네놈이라면 그럴 가치가 있는 것 같군.”

리셴이 마른침을 삼켰다.

레오 뒤보아.

그건 육룡의 시절부터 검은 탑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내의 이름이었다.

“어째서 그토록 강한 사람이 이런 짓을?”

“이런 짓이라. 이거…… 네 길드장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음, 더 길게 말하자면 해태 길드를 위해서?”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흐음, 그것보다 당신에게 하나 묻고 싶어. 몇 분이나 예상했지?”

“뭐?”

“가늠했을 텐데. 몇 분이나 예상했냐고.”

“…….”

레오의 눈빛이 달빛에 반짝 빛났다.

리셴이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입을 열었다.

“20분…… 아니, 30분으로 보았다.”

“흐음, 상당히 오만하네. 아, 그게 혹시…….”

레오가 검을 들어 안전지대 쪽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접근 중인 네 팀원들 때문이라면, 정답일지도 모르겠어.”

“……!”

여기서 안전지대까지의 거리는 족히 30분이다.

일반인의 걸음이 아닌, 헌터의 걸음으로, 그것도 숲에서 직선거리로 따져서다.

그런데 그 정도의 거리를 기감으로 파악했다고?

‘역시 이자, 괴물이다!’

“음, 그럼 어디 한번 도망쳐 봐.”

“크윽!”

레오가 검을 들었다.

콰아아아!

거센 오러가 레오의 검에 휘감기자, 레오가 침음성을 내며 검을 휘둘렀다.

* * *

-길드장님!

“어? 팀장님 아닙니까?”

인한이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드루이드의 인형 너머로도 다급함이 느껴졌다.

-일전에 경고하신 습격입니다!

“……!”

인한의 눈이 번쩍 빛났다.

헬 하운드를 건드린 후, 혹시 모를 레오의 보복을 생각하며 필드를 나가는 헌터들에게 경고를 했었다.

또한,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바로 자신에게, 자신이 연락이 안 되면 간부들에게 연락하도록 해 놓았었다.

-현재 위치는 27층 필드 북서쪽의…….

마침 박철환을 찾고자 탑에 있던 게 다행이었다.

거기다 지금 위치도 31층 땅의 돌이다.

27층까지는 금세 도착할 수 있다.

“조금만 버티십시오! 절대 죽지 말고, 다쳐서도 안 됩니다!”

인한은 그렇게 외치며 땅의 돌을 조작했다.

4층 정도라면 8분이 걸린다.

거기서 미친 듯이 이동을 한다 하더라도, 족히 15분은 걸릴 터.

‘부디!’

27층 땅의 돌에 도착한 인한이 다리에 온 마력을 집중했다.

콰아앙!

용수철처럼 집약된 마력이 지면을 두드린 순간, 인한의 몸이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정면으로 쏘아졌다.

‘실리암!’

-바람의 저항을 줄이겠다. 반 진공(眞空) 상태가 되겠지만, 알아서 처리해 주마.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실리암이 바로 이해했다.

한순간, 속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나도! 나도!

아직 어린이 수준 정도지만, 이제는 대화도 할 수 있게 된 샐러가 하체 언저리에 힘을 집중시켰다.

콰앙!

마치 제트 부스터처럼 한순간 화염이 폭발하며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큭!”

마력의 출력과 정령술의 출력을 한계 이상으로 사용했기 때문일까.

다리의 뼈가 부러지고, 살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동 속도 자체는 더욱 빨라졌다.

음속의 몇 배에 달하는 속도에 도달한 인한이다.

예상했던 시간이 순식간에 단축되어, 인한은 곧 폭풍적인 오러가 휘몰아치는 전투의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 레오가 보이자 인한은 이를 악물며 악을 쓰듯 소리를 질렀다.

“레오 뒤보아!”

허공을 박차며, 인한의 몸이 한순간 레오에게 쏘아졌다.

“와우! 벌써 왔단 말이야?”

레오의 검이 인한을 향해 휘둘러졌다.

검은 탑을 오른 후 두 번째.

두 숙적이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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