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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57화 (257/277)

257화 병장 최강현

“신고합니다! 상병 최강현, 상병에서 병장으로 일 계급 진급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강현의 우렁찬 목소리가 지휘통제실에 울려 퍼졌고.

“오, 축하한다. 강현아. 와, 네가 벌써 병장이야?”

“축하드립니다, 최강현 병장님.”

지휘통제실에 있는 당직병들의 축하에 이어.

“이야, 이거 벌써 강현이가 병장인가? 이등병 때, 막 전입 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서윤진이 강현의 가슴팍에 병장 계급장을 달아 주며 시원스레 미소 지었다.

“병장! 최강현!”

강현이 관등 성명으로 기쁜 마음을 대신했고.

“오, 최강현 병장님 이등병 시절? 그땐 어땠습니까?”

후임이 강현의 이등병 시절을 물었다.

안 그래도 전입 왔을 때부터 강현의 명성이 높았던지라 그의 이등병 시절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으음, 어땠더라?”

당직병 선임이 생각하길 잠깐.

“그때 전입 온 첫날부터 게이트 무력화했잖아.”

서윤진의 말에 기억을 떠올린 병장이 강현을 어이없다는 듯 보았다.

“맞다. 저 괴물 녀석 전입 첫날부터 활약해서 포상금 받았지 않았습니까?”

“전입 첫날에 말입니까?”

“그럼 그때 기억나지! 전입 오자마자 갑자기 상황 터졌거든.”

후임의 물음에 중대장 서윤진 대위가 마치 자기 이야기라도 하듯 가슴을 쭉 펴며 으스댔다.

“당시에 게이트 열려서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까 성장형 게이트였거든.”

“맞습니다.”

“다들 싸움 각오할 때. 강현이 빵! 적 저격했지.”

“처음에 총소리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관심병사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복덩이였던 거지.”

“그때 몰려들던 놈들 대부분 혼자서 죽이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

서윤진이 당시를 떠올리며 강현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당시엔 집안 사정도 어렵고 일반인에서 헌터가 되었다길래 걱정을 많이 했건만.

‘이젠 가장 의지하고 있으니까.’

서윤진이 중대장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생각임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강현에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떠오르는 것만 해도 머릿속을 가득 채울 정도.

그런 강현이가 벌써 병장이라니.

“고생 많았어.”

“병장 최강현. 감사합니다.”

강현이 서윤진 대위와 마주 악수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버텼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전우들과 함께하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

문득, 서윤진이 입을 헤 벌린 채 강현의 무용담을 듣던 신병들을 향해 씩 웃더니.

“방금 들었지! 너희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하면 여기 최강현 병장처럼 할 수 있단 말이야. 알겠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흐음? 정말?”

“정말입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 들리는걸? 뭐라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병들의 목소리가 지휘통제실을 넘어 밖에까지 요동치고 나서야.

“그래, 이제 좀 들을 만하네.”

서윤진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신병들은 지금 정신이 없었다.

‘개꿀잼 몰카인가?’

심지어 몇몇은 이렇게 생각할 정도.

자대 배치받았더니 중대장은 적발의 미녀.

이름을 듣고는 더욱 놀랐다.

서윤진, 산군 서대호의 손녀란다.

그뿐만 아니라 선임은 이등병 때부터 성장형 게이트를 박살 내고 포상금을 받았다는 전설의 에이스.

‘그게 가능해?’

‘산군의 손녀? 손녀어어?’

‘근데 이쁘다.’

헌터 특임대에 자원입대 신청을 했을 때만 해도 암울한 미래를 생각했다.

특임대하면 생각나는 고정 관념들.

헌터로서 능력이 부족해 도망치는 곳, 길드 시험 전 경력을 쌓는 장소.

극단적으로 말하면 헌터들의 짬통.

그런데 그들이 보기에 자신들이 배치받은 3중대는 뭔가 달랐다.

선임들의 표정도 너무나 밝았고.

특히 헌터들의 짬통이라기엔 곳곳에 강자들이 보였다.

지금 막 병장을 단 강현은 그중에서도 더욱 특별해 보였다.

실제로.

“쉐도우 파이어… 아니십니까?”

“…뭐?”

신병 중 한 명이 입대 전 뉴튜브에서 본 영상을 떠올렸다.

외국인들이 놀라는 표정 밑, 제목으로 세계가 놀란 k-헌터 top5라 적혀 있는 조잡하지만 자극적인 섬네일.

물론 내용도 별것 없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산군, 태풍, 검성에 관한 이야기들.

그런데.

그 마지막.

-최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헌터가 있다. 창연 초등학교 몬스터 웨이브 사건을 통해 이름을 알린 헌터! 바로 쉐도우 파이어.

-그 행적이 묘연해 다들 정부 기관 소속 헌터 또는 정체를 숨긴 다른 유명한 헌터가 아니냐 하지만.

그의 정체는 바로 특임대, 한국군 소속이라는 점!

영상에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진 속, 강현의 짧은 머리와 각 잡힌 몸짓 등을 증거로 내세웠다.

물론 당시에는.

“에이씨 국뽕도 정도가 있지. 미쳤나 진짜. 이런 걸 왜 보는 거야?”

정작 자신도 흥미진진하게 봤으면서 괜히 투덜거렸다.

그런데.

“혹시 정말 쉐도우 파이어 병장님이십니까?”

뉴튜브에서 봤던 얼굴과 강현의 얼굴이 겹쳤고.

신병의 감격 어린 물음에.

“쉐도우 파이어?”

강현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반면.

푸흡, 크큭.

“쉐, 쉐도우 파이엌 크크큭.”

“그림자 불꽃. 엌 진짜 프흐흑!”

상황실에 있던 병사들과 서윤진 대위가 숨죽여 웃었다.

신병이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나 안절부절못할 때.

“뭐, 맞긴 한데 그 이름은 피해 주라. 좀 창피해서.”

강현이 고개를 저으며 지통실을 나섰다.

“오, 강현이 병장 달았네? 벌써 병장이란 말이야?”

“으으, 최강현 병장님 전역 안 하시면 안 됩니까?”

“크으, 병장 계급장 완전 잘 어울리지 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중대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걸음도 당당히 생활관에 입성.

“병장 최강현! 도착했습니다!”

“이야 내 맞후임이 드디어 병장을 달았네!”

“맞선임께서 병장을 달다니 저도 이제 얼마 안 남았나 봅니다.”

“인마, 내가 얼마 안 남은 거지. 넌 아직 멀었지.”

분대원들이 강현의 병장 진급을 축하했다.

장만수는 벌써 자신의 맞후임이 병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싱글벙글.

이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싱글벙글한 이유가 또 있었다.

“어? 김 하사님 아직 안 왔습니까?”

강현의 물음에 장만수가 더욱 환하게 미소 지었다.

“김대영 병장님? 아니 김대영 하사님? 지금 오고 있을걸?”

장만수는 그야말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

그리고 때마침.

“어? 강현이 왔냐?”

“충-성! 1생활관 일과 중!”

“오냐.”

어깨에 하사 견장을 단 김대영이 등장했다.

그가 잠시 새롭게 단 견장을 자랑하려니.

“크하하하하!”

장만수가 난데없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거 아십니까? 제가 이제 김 하사님보다 일찍 전역합니다! 크학학!”

김대영보다 일찍 전역한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좋은지 박장대소했다.

그런데.

김대영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너라고 다를 줄 아냐?”

“잘못 들었습니다?”

“어휴 이 눈치 없는 놈아 아직도 그렇게 눈치가 없어?”

오히려 장만수를 타박했다.

다들 영문을 몰라 의아해할 때.

“아직 큰 싸움 남았잖냐. 강현이만 남겨 두고 어딜 가겠냐?”

“아…….”

“나 빠지고 분대 전력 빵꾸나면 더 힘들어질 텐데. 선임이 되어서 그걸 어떻게 외면하겠어!”

“아, 맞습니다.”

“분대원들 두고, 중대원들 두고 어딜 가. 잠깐 전문하사하고 전역 늦어지는 게 문제야? 애들 살리고 강현이 돕는 게 먼저지. 장만수, 정신 차려.”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김대영의 말에 장만수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수그렸다.

김대영이 그런 뜻으로 전문하사에 지원했다고는 생각 못 했다.

그런 장만수를 보던 김대영이 넌지시.

“그래서, 너도 전문하사 하쉴?”

뒤에 숨기고 있던 전문하사 신청서를 내밀었고.

“으으, 그거 저리 치우십쇼. 으으으!”

장만수가 발작하듯 신청서를 피했다.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김대영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가.

“…….”

강현을 빤히 바라보길 잠시.

“하긴 넌 하려면 장군까지 할 수 있는데 전문하사는 무슨.”

금세 포기해 버렸다.

“혼자 이 즐거움을 누릴 순 없지, 흐흐흐.”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김대영이 불안에 떠는 어린양들을 보며 음침한 웃음을 흘릴 때.

“그럼 따로 나가서 지내십니까?”

“아, 비오큐? 안 그래도 거기 배정해 준다 했는데 거절했다. 그냥 생활관에 있으려고.”

강현의 물음에 김대영이 고개를 저었다.

“으윽? 기껏 하사 견장까지 달고선 왜 여기서 지내십니까?”

“불만이냐? 장만수?”

“아니, 그게 아니라.”

“장만수? 어라? 이제 말년이라고 관등 성명도 안 대네?”

“병장 장만수. 그게 아니라. 간부 막사에서 지내면 편하지 않습니까. 사회인 느낌도 내고.”

장만수의 말에 분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 좋은 기회를 왜?

김대영이 머리를 긁적이다.

“그럼 상황 출동을 즉각적으로 못 하잖냐.”

나름의 이유를 뱉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니까.”

현재 3중대, 아니 3군단 특임대 더 나아가 1, 2군단 특임대는 따로 전쟁을 준비 중이었다.

처음엔 간부들부터 시작, 나중엔 병사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몇몇은 의문을 몇몇은 불만을 품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결심했다.

마지막 순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싸우리라.

우리의 결의.

그래서일까, 아직 마지막 싸움까진 시간이 남았음에도 부대의 분위기는 어딘가 팽팽했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강현이 긴장한 분대원들을 보며 확신했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얼마 남지 않은 한미 연합훈련, 그리고 마지막 싸움을 대비하여 훈련에 돌입했다.

* * *

연합훈련 대비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1, 2, 3군단 특임대가 함께 연일 강도 높은 훈련 중.

그중에서도.

“최강현 오늘은 내가 너 이긴다!”

“쟤 또 왔네.”

“어? 궁건 일병 왔어요? 와서 이것 좀 먹고 가.”

남궁건은 3군단 병사들이 먹을 걸 챙겨줄 정도로 친숙해졌다.

거기다 매일 강현한테 덤볐다가 깨지기 일쑤.

그게 불쌍해서라도 챙겨 줬다,

“큼, 크흠 저는 먹을 걸 먹으러 온 게.”

“일단 먹고 싸워. 뭘 그렇게 서둘러? 어차피 질 건데.”

“이익, 당장 검을 들어 최강현!”

강현의 농담에 남궁건이 분노하며 바락바락 소리 질렀고.

자리에 모여 있던 군단 병사들이 와악 웃었다.

합동 훈련을 마무리 지은 저녁.

“연합훈련까지 일주일! 모두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들어가서 푹 쉬고 내일 또 훈련 이어가자!”

서윤진의 격려에 다들 우렁차게 답한 뒤.

“야, 뉴스 좀 켜 봐.”

“요즘 뉴스를 자주 보십니다?”

“아니, 게이트 같은 거 자주 열리잖냐 틈틈이 봐야지.”

김대영의 주문에 막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틀려던 장만수가 입을 비죽대며 뉴스를 틀었고.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어느 때보다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진다는 소식입니다.”

“전례 없는 규모라죠? 어느 정도이길래 그런가요?”

“최대급 크기 항모를 비롯하여 이를 호위하는 기함들의 규모와 구성도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그런데 더 눈여겨볼 점은 안에 탄 구성원이죠.”

“이전 훈련과 뭔가 다른가요?”

“이번엔 전 병력을 헌터 네이비실로 구성했고요. 미군 헌터 관계자들로 채워놨다고 합니다. 즉 단순 훈련이 아니라 대규모 게이트 관련 대비 훈련이라고 할 수 있죠.”

“안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헌터 협회 총회의와 이번 훈련이 관련이 있다 할 수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총회의와 겸하여 대규모 훈련을 통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랜덤 게이트 즉 이상 상황을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각국 헌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연합이 필요할 때라는 거군요.”

“네, 실제로 유엔 안보리 회의 안건에 관련 내용을 상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지요.”

“모두가 한국으로 모이는 걸 보아 그만큼 한국 헌터계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리 볼 수도 있을까요?”

분대원들이 뉴스를 보며 긴장한 듯 침을 꿀떡꿀떡 넘겼다.

“우리도 저기 포함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헌터 네이비실 강합니까?”

“글쎄다 나도 본 적이 없어서.”

“근데 만일 같이 작전하면 대화는 어떻게 합니까?”

오목교의 뜬금없지만 현실적인 물음에 다들 딴청을 부리며 외면할 때.

“다음 소식입니다. 앞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보내 드렸는데요. 최근 헌터 협회 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국 헌터들이 입국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테이머로 유명한 데이비스 가문의 신수 테이머, 제니퍼 데이비스의 입국 소식입니다.”

모두가 제니퍼 데이비스라는 말에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 보이는 인천공항, 많은 기자가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화려한 금발, 선글라스를 쓴 늘씬한 미녀가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

찰칵, 촤르르륵, 찰칵!

연이어 터지는 플래시와 셔터 소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익숙한 듯 아랑곳하지 않은 그녀가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화면이 바뀌고 마련된 인터뷰자리.

아직도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제니퍼 씨 안녕하세요!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리포터가 마치 해외 유명 배우를 대하듯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오, 땡큐-!”

그녀가 활짝 웃으며 꽃다발을 안아 들었고.

“한국에 오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팬들의 환호 속, 리포터의 질문에.

그녀가 영어로 답하길 잠깐.

“가장 보고 싶은 게 뭔가요? 아니면 만나고 싶다거나? 먹고 싶은 건요?”

촉박한 시간 속, 쏟아낸 질문에.

그녀가 고민하길 잠시.

선그라스를 벗자 푸른 눈동자가 도드라졌다.

“한국에 피닉스가 있다고 들었어요, 가장 보고 싶고, 만나고 싶네요. 먹을 순… 없겠지만요. 그 주인은 먹을 수 있을지도. 여러 의미로요. 사뢍해용, 한쿸.”

코를 찡긋거리며 가벼운 농담을 건넸고.

“마지막 싸뢍해요만 알아듣겠는데 앞에는 뭐라 그런 거야?”

“…음, 뭐 대충 최강현 병장님을 잡아먹겠답니다.”

이성민의 어설픈 영어 해석에.

“오히려 좋지.”

“부러운 놈.”

생활관 모두가 부러운 눈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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