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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62화 (262/277)

262화 3초 준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명분일 뿐.

이들의 진짜 목적은.

“어둠으로 향하는 통로는 언제 어떻게 열 계획입니까?”

“우선 서로에게 익숙해진 뒤입니다.”

“익숙해진 뒤라. 훈련 중이긴 하지만 마냥 시간이 넘치는 건 아닙니다.”

어둠의 통로를 열고 놈과 마지막 일전을 벌이는 것.

서로 믿을 수 있네 없네 하면서도, 훈련하면서도 그 사실을 잊지 않았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마음이야 급하지만 우리에게도 준비시간은 필요합니다. 아직 서로의 전력을 잘 모르지 않습니까.”

강준진의 말에 미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달랐지.”

“미스터 강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타임 리미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병사들도 긴장할 겁니다.”

“으음.”

미군들의 말도 일리 있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에는 갈등도 있었으나 지금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

그렇기에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고 이를 발전시켰다.

그때 잠시 고민하던 함대사령관이 아직 입을 다물고 있는 강현을 바라보았다.

“미스터 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벼운 질문.

그러나 미군 투 스타가 한국군 병장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풍경은 퍽 이상했다.

아니, 사실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한국군, 미군 수뇌부들.

계급들도 최소 중령 최대 소장.

더군다나 그 소장도 미 항공모함 함대사령관이니 실질적으로는 무시무시한 자리.

그 사이에 껴 있는 병장이야 당연히 숨쉬기도 어려울 터.

그러나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강현을 바라보았다.

잠시 자신이 왜 여기서 별들과 마주 보고 있는가 생각하던 강현이.

“다른 협력자들이 도착해야 합니다.”

간단히 그들의 걱정을 일축했다.

“전력은 한국군과 미군이 끝이 아닙니다. 저희가 합을 맞춘다 하여도 다른 이들이 협력해 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특히 헌터 협회 쪽 고위 헌터들 말입니다.

그가 마지막 문장은 속으로 삼켰으나 다들 쉬이 짐작했다.

미군이야 이제 한국군과 완전히 같이하기로 했고.

“만물제작자님이 이끄는 헌터들은 좀 늦게 도착한다 들었습니다.”

만물제작자가 무기를 나누어 준 이들은 우선 검성 이석천과 김두식이 직접 기강을 다진 후 오겠다 했으니 걱정 없다.

그러나 헌터 협회의 헌터들은 다르다.

산군과 태풍의 이름이 안 먹히는 이들도 있을 터.

“우선 그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으음, 완벽히 통제에 따를 가능성은 없어. 대부분이 반발할 거야.”

“반발을 최대한 억누를 생각입니다.”

“설득이 통할지 모르겠군.”

“설득이 아닌 강요할 생각입니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강현의 확고한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무력 충돌을 빚어서라도 헌터들의 예기를 꺾겠다는 발언.

누구도 쉬이 할 수 없다.

상대는 산군, 태풍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들.

그러나 강현은 참으로 태연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이를 입에 담았다.

이유도 명확했다.

“이번 작전은 단순 공략이 아닙니다. 그리고 실패한다고 회복할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강현이 간부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껏 같이 골머리를 싸매고 앞으로의 훈련과 마지막 작전을 위해 토의하며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이 얼마나 이번 작전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지 잘 알았다.

그렇기에 허투루 낭비할 생각은 없다.

지금은 쉬고 있는, 오후까지 힘들게 훈련하다 잠든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적을 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작 개인의 알량한 실력을 믿고, 모두가 목숨을 거는 자리에 장난처럼 임하는 자가 있다면 결코 그냥 보아 넘기지 않을 겁니다.”

강현을 비롯한 특임대들은 목숨을 걸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

분명 지난번과 같은 비극이 생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의 자만으로 병사들이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모두 목숨을 걸고 세계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만큼 저 또한 그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강현이 자신의 뜻을 밝혔고.

회의실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아, 좀 과했나?’

강현이 말을 뱉고 나서야 자신이 감정에 이끌려 주절주절 떠들었다는 걸 느꼈다.

속으로만 생각했던 건데 전우들의 목숨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욱했던 것 같다.

물론 S급 헌터들이 더 귀중한 전력임을 알지만 살을 부대끼고 같이 훈련한 건 특임대요, 미 헌터 네이비실이다.

그들을 반드시 안전히 부모님 품에 복귀시키리라 결심해 왔던 것.

방금 질문이 기폭제가 되어 평소 생각했던 결심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훌륭하군.”

짝짝짝짝.

함대사령관이 저도 모르게 감탄을 뱉어 내며 박수쳤다.

훌륭해.

강현의 말을 듣는 순간.

“참전 용사였던 할아버지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지. 전쟁에 임하는 지휘관은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과거 참전 용사셨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당장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이후 돌아갈 병사들과 그들을 맞이할 어머니를 기억하라. 그게 할아버지가 전해 주신 지휘관으로서의 덕목이었고 나는 아직도 이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네.”

전쟁이 끝이 아니다.

치열한 전쟁이 끝나고 나면 병사들은, 그들의 가족들은 다시 일상을 이어 나가야 한다.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중요한지 들어왔다.

방금 강현의 말에서 이전 들었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자네는 참…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재주가 있군.”

지난번 부대찌개도 그렇고 이번 발언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깊이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많은 이가 강현이를 믿고 싸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강준진이 그의 말에 동감했고.

“그래, 자네가 충분하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겠네. 그리고 우리 또한 전쟁, 더 나아가 병사들의 생명과 가족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네.”

사령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한미연합이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작전사령부를 통해 한국 특임대뿐 아니라 미 네이비실의 작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집단 간의 작전 연계가 강화됩니다! 작전 효율이 상승합니다!]

강현이 한편으로는 강화된 전력이 반가웠지만.

‘긴장하긴 했나 보네.’

한편으론 자신의 상태를 실감했다.

평소 자신의 속마음이나 힘든 점을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야기한 적 없다.

아직 오지도 않은 헌터들을 겨냥해 날카롭게 성미를 세울 성격도 아니고.

근데 방금은 그랬다.

아마.

‘마지막 싸움이니까. 더 그렇겠지.’

어둠과 맞서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내심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모양.

‘긴장보다는 훈련을, 불안함보다는 과정을 믿자.’

강현이 마음을 다잡으며 막사로 복귀.

* * *

“전방에 적 무리 출현. 공중 지원 요청 바란다.”

다음 날에도 훈련을 이어나갔다.

믿을 건 훈련과 전우들.

그래도 요 일주일간 계속된 훈련 덕인지 미군과의 연계도 훌륭해졌다.

특히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훈련하니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

미군도 이를 깨닫고는 근래에는 한국군을 더욱 인정하는 분위기.

특히.

“이봐 초이! 초이 병장!”

“응?”

“저거, 저거 맞출 수 있겠냐?”

“어차피 공중 지원 오잖아?”

“재미로 내기나 하자는 거지.”

“지는 쪽이 점심 당번이다?”

“좋지!”

강현과 같이 있는 네이비실들은 이제 심심치 않게 내기를 걸어올 정도로 친해졌다.

물론.

“대체 항상 지는 내기는 왜 하자는 거냐?”

“만 번 싸워서 한 번이라도 이기면 되는 거니까.”

“그럴 일 없으니까 꿈 깨라.”

매번 강현에게 패배했으나 지치지 않고 덤벼왔다.

그리고 지더라도 항상 웃었다.

물론 내기 중에는 승부욕을 불태웠지만 이를 길게 끌고 가지 않았다.

1분대원들을 비롯해 3중대원들도 그런 네이비실의 모습에 금세 호감을 느꼈고.

“같이하자. 뭘 혼자 하냐.”

“오, 미스터 장. 말년이 웬일이야?”

“뭐야, 그건 어디서 배웠냐?”

“나도 말년 하고 싶다. 군 생활 좆같아서 못 하겠돠!”

내기가 끝난 후, 서로 낄낄거리며 점심 전투식량을 준비할 때.

문득, 강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섰다.

“어? 강현도 같이하게? 내기 승자는 쉬어라. 이런 건 원래 진 사람이 다 하는 거야.”

“강현도 곧 말년인데 좀 쉬엄쉬엄해야지.”

“초이는 아직 멀었을걸?”

미군이 강현을 보며 농담을 던질 때.

“모두 충격 대비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꾸르르릉!

거대한 기운이 주변을 휩쓸었고.

모래폭풍이 현장을 덮쳤다.

“으악!”

“잠깐!”

미처 대비하지 못한 미군들이 땅을 뒹굴며 날아가다가.

3중대가 친 방어벽에 걸려 간신히 멈추었고.

아직 시야에 가득한 먼지구름 사이.

“콜록, 콜록. 다들 눈 감아! 클로즈 아이즈!”

장만수가 어설픈 영어로 경고하며 검에서 바람을 불어 내어 먼지를 휩쓸었다.

그리고.

“오우… 쉣.”

“지져스 크라이스트.”

“오 마이 갓.”

1분대원들이 눈앞에 드러난 풍경에 경악했다.

“맙소솨.”

“시봘.”

“미췬놈인과?”

그리고 이어서 네이비실이 경악성을 뱉었다.

어딘가 뒤바뀐 듯했지만 당장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S급…….”

지금 그들의 앞에 있는 건 자그마치 S급 헌터.

그냥 S급도 아닌.

“탈국가 전력…….”

군사용어로는 비대칭, 헌터 용어로는 탈국가, 사람들이 부르기로는.

“S급을 넘은 S급…….”

탈 S급.

말 그대로 S급 호칭마저도 흔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전력.

더군다나.

“블러디 독. 어째서 저 깡패 같은 인간이 여기까지?”

상대는 험하기로 유명한 용병 헌터.

2m가 넘는 우람하다 못해 광활한 체구, 사나운 얼굴과 눈에서 피어나는 폭력성.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일 정도의 기세.

갑자기 훈련장에 뛰어내린 놈이 주변을 둘러보며 으르렁거렸다.

“이게 훈련인지 아니면 계집애들 소꿉놀이인지 모르겠는데?”

그의 조롱에 미군들이 인상을 찌푸렸으나 감히 반발하진 못했다.

녀석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놈은 반발하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손을 휘두를 놈이었다.

그가 아무 말 못 하는 미군들 보며 키득거리곤.

“응? 뭐야 밑에 사람이 있었네?”

자신의 가슴팍 바로 앞.

우두커니 서 있는 강현을 바라보며 놀라는 시늉을 했다.

물론 진짜 몰랐을 리가 없다.

일부러 노리고 떨어져 내린 거니까.

그가 아무 말 없는 강현을 보며 더욱 사납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거 겁먹었는지 아무 말도 못 하잖아?”

검성의 제자라 해서 찾아왔더니만 고작 이 정도인가?

그가 한껏 대흉근을 부풀리며 강현과 자신의 크기를 비교했다.

강현도 작은 덩치가 아니지만 블러디 독 앞에서는 초라할 정도.

그의 담담한 표정을 마주한 놈이 눈썹을 꿈틀 움직였고.

“걸리적거리니까 꺼져.”

후우웅.

손에 거력을 담아 강현에게 휘두르는 순간.

강현이 마주 손을 들어 올려 그의 팔을 막아 냈다.

분명 강현을 저 멀리 바다까지 날릴 작정으로 휘두른 팔이건만.

어떠한 소리도 없이 멈췄다.

“응?”

차라리 힘을 써서 막았다면 모를까.

아무런 반동도 아무런 느낌도 없다.

마치 거대한 솜을 향해 손을 휘두른 기분.

아니, 솜도 이것보단 타격감이 있을 거다.

“뭔 개짓거리를 한 거야? 응?”

놈이 이거 재밌네 하는 표정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순간.

강현이 눈동자를 들어 놈을 마주보았고.

블러디독이 끝없는 심연을 마주한 것처럼 아찔함을 느꼈다.

새까맣게 가라앉은 강현의 눈동자.

네이비실이 블러디 독의 등장에 놀랐다면.

“말릴 수 있겠냐?”

“저렇게 화난 최강현 병장님은 처음 봅니다.”

“성민아, 너 예전에 까분 적 있잖아. 저 때도 저랬어?”

“으으, 그때는 선녀였습니다. 지금은…….”

신에게 기도하는 수밖에는.

나름 강현의 분노를 맛봤던 이성민마저 이미 글렀다며 고개를 저을 정도.

그들에겐 블러디 독 따위보다 강현의 분노가 더욱 무서웠다.

그리고 그런 분대원들의 반응을 눈치챈 놈이.

“호오 이거 재밌군. 네 친구들은 네가 무섭다는데? 이거 확인시켜 줘야겠어. 누가 더 무서운지.”

강현을 향해 다시금 손을 뻗으려 할 때.

강현이 그의 손을 터억 잡고는.

“야.”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가 화가 난 이유는 하나.

“밥, 어떻게 할 거냐?”

“뭐?”

“점심 흙 들어가서 못 먹잖아. 어쩔 거냐고.”

“점심?”

“훈련 중 점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이 새끼야?”

강현의 눈이 이젠 새까맣게 불타올랐고.

피부가 저릿거릴 정도의 살기가 블러디 독을 휘감았다.

고작 점심 때문에 화를 낸다고?

아무 이유 없이 시비 걸었던 자신의 행동은 생각지도 않고 황당해할 때.

“3초 준다. 당장 점심 새로 차려 와.”

“뭐?”

“3초 준다고.”

“아니, 그러니까 뭘 하라고?”

“점심 차려 오라고 했다.”

강현의 단호한 발언에 놈이 얼굴을 와락 찌푸리곤 기세를 뿜어대며 위협했다.

“이봐,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아니면 겁대가리를 상실한 거야? 죽고 싶어?”

“네가 누군지 알 바 아니고, 아가리 냄새나니까 치워. 그리고 여러 번 말하게 하지 마. 뇌도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알아듣지 못하는 건가? 명령도 고중량 저반복으로 해 줘야 해? 아니면 단백질 흡수하느라 뇌가 안 돌아가? 점심 가져오라고 쌍놈 새끼야.”

“하!”

블러디 독도 이런 미친놈은 처음이라 크게 웃고는.

“이 개새끼가!”

강현을 진심으로 공격하려는 순간.

“뭐 하냐?”

강현의 목소리가 스산하게 울렸고.

“3초 지났잖아.”

파앙!

어느새 자신이 날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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