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자들-32화 (32/266)

# 32

<공략자들 32화>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독보(獨步)>]

[등급 : A]

[효과]

1. 솔로 브레이크(패시브) : 단신으로 보스 몬스터와 전투를 벌일 시 모든 스테이터스가 10% 증가하고 모든 스킬 등급이 1단계 상승합니다.

2. 무도(武道) : 홀로 전투를 할 때 피해량이 20% 증가합니다.

3. 전투 집중(액티브) : 10분 동안 집중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60분) (액티브 스킬에 편입됩니다)

[상세 설명 :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수많은 보스 몬스터와 몬스터들을 단신으로 처치하는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에 ‘전투의 왕’이 당신을 축복합니다.]

‘타이틀……!’

또 하나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성장에 집중이 되어 있는 <시작하는 자>와 다르게 전투에만 집중된 타이틀이다. 거기다 A등급!

‘혼자 보스 몬스터를 처치……. 거기다 내 수준보다 높은 상대라…….’

그게 획득 조건이었다.

4층까지의 보스전은 총 다섯 번. 그것뿐인가.

이 던전에서도 편법이긴 했지만 보스 몬스터를 무더기로 처치했으니, 사실상 탑에서 가장 많은 보스 몬스터를 처치한 것은 인한일 것이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

[모든 스테이터스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마나 스킬 <극체술>이 2단계로 승급합니다.]

[처치 보상이 주어집니다.]

[마나의 정수]

[등급 : S]

[종류 : 소모품]

[효과 : 사용 즉시 조건 없이 100의 마력을 얻게 됩니다. 이미 누군가가 대부분을 사용했습니다.]

[타이틀 효과 <최초의 도전자>가 적용됩니다. 아래의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보상]

1. 스킬 : 묘족 격투술 (등급: D-)

2. 스킬 : 악마 소환 (등급: D-)

3. 아이템 : 왕가의 비도의 지도(완성도: 100%)

4. 삼각석 (등급 : S)

(제한 시간: 39초)

“정수?!”

바로 앞에서 이정환이 치료를 하고 있기에 참고 있었건만,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력의 정수. 그것도 S등급짜리다.

마력 스테이터스 100을 단번에 올려 주는 비약이다!

“예? 정…… 뭐요?”

이정환이 팔뚝에 붕대를 두르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보스 몬스터 처치 보상을 확인 중이었는데…….”

“좋은 아이템이 나오셨나 봅니다.”

이정환이 허허 웃었다.

“예.”

인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아이템 정도가 아니다.

인한에게 최고로 필요한 아이템이다!

정수는 마력을 영구적으로 늘려 주는 사기적인 효과이면서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아이템이다.

‘최초의 도전자 보상은…….’

보스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은 대부분 보유 중이던 것들이다. 세릴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 봤자 크게 대단할 것은 없다.

하나를 제외하고.

‘지도 아이템.’

왕가의 비도의 지도가 완벽히 그려진 지도.

아마도 세릴의 소지품이라기보다는, 보스가 된 세릴의 천문에 새겨진 것일 테지.

나머지로 수확이라 할 만한 것은 순도 S급의 삼각석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 푼돈으로 거래되는 삼각석이지만, 지금 시세로는 A급 삼각석이면 억 단위일 테다.

하지만.

‘지도를 받아야겠어.’

인한은 앞뒤 볼 것 없이 지도를 선택했다.

스테이터스 분배가 마저 끝나고 응급처치도 끝나자, 인한은 드디어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이정환은 인한에게 쉬라는 말과 함께 보스 몬스터의 시체로 향했다.

인한은 이정환의 뒷모습을 보다 땅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하아…… 정말 끝났군.”

오늘 하루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 건지. 마음 같아선 이대로 눈을 감고 푹 자고 싶은 심정이었다.

띠링!

그때 천문이 하나 더 떠올랐다.

[액티브 스킬 <왕의 권세>가 개방되었습니다.]

***

세릴은 꿈을 꾸고 있었다.

자각몽은 묘족의 주술사들에게만 허락된 것이지만, 세릴은 ‘이 꿈’에 한해선 이것이 꿈이란 것을 인식한 채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몇 번이고 꾸는 그날의 기억이니까.

그날, 전사들이 모두 다 사로잡힌 날.

세릴과 살아남은 전사들은 도주하고 있다.

“도망쳐라. 너는 은신술을 특별히 잘하니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지도다. 나가라. 나가서, 여행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라. 그들의 속에는 욕심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살고 있지만, 개중에는 선하기 그지없는 자들도 있다. 그들을 찾아서 힘을 빌리거라.”

“아, 안 돼요. 족장…… 아니, 아버지! 싫어요! 그, 그래. 같이 도망치면 돼요! 우리 푸른 숲의 전사들은 강하잖아요! 도망칠 수 있어요!”

세릴은 공허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서른의 전사들 중 단 여덟만 남은 상황이었다.

안전지대도 찾을 수 없어 미로의 구석에 몸을 숨긴 채 세릴과 그녀의 아버지 탈리가 말을 나누고 있었다.

이때의 세릴은 좀 더 웃음이 많고, 감정이 많았다.

세릴은 주저앉아 있는 과거의 자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미로의 건너편 어둠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쯤 나올 것이다.

-카락 특슉!

보스 몬스터 레이낙.

세릴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핫!”

과거의 자신은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탈리와 만신창이인 전사들이 무기를 들고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서며 외칠 것이다.

“가거라!”

“시, 싫어요. 안 돼. 난 도망치지 않을 거야! 누군가 남아야 한다면 내가 남아요! 내가 이 일을 벌였어! 죽어도 내가 죽어야 해!”

세릴은 우울한 눈으로 발악하듯 외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만약 이게 꿈이 아니라면, 자신이 과거의 자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말해 주고 싶다.

제발 도망치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너는 또 한 번 실수를 저지르는 거라고.

레이낙은 너무나도 쉽게 전사들을 쓰러뜨렸다. 그 모두가 죽지 않을 정도였다.

저들은 이제 마력을 갈취당하는 데 쓰일 것이다. 제단의 정체는 모르지만 저 악마들은 마력을 갈취해 제단에 저장했다.

“아빠…… 사, 살려……!”

레이낙은 탈리와 세릴을 남겨 둔 채, 과거의 자신 앞에 섰다. 놈이 채찍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키 타크락!

콰앙!

휘둘러진 채찍과 이어지는 폭음에 과거의 자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커흑!”

하지만 쓰러진 것은 탈리였다. 공포에 주저앉은 자신을 구하고자 탈리가 막아선 것이다. 탈리는 허리가 기이한 각도로 꺾인 채 땅바닥을 뒹굴었다.

세릴은 무표정인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만약 저 때 세릴이 도망쳤다면 탈리도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매우 강한 전사였으니 도망치고자 했다면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과거의 자신 때문에.

-크루! 라크!

모두가 제단으로 끌려갔고, 정체 모를 공간에 감금됐다. 아니, 쇠창살도 아무것도 없으니 감금은 아니었다. 방치였다.

이미 모두에게 추격의 저주가 내려와 있었고, 도망치고 싶어도 중상을 입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도망치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세릴도 마찬가지였다.

악마들은 하루에 한 번씩 모두를 끌고 가 마력을 갈취했다. 개중에는 던전의 몬스터들도 있었다.

살기 위해 미로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흙탕물을 마시고, 벽을 기어 다니는 벌레를 먹고 있지만, 어느 날부터 그것조차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게 일곱 번째 날 세릴은 기어코 정신을 잃었다.

이걸로 꿈은 끝이었다. 이 이후의 꿈은 단 한 번도 꾼 적이 없다.

‘왜…… 깨지 않지?’

세릴은 의아해하며 쓰러져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뭔가 더 있었던 거야?’

흐릿하게 안개 낀 광경의 윤곽이 점점 또렷해지자, 세릴은 자신이 잊고 있던 기억을 마주했다.

사로잡힌 후 일주일째가 되는 날.

일과처럼 제단 앞에 무릎이 꿇린 과거의 자신을 향해 정체 모를 목소리가 울렸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기대는 되는군. 사도까지는 무리지만 씨앗을 줄 가치는 있겠어. 가녀린 자여, 나와 계약을 하지 않겠느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의 세릴은 피폐했고 약했다.

그것이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릴은 그저 살기 위해 떠오른 계약서의 내용도 보지 않고 마치 신에게 갈구하듯 중얼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예, 제게 힘을 주세요.’라고.

***

세릴은 눈을 떴다.

기억났다. 잊고 있던 수많은 것들이.

‘죽은 건…… 아니군.’

눈을 감은 것과 다름없는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마지막 기억은…….

“윽.”

흐릿하게 뇌리를 스치는 기억들이 있다.

인한, 보스 몬스터, 제단, 마석이 되어 버린 성석.

뿌연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흐려지기를 반복했다. 그 흐릿한 장면 속에서 세릴이 느낀 감각은, 지독한 갈증이었다.

마력을 향한 지독한 갈증이 전신을 지배했고, 정신을 잃은 그녀의 몸을 멋대로 움직였다.

“일어났구나.”

목소리가 들렸다.

침울하게 가라앉은, 익숙한 목소리.

“할아버지……?”

철그럭!

그제야 팔다리를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도 여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유적에 있는 감옥의 터일 것이다. 그곳에 이런 설비가 있던 걸 어렴풋이 기억했다.

“왜…….”

“…….”

“왜 그런 짓을 한 게냐.”

카를은 대답을 보채지 않고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세릴이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그래.”

“내가 모든 짓을 했어.”

“아가야.”

“모든 게 내 탓이야.”

“어째서, 세릴아…….”

“난…… 죽어야 해. 모든 걸 책임진 후에.”

“…….”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카를이 울고 있었다.

세릴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마을이 탐욕스러운 여행자들에게 발각된 것도, 네가 어쩔 수 없이 봉인된 문을 연 것도…….”

“…….”

카를은 먹먹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후일담이라고 해야 할까.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가장 놀란 대목은 자신의 몸속에 푸른 숲 부족의 보석이 잠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것이 아직 정화되지 않았다는 것도.

때문에 마을의 결계는 복구되는 대신, 여행자들이 간이로 벽을 세우고 주변 몬스터들을 토벌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여행자들을 불러오마. 그들 중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팔을, 다른 한 명은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그것 외에도 대부분이 크고 작게 다쳤다. 나는 널 사랑하지만…… 그들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단다.”

카를이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세릴은 다시 눈을 감았다.

***

하루가 흐르고 인한과 이정환이 만나러 왔다. 흔들리는 촛불 하나가 쇠창살의 앞에 드리워졌다.

세릴은 모든 이야기를 했다. 계약에 대한 것은 말할 수 없기에 제외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 일, 자신이 하려고 한 일을 모두 밝혔다.

인한과 이정환은 묵묵히 이야기를 들었다.

“끝이야.”

세릴은 호흡을 잠시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동정을 부탁하거나, 용서해 달라고는 말하지 않아. 하지만 염치없는 부탁인 것은 알고 있지만…… 부디 내 목숨으로 끝내 줘. 마을 사람들은 잘못이 없어.”

“아뇨.”

“……?”

“죽이지 않습니다.”

세릴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모든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죽어 마땅하다.

“왜……?”

“저희는 쓰레기가 아니니까요.”

이정환의 목소리에 옅은 분노가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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