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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49화 (249/277)

249화 고민과 결심

얼마나 울었을까.

복귀할 때까지만 해도 노을이 막 지던 하늘이.

강현이 눈물을 그칠 즈음에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할머니의 품에 안겨 울고 나자.

“괜찮다… 괜찮아…….”

강현의 숨이 가라앉았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강현이 문득.

“할머니 한번 걸어 보세요.”

할머니의 품에서 벗어나며 대뜸 걸어 볼 걸 권했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 미처 신경 쓰지 못했지만.

분명 구찌가 따라 울며 흘린 눈물이 할머니의 옷소매에 닿았을 때.

[피닉스의 눈물로 신체를 복원합니다!]

이런 알림이 떠올랐다.

할머니의 신체가 복원되었다니?

강현의 말에 의아해하던 할머니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가.

“응? 으응? 이게 뭐람?”

점점 걸음을 빨리했고 이어서 팔을 휘적휘적 휘둘러 보았으나.

“안 아프다! 강현아 관절이 안 아파!”

평소와 다르게 아픈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무거운 리어카를 끄느라 망가졌던 무릎이.

무거운 물건을 지탱하느라 우둑우둑 소리가 남에도 쉬지 못했던 팔꿈치가.

세월의 무게 때문일까 고생의 무게 때문일까 쉬이 들리지 않았던 어깨가.

“완전히 나았구나. 이상하게 하나도 아프지가 않아.”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새것처럼 쌩쌩했다.

할머니가 놀라서 눈을 껌뻑일 때.

“뀨우!”

구찌가 할머니 무릎에 머리를 부볐고.

“아가, 네가 낫게 해 준 거니?”

할머니가 구찌를 항해 무릎을 굽히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릎을 굽히지도 허리를 쉬이 숙이지도 못해 끙끙거리며 간신히 쓰다듬어 주었겠으나.

지금은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서연이와 강현이 마주보길 잠깐.

“잘됐다. 히이-.”

“그러게.”

마주 미소 지었다.

내심 할머니의 건강이 신경 쓰였는데 다행이다.

“앗, 왕할머니 우리 버리시면 안 돼요~.”

“끼이잉.”

“저희가 더 열심히 하겠슴다!”

반면 항상 옆에서 할머니를 보조해 주었던 요정들과 구름이가 자신들의 운명을 걱정할 때.

“그럼 우리 귀여운 요정들이랑 구름이를 왜 버리겠니. 이리들 오려무나.”

할머니가 오랜만에 걱정 없이 팔을 활짝 펼쳤고.

구찌를 비롯하여 그들을 모두 품어 주었다.

그리고는 강현을 달랬듯 그들을 따뜻한 목소리로 토닥여 주었다.

“항상 고맙구나. 우리 서연이와 함께해 줘서. 도와줘서 항상 고마워.”

“왕할머니, 히잉.”

“왕왕!”

“할머니, 나도! 나도!”

요정들과 구름이가 울먹이자 서연이도 안아 달라며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현도 따뜻한 마음에 더욱 환히 미소 지었다.

그래, 슬픔은 빨리 털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강현이 결심할 때.

반짝.

발 옆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았고.

“이건?”

곧 풀 사이에 모여 있는 작은 보석 무더기를 발견했다.

집 마당에 왜 이런 게?

강현이 잠시 살펴보려 할 때.

[연구 책임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대상을 분석합니다. 엄청난 치유의 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대상 확인 완료. 피닉스의 눈물 무더기입니다!]

그가 알아채기도 전에 연구자의 눈이 정체를 알려 주었다.

아까 구찌가 흘렸던 눈물이 결정이 된 모양.

강현이 이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올렸고.

“뀨우웅!”

지금은 할머니의 주변에서 화르륵거리며 좋아하는 구찌를 바라보았다.

* * *

구찌가 2차 부활을 끝낸 건 대주교와 싸움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강현이 낙월을 발동, 거대한 달을 가장 취약한 부위에 떨어뜨린 순간.

대주교의 이면 세계이자 그가 존재하는 공간이 산산이 부서졌다.

-안 돼! 안 돼애애액!

놈이 절규하며 공간을 다시 붙여 보려 했지만.

“돼!”

강현은 단호히 놈을 향해 심판을 내렸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고.

깨지는 세계 속에서.

“가자!”

강현이 탈출을 시도했다.

천안룡 위에 부상자들을 태우고 그림자와 백염으로 무너지는 공간을 막으며 전진하길 잠시.

우르르르!

-어차피 죽을 거면 같이 죽어라!

드디어 대주교가 살겠다는 의지를 포기했는지 이제는 강현을 향해 살의를 드러냈다.

가더라도 혼자 가지 않으리라!

놈이 무너지는 몸을 막는 걸 그만두고는 공간을 더욱 빨리 붕괴시켰다.

강현을 죽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점차 빨라지는 붕괴 속도를 이용해 강현을 압박하는 대주교.

어떻게든 붕괴에 휘말리게 하려는 생각.

실제로.

삐이이익!

“뒤, 뒤에서 몰려온다!”

“어어? 뒤에 먹힌다!”

점점 닫히는 공간에 천안룡의 꽁무니가 갈려 나갔다.

강현이 백염과 그림자를 이용해 이를 막아 보려 했으나.

붕괴가 천안룡의 몸을 타고 점점 올라오니.

“크윽!”

강현이 다시금 검을 들었다.

낙월을 사용한 후라 몸이 엉망진창이었으나 이대로는 모두 먹힌다.

잠시간 회복한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 할 때.

“삐이이이익!”

천안룡이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거대한 울음과 함께 모든 힘을 뿜어냈고.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으아아악!”

“떨어진다!”

갑작스러운 허전함에 모두가 당황할 때.

-크하하핫! 이제 끝이다! 나도 죽고 너도 죽고 모두가 죽는 거다!

대주교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이제 끝났다고 생각할 때.

“구찌!”

강현이 자신의 신수를 불렀다.

그의 표정에는 당황보다 기쁨, 곤란함보다 기대감이 가득했다.

[천안룡 능력 흡수: 100%!]

눈앞에 떠오른 알림을 보았기 때문.

천안룡이 사라진 건 놈의 공격 때문이 아니었다.

구찌가 남김없이 능력을 흡수했기에 힘이 빠져나간 껍질이 바스러진 것.

그렇다면 모든 힘을 흡수한 구찌는?

[피닉스 구찌 2차 탄생을 시작합니다!]

바로 2차 탄생의 시작을 알렸다.

뀨우우우우!

아직 알에 있음에도 공간을 일렁이게 만드는 울음!

허공에 떠오른 붉은 알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쩌적.

작은 실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얇은 틈 사이로.

푸화학!

거센 불이 뿜어져 나왔다.

끝없이, 끝없이.

분명 손톱이나 들어갈까 한 작은 틈새건만.

강현이 뿜어낸 백염보다 더욱 넓고 뜨겁게.

마치 공간을 불로 덮어 버리겠다는 듯 범위를 넓혀 갔다.

그리고 이어서 강현이 뿜어낸 백염을 잡아먹었다.

아니, 백염에 옮겨붙었다.

대주교의 공간에도, 붕괴에도 옮겨붙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넓게, 끝없이.

탄생의 불꽃이 전체를 감쌌고.

“뀨!”

그 거대한 불의 둥지 속에서 구찌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여전히 귀여운 부리와 맑게 빛나는 까만 눈.

부리를 벌려 웃듯 강현을 쳐다보는 모습.

모든 게 구찌의 이전 모습과 같았으나.

뿜어내는 힘은 차원이 달랐다.

구찌의 눈을 보자 바로 알아차렸다.

지금 뿜어낸 불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뀨우우우!”

구찌가 힘차게 울자.

[신수 구찌가 새로운 스킬 사멸의 불꽃을 뿜어냅니다! 선택된 대상의 존재를 소멸시킵니다!]

대주교의 악의, 공격, 공간, 붕괴, 존재가 타올랐다.

물질 말고도 개념을 태우는 능력.

-자, 잠깐! 잠깐! 살려 줘! 살려 줘!

대주교가 강현을 향해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길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는 상대.

목숨이라도 구걸해야 한다.

-넌 절대 어둠을 못 이긴다! 절대 못 이겨! 그러니 날 살려라! 그러면 내가 어둠께 데려가 주마!

“어둠에게?”

-그래! 검성이 약해서 붙잡혔다 생각하나? 그럴 리가! 그 많은 동료와 향했던 원정이다. 그럼에도 실패했지. 난 그 이유를 알고 있고!

“…그래서 나한테는 편한 길을 제공해 주겠다는 건가?”

-살려만 준다면! 살려만 준다면!

놈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어둠에게 길을 열어 주겠다고 했다.

분명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으나.

“지랄.”

강현이 단번에 놈의 제안을 일축했다.

“너를 어떻게 믿고? 아니 왜 믿어? 너 때문에 죽고 다친 이들이 몇 명인데 이 개새끼야!”

뻔뻔하게 어디서 목숨을 구걸해 이 개버러지 같은 새끼!

말을 할수록 강현의 분노가 점점 상승했다.

“이 많은 사람을 죽이려 해 놓고 이제 와서 뭐라고? 너가 죽을 것 같으니까? 살려달라고? 어둠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지랄하지 마! 이 쓰레기 같은 새끼!”

강현의 분노에 그림자와 백염이 요동쳤고.

주인의 분노에 감응한 것인지 구찌의 불꽃도 더욱 붉게 타올랐다.

한가운데 눈을 붉게 빛내는 강현의 모습은 마치 심판자 같으니.

“죽어라. 그리고 네가 말한 그 방법은 내가 네 시체에서 찾아 가져갈 테니 걱정 마라.”

강현이 놈을 모욕하며 죽음을 선고했고.

구찌가 뿜어낸 사멸의 불꽃이 놈의 목소리까지 태워 버렸다.

그렇게 놈은 어떠한 유언도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사그라들었다.

남은 건 무너져 가는 공간뿐.

허무한 죽음.

어둠의 대주교라 불리며 많은 이를 죽이고 괴롭히던 악당의 죽음이라기엔 너무 초라했다.

강현이 잠시 이를 물며 화를 삭였고.

놈의 사멸을 확인.

[최초 업적 대주교를 살해한 자를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고물 대주교의 잔여물을 획득했습니다! 대주교가 남긴 경험과 능력을 흡수합니다!]

했던 말대로 놈의 죽음에서 능력과 경험을 흡수했다.

[그림자 왕의 마지막 조각을 흡수했습니다! 그림자 왕의 마지막 권능을 획득했습니다! 그림자 왕의 세 가지 권능 모두를 획득했습니다! 그림자 왕의 칭호를 이어받습니다!]

[새로운 고물 그림자 왕의 칭호를 획득, 안에 담긴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강현과 마찬가지로 대주교도 그림자 왕의 조각을 갖고 있었고.

놈의 것을 마지막으로 강현이 모든 그림자 조각을 모았다.

그림자 왕의 진정한 능력이자 새로운 능력을 확인하기도 전에.

“뀨우우우!”

구찌가 아직 보여 줄 능력이 남았다는 듯 거세게 울더니.

화르르륵!

대주교를 태운 채 다음 먹잇감을 기다리던 불꽃이 주변을 감쌌다.

둥글게 원을 그린 불꽃이 길게 뻗어 나가니.

마치 거대한 통로와 같은 모양새.

구찌가 다시금 커다랗게 울더니 몸집을 키웠고.

“으헉!”

“살았다!”

“생각보다 안 뜨겁네?”

다른 간부들과 강현을 등에 태웠다.

삐이이익!

찢어지는 울음과 함께 날개를 퍼덕이자.

[피닉스 새로운 스킬 불꽃길, 초고속 비행을 발동합니다!]

[불꽃길, 초고속 비행을 결합하여 새로운 조합 스킬 공간도약을 생성합니다!]

[연구 책임자의 눈을 발동 분대원들이 있는 장소를 추적합니다. 공간도약 좌표를 설정합니다]

[공간도약까지 남은 시간 5초, 4초…….]

구찌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싶더니.

[0초, 공간도약 발동]

알림창과 구찌의 날개,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사람들의 얼굴이 주욱 늘어졌고.

“어어- 어----.”

“으아- 아-ㄱ.”

간부들의 늘어지는 목소리와 함께 구찌가 공간을 넘어섰다.

구짜가 강현, 간부들을 싣고 도착한 곳은 바로 훈련소 상공.

공간도약의 여파로 딸려 나온 불꽃이 하늘 가득한 비구름을 순식간에 증발시켰고.

환한 광명이 그들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함과 동시에.

[1, 2, 3군단 전체 눈물을 흡수합니다!]

상태창이 반가운 소식을 알렸다.

행군 막바지에 흘렸던 그들의 눈물이 눈물 수치가 되어 돌아왔던 것.

[눈물 100%를 이루었습니다!]

[피, 땀, 눈물 수치 모두 100% 도달!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드디어 메인 퀘스트를 성공.

강현이 승리를 선언한 후에도 알림은 끝나지 않았다.

[기존 보상 대주교의 권능과 경험, 신수 구찌의 새로운 스킬, 퀘스트 보상을 결합합니다!]

[그림자의 왕 능력으로 보상이 한층 강화됩니다!]

[보상을 계산합니다. 위대한 업적에 따른 보상입니다. 결과 계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습니다]

* * *

강현이 본 건 거기까지.

이후 장례식이다 휴가다 정신없었고.

집에 와서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우느라 살피지 못했다.

깊은 밤.

피휴우우, 피휴우우.

“할무이 오늘은 다 같이 자요!”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

서연이가 예전 좁은 집안에서 같이 몸 부대끼며 잤던 시절이 생각났는지 느닷없이 어리광을 부렸고.

어쩌다 보니.

“흠냐, 흠냐.”

“꾸우우-”

“끼이잉.”

할머니, 서연이, 강현뿐만 아니라 구찌와 구름이, 요정들과 가구들까지 모두가 거실에서 함께 늘어져 자는 상황.

다들 깊은숨을 내쉬며 자는 동안, 강현만은 쉬이 잠들지 못했다.

한바탕 울어 뜨거운 기운을 빼고 나자 머리가 식었고.

점차 생각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생각의 갈래를 잘라내며 정리한 결과.

한 가지 결론만이 남았다.

‘어둠을 죽인다.’

강현이 밤사이 내린 결론은 그것.

원흉을 죽이는 것.

그리고 싸움을 끝내는 것.

어머니와 아버지를 되찾고 검성을 데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놈에게서 비롯되는 모든 비극의 사슬을 끊는다.’

더는 막지 않는다.

막기만 해서는 이번과 같은 비극을 피하지 못한다.

이젠 공격할 거다.

‘김두식, 무기를 받은 자들, 태풍, 산군, 구찌, 검탑, 1, 2, 3군단, 선설민, 서윤진, 그림자 왕의 권능, 여명단…….’

강현이 자신이 가진 패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각오를 다졌다.

다만 한 가지, 대주교에게 들은 힌트가 마음에 걸렸다.

‘어떻게 놈이 있는 곳으로 가지? 놈이 있는 곳으로 바로 갈 방법이 없나?’

어둠이 있는 곳에 직접 가는 방법.

최대한 힘을 낭비하지 않고 온전한 힘으로 싸우고 싶다.

그래야 승산이 올라갈 테니까.

하지만 어떻게?

강현이 방법을 고민하길 한참.

밤이 끝나가는지 창에 비치는 하늘이 조금씩 밝아졌고.

이내 여명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

[보상을 부여합니다!]

[구찌의 공간도약, 대주교의 지식, 그림자 왕의 권능을 결합. 퀘스트 보상 스테이지 생략권을 더합니다!]

[어둠으로 향하는 길을 획득했습니다!]

찬란한 서광이 알림창을 통과하여 강현의 눈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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