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45화 (245/277)

245화 입 벌려! 내시경 들어간다!

일단 입대하고 나면 멀리 떨어져 있는 북한보다 옆에 있는 진짜 적을 만나게 된다.

“우리의 주적은 간부지.”

“내가 전쟁 나면 저 새끼부터 쏜다.”

바로 간부.

흔히 진짜 주적은 간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병사들에겐 간부들이 싫은 존재이기도 했다.

물론.

“와, 저분은 참 군인이시지.”

“그건 인정.”

개중엔 종종 괜찮은 간부들이 있기 마련이나.

이상하게도 그런 간부들은 금방 다른 부대로 가거나 극히 소수라 만나기도 어려울 지경.

그러나.

“너희의 어깨에 달린 그 견장이! 자랑이자 책임이다! 잊지 마라! 우린 국가를 위해 헌신하며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들 모두가 처음부터 병사들의 주적이었던 건 아니다.

처음 임관할 때만 하더라도 5만 개의 촛불이 모인 듯 빛난다는 뜻으로 5만 촉광짜리라고 불리던 자신의 소위 견장이.

실제 야전 부대에 가는 순간.

“야, 씨 애들 똑바로 관리 안 해? 네가 헤헤거리니까 애새끼들 빠지잖아! 너만 착한 간부야?”

“김 소위! 뭐해! 지금 부사관들만 일 시키지 말고 너도 하라고!”

“야, 쟤 빼. 쟤 말고 걔 누구야? 차라리 부소대장 시켜.”

5만 촉광이라던 자신의 계급장이 사실은 진짜 촛불 하나만도 못하다는 걸 인식한다.

부사관들과 병사들은 쏘가리라며 은근히 무시하고 위에선 부대를 못 휘어잡는다고 지랄한다.

그렇게 짬을 좀 먹고 나면.

“이 새끼들아! 똑바로 안 해?”

조직에 지쳐 자부심은 깎여 나가고.

승진과 줄타기에 여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군대도 회사고 조직이니 특별한 사명감으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

부사관이라고 다를 것 없다.

“아니 씨, 이딴 걸 왜 계속 시키는 거야?”

계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한심한 짓을 하는 상관들 또는 부조리를 일삼는 인간들을 보며 지쳐 가고.

“아, 최 하사님 핸폰 좀 빌려주십쇼.”

처음엔 병사들과 친구처럼 지내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어오르는 일이 많아지고.

“지랄, 내가 친구야? 핸폰을 왜 빌려줘? 엎드려 이 새끼야.”

나중에는 기어오르는 놈들을 찍어 누르기 위해서라도 날카로워졌다.

분명 처음엔 안 그랬는데.

처음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임관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마주 선 몬스터들을 보며 잠시 지난 군 생활에 대해 생각할 때.

“정신 차려!”

머리통을 쪼개려던 적의 칼을 선임 간부가 막아서며 호통쳤다.

“김 소위! 이 새끼야! 지금 전쟁 중이야! 뭐 하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얼 빼놓지 마!”

“죄송합니다!”

그가 식은땀을 훔치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뱉어 내는 동안.

“중대! 방진 정비! 대열을 다시 맞춰라!”

선임 간부가 계속해서 몬스터들과 맞서 싸우며 병사들을 독려하고는 아직도 얼이 빠져 있는 소대장을 불렀다.

“김 소위! 소대장! 이 새끼야!”

“네!”

“무기 들고 옆에 서!”

“김 소위님, 정신 차리십쇼.”

선임 옆에는 평소 자신을 깔보던 중사 하나.

그런데.

“얼, 얼굴이…….”

얼굴에 길게 난 자상을 비롯해 몸 곳곳이 엉망이었다.

한쪽 눈을 지나는 상처를 보니 실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상처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그가 애써 자신의 상처를 외면했고.

평소 뺀질거리며 일을 떠넘기기만 하던 선임 중위가 심각한 목소리로 상황을 읊었다.

“중대장님은 현재 중상. 우리가 부대를 이끌어야 한다.”

평소와는 다른 비장한 목소리.

“병사들의 체력은 바닥. 방진은 무너졌고 방진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김 소위의 뒤편에 거친 숨소리가 하나둘 추가되었다.

“누가 막겠는가!”

“우리가!”

“누가 보호해야 하는가!”

“우리가!”

“2중대 간부 전체 전투 준비!”

그의 외침에.

“하아!”

“으아아악!”

어느새 병사들의 앞에 모인 간부들이 죽음을 각오하며 무기를 들었고.

“김 소위.”

“네!”

“짬 하나 때리자.”

“뭘 말씀입니까.”

“가서 애들 방진 구성하는 거 지휘해.”

“저, 저도 싸우겠습니다!”

“지랄하지 말고 가서 지휘해!”

“하, 하지만!”

“이 새끼, 선임 명령 안 들을 거야?”

“…….”

그거 저만 사는 거잖습니까.

김 소위가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간신히 삼켰고.

“새끼야, 너 살려 주려는 게 아니라 귀찮아서 짬 때리는 거야. 가서 지휘나 해.”

“최대한 빨리 방진 복구하겠습니다.”

그가 몰려오는 몬스터를 마주한 선임과 다른 간부들을 힐끔힐끔 살피며 재빨리 뒤로 뛰어갔고.

“방진! 방진 세워!”

“죄측! 몬스터들 몰려온다!”

“비켜! 얼른 방진 구성해!”

병사들 사이에 파고든 몬스터들을 죽이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얼굴엔 눈물인지 몬스터들의 피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내리는 중.

최대한, 최대한 빨리 방진을 수복해야 한다!

그가 바쁘게 명령하며 방진 속에 파고든 몬스터들을 잡아 죽일 때.

“우와아아악!”

갑작스레 병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어, 어어? 뭐야?”

선임들의 희생을 보기 싫어 억지로 외면하고 있던 김 소위가 고개를 돌리자.

“걱정 말고 방진 재구성해라! 간부들! 일부는 방진 수복 도와!”

먼발치에서만 보던 별 하나.

어느새 부대 앞에 서 있는 2군단 특임대장의 널따란 등이 보였다.

그의 고함에 간부들이 재빨리 전선에 복귀했고.

금세 기세를 회복한 특임대가 다시금 자리를 잡았다.

“크허엉!”

사정은 3군단도 마찬가지.

서윤진의 우렁찬 고함이 주변을 뒤흔들었고.

[광기의 포효를 발동합니다! 적들의 정신을 흔듭니다. 포효를 들은 적들의 공격 속도가 느려집니다!]

적을 뒤흔든 그녀가 푸른 눈을 빛내며 붉은 발톱을 휘둘러 몬스터들을 찢어발겼다.

그리고.

“하압!”

선설민이 남은 오른팔을 크게 휘둘러 앞으로 내지르니.

[진화 스킬 패왕무적권 발동! 앞에 있는 적 일체를 짓이깁니다!]

단 한 번의 주먹질이었으나 속에 담긴 무게가 웅혼하여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모두 날려 버렸다.

“다들 이 틈에 방진 다시 짜! 부상자들을 뒤로 옮겨라!”

일선에서 간부들이 몬스터들을 막는 동안 강준진 준장이 다시금 병력을 배치했고.

평소엔 그렇게 주적이라 했던 간부들이 오자 방금까지 위태위태하던 전선이 힘을 되찾았다.

“다들 힘내! 중대장님 오셨다!”

“실망하시기 전에 힘내라!”

그래도 역시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났다!

다들 서로를 의지하며 싸워나갈 때.

“근데 우리 중대장님은?”

“군단장님은 왜 안 오시지?”

몇몇 병사가 힐끔힐끔 채워지지 않는 자리를 보았다.

다들 돌아왔는데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그게 자신의 상관이라면 더욱 신경 쓰이는 법.

그리고 답하지 않는 다른 간부들을 보며 다들 직감했다.

못 돌아오는구나.

그때.

“모두 들어라!”

강준진 준장이 버럭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 강현과 오지 못한 간부들이 싸우고 있다!”

강준진 준장의 외침에 병사들과 간부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현이 아직 싸우는 중이구나!”

“싸운다는 말씀은?”

병사들은 아직 강현이 싸우고 있다는 것과 언젠간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간부들은 다른 간부들의 상태를 알기에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곤란함을 느끼는 중.

“그들이 모두 살아 복귀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해야 하는가!

강준진의 연설에 모두의 눈이 뜨거워졌다.

“최소한 그들이 쉴 자리는 마련해야지 않겠는가!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뒤에 있는 훈련병들을 지키고 그들의 어머니에게 아들들을 무사히 돌려 보내는 게 우리의 임무다!”

“아아아악!”

강준진의 명령에 간부들과 병사들이 악다구니로 화답했다.

몰려드는 몬스터들보다 훨씬 거칠고 악이 넘치는 목소리.

“그래, 바로 그거다.”

비로소 강준진이 독기로 활활 타오르는 병사들과 간부들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1, 2군단 방진 넓혀! 3군단과 겹친다! 서로 영역을 겹쳐라! 이후 옆으로 이동하며 위치 전환!”

강준진의 진법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반드시 모두 살아 돌아올 거다.”

그리고 그가 홀로 확신을 심듯 중얼거렸다.

* * *

강준진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마지 않는 전우들은.

“으으으.”

현재 강현이 깔아 놓은 활명수 속에서 삶을 연명하는 중.

가는 숨소리와 입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신음.

그중 하나가 정신이 들었는지 찬찬히 눈을 떴고.

흐린 시야 속 얼핏 보이는 푸르고 어두운 빛을 보며.

‘사후세계인가.’

내심 이왕이면 천국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시야가 또렷해지자 눈에 황당함이 들어찼다.

“이, 이게 뭐야?”

지금 눈앞에 뭐가 펼쳐져 있는 거지?

아니 저건 대체 뭐지?

그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려 가며 상황 판단을 하려 애쓸 때.

“으음, 일어났냐?”

“대장님?”

옆에 누워 있던 1군단 특임대장이 막 정신을 차린 간부의 표정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 천국 처음 와 봐?”

“천국이 맞습니까?”

“…으음, 좀 고약한 천국인가 보지 뭐.”

그의 농담에 간부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1군단 특임대장이 턱 끝으로 아직 싸우고 있는 강현을 가리켰다.

“저 친구 하기 따라 천국이냐 지옥이냐가 결정되겠지.”

그가 처음 눈을 떴을 때.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난생처음 보는 풍경을 마주했다.

앞으로도 보기 싫은 풍경.

공간이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모습.

흙과 공기, 어둠, 몬스터 등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죽음을 목표로 달려든다.

그 거대한 악의 앞.

인간은 너무나 작은 존재.

이리 한발 뒤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갈가리 찢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

그러나.

“이젠 아주 대놓고 악취를 풍기네.”

강현의 눈은 한점 흔들림 없었다.

머리에는 달이 주변에는 백염이 아래에는 우뚝 솟은 산이 있으니.

공간의 중심은 강현.

몰려오는 악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백염과 함께 강현의 공간이 놈의 악의와 이면 세계를 잠식해 갔다.

치열한 공간 점유 싸움.

그 모습을 보며.

“완전 미쳤구먼.”

1군단 특임대장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처음 강준진의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믿지 않았다.

‘검성을 계승, 아니 뛰어넘어 우리의 원을 이루어 줄 친구가 있어.’

검성님을 뛰어넘는다는데 그 말을 어찌 믿겠는가.

이후 훈련 중에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반신반의했다.

분명 뛰어났으나 과연 정말 원을 이뤄줄 수 있을까?

‘검성님의 적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검성마저 실패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보고서야 깨달았다.

“맞네. 그래 저 친구인 이유가 있었어.”

어째서 강준진이, 서대호가, 김도현마저 강현이라는 친구를 믿고 있는지 알겠다.

그 또한 깨달았다.

이 압도적인 적 앞에서 유일하게 맞서는 강현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그러나.

‘뭐지?’

강현은 속으로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싸움을 시작하고 한참이나 이어진 질문.

그러나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그 질문은 바로.

‘이 새끼 왜 이렇게 약하지?’

적이 너무 약하다.

-주교 수십의 힘이다. 세상을 복사하고 이를 내 뜻대로 다루는 힘이다! 너 따위가 간섭할 능력이 아니다!

놈이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며 강현을 죽이겠다 외쳐 댔으나.

“킁.”

저절로 코웃음이 나올 정도.

이딴 게 대주교라고?

심지어 다른 곳에 함정을 심어 놓았나 생각해 보았으나.

그건 아닌 듯하니.

아무리 연구책임자의 눈과 예감을 발동해 봐도 소용없었다.

결국 강현이.

“이제 끝내자.”

아껴 두었던 모든 힘을 발동.

놈의 세상을 무너뜨리려 할 때.

-크크큭! 바로 그거다!

적이 비로소 거대한 입을 쩍 벌리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슈우우우욱!

강현이 발동한 모든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의 펼쳐 놓은 공간과 능력마저 빨아들이려 했다.

-미련하고 미련하구나! 너의 강함으로 모든 걸 이기리라 생각했느냐? 모든 걸 빨린 뒤 껍질만 남게 되리라!

대주교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적의 발악이 거세면 거셀수록 강해지는 공간.

그의 능력을 흡수해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공간에선.

-검성 이석천 또한 이 공간에서 자신의 검을 빼앗겼지! 그 후계도 같은 꼴을 맞겠구나! 놈들도 킹피닉스의 생명을 바쳐 간신히 도망쳤음을 몰랐겠지! 크하하하!

검성의 검도 킹피닉스의 무한의 불꽃도 소용없었다.

그가 보기에 강현의 능력도 강했으나.

오히려 강하니 더욱 쉽게 잡아먹을 수 있을 터!

결국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되리라!

그의 비웃음이 하늘을 가득 메웠고.

강현이 뿜어낸 백염과 뫼절이.

화르르르르!

후우우웅!

검은 불꽃과 날카로운 악의가 되어 강현에게 되돌아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과 싸우는 모양새.

거기다.

[악의가 당신의 상태창 정보를 복사합니다! 사용자 최강현의 능력과 스킬, 특성을 흡수합니다!]

-너만 다른 이들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꼬마야.

놈이 입을 쭉 찢으며 미소 지었고 공간 전체가 휘어지며 강현을 비웃었다.

그러나.

“내가 말했지. 악취 난다고.”

강현은 그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확신이 있었기 때문.

방금 킹피닉스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예감했다.

[피닉스 천안룡 능력 흡수: 99%]

나머지 1%는 여기서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걸!

[소환 권능 사용, 피닉스 구찌를 소환합니다!]

강현이 구찌를 불렀고.

삐이이이익!

부름에 응답해 우렁찬 소리를 내며 나온 건.

[구찌가 천안룡의 시체를 조종하여 나타납니다!]

바로 붉은 눈 천 개를 빛내는 천안룡의 시체.

이젠 구찌의 뜻대로 움직이는 중.

천안룡이 만 개의 발을 꿈틀거리며 향한 곳은.

놈의 쩍 벌어진 입!

강현이 천안룡 위에 올라타며 만련신검을 겨누었다.

“입 벌려! 내시경 들어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