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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39화 (239/277)

239화 주체할 수가 없다!

맴- 맴- 스피오오오오오.

밤이 되어도 후텁지근한 습기가 빠지지 않았고.

아침이 되고 해가 뜨면 후끈한 열기가 금방 공기를 덥히니.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더위.

여름이 가장 무르익었을 때.

“부대 차렷!”

1, 2, 3군단 특임대원, 올빼미들이 정렬한 채 빳빳하게 몸을 세웠다.

어디 하나 빈 곳 없이 흙먼지와 땀에 절은 전투복과 군화, 얼굴과 방탄모.

더운 계절 다시 흐르는 땀 때문에 찝찝할 만도 하건만.

“훈련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추웅성!”

우렁차게 경례하는 그들의 얼굴엔 피곤함도 찝찝함도 없었다.

오히려 전투복에 가득한 땀이 그들의 표창이며 가득 묻은 흙먼지가 그들의 자부심.

“모두 훈련 동안 고생 많았다.”

강준진 준장, 3군단 특임대장이자 이번 유격 훈련 및 집체 훈련 대장의 치하에 모두의 표정에 다시금 자랑스러움이 깃들었다.

“헌터로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여 견뎌 냈으며 지난 시간 동안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이겨 냈다.”

“…….”

머릿속에 지난 닷새 동안 받았던 훈련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왔고 갑자기 상태창 제한이라는 페널티에 놀랐고 두려웠다.

실제로 장애물을 통과할 때마다, 아니 PT 체조부터 훈련장에 가는 길까지 언제 어디서나 스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스킬도 없고! 마나도 없었으며! 날씨는 덥고 군장은 무거웠다! 그리고 장애물도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했지!”

그래, 스킬 없이 마주하는 몬스터들은 그야말로 괴물.

놈들은 날랬고 강인했다.

스킬 한 번을 쓸 때도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했던 싸움.

장애물 대부분이 실패의 연속이었으나.

한 번이라도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앞으로도 잊지 못하리라.

“하지만 그대들은 점차 적응했다! 홀로 싸우기보다는 전우의 어깨를 의지했고! 처음엔 두려웠던 싸움이 점차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몬스터를! 훈련을 이겨 냈다!”

강준진의 말에 올빼미들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그들은 결국 적응했다.

처음엔 몬스터를 보고 당황했다.

스킬 없이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해 본 적 없으니까.

그러나 훈련을 거듭하고 장애물을 통과할수록 놈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옆에 있는 전우와 어떻게 함께 싸울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는 병사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이 되었다.

“자! 이제 훈련은 끝났고! 여러분에게 남은 건 영광스러운 승리뿐이다! 전방에 함성 3초간 발사!”

“아아아아아악!”

강준진의 명령에 병사들이 일제히 마음속 가득했던 감정을 뱉어 낸 후.

“최우수 대대 발표가 있겠습니다.”

이어지는 훈련 우수 대대, 중대, 분대 시상.

물론.

“최우수 대대 3군단 1대대.”

“최우수 중대 3군단 1대대 3중대.”

“최우수 분대 3군단 1대대 3중대 1분대.”

모든 상을 3군단, 그중에서도 1대대가 휩쓸었다.

불만을 표할 법도 한데 다들 납득하는 분위기.

그만큼 이번 유격 훈련에서 3군단 1대대가 보인 활약은 엄청났다.

그리고 그 중심엔.

“최우수 병사 최강현 상병은 앞으로.”

강현이 있었다.

당연했다.

가장 어려운 난이도를 모두 해결했으며 참호격투 때에도 1, 2군단을 상대로 승리를 이끈 장본인.

개인 능력이건 병사들을 이끌던 지도력이건 강현을 따라올 병사는 없었다.

“마지막 날은 좀 편했겠다?”

“좀이 쑤셔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날 모든 장애물에서 열외되었으나 강현의 기록을 따라올 병사가 없었다.

강현의 너스레에 강준진이 크게 웃고는.

“고생했다. 네가 마지막에 해 준 덕에 그나마 설득이 쉬웠어.”

강현의 공을 치켜세웠다.

강현이 상태창을 극복하고 스킬을 사용한 덕에 1, 2군단을 포섭할 수 있었다.

“여명단의 뜻입니까?”

“뭐, 이제 너의 뜻이기도 하니까.”

“감사합니다.”

강현도 강준진의 고생을 알기에 감사를 표했고.

단상을 내려가려 할 때.

“그런데 그, 대… 주교라는 놈은 어떻게 돼 가냐?”

강준진이 얼마 전 황세아 중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분명 주교 그 위의 주교.

대주교가 강현을 노리고 있다 들었다.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그래서 여명단에서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한발 빠르게 1, 2, 3군단 통합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

강현이 어제 들은 이석천의 말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별 신호 없습니다.”

“그래? 일단 다행이구나.”

이석천이 돌아다니는 중에 대주교의 움직임을 추적해 보았으나 별 성과 없다 했다.

강현 자신도 대주교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그래도 분명 조만간 나타날 테니 마음의 준비는 해 두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면 바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무언가 느끼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알았다. 전해 두마.”

강현의 말에 강준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거 받아라.”

주먹에 무언가를 쥔 채 내밀었고.

“군번줄은 있습니다.”

이를 받아든 강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보며 강준진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언제까지고 보고 체계 지켜서 이야기할 순 없잖냐. 무전기 기능 심어 둔 거니까 혹시 이상 상황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

한눈에 봐도 황세아 중사의 작품.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상에서 내려갈 때.

“우수 병사 1군단 남궁건 일병 단상 앞으로.”

마침 우수 훈련병 표창을 받은 남궁건 일병이 단상으로 향했고.

“…….”

강현과 마주쳤다.

잠시 말없이 강현을 마주 보는 그의 얼굴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다.

“고생 많았다.”

강현의 인사에도.

“…고마워.”

무언가를 우물우물하던 그가 간신히 들릴 목소리로 인사하고는 쌩하니 단상으로 올라가 버리니.

이전 당당하던 태도와 영 달라 보였다.

[작전사령부 편제표 확인 남궁건 일병 현재 상태]

[심마 초기 단계]

강현이 그의 상태를 확인하곤 미간을 찌푸렸다.

훈련 잘 받고 왜 저런단 말인가?

지난밤 1, 2, 3군단을 통합한 결과 새로 얻은 작전사령부 능력.

각 병사들의 상태와 위치, 작전 수행 능력 등 다양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고.

군단 능력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도 가능했다.

이외에도 기능은 많아 보이나 아직 확인은 못 한 상태.

다만 한 가지 불만은.

‘다들 신났네 신났어.’

작전사령부 편제표에 따르면 유격 훈련을 마친 병사들의 상태는 기쁨, 자신감, 즐거움 등 긍정적인 감정으로 가득하다는 점.

“덕창아.”

“이병 유덕창.”

“훈련 끝났는데 감동적이지 않냐?”

“너무 신납니다!”

“목교나 성민이는? 막 감동 때문에 눈물이 난다거나 그러진 않고?”

“일병 오목교. 에이, 이제 일병인데 훈련소도 아니고 울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일병 이성민. 같은 생각입니다.”

그들이 강현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고.

강현이 아쉬운 듯 입맛을 쩝쩝 다셨다.

“혹시 김대영 병장님이나 장만수 병장님은.”

강현이 혹시라도 말년 병장 중에 눈물을 흘려 줄 사람이 있을까 했으나.

“훈련 끝나니 행군이라니.”

“행군, 그것도 고속 행군이라니.”

“말년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 대체 언제 전역하는 거야.”

중얼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문득.

“장건철 보고 싶네…….”

3중대의 수도꼭지, 눈물 생성기인 장건철이 그리워졌다.

동생 이름만 꺼내도 눈물을 쏟던 녀석이었는데.

하필 이럴 때 장건철이 없다니.

[눈물 – 19%]

분명 땀과 피는 100%를 채웠건만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으니 눈물 수치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이제 행군만 하면 훈련은 끝.

‘이대로는 퀘스트 실패다.’

강현이 퀘스트 실패를 모면하기 위해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 했지만.

‘안 나와!’

소 심줄같이 질긴 강현의 감성은 억지 눈물을 허락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오래 뜨느라 건조하기만 할 뿐.

오르지 않는 눈물 수치를 보던 강현이 고개를 저으며 나중을 기약할 때.

“자, 이제 마지막 행군만 남았다!”

강준진의 목소리가 다시금 강현의 정신을 일깨웠다.

유격 훈련의 끝은 행군.

특임대의 행군은 그중에서도 특별했으니.

“거리는 100킬로미터! 모두 고속 행군 준비!”

“악!”

“오늘 저녁까지 도착한다!”

강준진의 말에 다시금 현실을 직시한 특임대원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훈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다.’

막 훈련이 끝나 신났던 만큼 우울했고.

어쩌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다들 우울한 와중 강현만 눈을 반짝이며.

“눈물이 찔끔 나오지 않냐? 훈련 끝났더니 행군이라니. 아, 정말 슬프다. 정말 눈물이 줄줄 흐를 것 같아.”

혹시라도 눈물을 쏟을까 기대했으나.

“…최강현 상병님?”

“괜찮으십니까?”

“강현아, 괜찮냐?”

“훈련이 너무 힘들었나?”

분대원들의 눈은 그저 건조하기만 할 뿐.

오히려 평소답지 않게 눈물을 강조하는 강현을 이상하게 쳐다봤고.

강현이 멋쩍게 헛기침을 몇 번 하길 잠시.

“그건 저번에 태풍 님께 받은 겁니까?”

괜히 장만수가 자랑하듯 빗겨 멘 검을 가리켰다.

강현의 지적에 그가 턱을 치켜들며.

“이번 유격 훈련 때도 엄청 활약했던 녀석이지!”

자랑스러워했다.

실제로 참호격투 때도 폭풍을 일으켜 상대를 쓸어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근데 처음 포상받았던 건 김대영 병장님 아닙니까?”

생각해 보니 태극 훈련 때 가장 처음 태풍 김도현의 눈에 띈 사람은 바로 김대영.

장만수 병장이 매일 받은 물건을 자랑할 때.

그는 이상하게도 말이 없었다.

강현의 물음에.

“큼, 크흠 내가 받은 물건은 고작 저런 검이랑 차원이 다르지! 아주 중요할 때! 진짜 중요할 때 쓰는 물건이거든!”

김대영이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높였으나 장만수를 힐끔 보는 게 내심 부러운 모양.

뭐, 김도현 성격상 그저 그런 물건을 주었을 리는 없으니.

다들 나중에 무슨 물건인지 구경이나 하자며 기대할 때.

“자, 다들 행군 출발!”

행군 준비를 끝낸 3개 군단 특임대가 동시에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100km 거리를 반나절 만에 주파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다!”

강준진 준장의 외침과 함께.

특임대의 눈이 번쩍번쩍 빛났다.

지금 등에 멘 군장은 그야말로 천근과 같이 무겁게 몸을 짓눌렀으나.

이제 이 지겨운 짓도 끝이다.

“상태창 기능 제한 해제!”

“아아아악!”

강준진의 명령에 지금껏 훈련 중 가장 큰 고함이 울렸고.

[상태창 기능 제한을 해제합니다!]

[상태창 스킬 제한, 스탯 제한이 풀립니다!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모두의 눈앞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상태창 제한 해제 알림이 떠올랐다.

“우와! 이게 얼마 만이냐!”

“미친 이게 그리워질 줄이야.”

“으아! 눈물 날 거 같아!”

다들 오랜만에 보는 알림에 감격하며 몸을 떨었다.

지금껏 스킬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스탯 제한에 땀을 뻘뻘 흘렸다.

그러나 신체적인 어려움보다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 건 바로 정신적인 부담감.

항상 스킬과 스탯에 의지해 싸워 오다가 이를 제한 당하자 자신감도 잃어버렸다.

헌터가 아닌 상태창이 주인이 되어 버리는 현상.

그게 불만이었던 이석천이 제안한 방법이건만.

“크으! 바로 이 감각이지!”

“죽인다 죽여!”

“진짜 상태창 없으니까 엄청 힘들었지 말입니다.”

병사들의 반응은 이석천의 의도와는 좀 달랐다.

오히려 상태창의 소중함을 느낀 시간.

이석천이 알면 길길이 날뛰었겠으나.

아주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지난 훈련 경험치를 계산합니다! 신체 관련 스텟 경험치가 대폭 오릅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레벨이 상승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훈련은 특임대 성장에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고.

모두가 성장하는 스탯과 스킬에 흥분했다.

단 일주일 훈련으로 이 정도의 성장이라니!

“자, 그럼 모두 행군 출발!”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행군이라는 말에 다들 힘겨워했건만.

“으아아악!”

“으랏차차!”

지금 옮기는 발걸음은 그야말로 깃털과 같았다.

실시간으로 상승하는 스탯과 스킬 레벨.

거기다 되돌아온 능력 덕에 등에 멘 군장 또한 너무나 가볍다.

그들이 신나는 걸음으로 고속 행군을 시작할 때.

퍼어엉!

어디선가 커다란 소리가 들리더니.

“어어어!”

“최, 최강현 상병님!”

“미친! 강현아, 어디가!”

모두의 시야에 하늘 높이 떠오른 강현이 보였다.

다들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터억.

강현의 발이 땅에 닿았고.

그가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퍼어엉!

그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니까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었다.

[작전사령부 효과로 1, 2, 3군단 특임대가 얻은 경험치 일부를 전달받습니다!]

[신체 관련 스탯 스킬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고물 유격 훈련용 CS복, 장비 일체를 획득했습니다! 안에 담긴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새로운 고물 훈련용 장애물 코스를 획득했습니다! 각 장애물에 담긴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을 흡수합니다!]

지난 훈련 동안 접촉했던 고물들의 경험치와 자그마치 수천에 달아는 3개 군단 특임대가 전달하는 경험치 덕에.

퍼어엉!

“우와아아악!”

힘을 주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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