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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자들-5화 (5/266)

# 5

<공략자들 5화>

[사용자 정보]

이름 : 최인한

종족 : 인간

레벨 : Lv.1

타이틀 : 시작하는 자(A+)

클래스 : 없음

[스테이터스]

힘 : 17

민첩 : 14

체력 : 15

지능 : 17

마력 : 0

(레벨 1이 오를 때마다, 스테이터스 포인트 3이 주어집니다.)

[스킬]

<액티브 스킬>

1- 없음

<패시브 스킬>

[왕의 권세]

[등급 : EX]

[숙련도 : 없음]

[재사용 대기시간 : 알 수 없음]

[효과]

1) 미개방 상태입니다.

[인벤토리]

-보관된 아이템이 없습니다.

[퀘스트]

1-

[왕의 선택 (3/10)]

[난이도 : EX]

[성공조건 : 퀘스트를 얻은 장소로 돌아오시오]

[실패조건 : 죽음]

[상세설명 : 없음]

[보상 : 패시브 스킬 <왕의 유산>]

“……!”

천문에 떠오른 정보들.

인한은 눈을 의심했다.

히든 퀘스트.

그리고.

스페셜 원 [왕의 권세].

‘이게 도대체!’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

인한은 천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스킬 [왕의 권세].

물음표로 가득했던 정체를 알 수 없던 스킬에 설명이 적혀 있다.

‘퀘스트도 생겨났어.’

히든 퀘스트 [왕의 선택].

분명 10개의 연계 퀘스트 중 한 개만 완료했는데 두 개가 완료되어 세 번째 퀘스트를 진행하게끔 되어 있다.

‘죽음을 경험해서 한 번의 연계 퀘스트가 클리어된 건가?’

죽었다 과거로 회귀한 이유를 그저 하늘이 준 축복, 아니면 탑이 준 시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정체 모를 퀘스트.

이게 자신을 과거로 되돌렸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거기다 퀘스트의 다음 보상도 스킬이야.’

퀘스트의 보상, 패시브 스킬 [왕의 유산].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실패조건은…… 죽음인가.”

성공조건은 퀘스트를 얻은 장소로 돌아올 것.

한 마디로 포기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죽었다가 회귀한 후 이 시점의 인한에게 있을 리 없는 것들이 생겨났다.

이 모든 것의 시작에 이 히든 퀘스트가 있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차피 갈 생각이었어.’

처음 퀘스트 [왕의 선택]을 얻었던 곳.

‘35층의 그 유적으로.’

* * *

인한은 튜토리얼존을 벗어났다.

환한 빛이 몸을 감싼다고 느끼는 순간, 확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저 사람인가!”

“그런데 얼굴은 왜 가린 거야?”

인한이 나타난 곳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사람들은 인한을 바라보며 웅성댔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인한은 겉옷으로 얼굴을 칭칭 감은 상태였다. 어차피 이름이 알려졌으니 금방 들키겠지만, 그때까지는 굳이 자신을 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어.’

인한은 천천히 걸어갔다. 누군가 다가와 몸을 건들기도 했지만 무시했다.

그렇게 점점 사람이 모여들 때쯤.

타닥!

인한이 땅을 박찼다.

“어! 뛴다!”

“뭐지? 갑자기 왜 뛰어?”

“저기요! 뭐 좀 물어볼게요! 잠시만 멈춰 봐요!”

사람들 사이에서 몇몇이 외쳤다. 점점 말소리가 과격해지더니 결국.

“멈춰!”

“멈춘다고 멈출 사람이 어딨냐!”

인한은 빼액 목청을 높이며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 * *

검은탑 1층, 시작의 마을.

검은탑에서 마을은 게임처럼 이미 만들어져 있지 않다.

각 층을 클리어한 후, 어딘가에 있는 습득 불가 아이템 [땅의 돌]을 활성화시켜야 마을을 만들 수 있다.

활성화된 땅의 돌은 몬스터들의 침입을 막는 결계를 펼친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한 땅이지만, 개척이 될수록 결계의 넓이가 넓어진다.

부가적인 효과로 땅의 돌은 탑을 오르는 헌터의 랭킹 열람과 층과 층 사이의 이동 역할도 한다.

시작의 마을은 1층에 있는 네 개의 마을 구역 중 동양인이 제일 많은 구역이었다.

나머지 세 개의 마을도 포함해서, 1층의 마을들은 다른 층의 마을과는 다르게 점점 넓어지고 점점 번화했다.

많은 헌터들이 거쳐 가며 몬스터의 침입도 줄어들었고, 외부로부터 많은 물자와 인원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층보다 많이 안정화된 상태였다.

‘조립식 건물이라.’

22년을 봤는데,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은다.

탑에서 나무판자나 돌덩이로 지은 중세풍 집들을 기대한다면 100퍼센트 실망한다.

아직 개척이 덜 된 마을이면 모를까, 적어도 아래층은 외부 물자로 지은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이루어진 건물 투성이다. 나중에는 레스토랑이나 편의점도 생길 정도였다.

인한은 힐끗 골목 밖으로 눈을 돌렸다.

“야! 찾았어?”

“못 찾았어. 그쪽은?”

“이쪽도!”

“씨발! 어디 갔어!”

인한은 반대쪽 통로로 걸어갔다.

어수선한 1층 상업지구의 풍경이 펼쳐졌다. 이미 얼굴을 가린 옷가지는 벗은 후였다.

아무리 네 개의 마을 중 하나라지만, 탑에 들어온 전 세계의 헌터들이 모두 모이는 만큼 당연하게도 엄청난 인파가 형성되어 있다.

인한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틈에 섞였고…….

‘근성도 없네. 고맙지만.’

인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 이제.’

타이틀 <시작하는 자>는 얻었다.

다음으로 얻어야 할 것은.

‘스페셜 던전, 시작의 신전.’

탑의 모든 층은 마을, 필드, 메인 던전, 히든 던전, 스페셜 던전, 이 다섯 가지로 구분이 된다.

마을은 땅의 돌이 있는 지역을 말한다.

필드는 마을 밖의 미개척지.

메인 던전은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존재하는 미궁.

히든 던전은 각 층에 어디에 있는지, 몇 개나 있는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던전.

그리고 스페셜 던전은 클래스 관련, 스킬 관련, 스테이터스와 관련된 업적을 수행하기 위한 던전이었다.

스페셜 던전 ‘시작의 신전’은 총 다섯 단계로 진행되는 던전이다. 시작의 신전은 단계별로 보상이 다르고, 높은 단계를 클리어할수록 더 좋은 보상을 선택할 수 있다.

보상은 스킬이다.

아직까지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시작의 신전이 알려진 것은 20층 정도가 클리어 됐을 무렵이었다. 알려진 후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1층으로 돌아와 시작의 신전에 도전했다.

인한은 자신이 익힐 것을 이미 선택해 두었다.

‘극체술(極體術).’

5단계 보상 중 하나.

5단계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적다. 5단계를 클리어 한 사람은 탑에서 총 10명뿐이었고, 5단계를 도전한 사람도 그만큼 적다.

그리고 그들 모두 최상위 랭커가 됐다.

‘그래도 극체술의 능력 중 일부는 대충 밝혀졌지.’

육체강화, 그리고 육체재생.

극체술을 익혔던 헌터는 방패 하나 없이 맨몸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버텨내고, 뼈가 부러지는 중상도 몇 분이면 회복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인한은 무기를 쓰지 않는다.

검도, 칼도, 창도 다 써보았지만 가장 마지막에 인한이 선택한 것은 주먹이었다.

권사 관련 클래스의 헌터에게 극체술은 그야말로 환상의 스킬이다.

‘하지만 난 3단계에서 실패했지.’

덕분에 하위 스킬 강체술을 얻었다.

인한은 골목을 지나 마을의 외곽으로 향했다.

걷고, 또 걸었을 때.

인한의 눈앞에 무너진 석조 건물이 나타났다.

이곳이다.

이곳에 시작의 신전이 있다.

* * *

끼익!

중세시대에서나 볼 법한 회색빛 석조 건물이었다. 높이는 아파트 6, 7층 높이에 달했다.

무너진 한쪽 벽에 커다란 버드나무가 건물의 벽면을 헤집고 자라났다. 바람이 불어와 버드나무 잎이 서로 부딪혀 흔들렸다.

거대한 외부만큼이나 안쪽은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크기도 크기였지만,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부터 아무도 보지 않는 구석진 곳의 벽면 하나하나에까지 조각과 장식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인한은 안쪽으로 계속 걸어 들어갔다.

돌들을 비집고 잡초나 이끼나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 있었다. 바닥에는 풀이 무릎을 스칠 정도로 높게 자라 있었다.

이곳의 구조는 단순하다. 방이나 다른 문이 있지 않다. 이 거대한 공간이 이 건물의 전부였다.

건물의 끝자락.

인한은 걸음을 멈췄다.

부서진 천장에서 빛줄기가 갈라져 내려오는 곳이었다.

공기를 떠다니는 먼지 입자가 빛의 알갱이처럼 반짝였다. 빛이 닿는 곳에 낡은 단상이 있고, 그 뒤편에 슬픈 표정이 정교하게 조각된 아름다운 여인의 조각상이 서 있었다.

조각상은 지면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인한은 여인이 바라보는 곳으로 다가갔다.

인한은 발로 땅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통!

한 곳만 소리가 다르다.

인한은 그것을 힘을 줘 발로 눌렀다.

그러자 돌이 쑤욱 들어갔다.

그그그극!

지면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먼지와 돌조각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스페셜 던전 ‘시작의 신전’으로 통하는 입구를 발견하셨습니다!]

구멍으로부터 아지랑이처럼 묘한 기운이 하늘을 향해 뿜어졌다.

[스페셜 던전 ‘시작의 신전’]

[알 수 없는 고대의 건축물이 만들어진 비밀 던전입니다.]

[난이도 : F~A]

[클리어 적정레벨 : 없음]

인한은 아지랑이를 향해 발을 뻗었다.

꿀렁!

끈적끈적한 젤리를 통과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기분이 사라질 때쯤, 인한은 웅장한 궁전에 떨어졌다. 주변이 금과 은 장식품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수많은 장식품이 공간을 가득 채웠고, 공기는 따뜻하며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났다. 중앙의 길에는 기다란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다.

인한은 카펫을 따라 걸었다.

‘경험치를 얻거나 보스가 있는 던전이 아니니까 타이틀 효과에 대한 천문은 적용 안 되는 건가?’

한 번 적용되는 걸 보고 싶은 타이틀이긴 했다.

‘조금 아쉽지만 상관없지.’

적당한 던전이 있다. 이걸 끝낸 후에 그곳으로 갈 생각이다.

인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아까 그 건물이 폐허가 되기 전의 모습이다. 과거에 이미 한 번 본 광경이었다. 인한은 곧장 단상으로 갔다.

“어서 오십시오.”

그곳에 금발에 녹색 눈동자. 아름다운 외모에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여인이 있었다.

폐허에 있던 조각상의 여인이었다.

“힘을 원하십니까.”

인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여인은 마법으로 이루어진 환상이었다. 정해진 모습으로 정해진 말을 할 뿐인 존재였다.

“당신이 우리가 남긴 힘을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 지 시험하겠습니다. 시련에 도전하시겠습니까?”

[시작의 신전 시련에 도전하시겠습니까?]

[던전 입장은 한 번밖에 불가능합니다.]

[Y / N]

“도전한다.”

인한이 말하자마자 여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주위 풍경이 일그러진다고 생각한 순간, 사방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까득! 까득!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인한은 저 소리의 정체가 뭔지 알고 있다.

마력으로 강화된 목각인형.

관절을 이리저리 꺾어 대는 목각인형들이 어둠 속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시작의 신전 1단계 시련이 시작됩니다.]

[목각인형을 모두 쓰러뜨리십시오. (0/10)]

히죽!

인한은 슬쩍 웃었다.

온전한 양팔을 휘두르는 게 얼마만의 일일까.

허상이기 때문에 실패해도 목숨을 잃지 않는 전투다운 전투는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로 회귀해 행하는 첫 전투였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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