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화 마지막 기억 조각
“모두의 안녕을 위해.”
다들 처음엔 자신 있었다.
“삐이이이!”
“하하! 녀석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한가 보구나?”
앤서니도 킹피닉스도 다른 헌터들과 동료들도.
“이번 싸움이 끝나면 다들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 그러기 위해서 들어가는 거니까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지.”
자신들이 이루어 낼 평화를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검성님! 살려 주세요!”
“으으, 으으윽! 죽기 싫어! 살려 줘!”
“자, 잠깐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 배신하려던 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으흐흑!”
현실은 달랐다.
어둠의 신전은 너무나도 깊었으며 모두가 검성처럼 강하고 위대한 것은 아니었다.
위대한 뜻을 품었던 헌터들이 하나둘씩 무너졌고.
“삐이…….”
“킹! 킹, 정신 차려! 으아악!”
자신의 오랜 친우도 점차 지치고 괴로워했다.
그래도 꿋꿋이 나아갔다.
“여기서 기다려라. 갔다 올 테니까.”
검성 스스로가 가장 앞장서서 모두를 이끌었다.
쓰러진 자들을 챙기고 죽은 자들을 애도하며.
그러나 항상 굳건했던 그마저도.
“왜 여기에? 당신들이?”
바깥에 있던 일반인들이 휩쓸려 들어왔을 때는 많이 흔들렸다.
그래도 버텼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고 모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이어진 싸움과 배신, 패배 속에서.
다른 이들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보면 볼수록.
“…….”
이석천은 웃음을 잃었다.
이런 비극을 원한 게 아니었다.
“이봐, 같이 가!”
“아니, 자네는 킹과 같이 생존자들을 보호해.”
“혼자서는 무리야! 나도 같이 가겠네.”
“…누군가는 남아서 지켜야 해. 혼자면 충분해. 갔다 오지.”
그리곤 마치 홀로 모든 짐을 지겠다는 듯 어둠에게로 향했다.
그렇게라도 사죄하고 싶었다.
휘말린 이들에게 그들을 기다릴 가족들에게.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이었던 걸까?
“결국…….”
실패했다.
대가로 무섭고 무거운 업보를 짊어졌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라면.
“검성님!”
“이석천 님!”
“안 돼!”
자신을 보며 울어 주는, 자신을 보며 걱정해 주는 이들이 살았다는 것.
검성 이석천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홀로 희생하여 어둠에 먹혔다.
생존자들을 살리는 대가로 선택한 일.
그러나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네와 같은 길을 걷게 되어 유감이군. 미안하네, 구하지 못했네.”
앤서니와 킹피닉스를 시작으로 그의 친우들이 하나둘씩 어둠에게 잡혀 왔고.
심지어는.
“안 돼!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거야!”
“…….”
“앤서니! 이 미친놈아! 그건 안 돼! 버텨! 끝까지 버티라고!”
완전히 어둠에게 먹혀 버려 사도가 되는 길을 택했다.
검성 이석천의 만류에도 오랜 친우는 서글픈 미소를 지을 뿐.
이석천을 일별한 그가 남긴 말.
“자네만은 행복하기를 빌지.”
그게 끝이었다.
앤서니는 그렇게 어둠에 잠식되었고.
다른 헌터들도 하나둘씩 사도가 되어 갔다.
“으아아아! 으아아!”
자신이 지키려 했던 이들이 그리되어 감을 보며 이석천은 절망했다.
어둠은 집요하게 생존자들과 헌터들이 무너지는 과정을 이석천에게 보여 주었다.
마치 네가 잘못된 선택을 하여 모두가 고통받는다는 것처럼 집요하게.
이석천이 외면하려 해도 계속 끊임없이.
그래서 눈을 뽑았다.
스스로.
그러나 소용없었다.
눈이 멀자 놈은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은 누가 죽었고 누가 타락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네놈이 어둠에 들어오면 내가 모두를 살려 주리라.
그러면서 이전처럼 유혹했다.
이석천 너만 더 희생하면 모두를 살려 주겠노라고.
그러니 너 또한 어둠의 사도가 되어 자신을 섬기라고.
“개소리하지 마라!”
그러나 버텼다.
놈의 유혹을 뿌리쳤다.
지난번엔 속았으나 이번엔 속지 않는다.
“반드시 반드시, 죽여 버릴 거다! 반드시!”
그럴 때마다 놈은 비웃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둠에 잡혀 온 모든 헌터들이 사도가 되었다.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선택했다.
“이제 내가 저들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겠다.”
누군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또는 작은 행운을 쥐여 주고 싶을 때마다.
“내 몸에 찔러 넣어라. 어둠이든 무엇이든.”
말뚝이 하나둘 늘어갔다.
등판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팔과 다리까지.
그렇게 얼마나 버텼을까.
하루하루 몸을 잠식해 오는 어둠과 흔들리는 정신 때문에 날짜도 시간도 잊었다.
검성 이석천은 긴 세월을 그리 버텼다.
그리고 드디어.
“김… 두식?”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잔뜩 갈라지고 쉰 목소리.
친구들끼리 죽이고 있다는 어둠의 속삭임을 들었다.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흘렀고 무뎌진 줄 알았던 고통이 다시금 몸을 잠식했다.
그런 이석천의 모습을 본 친우들이.
“이 개새끼 죽여 버린다!”
분노하며 어둠에게 달려들었다.
검성에겐 친우들의 죽음을 들려주어 절망을.
친우들에겐 검성의 꼴을 보여 주어 분노를.
어둠은 계속해서 이들을 가지고 놀 생각.
-너희들이 낄 자리가 아니다.
어둠의 목소리가 들리길 잠시.
산군, 태풍, 김두식이 이석천에게 닿기 전에.
어둠이 거대한 해일이 되어 그들을 막아섰다.
“죽여 버린다! 비켜! 죽여 버릴 거라고!”
“이석천 정신 차려! 석천아!”
“안 돼! 일어서! 뭐 하는 거야! 거기서!”
산군이 발톱을 휘두르며 외쳤고 태풍이 바람을 일으키고 김두식이 자신의 능력을 모두 개방해 보았으나.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어둠에 매몰되지 않는 게 전부.
그저 고통받는 친우의 모습을 지켜볼 뿐, 구할 수 없다.
그들이 어둠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 허우적거릴 때.
-네놈이군. 새롭게 짐을 짊어질 자가.
어둠이 강현을 보며 눈을 빛냈다.
분명 그렇게 느꼈다.
강현을 보는 수만 개의 눈, 입맛을 다시는 수천 개의 혀.
그를 향해 어둠이 스멀스멀 밀려들었다.
-내가 네놈을 죽이지 못해 살려 두었다 생각하느냐? 모두 알았다. 모두 알았지.
-그래, 너에게 희망을 건 이들. 너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죽음을 보니 어떻더냐?
-아니, 직접 죽였지. 끔찍하군 자신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죽이다니 영웅인가? 아니면 악당인가?
-나에게 바칠 힘을 모았구나. 그래 바쳐라 네가 살던 세계와 함께 나는 더욱 위대해 지리라
-100층의 신전이 모이면 나는 더욱 거대한 존재가 되어 모든 걸 지배할 것이다
-99개의 층에 얼마나 많은 영웅이 있었다고 생각하느냐? 네놈 하나가 바꿀 수 있을까? 운명을?
-신이 되기 위한 그릇으로 삼고자 기다렸다. 이제 몸을 내놓아라.
-네 스승과 부모의 노고가 더욱 훌륭한 그릇이 되게 도왔구나. 모든 건 의도되었고 이젠 절망할 때다.
-스승은 사도가, 부모는 제물이, 자식은 나의 그릇이 되어 기쁨을 맞이하리라.
그리곤 수천 개의 입이 강현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닥거렸다.
모든 건 자신의 의도였음을.
그들의 고통을 보며 발악을 보며 즐겼음을.
그리고 강현 또한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을.
어둠이 즐거운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어둠의 권세가 다시 층의 장악을 시작합니다!]
놈이 지금껏 가려 왔던 힘을 터뜨렸고.
[11층의 소유권이 위험합니다! 어둠이 직접 층에 관여합니다! 소유권을 상실했습니다! 층이 다시 어둠에게 넘어갑니다!]
[24층 소유권이… 34층… 51층… 62층…….]
생존자들과 별동대, 강현이 보낸 소환수들이 확보한 각 층에 어둠이 스멀스멀 차오르더니.
곧 층의 소유권을 박탈.
놈이 강현과 아직도 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검성의 친우들을 보며 크게 웃었다.
-빼앗았다 생각했나? 그랬겠지! 빼앗은 게 아니라 잠깐 준 것일 뿐이다! 네놈들이 희망을 품어야 여기까지 와서 힘을 헌납할 테니까!
놈들은 자신들이 강해서 여기까지 왔다 생각했겠지.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
-자그마치 99개의 세계다! 녀석들이 약했다 생각하나? 보면 볼수록 인간의 오만이란 참으로 놀랍구나!
악의와 비웃음이 가득한 신전.
보였다.
“말도 안 돼…….”
“이건… 이럴 수 없어…….”
“어떻게 이렇게까지.”
각층에 차오르는 어둠과 그의 말을 들은 생존자들의 절망하는 표정이.
느껴졌다.
자신의 생명을 모두 부어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했건만 모두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부서지는 그들의 정신이.
달콤했다.
그들의 슬픔과 절규와 고통…….
-응?
문득 이상함을 느낀 어둠이 웃음을 멈추었고.
“왜? 지금까지 혼자 신나서 떠들더니 뭔가 이상하지?”
강현이 입술을 삐뚜름히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걸 예상하다니.”
“이렇게 쉽게?”
“완벽하게 속여 넘길 줄이야.”
방금까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절망을 토해 내던 생존자들의 얼굴에 강현과 같은 미소가 번졌다.
곧 자신이 느낀 이상함의 이유를 알았다.
-도플갱어?
그래 그들이 뿜어내는 감정은 어딘가 공허하고 어색했다.
표정과 행동은 진짜였으나 그 안이 텅 비었다.
다른 이들의 공포와 절망을 먹고 사는 놈이기에 느껴졌다.
잠시간 당황했던 놈이 곧 평정을 되찾고는.
-그래서 뭐가 달라졌다는 거냐? 생존자 몇 명을 구한 것?
-상관없지 어차피 너의 세계를 점령하는 순간 모두가 제물이 될 것이니.
-지금은 도망쳤어도 결국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거다.
결론은 같다.
어둠은 여기서 강현을 죽여 몸을 취하고 검성과 그의 친구들을 사도로 만든 뒤에 지구를 점령할 거다.
그렇게 100층을 완성하여.
-더욱 높은 차원으로! 신의 공간으로 넘어갈 것이다!
놈이 자신의 목표이자 모두를 희생시킨 이유를 떠들어 대며 희열에 젖어 있을 때.
“누구 마음대로?”
강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놈의 망상을 끊었다.
강현의 눈이 푸르고 붉고 검고 하얗게 번뜩였다.
우주를 닮은 그의 눈이 어둠을 향해 살기와 분노를 뿜어냈고.
“고작 그딴 이유로 이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겠다고?”
지랄하지 마 이 개새끼야!
강현이 분노를 터뜨렸다.
“넌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거야. 뭐가 달라졌냐고? 어차피 같은 결말을 맞이할 거라고? 개소리.”
모든 게 바뀔 거다.
그렇게 만들 생각이다.
강현이 놈을 노려보며 검을 들어 올렸다.
“내가 네놈을 끌어내릴 거다. 저 밑에 처박아 버릴 거니까. 기대해.”
강현의 장담에 어둠이 다시금 웃으려 할 때.
“과연 내가 생존자들만 빼냈을까?”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강현의 말에 이상함을 느낀 어둠이 무언가를 확인하기 전.
[어둠의 신전 복사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어둠의 신전에 담겨 있던 세계들을 검탑에 재현합니다!]
[검탑과 어둠의 신전 간 힘의 균형이 비등해졌습니다!]
연이은 알림에 강현이 씩 웃었다.
“네 개소리를 들어준 이유가 뭐라 생각하냐?”
놈이 제 혼자 망상을 떠들어 대는 동안 놈의 공간을 복사하여 빼내기 위해.
그래서 일부러 지금껏 공격하지 않았다.
그제야 강현의 의도를 알아챈 놈이 자신이 장악한 각 세계에서 힘을 끌어올렸고.
어둠의 신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놀이도 끝이다.
너무 많이 봐줬다.
더욱 힘을 키우기 전에 강현을 죽여야겠다고 결심.
어둠이 끌어올린 힘을 바탕으로 각 세계의 사도들을 다시 소환.
블러디 독을 죽음 직전까지 내몰았던 거검의 기사를 비롯하여 어둠에게 패배한 영웅들이 자신들의 저주받은 운명에 괴로워하면서도.
강현에게 달려들려 할 때.
“그들에게 고통을 강요하지 마라.”
강현이 검을 휘둘러 모두를 갈라 버렸다.
그렇게 S급들을 괴롭혔던 사도들이 강현의 일격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스러졌고.
꾸우우우.
대붕이 된 구찌가 크게 울며 숨을 뱉어 내자.
가루가 된 그들이 일제히 숨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분명 사도들은 자신의 소유물이건만.
소환할 수 없었다.
소유권을 잃었다.
어둠이 발작하며 사도들을 찾으려 했으나.
“모두 염이 되어 그리 원하던 영면의 세계로 들어갔다.”
강현의 답은 간단했다.
날개가 삼천리요 날갯짓 한 번에 구만리를 간다는 대붕의 능력.
[대붕, 구찌의 능력 영혼 회수를 발동합니다. 사도들의 영혼을 저 먼 곳. 그들이 원하는 영면의 세계로 보냅니다]
놈은 이제 사도를 소환할 수 없다.
생존자들은 어느새 신전을 빠져나갔고 어둠의 주교들은 모두 죽었다.
신전을 복사당했고 사도들은 영면에 들었다.
“이것도 네가 세운 계획에 일부인가? 이러다 뒈지는 것까지 계획 일부라 하겠는데?”
강현의 조롱에도 놈은 아무 대답 못 했다.
이게 아니었는데.
분명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고 항상 어떤 세계에서든 어떤 영웅에게든 통했다.
그런데 왜?
-네놈은 뭐냐. 어째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지?
지금껏 어둠의 장난에 검성을 비롯하여 모두가 흔들렸다.
그런데 어떻게 저놈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빈틈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그러나 이번에도 강현의 답은 간단했다.
“흔들릴 이유가 없으니까.”
아니,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는 말이 맞으려나.
“이미 모두가 흔들려 준 탓에, 모두가 견뎌 준 탓에 내가 흔들릴 틈이 없었거든.”
그리곤 산군, 김두식, 태풍, 이석천의 기억을 둘러보고는.
마지막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진짜 이석천을 바라보았다.
“내가 겪을 흔들림과 고통마저 모두 가져가 준 덕분에. 흔들리지 않아도 됐거든.”
그의 답에 어둠이 참지 못하고는.
-웃기는 소리!
가짜 이석천을 만들어 냈다.
수십 수백의 이석천이 피를 뿜으며 강현에게 달려들었으나.
[검탑에 담겨 있는, ‘붉은 검고기가 노니는 푸른 바다’를 소환합니다!]
[이전 사용한 해태와 구찌의 연합 스킬 태극이 적용됩니다!]
쏴아아아!
어둠이 만들어 낸 이석천들이 거센 파도와 붉은 검무리에 휩쓸렸다.
바다와 검을 맞이해 싸우던 검성의 복제품들이.
일제히 달을 띄워 올렸다.
익숙한 풍경.
하늘에 떠오른 수십 개의 달.
그들이 강현을 향해 달을 떨어뜨리려 하기 전.
꾸우우!
구찌가 먼저 날아올라 하늘을 가려 버렸다.
대붕의 날개는 능히 하늘을 덮으니.
구찌의 날개 위로 떨어진 달들이 덧없이 사라졌다.
그게 끝이었다.
이석천의 복제품들은 강현에게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강현이 차가운 눈으로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이석천의 복제품들을 보고는.
“이제 슬슬 직접 싸우지그래? 아니면 두려운가? 자신의 능력으로도 이기지 못할까 봐?”
어둠을 향해 물었다.
지금껏 어둠은 남을 따라만 했다.
자신의 것은 없었다.
자신이 잡아먹은 세계에서 무언가를 가져올 뿐.
스스로 생산해 내는 것이 없다.
강현이 품은 의문.
“어쩌면 너…….”
그가 의문을 밖으로 꺼내려 할 때.
-크아아악!
어둠이 모든 소리를 덮겠다는 듯 고함을 질렀고.
“그거다! 놈은 세계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지금껏 침묵하던 이석천이 마주 소리를 질렀다.
몸 가득 꽂힌 말뚝에서 피가 배어 나왔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놈에게서 모든 능력을 끊어라! 능력을 없애라! 상태창을 비롯한 모든 스킬을 없애라! 모두의 스킬을 없애! 그건 축복이 아닌 저주다!”
검성 이석천이 마침내 모든 걸 끊어 낼 기회라는 생각에 외쳤다.
“상태창과 모든 스킬을 끊어! 상태창이 바로 저주의 뿌리다. 어둠의 힘이자 근원이다! 뿌리를 끊어 없애면 비극을 멈출 수 있어!”
그가 간절히 모든 저주를 끊으라 외칠 때.
“글쎄, 내 제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아, 네 제자이기도 하고 말이야.”
자신과 같은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고.
[검성 이석천의 기억이 본체와 접촉했습니다!]
[기억 조각 모음 99… 100%]
[모든 기억 조각이 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