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화 천무
K-239 다연장 로켓, 별칭 천무.
자그마치 구경 131mm, 사거리만 30km가 넘는 구룡2 로켓을 40발이나 연이어 쏠 수 있는 녀석.
쉽게 말해서.
“존나 쎄지.”
포방부라는 별명에 걸맞은 매우 강력한 무기였다.
특히 한 발 한 발 포를 쏴야 하는 자주포와 다르게 한꺼번에 쏟아붓는 화력 덕에 한 번에 드넓은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단일 개체로서는 거의 최강의 화력.
심지어 대부분 과정이 자동화되어 적은 인원으로도 쉽게 운용할 수 있는 무기.
“뿐만 아니라. 탄두 지원만 충분하다면 재장전도 빠르거든.”
40발을 하나하나씩 장착하는 게 아닌 묶음으로 바로 장착 가능하니 장전 속도도 빨랐고.
그만큼 사격 속도도 빨랐다.
심지어.
“뭐, 단점이라면 탄두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이다만 뭐, 그거야 따로 놓고 봐서 그런 거지 가성비로 따지면 그리 비싼 게 아니에요.”
가성비마저 뛰어난.
“생각해 봐라. 40발의 포탄이 일제히 쏟아지는 모습을. 정말 무시무시하지 않니? 천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녀석이야.”
천무라는 이름에 걸맞는 무기.
그런데 그런 대단한 무기가,
“왜 우리 부대에?”
한미연합훈련을 준비하고 있던 3중대 연병장에 들어섰다.
다들 자주포는 종종 가까이서 봤어도 다연장 로켓은 처음 봤기에 연신 감탄을 뱉는 중.
그만큼 천무는 귀한 물건.
그리고 이런 귀한 무기를 3중대까지 가져온 강준진의 어깨가 정수리를 넘길 듯 솟아올랐다.
“내가 힘 좀 썼지!”
그야말로 힘썼다, 조금 아니고 너무 많이 써서 하마터면 똥 쌀 뻔했다.
헌터 특임대장, 별 하나인 그도 한 개 중대에 천무를 배치한다는 무리수를 납득시키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써야 했다.
어째서 이 비싼 현대 화기가 필요하며 그게 다른 곳도 아닌 3군단.
그중에서도 1대대 3중대에 배치되어야만 하는가.
‘진짜 하마터면 내가 똥 될 뻔했지.’
눈물겨웠던 사투를 생각하자 코끝이 아려왔다.
끊임없는 반려와 추궁.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겨울 정도로 이유를 설명하고 끝없이 피력했다.
이 무기 하나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음을!
모두가 왜냐고 물을 때 강준진은 당당히 대답했다.
“그거야 강현이가 있으니까!”
그때를 기억한다.
차가운 겨울, 혹한기 훈련 때 단 한 방으로 거인의 머리통을 날렸던 자주포의 위력을.
그 어떤 헌터가 그리할 수 있을까.
아마 산군이나 태풍 정도나 되어야 가능할까.
홀로는 불가능할지도.
그러나 그 당시의 강현은 그런 대단한 일을 현대화기, 자주포 한 발로 해냈다.
“지휘관으로서 어떻게 그 능력을 썩히겠느냔 말이야!”
누구라도 이를 목격했다면 강현에게 뭐라도 쥐여 주려고 했을 거다.
강준진은 조금 욕심을 부렸을 뿐.
어쨌든.
“강현아! 걱정 말고 질러라! 예산도 확보해 놨다!”
천무를 3중대 직속 화기로 배정하는데 성공했다.
[이전 태극훈련 중 발생한 거대한 재해를 막아낸 보상을 수령합니다!]
[다연장 로켓 천무를 획득했습니다!]
강현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다가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서야 잊고 지냈던 보상을 떠올렸다.
태극훈련 중 주교가 나타났고 천안룡을 소환했지.
당시 강현은 연이은 행운의 결과와 태풍, 산군, 검성의 조력으로 천안룡을 무력화했다.
마침내 주교를 죽인 후.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며 얻었던 보상.
지금껏 소식이 없기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좋은데?’
늦었던 만큼 보상이 너무 훌륭했다.
강현 또한 강준진의 말대로 천무를 보며 심장이 뛰었다.
‘전투에선 어떨까?’
강현이야말로 현대화기의 참된 위력을 가장 잘 알고 있다.
k-2, 3같은 총부터, rpg, 유탄 발사기와 자주포까지.
그에겐 검술 말고도 강력한 무기가 또 있었고.
강현은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하는 외골수가 아니었다.
즉.
‘많으면 많을수록, 강하면 강할수록 좋지.’
천무의 등장은 강현에겐 반가운 소식.
제왕제검에 이어 이번엔 로켓포라니.
그것도 40발을 한꺼번에 쏴 재낄 수 있는 녀석이라니.
당장이라도 사용해 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으나.
“그럼 사용법은 따로 배워야 하는 겁니까?”
걸리는 점 한 가지.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강현이야 천무에 접촉하는 순간 경험을 빨아들일 테니 바로 사용법을 습득할 수 있을 거고.
조준도 스킬이 있으니 문제없다.
하지만 재장전 등에는 분대원들의 도움이 필요할 터.
가르치면 되겠지만 시간이 걸릴 걸 생각하니 아쉬웠다.
물론.
“이미 교육이 끝난 전문가들을 초빙했지. 이제 나와도 된다네.”
강준진이 이런 선물을 준비하며 그것 하나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강준진의 부름에 반가운 얼굴들이 천무 뒤에서 나타났다.
“충성! 포병대 신 중사 외 8명! 특임대 3중대 파견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바로 강현과 함께 혹한기를 같이했던 전우들.
그중 신 중사는 강현을 은인으로 여겼다.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부모님을 만나게 해준 사람이니까.
계급을 떠나 가장 믿을 수 있는 전우.
[천무와 이를 보조하는 신 중사 분대가 군단에 추가되었습니다! 군 작전사령부에 새로운 화력을 추가합니다! 군단 능력이 적용됩니다!]
* * *
그리고 강현과 강준진은 지금이 바로 천무의 화력을 시험해 볼 때라 판단.
사실 끝까지 아끼자는 생각이었으나.
“돈이 문제가 아니야. 지금 돈보다 더 중요한 게 달려 있다.”
“맞습니다.”
둘의 뜻이 일치했다.
여기서 미군의 화력에 밀렸다간 앞으로 작전에 차질이 생긴다.
피닉스나 다른 능력으로 압도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이왕이면 첫 방부터 주특기를 꺾어 버리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을 듯싶습니다.”
“으음!”
강현의 말에 강준진이 깊은 탄성으로 동의했다.
아주 잘 자라 주었구나.
물론 자신이 키운 건 아니지만.
그리하여 미군이 항공모함에서 전투기와 헬기 등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폭격을 준비할 때.
강현은 천무에 마나를 쏟아부었다.
[화기 마스터리, 마력지체, 정밀함, 절약정신 등 관련 스킬 일체를 발동합니다!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높은 마력 스텟으로 인해 마나가 더욱 강력한 힘을 품습니다!]
강현의 마나가 천무 안에 차곡차곡 쌓였고.
다연장 로켓 하나하나에 점차 밀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강현의 마나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던 천무가.
우우웅.
낮은 공명음을 내기 시작.
이내 40여 발의 로켓이 은은한 푸른빛을 머금었다.
원래라면 여기서 끝냈을 거다.
너무 강한 위력에 천무 자체가 망가질 수 있으므로.
그러나.
[연구책임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흐름 파악으로 스킬을 보조합니다!]
[천무의 마나 수용 한계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현재 상태: 문제없음]
강현의 능력 또한 그동안 더욱 성장했고 이전보다 더욱 많은 마나를 천무에 주입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밀한 곳까지 조율해서 강화할 수 있다는 거지만.
결과적으론 전체 마나 저장량이 늘었다.
“마나 충전 완료!”
강현의 외침에.
“분대 사격 준비! 다음 장전도 준비해!”
신 중사와 분대원들이 여분의 포탄 장전을 준비했으나.
“아닙니다. 이걸로 충분합니다.”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단 마흔 발.
이거면 충분했다.
“발사!”
“발사!”
“포탄 발사!”
강현의 우렁찬 외침에 신 중사와 분대원들이 복명복창하며 로켓을 발사.
곧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연이어 울렸고.
뒤로는 짙은 마나 연기를 뿜어내며.
슈우우욱!
로켓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른 마흔 발의 포탄들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 하기 전.
“좀 제대로 보여 줘 볼까.”
강현이 포탄들을 지휘하듯 손가락을 움직였고.
[제왕제검을 발동합니다! 제왕제검을 변형하여 다른 물체를 조종합니다]
[구찌와 시야를 공유, 지휘통제실 스킬을 사용하여 각 포탄을 완벽히 통제합니다!]
그의 손짓에 포탄이 하늘을 유영하기 시작.
“뀨우우!”
[구찌의 사멸의 불꽃이 포탄에 더해집니다!]
구찌가 힘을 더하니 로켓의 궤적을 따라 기다란 불꽃이 타올랐다.
그때까지 승리를 확신하던 미군들이.
“왓 더…?”
“오, 신이시여.”
“저 빌어먹을 로켓은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제기랄, 보기만 해도 끔찍하군.”
눈을 부릅뜬 채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로켓을 바라보았다.
푸른 포탄이 휘돌며 붉은 불길을 만들어 내는 광경.
현대 화기를 마치 제 스킬처럼 다루는 모습이라니.
이미 그것만으로도 믿기 어려운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현이 손을 아래로 내리긋자.
[만천화우, 제왕제검을 결합합니다! 새로운 합성 스킬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습득했습니다!]
하늘을 새빨갛게 달구던 로켓들이 일제히 강현이 설정한 목표에 떨어져 내렸고.
모두의 시야를 하얗게 물들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지를 벗어난 충격은 일시적으로 모두의 감각을 마비시켰고.
그들이 눈을 떴을 땐.
“지져스 크라이스트!”
“맙소사…가루가 되어 버렸잖아.”
“그야말로 마법이군.”
완전한 폐허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건물을 타오르던 거대 괴수도, 길목을 점령한 오우거와 트롤, 오크 군대도.
하늘을 날아다니던 블랙 와이번들과 건물 사이를 뛰놀던 만티코어도.
사방에서 위용을 자랑하던 거인들도.
모두 하얀 재가 되어 흩날렸다.
폭격이라기보단 소멸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위력.
미군들이 생전 처음 보는 화력에 말을 잊고 있는 동안.
“어, 음… 오- 와우.”
강준진과 선설민 등 다른 이들도 말을 잊은 건 마찬가지.
‘예상하신 겁니까?’
‘저 정도일 줄은 몰랐지! 아니 알았지! 그러니까 내가 강현이 준 거지!’
선설민의 물음에 강준진이 고개를 흔들다가 급히 정신을 차리곤 어깨를 쭉 폈다.
‘몰랐구먼.’
물론 자리에 있던 한국군 간부들은 눈치챘으나.
그러면 어떤가? 이기면 장땡이지.
이는 병사들도 마찬가지.
“역시 전쟁은 화기로 하는 거지.”
“방금은 화기로 하는 거 아니라며?”
“이기는 쪽이 우리 편 아니겠습니까?”
이성민의 너스레에 장만수가 피식 웃다가 문득 떠올린 의문.
“근데 강현이 저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강해지고 있는 거야.”
강현의 힘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볼 때마다 또 새로웠다,
거기서 더 강해질 수 있다니.
아니 어쩌면 이미 녀석의 강함은 우리의 인지를 벗어난 것 아닐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입을 쩍 벌리며 놀라는 미군들의 표정을 보니 뭔가 상쾌하면서도 통쾌한 게.
“그래 이기는 쪽이 우리 편이지.”
이성민의 말대로였다.
“지져스 크라잉.”
“미친놈아, 그거 아니야.”
“아, 그래?”
“목교스 크라잉. 진짜 최강현 병장님은 전설이시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폭발이었다.”
오목교가 괜히 미군 따라 해 보겠답시고 영어 한 마디를 들먹이고선.
“그럼 이번엔 우리 차례겠구먼!”
두 주먹을 힘차게 부딪쳤다.
“그런데 우리가 건들게 남아 있겠냐?”
“가서 잔해만 구경할 거 같습니다.”
문제는 강현이 그들이 활약할 기회를 남겨 두지 않았다는 점.
그러나.
“특임대장님이 그렇게 두시겠습니까?”
오목교는 확신했다.
강준진이 여기서 멈출 리가 없다고.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보셨습니까? 단 마흔 발. 마흔 발로 저렇게 만들어 버린걸.”
“…….”
“이거 더 싸우고 싶은데 싸울 건더기가 없어서 말입니다. 참 강현이한테 힘 조절을 하라고 했어야 했는데.”
“…….”
“하하하하! 이거 미국의 화력과 강현이의 화력이 함께한다면 무서울 게 없겠습니다!”
하하하하하!
그의 웃음에 미군 수뇌부들의 얼굴이 구겨질 때.
“그러나 정예라는 말은 아직 증명하지 못했죠.”
강준진이 그들을 보며 아직 보여 줄 쇼가 남았음을 암시했다.
오목교의 말대로.
강준진은 여기서 그칠 생각이 없었다.
강현의 화력으로 화기의 우위를 보여 주었으니.
이번에는 병사들의 우위를 보여 주어야 할 때.
곧.
-여기는 대장. 전 병력에게 알린다. 전투 준비. 다시 알린다. 전투 준비
무전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오목교를 비롯한 각 군단 특임대가 사나운 미소를 지었고.
-상황 재부여. 전투 상황 재부여.
강준진이 이번엔 전선을 헤쳐 온 특임대의 진정한 위력을 보여 주리라 결심하며 그들에게 위기를 부여했다.
-폭격으로 적 1차 섬멸 직후 대규모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 발생 웨이브 몰아칠 예정
물론 그들이 가장 자신 있는 쪽으로.
-각 군단은 전선을 형성하여 웨이브를 막아 내도록.
그리고 가장 훈련을 많이 한 분야로.
-포격 및 공중 지원은 없다.
강현이 제외된다는 소식에도 특임대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눈을 번쩍였다.
지난 몇 주간 놀았던 게 아니다.
마침 그걸 보여 줄 무대가 필요했는데.
지금 이곳, 미군들이 보고 있는 훈련장은 완벽한 무대!
- 실망시키지 마라. 전군 전투 준비.
강준진의 명령에.
“크아아악!”
“으러러럴!”
“모두 죽여 버려!”
“가즈아아악!”
고삐 풀린 맹수와 같이 특임대가 이성을 잃고 전장을 향해 돌진했고.
“저것이 k-아미?”
“리얼 방탄소년단이로군… 홀리 쉿.”
미군들이 그 광기를 보며 침을 꼴딱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