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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자들-25화 (25/266)

# 25

<공략자들 25화>

“한 15분 정도 뒤에 출발하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그 15분은 인한을 배려한 시간이리라.

인한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레벨이 올랐었다.

인한은 스테이터스 창을 띄웠다.

[사용자 정보]

이름 : 최인한

종족 : 인간

레벨 : Lv.20

타이틀 : 시작하는 자(A+), 언데드 학살자(E)

클래스 : 없음

[스테이터스]

힘 : 85

민첩 : 75

체력 : 91

지능 : 61

마력 : 111

(미분배 포인트 : 10)

[스킬]

<액티브 스킬>

1- [일격(D-) Lv.3]

2- [관수(D-) Lv.4]

3- [찌르기(D-) Lv.2]

4- [돌려차기(E) Lv.2]

5- [차징(E-) Lv.3]

6- [강타(E) Lv.2]

7- [도축(E) Lv.2]

<패시브 스킬>

1- [체술 (D-) Lv.13]

2- [지도제작 (F) Lv. 3]

3- [응급처치 (F) Lv. 4]

4- [왕의 권세(EX) Lv.1]

<마나스킬>

1- [극체술 <1단계> (S) Lv.9(8.5%)]

“역시.”

인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벨이 무려 2나 올랐다.

덕분에.

[‘바람의 장화’를 장착하시겠습니까?]

이 아이템을 드디어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장착.”

인한의 말과 함께 빛의 알갱이가 인한의 발에 모여들었다.

착용감이 무척 부드러웠다. 장착하는 순간, 발끝에 모여든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인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몇 번 점프를 해 보았다.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겉은 초록빛의 투박한 가죽신에 불과한데, 착용감은 고급 운동화 못지않았다.

“인한 씨 이제 슬슬…… 어? 그건?”

이정환이 인한의 발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탑에서 워커나 군화를 신었다.

하지만 인한의 신발은 분명 그런 기성품이 아니었다.

“그거 혹시…….”

“네, 아이템입니다. 예전에 던전에서 보스를 잡았을 때 획득한 거죠.”

“보스 아이템!”

이정환은 눈을 부릅떴다.

보스 아이템은 동 등급의 아이템보다 효과가 훨씬 좋기에 몇 배는 좋게 평가된다. 그런 만큼 얻기도 어려운데…….

“부, 부럽다!”

이정환이 눈을 빛냈다.

지금껏 이정환은 한 번도 D-급 이상의 아이템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장비는 아예 얻은 적이 없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자, 그럼 출발할까요?”

인한은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묘한 시선을 느꼈다.

‘세릴?’

세릴이 잔뜩 흔들리는 눈으로 인한과 이정환을 살피고 있었다.

‘뭐지?’

인한과 눈이 마주치자 세릴은 시선을 내리깔며 몸을 돌렸다.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인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 * *

그날도 별로 특별할 건 없는 날이었다. 햇볕은 따뜻했고, 하늘은 높았으며, 숲은 울창했다.

세릴은 평소처럼 마을의 전사들과 함께 마을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푸른 숲 부족의 보물 덕에 마을 주변으로는 다가오지도 않았다.

말이 순찰이지, 사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따 먹기도 하고, 같이 순찰을 하는 전사와 함께 볕을 쐬기도 하는 평화로운 시간들이었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어디선가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순찰을 돌던 그녀와 그녀의 동료는 곧장 마을에 알렸다. 몬스터들이 접근하고 있다니, 적어도 그녀가 전사가 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고, 고참 전사도 당황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몬스터가 다가왔다고 해도 결계를 깰 수는 없을 것이기에 모두가 크게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마을을 몬스터들이 둘러싸고 있어서야 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이 끼치기에 천천히 처리해 가려고 했다.

푸른 숲의 전사들은 전투에 능하고 뛰어나다. 고작 저급한 몬스터들이 넘볼 수 있는 실력이 아니다.

전사들은 몬스터들을 느리지만 안전하고 천천히 한 마리씩 사냥해 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아무리 몬스터를 죽여도 줄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밤이 되자, 전사장 님의 명령을 무시하고 날렵하게 나무를 탔다.

몸을 몇 번이고 숨기고, 숨을 몇 번이나 죽여서야 곧 비밀을 알게 됐다.

이 몬스터들은 자연스레 이곳에 모인 것이 아니었다.

그곳엔…….

* * *

던전의 30퍼센트 정도까지 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사흘 남짓이었다.

또다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할까 싶어 잔뜩 조심하며 전진했지만 예외성 있는 사건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다.

이정환은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고 던전 공략에 집중하고 있었다.

서커스 팀도 공략에 익숙한 건지 제대로 집중하며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다.

다만 단 한 명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세릴이었다.

인한은 처리한 골렘의 핵을 부서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석진 곳에 주저앉은 채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릴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

“표정이 말이 아니야. 무슨 일인데.”

“별일…… 없어.”

세릴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시선을 피하는 시점에서 글러먹었다만.”

세릴은 인한의 말에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이 얼굴을 무릎 사이로 숨겼다.

세릴의 반듯한 뒷머리를 보며 인한은 한숨을 쉬고 몸을 돌렸다.

“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조금이면 돼…….”

세릴은 어딘가에 홀린 듯 중얼거렸다.

* * *

공략은 착착 진행되었다. 일단 몬스터들의 패턴과 미로라는 지역에 익숙해지자 사냥 효율이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한의 경우.

‘마력이 발전했어.’

마력 스테이터스에 변화는 없다. 하지만 마력을 끌어내 사용하는 인한은 분명 그 변화를 느끼고 있다.

마력의 질이 바뀌었다. 거칠게 체내에 흐르던 마력이 매끄럽게 멈추지 않고 흐른다.

인한의 의지에 곧장 반응하고, 덕분에 마력을 사용할 때도 막힘이 없고 낭비가 줄어들었다.

‘아마도 죽을 뻔한 뒤부터겠지.’

인한은 점점 흐릿해져 가는 등의 흉터를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정환과 팀원의 말에 따르면 인한은 분명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회복됐고, 거기다 마력이 강화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건…… 인한이 그런 사실을 마음속 어디선가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점이었다.

자신이 자신이 아닌 기분이다. 분명 이성적으로 무언가가 잘못된 것을 느끼고 있는데, 본능은 그걸 놀랍게 여기지 않고 있다.

인한은 스킬창을 열었다.

[왕의 군세]

과거의 인한과 다른 점이 생겼다면, 그건 이 스킬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킬.

이게 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다.

인한의 생각을 멈춘 건 이정환이었다.

이정환이 지도를 바라보며 긴장한 표정으로 인한을 바라보았다.

“인한 씨. 이제 슬슬 40퍼센트입니다. 얘기한 대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알겠습니다.

드디어 지도의 끝부분인 40퍼센트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턴 어떤 몬스터가 나오고, 어떤 함정이 있는지 누구도 몰랐다.

‘아니, 한 명은 알지도 모르지.’

인한은 힐끗 세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그야말로 더 이상 심각할 수 없을 정도로 굳어 있었다.

평소에도 대부분 무표정이었지만 한층 더해서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인한은 팀에서 5미터 정도 앞에서 가장 먼저 발을 디뎠다. 혹시 모를 함정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여전히 특별할 것 없는 미로다. 어느 쪽 길을 먼저 잡아야 할지 고민하던 인한은.

곧, 그 고민이 쓸데없는 것임을 깨닫는다.

“……!”

-크락! 락슈!

[보스 몬스터 ‘악마 클렉’이 나타났습니다!]

[‘힘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힘의 저주]

[……]

또 한 마리의 보스 몬스터.

이정환이 다급하게 외쳤다.

“방어 대형!”

그 외침과 함께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뱀의 형상을 한 괴물이 커다란 망치를 휘둘러왔다.

* * *

[보스 몬스터 ‘악마 클렉’을 처치하셨습니다.]

“허억. 허억…….”

인한과 이정환은 숨을 몰아쉬었다.

두 명이서 하는 보스전과 단체로 하는 보스전은 양상이 다르다. 제대로 역할 분담을 통해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스전은 보스전이다.

최전선에서 가장 오랫동안 보스와 마주한 인한과 이정환은 짙은 피로감을 느꼈다.

“또, 또 있었다니…….”

이정환은 침울하게 말을 늘어뜨렸다.

한 명이 죽었다.

요리를 하던 사내.

석환이라 했던가.

거기다 팀원 중 다섯 명은 중상을 입었다.

“35퍼센트 부분에서 안전지대가 하나 있었으니까, 계산상으로는 곧 안전지대가 나타날 겁니다. 돌아가기엔 너무 오래 걸려요.”

서커스 팀은 곧장 이동을 시작했다.

죽은 동료의 시체는 상태가 괜찮은 팀원 둘이서 들었고, 중상자도 두 명이 붙어서 지탱했다.

혹시 모를 함정에 인한이 앞장을 섰다.

별다를 것 없는 미로의 풍경이 계속됐다.

중간에 갈림길이 두 번 정도 나와서 팀원 중에서도 레벨이 높은 두 명을 갈림길로 보냈다. 혹시 전투가 벌어지면 바로 되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그건 그렇고…….’

가면 갈수록 이상한 점이 있다.

‘몬스터가…… 없어?’

그 흔하게 보이던 몬스터가 40퍼센트를 넘어선 시점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이동은 편했다.

하지만.

가도, 또 가도.

몬스터의 기척은 없다.

어느 순간.

우우웅!

인한은 멈춰 서고 말았다. 통로는 어둑하긴 하지만 시야를 확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면, 그곳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통로에 흐르던 공기가 정면으로 빨려 들어가며 큰 바람 소리를 만들었다.

인한은 정면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거대한 공간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안 돼.’

인한은 고개를 저었다.

이 길은 안 된다. 위험하더라도, 오래 걸리더라도 되돌아가야 한다. 다시 오려면 적어도 만전의 준비를 갖춘 후에.

될 수 있다면 아예 오지 않고 싶다. 본능이 그렇게 알리고 있었다.

인한은 뒤돌아 이정환에게 다가갔다.

“뒤로, 뒤로 가죠. 이 길은 안 됩니다. 돌아가야 해요.”

인한은 자신의 말에 이정환이 대답도 하지 않고 넋을 놓은 채 정면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환 씨?”

“아, 으…….”

인한도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렉키특! 브락키!

-브리크락!

-이락! 쑤!

어둠의 너머.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절망이었다.

-크락!

보스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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